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현대운문

여우난곬족 - 백석

열공햐 2021. 3. 2. 17:00
반응형

 

여우난곬족

 

백석 

 

명절날 나는 엄매아배 따라 우리집 개는 나를 따라 진할머니* 진할아버지가 있는 큰집으로 가면

 

얼굴에 별자국이 솜솜* 난 말수와 같이 눈도 껌벅거리는 하루에 베 한 필을 짰다는 벌 하나 건너 집엔 복숭아나무가 많은 신리(新里) 고무*. 고무의 딸 이녀*(李女) 작은 이녀(李女

열여섯에 사십이 넘은 홀아비의 후처가 된 포족족하니* 성이 잘 나는 살빛이 매감탕* 같은 입술과 젖꼭지는 더 까만, 예수쟁이 마을 가까이 사는 토산(土山) 고무, 고무의 딸 승녀(承女), 아들 승()동이 

육십리라고 해서 파랗게 뵈이는 산을 넘어 있다는 해변에서 과부가 된 코끝이 빨간* 언제나 흰옷이 정하든*, 말끝에 섧게 눈물을 짤 때가 많은 큰골 고무, 고무의 딸 홍녀(洪女), 아들 홍()동이, 작은 홍()동이 

배나무접*을 잘하는 주정을 하면 토방돌*을 뽑는 오리치*를 잘 놓는, 먼 섬에 반디젓* 담그러 가기를 좋아하는 삼춘 삼춘 엄매* 사춘누이 사춘동생들

 

이 그득히들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는 안간*에들 모여서 방안에서는 새옷의 내음새가 나고 

또 인절미 송구떡* 콩가루차떡의 내음새도 나고 끼 때*의 두부와 콩나물과 볶은 잔디와 고사리와 도야지비계는 모두 선득선득하니 찬 것들이다

 

저녁술을 놓은 아이들은 오양간섶 밭마당에 달린 배나무 동산에서 쥐잡이를 하고 숨굴막질*을 하고 꼬리잡이를 하고 가마 타고 시집가는 놀음 말 타고 장가가는 놀음을 하고 이렇게 밤이 어둡도록 북적하니 논다 

밤이 깊어가는 집안엔 엄매는 엄매들끼리 아르간에서들 웃고 이야기하고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웃간 한 방을 잡고 조아질*하고 쌈방이* 굴리고 바리깨돌림*하고 호박떼기*하고 제비손이구손이*하고 이렇게 화디*의 사기방등*에 심지를 몇번이나 돋우고 홍게닭*이 몇 번이나 울어서 졸음이 오면 아릇목싸움 자리싸움을 하며 히드득거리다 잠이 든다 그래서는 문창에 텅납새*의 그림자가 치는 아침 시누이 동세들이 욱적하니* 흥성거리는 부엌으론 샛문틈으로 장지문틈으로 무이징게국*을 끓이는 맛있는 내음새가 올라오도록 잔다.

 

 

*친할머니 : 친할머니 / *솜솜 : 얼굴에 잘고 얕게 얽은 자국이 듬성듬성 있는 모양. / *고무 : ‘고모(姑母)’의 방언(경상, 전라, 평안). / *이녀(李女) : 이씨 여자 / *포족족하니 : ‘뾰로통하니’와 유사한 말로, 노여워하는 빛이 얼굴에 나타나는 모양 / *매감탕 : 엿을 고아 내거나 메주를 쑤어 낸 솥에 남은 진한 갈색의 물 / *코끝이 빨간 : 남몰래 많이 울어서 / *언제나 흰옷이 정하던 : 과부이기 때문에 몸 간수를 잘하는 / *접 : 나무의 품종 개량 또는 번식을 위하여 한 나무에 다른 나무의 가지나 눈을 따다 붙이는 일. / *토방돌 : 처마 밑 안쪽으로 돌려가며 놓은 돌. 섬돌 / *오리치 : 오리는 잡는 데 쓰는 평안북도 지역의 올가미 / *반디젓 : 밴댕이젓 / *삼촌엄매 : 숙모 / *안간 : 안채 / *송구떡 : ‘송기떡’의 방언 (강원), 송기를 멥쌀가루에 섞어 반죽하여 만든 떡. '송기'는 소나무의 속껍질로 쌀가루와 함께 섞어서 떡이나 죽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 *끼때 : 식사 때 / *숨굴막질 : 숨바꼭질 / *조아질 : 공기놀이 / *쌈방이 : 주사위 같은 평안북도 지역의 놀이 기구 / *바리깨 : 주발(놋쇠로 만든 밥그릇) 뚜껑 / *호박떼기 : 앞 사람의 허리를 잡거나 서로 팔짱을 끼고 있으면 술래가 한 사람씩 떼어놓는 놀이 / *제비손이구손이 : 서로 마주 앉아 다리를 엇갈리게 끼우고 박자에 맞춰 다리를 세며 노는 놀이 / *화디 : ‘등잔걸이(燈盞--)’의 방언(평북). / *사기방등 : ‘사기방등’은 ‘사기로 만든 등’ / *홍게닭 : ‘새벽닭’의 평안도 사투리 / *텅납새 : 추녀(네모지고 끝이 번쩍 들린, 처마의 네 귀에 있는 큰 서까래. 또는 그 부분의 처마.) / *욱적하니 : 한곳에 모여 조금 수선스럽게 들끓는 모양. / *무이징게국 : 삶은 무를 꼭 짜 두었다가 잔치 때 다시 끓이는 국

