박씨전 명(明)나라 숭정 연간에 조선국(朝鮮國)에 한 재상(宰相)이 있으니, 성은 이(李)요 이름은 득춘(得春)이라. 이득춘은 어려서부터 학업을 힘써 문장(文章)을 성공하매 이름이 일국에 진동(振動)하고, 또한 지인지감(知人之鑑)이 있는지라. 이러므로 소년등과(少年登科)하며, 차차 승천(陞遷)하여 외직(外職)으로 경상감사, 물망(物望)으로 함경감사, 내직(內職)으로 좌의정을 지냈다. 상공이 집으로 돌아와 그 아들 시백(時白)에게 문필(文筆)을 힘써 권하니, 사서삼경(四書三經)과 시서백가(詩書百家)를 무불통달하며, 또한 계교(計巧)와 술법(術法)이 장안에 제일이라. 상공이 심히 사랑하니, 만조백관(滿朝百官)이 뉘 아니 치사(致辭)하리오. 상공이 또한 바둑․장기와 옥저(玉笛) 불기를 잘하는지라. 꽃을 향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