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소설전문

'까치전' 전문

열공햐 2021. 1. 30. 19:10
반응형

 

까치전

 

우족 3천 중에서 집이 이 같이 사치하기는 고금에 처음이라, 이러하므로 낙성연을 배설하고 고구친척(故舊親戚)을 다 청하여 즐길새 배반(盃盤)이 낭자(狼藉)하여 낙성주(落成酒) 취하게 먹고 온갖 비금(飛禽)들이 교음(嬌音)을 자아내니 오음육율(五音六律)에 관현곡(管絃曲)을 드리는 듯하니 만좌제객이 취흥이 몽롱하여 즐길새 춤 잘 추는 학두루미 백설 같은 옷을 입고 짧은 목을 길게 빼어 고개를 기울기울, 까마귀를 볼작시면 아청(鴉靑)같은 옷을 입고 두 날개를 너펄너펄, 유막의 꾀꼬리는 황금 갑옷 떨쳐입고 노래를 화창하며, 강남서 나온 제비는 <논어(論語)> 글을 읊으되, 지지위지(支持謂知,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부지위부지(不知謂不知,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가 시위지야(是謂知也, 이것이 아는 것이다)이라 하고, 참새는 오오작작 소리 하고, 호반새 거동 보소, 홍천 팔지 치고 주루룩 날아들어 춤을 추고 동네 첨지 두꺼비는 넙죽넙죽 즐기더라.

 

이때에 까치 온갖 비금(飛禽)을 다 청하였으되 총망중에 분주하여 남산골 중에 사는 비둘기를 미처 청치 못하였더니 [비둘기 본심이 불측(不測)하여 지족이거간(知足而居奸)이요, 언족이식비(言足而飾非)해 혼인 중에 패풍치기와 시장 중에 억매하기와, 불붙이는 데 키질하며 우는 아이 강정 주고 유부녀 초인하기6)남에게 시악위주(恃惡爲主)하기를 일삼으니 이러므로 도처에 행악(行惡)8)하매 비금 중에 그놈한테 아니 맞은 이 없더라. 이날 까치 낙성연을 하되 청치 아니함을 분노하여 생각하되,

 

'어찌하면 이놈의 집을 앗아 가질까?'

 

하더니, 한 흉계를 내어 낙성연 가서 까치를 꾸짖되,

 

"네가 이렇듯 잔치를 배설하고 제제히 청하였으되 유독 나를 청치 아니하였으니 네가 나를 더불어 무슨 혐의가 있는고?"

 

하거늘, 까치는 이미 비둘기의 본심이 포악무도함을 아는지라, 까치 거짓 반기며 성좌에 앉히고 주육(酒肉)을 강권하니 술이 얼근하매 좌중에 훼욕(毁辱)하다가 까치더러 꾸짖어 이르되,

 

"이 무지한 까치놈아, 오늘이 우리 봉황대군(鳳凰大君)의 국기일(國忌日)인데 오음육률을 갖추고 낙성연이라 청하고 가무를 난만히 하니 그런 도리가 어디 있느냐."

 

또 꾀꼬리를 책하여 이르되,

 

"좋은 노래도 일생 들으면 듣기 싫다 하거늘 하물며 네 소리는 전전(轉轉) 면면(綿綿) 개개(箇箇)하여 세류동풍(細柳東風)14)에 임 생각하는 계집의 꿈이나 깨울 따름이어늘 제객을 희롱하니 가히 우습도다."

 

꾀꼬리 청파(聽罷)15)에 무료히 물러가니라. 또 두견을 책하여 이르되,

 

"너는 월야삼경(月夜三更)에 슬피 울어 천리 원객의 비회(悲懷)나 돋우는 일이 옳거늘 장쾌히 이 연에 참예하였는가."

 

두견새 청파에 무료히 물러가니라. 또 두루미를 꾸짖으되,

 

"너는 몸이 장대하고 젊지 아니한 것이 이 연에 와서 저 유에게 참예하여 요두전목(搖頭顚目)하며 춤추어 너풋대니 체통이 아깝도다."