 

같이 보기

명절날 나는 엄매아배 따라 우리집 개는 나를 따라 진할머니* 진할아버지가 있는 큰집으로 가면

*친할머니 : 친할머니

 

얼굴에 별자국이 솜솜* 난 말수와 같이 눈도 껌벅거리는 하루에 베 한 필을 짰다는 벌 하나 건너 집엔 복숭아나무가 많은 신리(新里) 고무*. 고무의 딸 이녀*(李女) 작은 이녀(李女

열여섯에 사십이 넘은 홀아비의 후처가 된 포족족하니* 성이 잘 나는 살빛이 매감탕* 같은 입술과 젖꼭지는 더 까만, 예수쟁이 마을 가까이 사는 토산(土山) 고무, 고무의 딸 승녀(承女), 아들 승()동이 

육십리라고 해서 파랗게 뵈이는 산을 넘어 있다는 해변에서 과부가 된 코끝이 빨간* 언제나 흰옷이 정하든*, 말끝에 섧게 눈물을 짤 때가 많은 큰골 고무, 고무의 딸 홍녀(洪女), 아들 홍()동이, 작은 홍()동이 

배나무접*을 잘하는 주정을 하면 토방돌*을 뽑는 오리치*를 잘 놓는, 먼 섬에 반디젓* 담그러 가기를 좋아하는 삼춘 삼춘 엄매* 사춘누이 사춘동생들

*솜솜 : 얼굴에 잘고 얕게 얽은 자국이 듬성듬성 있는 모양. / *고무 : ‘고모(姑母)’의 방언(경상, 전라, 평안). / *이녀(李女) : 이씨 여자 / *포족족하니 : ‘뾰로통하니’와 유사한 말로, 노여워하는 빛이 얼굴에 나타나는 모양 / *매감탕 : 엿을 고아 내거나 메주를 쑤어 낸 솥에 남은 진한 갈색의 물 / *코끝이 빨간 : 남몰래 많이 울어서 / *언제나 흰옷이 정하던 : 과부이기 때문에 몸 간수를 잘하는 / *접 : 나무의 품종 개량 또는 번식을 위하여 한 나무에 다른 나무의 가지나 눈을 따다 붙이는 일. / *토방돌 : 처마 밑 안쪽으로 돌려가며 놓은 돌. 섬돌 / *오리치 : 오리는 잡는 데 쓰는 평안북도 지역의 올가미 / *반디젓 : 밴댕이젓 / *삼촌엄매 : 숙모

 

이 그득히들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는 안간*에들 모여서 방안에서는 새옷의 내음새가 나고 

또 인절미 송구떡* 콩가루차떡의 내음새도 나고 끼 때*의 두부와 콩나물과 볶은 잔디와 고사리와 도야지비계는 모두 선득선득하니 찬 것들이다

 *안간 : 안채 / *송구떡 : ‘송기떡’의 방언 (강원), 송기를 멥쌀가루에 섞어 반죽하여 만든 떡. '송기'는 소나무의 속껍질로 쌀가루와 함께 섞어서 떡이나 죽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 *끼때 : 식사 때

 

저녁술을 놓은 아이들은 오양간섶 밭마당에 달린 배나무 동산에서 쥐잡이를 하고 숨굴막질*을 하고 꼬리잡이를 하고 가마 타고 시집가는 놀음 말 타고 장가가는 놀음을 하고 이렇게 밤이 어둡도록 북적하니 논다 

