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 글 목록
반응형

2021/04 12

임춘 '국순전' 전문

국순전(麴醇傳) 국순(麴醇)의 자(字)는 자후(子厚)이다.(누룩, 진한 술.의인) 그 조상은 농서(龓西) 사람이다. 90대조(九十代祖)인 모(牟)가 후직(后稷)을(농사를 맡은 벼슬) 도와 뭇 백성들을 먹여 공이 있었다. '시경(詩經)'에, "내게 밀과 보리를 주다." (보리=모) 한 것이 그것이다. 모(牟)가 처음 숨어 살며 벼슬하지 않고 말하기를, "나는 반드시 밭을 갈아야 먹으리라." (벼슬을 하지 않겠다.) 하여, 밭에서 살았다. 임금이 그 자손이 있다는 말을 듣고 조서(詔書)를 내려 안거(安車)로(수레) 부를 때, 군(郡)과 현(縣)에 명하여 곳마다 후하게 예물을 보내게 하였다. 신하를 시켜 친히 그 집에 나아가, 드디어 방아와 절구[杵臼] 사이에서 교분(친분)을 정하였다. 화광동진(和光同塵)하게..

문학/고전산문 2021.04.23

유방선 '김 장관댁 죽헌 기' 전문

금장관댁죽헌기(김 장관댁 죽헌 기) 류방선(유방선) *파란색은 수능특강 본문 영천(永川)의 토질이 대 자라기에 적합하여 민가에서 대개 많이 심어 가꾸어 혹은 정사도 만들고 혹은 울타리를 만들기도 한다. 온 고을이 다 그러하나 반드시 대가 대가 된 까닭을 깊이 알지는 못할 것이다. 영천의 토질은 대나무가 자라기에 적합하여, 민가에서는 대를 심어 가꾸기도 하고 울타리를 만들기도 한다. 온 고을이 다 그러하나 그들은 대나무의 본성을 진실로 깊이 알지는 못할 것이다. 전 장관 김영지군은 사족(士族)인데, 천성이 대를 사랑하였다. 해직한 뒤로부터 고향에 물러앉아 남이 알아둘 것을 구하지 아니하고, 이수의 남쪽에 터를 가려 침실 동편에다 머름을 짓고 대를 머름 곁에 심어, 그것을 편안히 쉬는 처소로 정함과 동시에 ..

문학/고전산문 2021.04.21

들국 - 김용택

산마다 단풍만 저리 고우면 뭐한다요. 뭐한다요. 산 아래 물빛만 저리 고우면 뭐한다요 산너머, 저 산 너머로 산그늘도 다 도망가불고 산 아래 집 뒤안 하얀 억새꽃 하얀 손짓도 당신 안 오는데 뭔 헛짓이다요 저런 것들이 다 뭔 소용이다요 뭔 소용이다요, 어둔 산머리 초승달만 그대 얼굴같이 걸리면 뭐헌다요 마른 지푸라기같은 내 마음에 허연 서리만 끼어 가고 저 달 금방 저불면 세상 길 다 막혀 막막한 어둠 천지일턴디 병신같이, 바보 천치같이 이 가을 다 가도록 서리밭에 하얀 들국으로 피어 있으면 뭐한다요, 뭔 소용이다요. -김용택, '들국' 시낭송 감상하기 쇼팽 Chopin 이별의 곡 Tristesse 핵심 정리 • 갈래 : 자유시, 서정시 • 성격 : 대조적, 자조적, 애상적 • 어조 : 그리움과 푸념, ..

