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우에 살 자격이 있다는 뜻으로 ‘재곤(在坤)’*이라는 이름을 가진 앉은뱅이 사내가 있었습니다. 성한 두 손으로 멍석도 절고* 광주리도 절었지마는, 그것만으론 제 입 하나도 먹이지를 못해, 질마재* 마을 사람들은 할 수 없이 그에게 마을을 앉아 돌며 밥을 빌어먹고 살 권리 하나를 특별히 주었었습니다. ‘재곤이가 만일에 제 목숨대로 다 살지를 못하게 된다면 우리 마을 인정은 바닥난 것이니, 하늘의 벌을 면치 못할 것이다.’ 마을 사람들의 생각은 두루 이러하여서, 그의 세 끼니의 밥과 치위를 견딜 옷과 불을 늘 뒤대어* 돌보아 주어 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갑술년이라던가 을해년의 새 무궁화 피기 시작하는 어느 아침 끼니부터는 재곤이의 모양은 땅에서도 하늘에서도 일절 보이지 않게 되고, 한 마리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