밤이 깊어가는 집안엔 엄매는 엄매들끼리 아르간에서들 웃고 이야기하고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웃간 한 방을 잡고 조아질*하고 쌈방이* 굴리고 바리깨돌림*하고 호박떼기*하고 제비손이구손이*하고 이렇게 화디*의 사기방등*에 심지를 몇번이나 돋우고 홍게닭*이 몇 번이나 울어서 졸음이 오면 아릇목싸움 자리싸움을 하며 히드득거리다 잠이 든다 그래서는 문창에 텅납새*의 그림자가 치는 아침 시누이 동세들이 욱적하니* 흥성거리는 부엌으론 샛문틈으로 장지문틈으로 무이징게국*을 끓이는 맛있는 내음새가 올라오도록 잔다.

*숨굴막질 : 숨바꼭질 / *조아질 : 공기놀이 / *쌈방이 : 주사위 같은 평안북도 지역의 놀이 기구 / *바리깨 : 주발(놋쇠로 만든 밥그릇) 뚜껑 / *호박떼기 : 앞 사람의 허리를 잡거나 서로 팔짱을 끼고 있으면 술래가 한 사람씩 떼어놓는 놀이 / *제비손이구손이 : 서로 마주 앉아 다리를 엇갈리게 끼우고 박자에 맞춰 다리를 세며 노는 놀이 / *화디 : ‘등잔걸이(燈盞--)’의 방언(평북). / *사기방등 : ‘사기방등’은 ‘사기로 만든 등’ / *홍게닭 : ‘새벽닭’의 평안도 사투리 / *텅납새 : 추녀(네모지고 끝이 번쩍 들린, 처마의 네 귀에 있는 큰 서까래. 또는 그 부분의 처마.) / *욱적하니 : 한곳에 모여 조금 수선스럽게 들끓는 모양. / *무이징게국 : 삶은 무를 꼭 짜 두었다가 잔치 때 다시 끓이는 국

 

시낭송 감상하기

 

 

핵심 정리

갈래 : 산문시

시상 : 비슷한 어휘의 반복을 통한 경쾌한 시상

성격 : 서사적, 감각적, 향토적

어조 : 토속적이고 동심어린 어조

심상 : 후각, 촉각, 시각적 심상

구성

  - 1: 명절날 진외가에 감

  - 2: 일가 친척들의 모임

  - 3: 새 옷을 입고 갖가지 음식을 차림

  - 4: 아이들은 여러가지 놀이로 밤 늦게 자고 아침 음식이 되어야 일어남

표현

  ① 사투리의 사용과 토속적 소재 나열

  ② 반복, 나열, 언어 유희적 성격으로 사설시조나 민요의 기법이 나타남

  ③ 산문적 리듬

  ④ 명절의 분위기를 사실적으로 묘사

  ⑤ 인물과 사건이 결부된 서사적 진술

특징 : 사투리와 토속적인 소재와 아동들의 다양한 유희를 어린이의 시각에서 나열

제재 : 명절날 집안 풍경과 가족

주제 : 공동체적 삶에서 나타나는 풍요로움

출전 : <조광 (1935)>

 

 

 

이해와 감상

  백석 초기시의 대표작으로 평가되는 이 시는, 명절날의 풍경을 통하여 공동체적 삶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시적 화자가 직접 생활의 공간에 참여하여 그 공동체의 질서를 지켜가는 일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 시는 축제를 즐기는 공동체의 풍요로움을 다양한 시적 대상을 동원하여 표현하였다. 유년의 시각에서 본 동화적 민속적 세계의 형상화라고 할 수 있는 이런 형상은 다른 각도에서는 당대의 민중적 삶과는 유리된 것이라는 진단도 가능하리만큼 서정적이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를 형상화하기 위하여 후각적 이미지와 시각 등의 감각적 이미지를 적절히 구사하여 이들의 마음 속에 보존되고 있는 순수성과 고향의 정취를 찾아내고 있다. 어매, 아배를 따라 명절을 쇠러 진할머니 집에 놀러가는 시적 화자의 행복한 모습과 명절 전날의 흥청거리는 분위기와 먹을 것의 풍성함은 어린 유년의 시적 화자에게는 그 자체로서 이미 행복의 극치인 것이다.