 

하되, 두루미 가장 옳이 여겨 물러가니라. 또 박새를 책하여 가로되,

 

"너는 모양도 변변치 못하고 또한 소리를 쫄쫄대며 무엇을 얻어먹을려고 이 연에 와서 달랑대는고."

 

하되, 박새 수치하여 날아가니라. 또 할미새를 꾸짖어 이르되,

 

"너는 들어라. 나이 70이 넘은 것이 소년들로 함께 참예하여 무엇을 구경하며, 무엇을 먹자 하고 와서 깔깔대며 끼여치는고. 아무리 방정맞고 새 없는 것인들 그런 행실이 어이 있을꼬."

 

하되, 할미새 무료히 물러가니라. 또 동네 첨지 섬동지를 꾸짖어 가로되,

 

"네 모양을 보니 키는 세 치가 못 되고 능히 일보를 뛰지 못하고 한갓 눈만 꺼벅거리며, 파리나 잡아먹을 것이어늘 이 연석에 와서 무슨 면목으로 참예하는고."]16)

 

하며, 인하여 좌중을 무수히 훼욕하니 까치 분노를 이기지 못하여 비둘기를 후려치며 꾸짖어 가로되,

 

"불청객이 자리하여 남의 잔치에 감 놓아라 배 놓아라 분별이 무슨 일인고. 내 음식에 내 술 먹고 이렇듯 훼욕하니, 너 같은 심술이 어디 있으며 염치가 바이 없다. 나는 고사하고 동네 늙은이와 남의 늙은 내상네들 모르고 훼욕이 막심하니,17) 너 같은 무도한 놈이 어디 있으랴. 고서(古書)를 듣지 못하였느냐. '노오로(老吾老)하여 이급인지로(爾及人之老)18)'라 하신 말이 성경재재(聖經載在)하거늘, 전혀 사리를 알지 못하니 너 같은 놈이 어디 있을꼬."

 

하니 비둘기 청파에 대로하여 달려들며, 두 발길로 까치를 냅다 차니, 만장고목(萬丈古木)19) 높은 가지에 떨어져 즉사하는지라. 이때에 암까치 망극하여 대성통곡하며 달려들어 비둘기를 쥐어뜯으니, 여러 비금들이 달려들어 비둘기를 결박하고 인하여 고변(告變)20)하니라.

 

아무리 마음씨가 고약한 놈이라지만 이런 자를 그냥 둘 수는 없는 일이다.”

 

새들은 술에 취해 건들거리는 비둘기를 잡아 꽁꽁 묶어 관가로 끌고 갔다.

 

안악 군수인 보라매 사또는 사연을 듣고 즉시 증인들을 관아로 불러 들였다.

 

"먼저 꾀꼬리에게 묻겠다. 너는 그 잔치에 참석하였으니 어떻게 된 일인지 사실을 알 것이다. 당시에 일어났던 일들을 숨김없이 바른 대로 아뢰어라."

 

꾀꼬리가 아뢰었다.

 

"소생은 한가한 때를 틈타서 간간이 슬피 울어 서로 애타게 사랑하는 사람들의 외로운 꿈이나 깨우는 새일 뿐이온데 어느 날 까치의 집들이에 초대를 받아서 잔치에 참석했는데 손님들이 저에게 노래를 한 곡조 부르라 권하기에 한 곡조 빼어 부른 후 떠났기 때문에 제가 떠나간 이후 그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는 전혀 알 길이 없사옵니다."

 

군수는 다시 두견새를 비롯하여 까마귀, 할미새를 불러들여 자초지종을 물었으나 뒷날 비둘기의 보복이 두려워 모두 발뺌을 했다.

 

이렇게 여러 증인들을 모두 불러 문초하였으나 사실을 제대로 알 수가 없어 고민했다. 마침내 형리로 있는 따오기의 말을 듣고 풍헌으로 있는 솔개미를 불러 물어보았다.

 

"그대는 까치의 죽음에 대하여 아는 바가 있는가?"

 

솔개미가 머리를 조아리며 아뢰었다.