문학/현대운문 2021.04.20

1960년대 전후소설의 대립 구조와 주제 의식

한국문학논총 제45집(2007. 4) 409~432쪽 1960년대 전후소설의 대립 구조와 주제 의식 - 광장 ․ 방앗골 革命 ․ 시장과 전장 을 중심으로 - 1) 이성우* 차 례 Ⅰ. 한국전쟁의 특수성과 문학적 인식 Ⅱ. 남북 대치 상황에서 중립국 선택의 의미 Ⅲ. 상․하촌의 대립과 자족적인 공간 설정 Ⅳ. ‘시장’을 바라보는 대조적 시선, 그리고 양시쌍비론 Ⅴ. 객관적 현실과 소설적 현실 사이의 거리 * 고려대학교 강사 Ⅰ. 한국전쟁의 특수성과 문학적 인식 한국전쟁의 성격을 한마디로 규정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전쟁 발발 이후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전쟁을 바라보는 주체의 시각에 따라 ‘동족상잔의 비극’이나 ‘강대국의 대리전’, 또는 ‘민족해방전쟁’ 등으로 다양하게 해석되는 것만 봐도 그 사..

문학/문학학습 2021.04.19

저 산이 날 더러 - 목월 시 운을 빌려 - 정희성

산이 날더러는 흙이나 파먹으라 한다 날더러는 삽이나 들라 하고 쑥굴헝에 박혀 쑥이 되라 한다 늘퍼진 날 산은 쑥국새 울고 저만치 홀로 서서 날더러는 쑥국새마냥 울라 하고 흙 파먹다 죽은 아비 굶주림에 지쳐 쑥굴헝에 나자빠진 에미처럼 울라 한다 산이 날더러 흙이나 파먹다 죽으라 한다 -정희성, '저 산이 날 더러 - 목월 시 운을 빌려' *굴헝 : ‘구렁1’의 방언(제주) - 1. 움쑥하게 파인 땅. 2. 빠지면 헤어나기 어려운 환경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시낭송 감상하기 핵심 정리 • 갈래 : 자유시, 서정시 • 성격 : 애상적 • 특징 : ① 시구 및 특정한 조사나 어미 등을 반복하여 시적 리듬감을 형성함. ② 수미상관의 구조를 통해 구조적 안정감, 의미 강조, 운율 형성, 여운을 줌. ③ 산이 화..

문학/현대운문 2021.04.19

백록담 - 정지용

1 絶頂(절정)에 가까울수록 뻑국채 꽃키가 점점 消耗(소모)된다. 한마루 오르면 허리가 슬어지고 다시 한마루 우에서 목아지가 없고 나종에는 얼골만 갸옷 내다본다. 花紋(화문)처럼 版(판)박힌다. 바람이 차기가 咸鏡道(함경도)끝과 맞서는 데서 뻑국채 키는 아조 없어지고도 八月(팔월)한철엔 흩어진 星辰(성진)처럼 爛漫(난만)하다. 山(산)그림자 어둑어둑하면 그러지 않어도 뻑국채 꽃밭에서 별들이 켜든다. 제자리에서 별이 옮긴다. 나는 여긔서 기진했다. 2 巖古蘭(암고란), 丸藥(환약) 같이 어여쁜 열매로 목을 축이고 살어 일어섰다. 3 白樺(백화) 옆에서 白樺(백화)가 髑髏(촉루)가 되기까지 산다. 내가 죽어 白樺(백화)처럼 흴것이 숭없지 않다. 4 鬼神(귀신)도 쓸쓸하여 살지 않는 한모통이, 도체비꽃이 낮에..

문학/현대운문 2021.04.17

안수길 '제3인간형' 전문

제3인간형 안수길 1 토요일 오후였다. 대청소(大淸掃)를 한다고 빗자루며 물이 담겨 있는 바께쓰며, 이런 것들을 들고 다니며 떠들던 아이들도 이미 물러간 뒤였다. 따로 떨어진 일학년 교실에서 고등학교 합창부의 이부 합창 연습하는 소리가 풍금의 멜로디에 섞이어 제법 곱고 우렁차게 전해 온다. 운동장에서 오륙 명 아이들이 샤쓰 바람으로 땀을 흘리면서 바스켓 볼 연습하는 외에, 천오백여명이 날마다 생서 떼같이 펄펄 뛰던 교실도 교정도 한적하기 짝이 없었다. 계절이 물러간 피서지라는 느낌이 아니었다. 그런 서글픔이 아니었다. 그것은 실로 무슨 큰 잔치를 치르고 난 뒤의 정적이라고 할까? 거뜬하면서도 피로가 마음을 가라앉혀 주는 권태 ― 이런 기분에 잠기면서 석은 직원실 의자에 게으르게 기대앉아 창 밖을 내다보았..

