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본문 바로가기

문학/소설전문101

하근찬 '수난이대' 전문 및 해석 수난이대 하근찬 진수가 돌아온다. 진수가 살아서 돌아온다. 아무개는 전사했다는 통지가 왔고, 아무개는 죽었는지 살았는지 통 소식이 없는데, 우리 진수는 살아서 오늘 돌아오는 것이다. 생각할수록 어깻바람이 날 일이다. 그래 그런지 몰라도 박만도는 여느때 같으면 아무래도 한두 군데 앉아 쉬어야 넘어설 수 있는 용머리재를 단숨에 올라채고 만 것이다. 가슴이 펄럭거리고 허벅지가 뻐근했다. 그러나 그는 고갯마루에서도 쉴 생각을 하지 않았다. 들 건너 멀리 바라보이는 정거장에서 연기가 물씬물씬 피어오르며 삐익 기적 소리가 들려 왔기 때문이다. 아들이 타고 내려올 기차는 점심때가 가까워 도착한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해가 이제 겨우 산등성이 위로 한 뼘 가량 떠올랐으니, 오정이 되려면 아직 차례 멀은 것이다. .. 2023. 6. 21.
박영준 '모범 경작생' 전문 및 해석 모범 경작생(模範耕作生) 박영준 등장인물 • 길서 주인공인 모범 경작생으로 마을에서는 유일하게 보통학교까지 나온 청년이다. 동네 사람들의 어려운 생활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자신의 입신(立身)과 이익만을 위해서 관리들의 비위를 맞추는 반민족적 기회주의자이다. 이기적이고 소극적인 인간으로 일제의 수탈 정책에 이용당하며 군(郡)을 대표하는 ‘모범 경작생’이라는 칭호를 받지만, 결국 이기심으로 인해 마을 주민들로부터 배척을 당한다. 표면적으로는 순종적이고 부지런한 농군(일제의 관점에서는 모범적 인물)으로 비춰지지만, 이면적으로는 일제에 동조하는 이기주의자(농민의 관점에서는 ‘반민족적 기회주의자’)이다. • 의숙 성두의 여동생이자 길서의 연인이다. 길서를 사랑하지만 소극적이며, 비판 의식을 갖추지 못한 전통적.. 2023. 5. 25.
채만식 '태평천하' 전문 및 해석 태평천하[太平天下] 채만식 1. 尹直員[윤직원] 영감 歸宅之圖[귀택 지도] 더보기 추석을 지나 이윽고 짙어가는 가을해가 저물기 쉬운 어느날 석양. 저 계동(桂洞)의 이름난 장자(富者[부자]) 윤직원(尹直員) 영감이 마침 어디 출입을 했다가 방금 인력거를 처억 잡숫고 돌아와 마악 댁의 대문 앞에서 내리는 참입니다. 간밤에 꿈을 잘못 꾸었던지, 오늘 아침에 마누라하고 다툼질을 하고 나왔던지, 아뭏든 엔간히 일수 좋지 못한 인력거꾼입니다. 여느 평탄한 길로 끌고오기도 무던히 힘이 들었는데 골목쟁이로 들어서서는 빗밋이 경사가 진 20여 칸을 끌어올리기야, 엄살이 아니라 정말 혀가 나올 뻔했읍니다. 28관(105kg, 1貫 = 3.75kg, 척관법), 하고도 6백 몸메!…… 윤직원 영감의 이 체중은, 그저께 춘심.. 2023. 5. 16.
염상섭 '만세전(萬歲前)' 전문 만세전(萬歲前) 염상섭 1 조선에 ‘만세’가 일어나던 전해 겨울이다. 세계대전이 막 끝나고 휴전조약이 성립되어서 세상은 비로소 번해진 듯싶고, 세계개조의 소리가 동양 천지에도 떠들썩한 때이다. 일본은 참전국이라 하여도 이번 전쟁 덕에 단단히 한밑천 잡아서, 소위 나리킨(成金), 나리킨 하고 졸부가 된 터이라, 전쟁이 끝났다고 별로 어깻바람이 날 일도 없지마는, 그래도 또 한몫 보겠다고 발버둥질을 치는 판이다. 노래가 끝나기 전 읽기 도전! 동경 W대학 문과에 재학 중인 나는 때마침 반쯤이나 보던 연종시험(年終試驗)을 중도에 내던지고 급작스레 귀국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이 생겼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그해 가을부터 해산 후더침(아이를 낳은 뒤에 조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여 생기는 여러 가지 병)으로 시름시름.. 2021. 10.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