 

"소생은 풍헌의 직책을 맡은 지 불과 몇 개월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매일 나라에 바칠 세금을 거두어 들이기에 밤낮으로 분주하였사옵니다. 이 마을 저 마을을 돌아다니며 혹 병아리 마리나 얻으면 소생이 먹지도 않고 관청에 바쳤사옵니다. 그리하여 삼사월 긴긴 봄날에 굶고 지내는 날도 종종 있나이다. 그러므로 까치의 잔치에는 가 보지도 못했사오나 소생이 짐작하기로는 두꺼비를 문초하시오면 진상을 알 수 있을지 모르겠사옵니다."

 

군수는 솔개미 풍헌의 말을 그럴 듯이 여겨 즉시 두꺼비를 잡아들이라 하였다.

 

그런데 마침 비둘기의 아내가 자기 친동생을 한밤중에 두꺼비에게 보냈다. 그리고 금과 비단을 뇌물로 주면서 남편 비둘기가 벌을 받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을 일러 달라고 했다. 두꺼비가 뇌물을 받고서는 기뻐서 눈을 껌벅이며 말했다.

 

"돈만 있으면 귀신도 부린다 했으니 염려 말라. 내 들으니 관가에서 사무를 맡아 보는 책방 구진과 수청 기생 앵무새가 군수 영감의 총애를 독차지하고 있다 들었네. 그러하니 그들에게 금은보화를 듬뿍 주어 벌을 받지 않도록 일을 잘 수습하도록 하게. 그리고 각 청의 두목과 고을의 여러 관리에게도 뇌물을 주게. 그 후에 이리저리하면 암까치 한 마리가 아무리 죽은 남편 까치의 원수를 갚겠다고 이리 날고 저리 뛰어도 어찔할 수 없을 터이니 그렇게 하게."

 

비둘기 아내의 친동생은 두꺼비의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면서 돌아가 그 말같이 하니라. 그 후에 두꺼비가 관가에 붙들려 오니 나이가 팔십이라. 두꺼비는 숨이 차서 배를 불룩불룩하면서 눈을 껌벅거리며 입을 넓적이며 여쭈오되,

 

"명정지하(明政之下)21) 조금이라도 속이리이까. 본대로 아뢰리이다."

 

하되, 군수가 크게 기뻐하여 가까이 앉히고 묻기를

 

"너를 보니 나이도 많고 점잖은 백성이라, 조금도 감추거나 숨기지 말고 이실직고(以實直告)하라."

 

두꺼비 일어나 절하고 다시 여쭈오되

 

"이 늙은 것이 감히 남의 원한이 있는 일에 어찌 조금이나 거짓을 아뢸 수 있겠사옵니까? 신은 근본이 주수(走獸)22)이오나 나이 많은 연고로 두림(頭林)이리니, 까치의 낙성연에 참석하여 본 즉, 모든 새들을 다 초대하였으나 오직 비둘기만 초대하지 아니하여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었사옵니다. 아무래도 전부터 까치와 비둘기는 서로 원한을 가지고 있었던가 보옵니다. 그런데 마침 비둘기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까마귀가 청하여 잔치의 제일 끝자리에 앉혔습니다.

 

<중략>

 

까치와 비둘기 사이에 다툼이 벌어졌습니다. 그때 한참 말다툼을 벌이다가 까치가 달려들어 비둘기를 걷어찰 적에 높은 가지에서 발을 잘못 디뎌 제 스스로 떨어져 죽었사옵니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비둘기가 발로 차서 떨어져 죽었다고 죄를 뒤집어씌우고 있사옵니다."

 

하되 군수 그 말을 듣고 마을의 우두머리23)를 돌려 보낸 후,

 

"이 일을 어찌할고?"

 

하니, 책방 구진이 뇌물을 받았기 때문에 이때에 아뢰되,

 

"저도 몰래 살피고 조사해 보니 비둘기가 애매한 것이 분명합니다. 성미가 고약한 까치가 성급히 제 스스로 기가 막혀 죽고 못 깬 것을 애매한 비둘기에게 뒤집어씌웠으니 어찌 누명을 써서 억울하지 아니리오?"

 

이때 옆에 있던 앵무새가 여쭈었다.

 

"비둘기의 처가 소녀의 사촌이오니, 사또님은 처지를 널리 살펴주옵소서."

 

하고 간청했다. 이에 군수는 즉시 비둘기를 잡아들여 다시 문초했다.

