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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현대운문

사향 - 김상옥

by 열공햐 2021.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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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향

 

김상옥

 

 

눈을 가만 감으면 굽이 잦은 풀밭 길이,

개울물 돌돌돌 길섶*으로 흘러가고,

백양* 술 사립을 가린 초집들도 보이구요.

 

송아지 몰고 오며 바라보던 진달래도

저녁 노을처럼 산을 둘러 퍼질 것을.

어마씨 그리운 솜씨에 향그러운 꽃지짐.

 

어질고 고운 그들 멧남새*도 캐어 오리.

집집 끼니마다 봄을 씹고 사는 마을,

감았던 그 눈을 뜨면 마음 도로 애젓하오*.

 

 

길 섶 : 길 가
백양 : 실버들
멧남새 : 산나물
애젓하다 : 마음이 섭섭하고 애틋하다

 

   

시낭송 감상하기

 

 

핵심 정리

갈래 : 현대시조(장별 배행, 연시조), 정형시, 서정시

율격 : 외형률(3(4)4조의 4음보)

성격 : 향토적. 낭만적. 회상적. 감각적. 목가적. 향수적. 사실적. 관조적

심상 : 시각적. 청각적. 후각적. 미각적

표현 :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사실적으로 묘사. 사투리를 사용하여 토속적 정취를 형상화함. 추억의 세계 감각적 제시

구성 : 현실 회상 현실. 선경후정(先景後情). 원경(遠景) 근경(近景)

  1연 고향의 추억

  2연 어머니의 추억

  3연 고향에의 그리움

제재 : 고향

주제 : 고향에 대한 그리움. 향수(鄕愁)

출전 : <초적(草笛)>(1947)

 

 

 

이해와 감상

  우리들의 보편적인 정서 가운데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삭막한 도시 문명 속에서 현대인이 상실해 가고 있는 소중한 것들에 대한 그리움. 그 중에 포근하고 아련히 떠오르는 고향의 정취를 우리 정서에 어울리는 시조 장르를 빌어 담아낸 작품이다.

 

  이 시조는 간결하고 사실적인 묘사에 의해 선명한 시각적 이미지로 고향을 그리고 있다. 눈을 감는데서 시작하여 눈을 뜨는 것으로 끝맺음을 한 이 시조는 서정적 자아가 고요히 회상에 잠겨 어린 시절 고향을 그리워하고 있다.

 

눈을 가만 감으면 굽이 잦은 풀밭 길이,

개울물 돌돌돌 길섶으로 흘러가고,

백양 술 사립을 가린 초집들도 보이구요.

 

1에서는 고향에 대한 회상으로 작자가 살던 고향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을 연상하게 한다.

 

송아지 몰고 오며 바라보던 진달래도

저녁 노을처럼 산을 둘러 퍼질 것을.

어마씨 그리운 솜씨에 향그러운 꽃지짐.

 

2에서는 노을 진 마을길에서 바라보던 진달래 산천으로 배경을 장식하고, 어머니의 꽃지짐 솜씨가 그리워진다. 진달래의 아름다움과 꽃지짐의 향그러운 입맛이 어머니의 따뜻한 정과 조화를 이루었다.

 

어질고 고운 그들 멧남새도 캐어 오리.

집집 끼니마다 봄을 씹고 사는 마을,

감았던 그 눈을 뜨면 마음 도로 애젓하오.

 

3에서는 가난하지만 어질고 착한 고향 사람들을 회상하고, 현실로 돌아오면서 향수에 잠기는 과정을 압축적으로 잘 표현하였다. 시각과 후각을 자극하는 심상, 진달래와 저녁 노을의 색채 이미지는 아름다운 고향의 정경을 더욱 실감나게 한다.

 

  평화스런 한 폭의 풍경화처럼 펼쳐진 마을의 경치 속에서 진달래의 아름다움과 꽃지짐의 향그러움이 어머니의 따뜻한 정과 한데 어울려 있으며, 가난 속에서도 함께 어울려 사는 정과 고운 마음을 간직했던 사람들의 모습이 함께 떠오르고 있다.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하여 시골(고향)은 더욱 황폐화되고 도시 문명은 더욱 거대화되어 가고 있다. 생활의 편리는 주어졌으나 항상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하고 텅 비어 있는 것 같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무래도 우리가 고향을 상실해 가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러나 고향을 생각한다는 것은 얼마나 즐겁고 흐뭇한 일인가. 비록 이 시조가 제시한 고향이 이상화, 낭만화된 고향이라 할지라도 우리는 아련히 떠오르는 고향의 인정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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