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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고전산문11

이옥 '심생전' 전문 심생전(沈生傳) 이옥 심생(沈生)은 서울의 양반이다. 그는 약관(弱冠)에 용모가 매우 준수하고 풍정(風情)이 넘치는 청년이었다. 어느날 그가 운종가*에서 임금의 거둥을 구경하고 돌아오던 길에 어떤 건장한 계집종이 자주빛 명주 보자기로 한 여자를 덮어씌워 업고 가는 것을 보았다. 한 계집애가 붉은 비단신을 들고 그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 심생은 겉으로 그 몸뚱이를 겨냥해보고 어린애가 아닌 줄 짐작한 것이다. *운종가(雲從街) : 많은 사람이 구름 같이 모였다 흩어지는 거리라는 뜻에서 유래되었다. 조선시대 종로 일대는 시전이 설치되어 육의전을 비롯한 많은 점포가 집중적으로 발달되어 있어 많은 사람이 모여들었으므로 운종가라 불리었다. → 지금의 종로 [가로], 종루가 [가로] 그는 바짝 따라붙었다. 그 뒤꽁무.. 2021. 10. 14.
'우부가' 전문 우부가(愚夫歌)* 작자 미상 신영산 풀이 *연대 및 작사 미상의 가사. 『악부(樂府)』 외 17종의 이본이 있음. 이 글은 『악부』에 수록된 작품. '우부'는 어리석은 남자 내 말씀 미친 말인가 저 화상들 구경하게. 남촌 한량 개똥이는 부모덕에 편히 놀고 호의호식 무식하고 미련하고 용렬하여, 눈은 높고 손은 커서 헤아림 없이 주제넘어 유행 따라 옷을 입고 남의 눈만 위하것다. 긴긴 봄날 낮잠 자기 아침저녁 반찬 투정 집 안 돌보고 때 없이 드나들고 매일 취해 거들먹 트림하며 이리 모여 노름 놀기, 저리 모여 투전질에 기생첩 따로 얻어 살림하고 오입쟁이 친구로다. 사랑에는 조방꾸니 안방에는 노구할미2) 조상 이름 떠세3)하고 세도 구멍 기웃기웃, 세도 보아 뇌물을 바치느라 재산을 까불리고 헛된 욕심에 장사.. 2021. 10. 1.
'박태보전' 전문 박태보전(朴泰輔傳)1) 조선 숙종(朝鮮肅宗) 시절에 공의 명은 태보(泰輔)요, 자는 사원(士元)이니 충심이 백일(白日, 밝은 햇빛)2)을 꿰이는지라. 숙종대왕이 중전 인현왕후(中殿仁顯王后) 민씨(閔氏)씨를 폐위하신 후, 궁 희빈장씨(宮 禧嬪張氏)를 올려 왕비를 삼으려 하시니, 간특(奸慝, 간사하고 악독)한 소인들은 상(上, 임금)3)의 뜻을 맞추고 충직(忠直)한 신하 간하는 자 있으면 상이 진노하셔서 참화(慘禍, 비참하고 끔찍한 변고)를 입었더라. 기사(己巳, 1689년, 숙종 15년)4) 사월 이십사일은 중전 탄신일(誕辰日)이니, 이날 백관(百官)과 백성들의 하례(賀禮)를 상이 다 물리치고 만약 거역하는 자 있으면 곧 파출(罷黜, 파직)5)하라 하시니, 이날로부터 더욱 궁중이 소란한지라. 전 응교(應敎.. 2021. 9. 3.
'채봉감별곡' 전문 채봉감별곡 어젯밤에 불던 바람은 금성(金聲, 가을의 느낌을 자아내는 소리)이 완연하다. 모란봉 추운 바람이 단풍과 낙엽을 흩날려서 평양성중으로 불어 떨어뜨리는데, 사정없이 넘어가는 저녁빛에 홀로 서창을 의지하여, 바람에 불려 떨어지는 낙엽을 맥없이 보며 앉아 있는 여인은 평양성 밖에 사는 김 진사 집 처녀 채봉이라. 김 진사는 평양에서도 조신(삼가서 몸가짐을 조심)하는 양반이라. 문벌과 재산이 남부럽지 않을 만하지만 슬하에 일점 혈육이 없어 항상 한탄하더니, 만년에 딸 하나를 낳아 이름을 채봉이라 하여 금옥같이 기르니, 채봉이 재주가 총명하여 침선여공(針線女工)과 시서문필(詩書文筆)이 일취월장하고, 화용월태(花容月態, 아름다운 여자의 고운 용태)가 미인의 자질을 갖추고 있는지라, 김 진사 내외 극히 사랑.. 2021. 8.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