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죽음 현진건 ‘조모주 병환 위독’ 3월 그믐날 나는 이런 전보를 받았다. 이는 xx에 있는 생가(生家)에서 놓은 것이니 물론 생가 할머니의 병환이 위독하단 말이다. 병환이 위독은 하다 해도 기실 모나게 무슨 병이 있는 게 아니다. 벌써 여든 둘이나 넘은 그 할머니는 작년 봄부터 시름시름 기운이 쇠진해서 가끔 가물가물하기 때문에 그 동안 자손들로 하여금 한두 번 아니게 바쁜 걸음을 치게 하였다. 그 할머니의 오 년 맏인 양조모(養祖母)는 갑자기 울기 시작하였다. “아이고--- 이승에서는 다시 못 보겠다. 동서라도 의로 말하면 친형제나 다름이 없었다--육십 년을 하루같이 어디 뜻 한 번 거실러 보았을까---.” 연해연방 이런 넋두리를 섞어 가며 양조모는 울었다. 운다 하여도 눈 가장자리가 붉어지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