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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현대운문64

일월(日月) - 유치환 나의 가는 곳 어디나 백일(白日)이 없슬소냐. 머언 미개(未開)적 유풍(遺風)을 그대로 성신(星辰)과 더불어 잠자고 비와 바람을 더불어 근심하고 나의 생명과 생명에 속한 것을 열애(熱愛)하되 삼가 애련(哀憐)에 빠지지 않음은 ―그는 치욕(恥辱)임일레라. 나의 원수와 원수에게 아첨하는 자에겐 가장 좋은 증오를 예비하였나니. 마지막 우러른 태양이 두 동공(瞳孔)에 해바라기처럼 박힌 채로 내 어느 불의(不義)에 즘생처럼 무찔리기로 오오, 나의 세상의 거룩한 일월(日月)에 또한 무슨 회한(悔恨)인들 남길소냐. -유치환, '일월' *유풍(遺風) : 1. 옛날부터 전하여 내려오는 풍속. 2. 돌아간 조상이나 선배를 닮은 기풍. 3. 후세까지 남겨진 교화(敎化). 시낭송 감상하기 핵심 정리 • 성격 : 의지적, 관념.. 2021. 2. 25.
우라지오 가까운 항구에서 - 이용악 우라지오 가까운 항구에서 이용악 삽살개 짖는 소리 눈보라에 얼어 붙는 섣달* 그믐* 밤이 얄궂은 손을 하도 곱게 흔들길래 술을 마시어 불타는 소원이 이 부두로 왔다. 걸어온 길가에 찔레 한 송이 없었대도 나의 아롱범*은 자옥* 자옥을 뉘우칠 줄 모른다 어깨에 쌓여도 하얀 눈이 무겁지 않고나 철없는 누이 고수머릴*랑 어루만지며 우라지오의 이야길 캐고 싶던 밤이면 울 어머닌 서투른 마우재 말*도 들려 주셨지 졸음졸음 귀 밝히는 누이 잠들 때꺼정 등불이 깜빡 저절로 눈 감을 때꺼정 다시 내게로 헤여드는 어머니의 입김이 무지개처럼 어질다 나는 그 모두를 살뜰히 담았으니 어린 기억의 새야 귀성스럽다* 기다리지 말고 마음의 은줄에 작은 날개를 털라 드나드는 배 하나 없는 지금 부두에 호젓 선 나는 멧비둘기 아니건만.. 2021. 2. 25.
못 위의 잠 - 나희덕 못 위의 잠 나희덕 저 지붕 아래 제비집 너무도 작아 갓 태어난 새끼들만으로도 가득 차고 어미는 둥지를 날개로 덮은 채 간신히 잠들었습니다 바로 그 옆에 누가 박아 놓았을까요, 못하나 그 못이 아니었다면 아비는 어디서 밤을 지냈을까요 못 위에 앉아 밤을 꾸벅거리는 제비를 눈이 뜨겁도록 올려다봅니다 종암동 버스정류장, 흙바람은 불어오고 한 사내가 아이 셋을 데리고 마중 나온 모습 수많은 버스를 보내고 나서야 피곤에 지친 한 여자가 내리고, 그 창백함 때문에 반쪽난 달빛은 또 얼마나 창백했던가요 아이들은 달려가 엄마 옷자락에 매달리고 제자리에 선 채 달빛을 좀더 바라보던 사내의, 그 마음을 오늘밤은 알 것도 같습니다 실업의 호주머니에서 만져지던 때묻은 호두알은 쉽게 깨어지지 않고 그럴듯한 집 한 채 짓는 대.. 2021. 2. 25.
현대시 흐름 현대시 흐름 | 개화기~1910년의 시문학 - 시대적 분위기 개화기 문학은 제국주의의 침략 앞에 자주독립과 근대화를 동시에 이루어야 할 시대적 사명을 지니고 출발하였다. 다시 말해 이 시기의 문학은 내적으로는 봉건적 질서를 타파하고 새로운 근대적 질서로 나아가야 하며, 외적으로는 밀려드는 서양 세력 앞에서 자주독립을 달성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달성하기 위한 훌륭한 도구로 인식되었다. 그러므로 개화기 문학은 무엇보다도 국민을 깨우치고 이끌어 주는 계몽주의적인 속성을 지니게 되었던 것이다. - 특징 (1) 개화 가사의 등장 새로운 시대의 출발과 함께 신문이나 잡지가 간행되면서 새로운 시대 이념을 전파하기 위한 문학이 발생했다. 시가에서 가장 먼저 나온 것이 개화 가사였다. 개화 가사는 전통적인 가사체인.. 2021. 2.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