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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현대운문

얼은 강을 건너며 - 정희성

by 열공햐 2021.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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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은 강을 건너며

 

정희성

 

얼음을 깬다.

강에는 얼은 물

깰수록 청청한

소리가 난다.

강이여 우리가 이룰 수 없어

물은 남몰래 소리를 이루었나.

이 강을 이루는 물소리가

겨울에는 죽은 땅의 목청을 트고

이 나라의 어린 아희들아

물은 또한 이 땅의 풀잎에도 운다.

얼음을 깬다.

얼음을 깨서 물을 마신다.

우리가 스스로 흐르는 강을 이루고

물이 제 소리를 이룰 때까지

아희들아.

 

 

핵심 정리

성격 : 저항적, 현실비판적

제재 :

주제 : 암울한 시대 현실의 극복과 바른 역사의 형성 의지

 

얼음을 깬다

깨진 얼음 속에서 물소리가 난다

물소리는 죽은 땅의 목청을 트고, 풀잎에도 운다

 

 

자유가 억압된 1960년대의 현실에 대응하여 바른 세상을 만들어 가려는 노력을 함

 

바른 세상을 만들어 가는 노력과 실천 속에서 바른 역사가 형성되어 감

 

이러한 물소리는 풀잎(민중)들에게까지 미치게 됨

함축적 의미

  - 겨울, 얼음(얼은 강) : 차갑고 암울한 시대 현실

  - 깰수록 청청한 소리가 난다 : 세상의 불의를 바로 잡아가고자 하는 의지적 노력 행위

  ※ 시대 현실이 어렵고 불의에 가득차 있을 때 이의 극복을 위한 노력과 의지는 더욱 빛이 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참고 김수영 시 <폭포>
금잔화(金盞花)도 인가(人家)도 보이지 않는 밤이 되면
폭포(瀑布)는 곧은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
곧은 소리는 소리이다.
곧은 소리는 곧은
소리를 부른다. //
* 폭포는 ''에 더욱 더 곧고 큰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정희승(鄭喜成, 1945.2.21)

  1945년 경남 창원 출생. 대전·이리·여수 등지에서 성장했다. 서울대학교 문리대학 국어국문학과 졸업. 19701동아일보신춘문예에 시 변신이 당선되어 등단. 1960년대에 참여시를 개척한 김수영(金洙暎신동엽(申東曄)의 뒤를 이어 민중의 일상적 삶에 내재된 건강성과 생명력을 구체적으로 그려냄으로써, 견고한 사실주의의 시적 성취를 이룩한 1970년대의 대표적인 참여시인이다. 1981년 제1회 김수영문학상과 1997년 시와 시학사상을 수상했다. 저서에 시집 답청, 저문 강에 삽을 씻고,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시를 찾아서등이 있으며, 번역서 몽유왕국을 위한 음악과 김태형과 공저인 이론서 한국시의 이해와 감상등이 있다. 숭문고등학교 국어교사로 재직, 민족문학작가회의 부이사장 및 대기고등학교 이사 역임.

 

 

이해와 감상

  이 시의 화자는 겨울에 청청한 소리를 내며 얼은 강을 깨고 있다. 얼은 강을 깨서 강물이 흐르는 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그 강물의 물소리는 죽은 땅의 목청을 트고 풀잎에게까지 영향을 끼친다. 여기서 얼은 강1960년대의 현실을 상징하고, 얼음을 깨는 행위는 그러한 현실에 대응하여 바른 세상을 만들어 가는 노력을 뜻한다.

 

  이 시의 전반부에서는 차가운 현실을 이겨 내기 위한 노력이 드러나 있고, 후반부에서는 현실 극복의 의지가 잘 드러나 있다.

 

  화자는 현재의 현실을 얼음이 언 강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 속에서 우리가 해야 할 과제는 얼음을 깨는 행위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화자가 지향하는 미래의 모습은 무엇일까? 바로 물이 바른 소리를 내며 흘러가는 것이다. 그렇게 물이 흘렀을 때, 죽은 땅에 목청을 트게 하고 이 땅의 풀잎에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다. 물이 제 소리를 내며 거침없이 흐르는 세상이아먈로 화자가 바라는 봄의 세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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