 

  '여우난골'에 사는 한 가족의 구성은 몇 대로 이어진 대가족 제도를 이루고 있다. 순후한 인정으로 얽혀진 촌락의 소박한 풍경으로, 모두가 서툴고 투박한 것들일 뿐이다. 하루에 베 한 필을 짠다는 신리 고모라든지, 한방에 모여서 명절 준비를 위해 갖가지 음식을 장만하는 것이라든지, 부녀자와 남정네들이 따로 모여 놀이를 하면서 지내는 것 등은 현대와는 동떨어진 것이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이 '여우난골'의 한정된 공간 속에서 영위되는 삶을 회의하거나 절망하지 않는다. 그저 주어진 삶 속에 그들 나름대로의 보람을 찾고 있는 것이다.

 

  특히 다양한 유희와 음식을 등장시켜서 그득히들 모여서 살아가는 공동체의 신비한 삶을 드러내는 방식은, 고향을 상실한 시대에 백석의 시가 이룩한 가장 대표적 특성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명절날 나는 엄매아배 따라 우리집 개는 나를 따라 진할머니 진할아버지가 있는 큰집으로 가면

 

1: 명절날 나는 부모를 따라 진외가에 간다. 그러면 우리집 개는 나를 따라 간다.

 

얼굴에 별자국이 솜솜 난 말수와 같이 눈도 껌벅거리는 하루에 베 한 필을 짰다는 벌 하나 건너 집엔 복숭아나무가 많은 신리(新里) 고무. 고무의 딸 이녀(李女) 작은 이녀(李女) 

열여섯에 사십이 넘은 홀아비의 후처가 된 포족족하니 성이 잘 나는 살빛이 매감탕 같은 입술과 젖꼭지는 더 까만, 예수쟁이 마을 가까이 사는 토산(土山) 고무, 고무의 딸 승녀(承女), 아들 승(承)동이 

육십리라고 해서 파랗게 뵈이는 산을 넘어 있다는 해변에서 과부가 된 코끝이 빨간 언제나 흰옷이 정하든, 말끝에 섧게 눈물을 짤 때가 많은 큰골 고무, 고무의 딸 홍녀(洪女), 아들 홍(洪)동이, 작은 홍(洪)동이 

배나무접을 잘하는 주정을 하면 토방돌을 뽑는 오리치를 잘 놓는, 먼 섬에 반디젓 담그러 가기를 좋아하는 삼춘 삼춘 엄매 사춘누이 사춘동생들

 

2: 큰집에는 신리 고모와 그 가족, 토산 고모와 그 가족, 큰골 고모와 그 가족, 삼촌과 삼촌 가족들이 모두 모인다.

 

이 그득히들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는 안간에들 모여서 방안에서는 새옷의 내음새가 나고 

또 인절미 송구떡 콩가루차떡의 내음새도 나고 끼 때의 두부와 콩나물과 볶은 잔디와 고사리와 도야지비계는 모두 선득선득하니 찬 것들이다

 

3: 이렇게 모여서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새옷을 입고 인사를 하고, 음식을 나누어 먹는다.

 

저녁술을 놓은 아이들은 오양간섶 밭마당에 달린 배나무 동산에서 쥐잡이를 하고 숨굴막질을 하고 꼬리잡이를 하고 가마 타고 시집가는 놀음 말 타고 장가가는 놀음을 하고 이렇게 밤이 어둡도록 북적하니 논다 

밤이 깊어가는 집안엔 엄매는 엄매들끼리 아르간에서들 웃고 이야기하고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웃간 한 방을 잡고 조아질하고 쌈방이 굴리고 바리깨돌림하고 호박떼기하고 제비손이구손이하고 이렇게 화디의 사기방 등에 심지를 몇번이나 돋우고 홍게닭이 몇 번이나 울어서 졸음이 오면 아릇목싸움 자리싸움을 하며 히드득거리다 잠이 든다 그래서는 문창에 텅납새의 그림자가 치는 아침 시누이 동세들이 욱적하니 흥성거리는 부엌으론 샛문틈으로 장지문틈으로 무이징게국을 끓이는 맛있는 내음새가 올라오도록 잔다.

 

4: 아이들은 저녁 때에는 배나무 동산에서 어둡도록 놀다가, 밤이 깊으면 윗간의 방을 하나 잡아 밤 늦도록 놀다가 잠이 들었다가 아침에는 음식이 다 되어야 일어난다.

 

 

 

 

반응형

'문학 > 현대운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삭주 구성(朔州龜城) - 김소월  (0) 2021.03.04
신부 - 서정주  (0) 2021.03.03
사향 - 김상옥  (0) 2021.03.02
거산호 2 - 김관식  (0) 2021.02.27
밤바다에서 - 박재삼  (0) 2021.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