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현대운문

삭주 구성(朔州龜城) - 김소월

열공햐 2021. 3. 4.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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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로 사흘 배 사흘

먼 삼천 리

더더구나 걸어 넘는 먼 삼천 리

삭주 구성(朔州龜城)은 산()을 넘은 육천 리요

 

물 맞아 함빡이 젖은 제비도

가다가 비에 걸려 오노랍니다.

저녁에는 높은 산

밤에 높은 산

 

삭주 구성은 산 넘어

먼 육천 리

가끔가끔 꿈에는 사오천 리

가다오다 돌아오는 길이겠지요

 

서로 떠난 몸이길래 몸이 그리워

님을 둔 곳이길래 곳이 그리워

못 보았소 새들도 집이 그리워

남북으로 오며가며 아니합디까

 

들 끝에 날아가는 나는 구름은

반쯤은 어디 바로 가 있을텐고

삭주 구성*은 산 넘어

먼 육천 리

 

- 김소월, '삭주 구성'

 

 

* 삭주 구성 : 평안 북도에 있는 군청 소재지( 여기서는 돌아갈 수 없는 곳을 의미)

 

 

시낭송 감상하기

 

 

핵심 정리

갈래 : 자유시, 서정시, 민요시

성격 : 민요적, 향토적

제재 : 삭주 구성

주제 : 삭주 구성에 대한 그리움

특징 :

  1. 3음보 율격

  2. 동경소망, 미련의 태도

출전 : <개벽 40>, (1923.10)

 

 

 

이해와 감상

  이 시는 '삭주 구성'에 대한 그리움을 3음보 율격에 담아낸 작품으로 <>과 그 성격이 비슷하다. 그러나 이 시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삭주 구성'돌아갈 수 없는 곳이다. '삭주 구성''물 맞아 함빡이 젖은 제비도 / 가다가 비에 걸려 오'는 곳이요, '산 넘어 / 먼 육천 리'인 곳으로, 꿈속에서도 쉽게 갈 수 없는 '불귀지지(不歸之地)'의 장소이다. 그러므로 <>에 등장하는 '삼수갑산'과 더불어 유배지, 불귀지지, 또는 죽음의 이미지를 지닌 공간이다. 이렇게 화자에게 있어서 '삭주 구성'이라는 곳은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체념의 장소이다. 그러나 화자는 그 곳이 결코 돌아올 수 없는 곳임을 알면서도, 사랑하는 '님을 둔 곳이길래' 그 곳을 지향하는 것이다.

 

  비록 '산 넘어 / 먼 육천 리'인 곳이지만, '가끔가끔 꿈에는 사오천 리'일 정도로 그리워하는 곳일 뿐 아니라, '새들도 집이 그리워 / 남북으로 오며가며' 하는 것을 바라보며 화자는 귀향에 대한 소망의 의지를 불태운다. '들 끝에 날아가는 나는 구름은 / 반쯤은 어디 바로 가 있을텐고' 하는 데에서 화자는 그 구름을 타고 어느덧 '삭주 구성' 가까이 가 있는 듯한 꿈에 부풀기도 한다. 이처럼 화자가 갖는 체념과 미련의 양면성을 함께 표상하는 것이 바로 '산'이다. 산은 화자가 지향하는 '삭주 구성'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의 표상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것을 넘기만 하면 곧바로 '삭주 구성'에 도달할 수 있기에 극복의 대상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마음속으로나마 ''을 넘고 있는 것이다. 화자가 존재하는 이 곳은 고달픈 생활의 연속인 현실의 공간이요, 임이 없는 부재의 공간임에 비해, 화자가 그토록 가고 싶어하는 '삭주 구성'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임이 계신 곳이자 안식과 평화를 가져다 주는 동경(憧憬)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 시 자체에도 나타나듯이 삭주 구성돌아갈 수 없는 곳이다. '물 맞은 제비도 비에 걸려 돌아오는 산 너머 먼 육천 리'라는 서술 속에 이곳이 불귀지지(不歸之地)라는 사실은 쉽게 드러난다. 그래서 삼수갑산과 더불어 이 곳을 유배지, 불귀지지, 죽음의 이미지를 지닌 곳으로 규정하기도 한다. 삭주 구성은 분명 그에게는 체념의 장소이다. 하지만 이 시는 체념만으로 일관되어 있지는 않다. '가끔가끔 꿈에는 사오천 리', '새들도 집이 그리워 / 남북으로 오며가며 아니합니까', '들 끝에 날아가는 나는 구름은 / 반쯤은 어디 바로 가 있을텐고' 같은 시행에서 소월의 소원 성취의 미련을 보게 된다. 체념과 극복하려는 시도의 양면성을 암암리에 제시하는 것이 <산> 이다. 산은 우뚝 높이 솟아 체념적인 것이기도 하지만, 넘어서 저 편으로 갈 수도 있는 것이다. 저 편은 항시 그가 꿈에도 그리던 곳, 임이 계신 곳이다. '여기'고되고 실속 없고 바람직하지 못한 부재의 장소, 반면에 '저기'바람직하고 그리운 실재의 공간으로서 동경의 대상이다. 소월의 시 중에 '난다', '넘는다' 등의 어휘가 많이 사용되는 것은 여기서 연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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