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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현대운문64

폭포 - 김수영 폭포는 곧은 절벽을 무서운 기색도 없이 떨어진다. 규정할 수 없는 물결이 무엇을 향하여 떨어진다는 의미도 없이 계절과 주야를 가리지 않고 고매한 정신처럼 쉴 사이 없이 떨어진다. 금잔화도 인가도 보이지 않는 밤이 되면 폭포는 곧은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곧은 소리는 소리이다. 곧은 소리는 곧은 소리를 부른다. 번개와 같이 떨어지는 물방울은 취(醉)할 순간(瞬間)조차 마음에 주지 않고 나타(懶惰)*와 안정을 뒤집어 놓은 듯이 높이도 폭도 없이 떨어진다. 폭포 - 김수영 *나타: 나태, 게으름 핵심 정리 •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주지시 • 성격 : 관념적, 상징적, 참여적, 주지적 • 어조 : 의지적이고 강인한 어조 • 제재 : 폭포 • 주제 : 부조리한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저항 정신과 의지 • 특징.. 2021. 6. 19.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 김종삼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시가 뭐냐고 나는 시인이 못 됨으로 잘 모른다고 대답하였다. 무교동과 종로와 명동과 남산과 서울역 앞을 걸었다. 저녁녘 남대문 시장 안에서 빈대떡을 먹으면서 생각나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엄청난 고생은 되어도 순하고 명랑하고 맘 좋고 인정이 있으므로 슬기롭게 사는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알파이고 고귀한 인류이고 영원한 광명이고 다름 아닌 시인이라고.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 김종삼 핵심 정리 - 갈래: 자유시, 서정시 - 성격: 철학적, 사색적, 문답적, 인본주의적, 전언적(삶의 지혜를 전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 - 주제 : 시인의 사회적 책무와 서민들의 성실하고 건강한 삶에 대한 긍정, 시와 시인의 본질, 평범한 사람들의 진실된 삶이 진정한 시의 모습이라는 .. 2021. 6. 18.
껍데기는 가라 - 신동엽 껍데기는 가라. 사월(四月)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東學年)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것까지 내논 아사달과 아사녀가 중립(中立)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漢拏)에서 백두(白頭)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 신동엽 핵심 정리 - 갈래:자유시, 서정시, 참여시 - 성격:현실 참여적, 저항적, 직설적 - 구성 : 시상의 전개 1연 : 4월 혁명의 순수성 염원 2연 : 동학혁명의 순수성 염원 3연 : 민중(민족)의 대화합 4연 : 통일 조국의 순수성 염원 - 제재:외세의 지배에서 탈피해야 할 민족 현실 - 주제:진정하.. 2021. 6. 18.
질투는 나의 힘 - 기형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 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 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질투는 나의 힘 - 기형도 핵심 정리 - 갈래 : 자유시, 서정시 - 성격 : 회고적, 성찰적, 자조적, 영탄적 - 제재 : 젊은 날의 삶 - 주제 : 젊은 날의 삶에 대한 반성적 성찰 .. 2021. 6.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