문학/소설전문 2021.04.17

김유정 '떡' 전문

떡 김유정 원래는 사람이 떡을 먹는다. 이것은 떡이 사람을 먹은 이야기다. 다시 말하면 사람이 즉 떡에게 먹힌 이야기렷다. 좀 황당한 소리인 듯싶으나 그 사람이라는 게 역시 황당한 존재라 하릴없다. 인제 겨우 일곱 살 난 계집애로 게다가 겨울이 왔건만 솜옷 하나 못 얻어 입고 겹저고리 두렁이로 떨고 있는 옥이 말이다. 이것도 한 개의 완전한 사람으로 칠는지! 혹은 말는지! 그건 내가 알 배 아니다. 하여튼 그 애 아버지가 동리에서 제일 가난한 그리고 게으르기가 곰 같다는 바로 덕희다. 놈이 우습게도 꾸물거리고 엄동과 주림이 닥쳐와도 눈 하나 꿈뻑 없는 신청부(사소한 일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 사람)라 우리는 가끔 그 눈곱 낀 얼굴을 놀릴 수 있을 만치 흥미를 느낀다. 여보게 이 겨울엔 어떻게 지내려나. 올..

문학/소설전문 2021.04.09

떠나가는 배 - 박용철

나 두 야 간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 거냐 나 두 야 가련다 아늑한 이 항군들 손쉽게야 버릴 거냐 안개같이 물 어린 눈에도 비치나니 골짜기마다 발에 익은 묏부리모양 주름살도 눈에 익은 아, 사랑하던 사람들 버리고 가는 이도 못 잊는 마음 쫓겨가는 마음인들 무어 다를 거냐 돌아다보는 구름에는 바람이 희살짓는다 앞 대일 언덕인들 마련이나 있을 거냐 나 두 야 가련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 거냐 나 두 야 간다 -박용철, '떠나가는 배' *묏부리 : 산봉우리 *고향 : ‘항구, 골짜기, 묏부리, 사랑하는 사람들, 구름' 화자가 아쉬움과 미련, 애착을 느끼는 대상 *희살짓는다 : 훼방놓는다 시낭송 감상하기 데스페라도 : 서부의 무법자, 모든 것을 잃고 절망에 빠진, 혹은 겁대가리를 상..

문학/현대운문 2021.04.09

한 - 박재삼

감나무쯤 되랴, 서러운 노을빛으로 익어 가는 내 마음 사랑의 열매가 달린 나무는! 이것이 제대로 벋을 데는 저승밖에 없는 것 같고 그것도 내 생각하던 사람의 등 뒤로 벋어 가서 그 사람의 머리 위에서나 마지막으로 휘드러질까 본데, 그러나 그 사람이 그 사람의 안마당에 심고 싶던 느꺼운 열매가 될는지 몰라! 새로 말하면 그 열매 빛깔이 전생(前生)의 내 전(全) 설움이요 전(全) 소망인 것을 알아내기는 알아낼는지 몰라! 아니, 그 사람도 이 세상을 설움으로 살았던지 어쨌던지 그것을 몰라, 그것을 몰라! -박재삼, '한' *느껍다 : 어떤 느낌이 마음에 북받쳐서 벅차다. 나는 그의 마음 씀씀이가 느꺼워 가슴이 뭉클해졌다. 시낭송 감상하기 핵심 정리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성격 : 애상적, 회의적, 영탄적 ..

문학/현대운문 2021.04.08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