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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현대운문64

정념의 기(旗) - 김남조 내 마음은 한 폭의 기(旗) 보는 이 없는 시공(時空)에 없는 것모양 걸려 왔더니라. 스스로의 혼란과 열기를 이기지 못해 눈 오는 네거리에 나서면 눈길 위에 연기처럼 덮여 오는 편안한 그늘이여, 마음의 기(旗) 눈의 음악이나 듣고 있는가. 나에게 원이 있다면 뉘우침 없는 일몰(日沒)이 고요히 꽃잎인 양 쌓여 가는 그 일이란다. 황제의 항서(降書)와도 같은 무거운 비애(悲哀)가 맑게 가라앉은 하얀 모랫벌 같은 마음씨의 벗은 없을까. 내 마음은 한 폭의 기(旗) 보는 이 없는 시공(時空)에서 때로 울고 때로 기도드린다. 정념의 기(旗) - 김남조 *정념(情念) : 감정에 따라 일어나는, 억누르기 어려운 생각. *기(旗) : 깃발, 화자의 마음과 동일시되는 존재 핵심 정리 - 갈래 : 자유시, 서정시 - 성격.. 2021. 6. 15.
들국 - 김용택 산마다 단풍만 저리 고우면 뭐한다요. 뭐한다요. 산 아래 물빛만 저리 고우면 뭐한다요 산너머, 저 산 너머로 산그늘도 다 도망가불고 산 아래 집 뒤안 하얀 억새꽃 하얀 손짓도 당신 안 오는데 뭔 헛짓이다요 저런 것들이 다 뭔 소용이다요 뭔 소용이다요, 어둔 산머리 초승달만 그대 얼굴같이 걸리면 뭐헌다요 마른 지푸라기같은 내 마음에 허연 서리만 끼어 가고 저 달 금방 저불면 세상 길 다 막혀 막막한 어둠 천지일턴디 병신같이, 바보 천치같이 이 가을 다 가도록 서리밭에 하얀 들국으로 피어 있으면 뭐한다요, 뭔 소용이다요. -김용택, '들국' 시낭송 감상하기 쇼팽 Chopin 이별의 곡 Tristesse 핵심 정리 • 갈래 : 자유시, 서정시 • 성격 : 대조적, 자조적, 애상적 • 어조 : 그리움과 푸념, .. 2021. 4. 20.
저 산이 날 더러 - 목월 시 운을 빌려 - 정희성 산이 날더러는 흙이나 파먹으라 한다 날더러는 삽이나 들라 하고 쑥굴헝에 박혀 쑥이 되라 한다 늘퍼진 날 산은 쑥국새 울고 저만치 홀로 서서 날더러는 쑥국새마냥 울라 하고 흙 파먹다 죽은 아비 굶주림에 지쳐 쑥굴헝에 나자빠진 에미처럼 울라 한다 산이 날더러 흙이나 파먹다 죽으라 한다 -정희성, '저 산이 날 더러 - 목월 시 운을 빌려' *굴헝 : ‘구렁1’의 방언(제주) - 1. 움쑥하게 파인 땅. 2. 빠지면 헤어나기 어려운 환경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시낭송 감상하기 핵심 정리 • 갈래 : 자유시, 서정시 • 성격 : 애상적 • 특징 : ① 시구 및 특정한 조사나 어미 등을 반복하여 시적 리듬감을 형성함. ② 수미상관의 구조를 통해 구조적 안정감, 의미 강조, 운율 형성, 여운을 줌. ③ 산이 화.. 2021. 4. 19.
백록담 - 정지용 1 絶頂(절정)에 가까울수록 뻑국채 꽃키가 점점 消耗(소모)된다. 한마루 오르면 허리가 슬어지고 다시 한마루 우에서 목아지가 없고 나종에는 얼골만 갸옷 내다본다. 花紋(화문)처럼 版(판)박힌다. 바람이 차기가 咸鏡道(함경도)끝과 맞서는 데서 뻑국채 키는 아조 없어지고도 八月(팔월)한철엔 흩어진 星辰(성진)처럼 爛漫(난만)하다. 山(산)그림자 어둑어둑하면 그러지 않어도 뻑국채 꽃밭에서 별들이 켜든다. 제자리에서 별이 옮긴다. 나는 여긔서 기진했다. 2 巖古蘭(암고란), 丸藥(환약) 같이 어여쁜 열매로 목을 축이고 살어 일어섰다. 3 白樺(백화) 옆에서 白樺(백화)가 髑髏(촉루)가 되기까지 산다. 내가 죽어 白樺(백화)처럼 흴것이 숭없지 않다. 4 鬼神(귀신)도 쓸쓸하여 살지 않는 한모통이, 도체비꽃이 낮에.. 2021. 4.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