 

"증인으로 나온 새들이 모두 너의 무죄를 주장하니 과연 사실인가?"

 

그러자 비둘기가 억울하다는 듯이 울면서 아뢰었다.

 

"소생은 근본 충효를 본받고자 하여 사서삼경과 외가서를 많이 보았더니, 족히 육십사괘를 짐작하오며 충효를 볻받더니, 올해 정월분에 종급새 딸밤각시로 더불어 그 해의 운수를 보았사옵니다. 그런데 그 점괘에 이르기를 운수가 불길하여 관재 구설수에 오를 것이므로 잔치를 절이는 곳에는 가지 말라 하는 것을 소생은 이를 정녕 믿지 않고서 우연히 지나다가 까치의 잔치에 참석하여 이 지경을 당하였사옵니다. 오는 화는 피하기 어렵다는 말이 옳사오며, 며칠 전에 어려운 줄을 알지 못한다는 말이 옳습니다. 저 암까치가 사리판단을 못하고 소생을 모함하였으니 소신의 죽고 삶은 명철하신 사또 나으리의 처분에 있사오니 아뢰올 말씀이 없나이다."

 

군수는 비둘기의 말을 다 듣고

 

"감영24) 보고한 문서에 대한 회답을 기다려 결정하고 처벌하리라."

 

하고 달아나지 못하게 가두었더니, 하루는 회답 문서가 도착하였거늘 형벌을 드디어 집행하되 증인들은 특별히 석방하고 정범은 곤장 세 대를 치고 풀어주거늘 비둘기는 기뻐하여 춤추며 하는 말이

 

"큰 죄를 면하기 어렵다는 말은 거짓말이요, 돈만 있으면 귀신도 하인처럼 부릴 수 있다는 말이 옳구나!"

 

하며 의기양양하여 돌아가는지라.

 

하루는 하늘이 도왔는지25) 과거에 장원으로 급제한 난춘26)이란 양반이 암행어사로 민정을 살피려고 안악 고을에 내려왔다.

 

어느 날 할미새가 어사를 만났다. 할미새는 어사를 보자 묻지도 않은 말을 했다.

 

손님은 이 고을 분이 아닌 것 같은데 이 할미의 말씀을 들어보십시오. 세상에 이처럼 원통하고 억울한 일27)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무슨 일이 있었는데 그러시오?”

 

[“삼 년 전에 까치 부부가 새로 집을 짓고서 집들이 잔치를 벌였습니다. 그런데 비둘기가 나타나 자기를 초대하지 않았다고 하여 까치를 발길로 차서 수십 길 낭떠러지에 떨어져 죽게 했습니다.28) 그러나 여러 증인들이 비둘기로부터 돈을 받고서는29) 거짓말을 하였기 때문에 벌을 주지 못하였던 일이 있었습니다.”]30)

 

아니, 그게 사실입니까?”

 

어느 분 앞이라고 이 노파가 거짓을 말씀드리겠습니까?”31)

 

그렇다면 관아에서 다시 조사를 해 봐야겠군요.”

 

어사는 혼자서 곰곰이 생각하다가32) 다음날 아침이 되자 고을의 관아로 갔다. 어사는 임금의 명을 받고 왔기 때문에 고을 사또인 보라매 군수는 즉시 자리를 내 주었다. 어사는 암까치를 비롯하여 두꺼비 등을 잡아들여 다시 문초를 시작했다.

 

어사가 먼저 암까치를 보고 물었다.

 

네 남편이 남의 손에 맞아죽은 것이 분명하다 하는데 어찌하여 살인한 자를 벌주지 못하였는가?”

 

암까치가 통곡하면서 어사에게 아뢰었다.

 

사실은 비둘기33)가 연회에 참석하여 술에 많이 취한 후 여차여차하여 소녀의 서방을 죽였사옴은 사실이옵니다. 그러하였으나 관아의 관리들이 모두 뇌물을 받고 거짓을 아뢰어34) 살인한 비둘기를 벌주지 않고 있나이다.”

 

암까치는 이렇게 말하면서 다시 서럽게 울었다. 그리고 두꺼비가 비둘기한테 뇌물을 많이 받고 본관 사또께 무고하여 아뢴 말이며, 책방과 수청 기생 앵무새 또한 뇌물을 받아먹고 본관 사또께 애걸한 일들을 낱낱이 아뢰니 어사가 크게 노하여 비둘기를 결박하여 대령시키고 호령했다.

 

이놈아 듣거라! 너는 두꺼비에게 뇌물을 주어 간악한 흉계를 내어 국법을 어겼으니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또한 두꺼비에게도 엄하게 말했다.

 

네놈은 네 개인의 욕심을 채우고자 금과 비단을 뇌물로 받고 거짓을 고하도록 하였으니 너를 죽여 후세에 다시는 이와 같은 짓을 하지 않도록 본보기를 삼으리라!”

 

두꺼비가 머리를 들지 못하고 황급히 여쭈었다.

 

밝은 대낮에 어찌 추호도 거짓을 아뢰오리까? 소생은 집안이 워낙 가난하여 소소한 돈푼이나 받아먹고35) 국법을 어겼사오니 죽어 마땅하니 처분만 바랄 뿐이옵니다.”36)

 

하니 어사는 두꺼비는 일단 감옥에 가두고 비둘기를 다시 문초했다.

 

너는 들어라. 법전에 일렀으되, 살인한 자를 사형에 처하라 했다. 그런데 너는 한갓 재물이 많은 것만 믿고 하늘의 뜻을 어기고 하늘이 명하는 대로 살기를 바랐으니 얼마나 가소로운 일이냐. 세상에 너 같은 자들만 있다면 법관이라는 자들이 어찌 법을 집행할 수 있겠느냐. 네 죄로 인하여 죽게 된 것을 원망하지 말라.”37)

 

하고 당장 때려서 죽게 했다.

 

그리고 다시 책방 구진과 앵무 기생을 잡아들여 계단 아래 꿇어 있게 하고 분부를 내렸다.

 

[“너희는 관가에 매여 있는 몸으로서 위로는 국정을 살피고 아래로는 백성을 보살피는 것이 도리거늘 한갓 뇌물을 받아 나라의 정치를 흐리게 하였으니 사형에 처함이 마땅하나 처지를 불쌍히 여겨 귀양을 보내리라.”

 

하고 두꺼비는 곤장 구십 대를 쳐서 아무도 살지 않는 섬으로 귀양을 보냈다. 그리고 남은 자들은 각각 곤장 삼십 대를 때려 내보내었다.]38)

 

이 때 암까치, 동헌에 들어가 어사또에게 아뢰었다.

 

[“소녀 16세에 출가하여 불과 몇 년이 지나지 않아 이처럼 참혹한 일을 당했습니다. 소녀는 일가친척 하나 없는 몸39)으로 밤낮으로 통곡하면서 죽은 남편의 뒤를 따르지 못함을 원통히 여기고 있었사옵니다. 하오나 어사또님께옵서 원통함을 풀어 주시니40) 그 은혜는 저 넓은 바다와 같사옵니다. 어사또님은 만수무강하옵소서.”]41)

 

하고는 비둘기의 간42)을 꺼내 가지고 남편의 산소에 이르러 그 간을 무덤 앞에 놓고 제문을 지어 읽으며 통곡하니 주위의 초목들도 함께 서러워했다.

 

암까치가 잠시 정신을 잃어버리고 있을 때 죽은 남편 까치가 나타나 말했다.

 

그 동안 고생이 어떠하였소. 나는 황천에 돌아가 부모를 모시고 잘 있으니 잠시 함께 지내다가 훗날 황천에서 다시 만납시다.” 하고 잠시 함께 지냈다. 그 후 암까치가 알을 낳으니 사내아이 하나와 딸아이였다.43) 암까치는 남매를 귀하게 길러 좋은 혼처 자리를 만나 장가를 들이고 시집을 보내었다. 암까치의 나이가 칠십이 되고 손자 까치들이 번성했다.

 

어느 날 암까치는 갑자기 하늘로 올라갔다. 후에 암까치의 아들과 딸은 여러 자식들을 낳았다. 이 까치의 자손들은 모두 부모에게 효성하고 남편을 정성으로 받드니 효자와 열녀가 대를 이어 끊어지지 아니하고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았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