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생전
박지원
허생은 묵적골(墨積洞)에 살았다. 곧장 남산(南山) 밑에 닿으면, 우물 위에 오래된 은행나무가 서 있고, 은행나무를 향하여 사립문이 열렸는데, 두어 칸 초가는 비바람을 막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나 허생은 글읽기만 좋아하고, 그의 처가 남의 바느질 품을 팔아서 입에 풀칠을 했다.
하루는 그 처가 몹시 배가 고파서 울음 섞인 소리로 말했다.
"당신은 평생 과거(科擧)를 보지 않으니, 글은 읽어 무엇 합니까?"
허생은 웃으며 대답했다.
"나는 아직 독서를 익숙히 하지 못하였소."
"그럼 장인바치 일이라도 못 하시나요?"
"장인바치 일은 본래 배우지 않았는 걸 어떻게 하겠소?"
"그럼 장사는 못 하시나요?"
"장사는 밑천이 없는 걸 어떻게 하겠소?"
처는 왈칵 성을 내며 소리쳤다.
"밤낮으로 글을 읽더니 기껏 '어떻게 하겠소?' 소리만 배웠단 말씀이오? 장인바치 일도 못 한다. 장사도 못 한다면, 도둑질이라도 못 하시나요?"
허생은 읽던 책을 덮어놓고 일어나면서,
"아깝다. 내가 당초 글읽기로 십 년을 기약했는데, 인제 칠 년인걸……."
하고 획 문 밖으로 나가 버렸다.
허생은 거리에 서로 알 만한 사람이 없었다. 바로 운종가(雲從街)로 나가서 시중의 사람을 붙들고 물었다.
"누가 서울 성중에서 제일 부자요?"
변씨(卞氏)를 말해 주는 이가 있어서, 허생이 곧 변씨의 집을 찾아갔다. 허생은 변씨를 대하여 길게 읍(揖)하고 말했다.
"내가 집이 가난해서 무얼 좀 해 보려고 하니, 만 냥(兩)을 뀌어 주시기 바랍니다."
변씨는
"그러시오."
하고 당장 만 냥을 내주었다. 허생은 감사하다는 인사도 없이 가 버렸다. 변씨 집의 자제와 손들이 허생을 보니 거지였다. 실띠의 술이 빠져 너덜너덜하고, 갖신의 뒷굽이 자빠졌으며, 쭈구러진 갓에 허름한 도포를 걸치고, 코에서 맑은 콧물이 흘렀다. 허생이 나가자, 모두들 어리둥절해서 물었다.
"저이를 아시나요?"
"모르지."
"아니, 이제 하루 아침에, 평생 누군지도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만 냥을 그냥 내던져 버리고 성명도 묻지 않으시다니, 대체 무슨 영문인가요?"
변씨가 말하는 것이었다.
"이건 너희들이 알 바 아니다. 대체로 남에게 무엇을 빌리러 오는 사람은 으레 자기 뜻을 대단히 선전하고, 신용을 자랑하면서도 비굴한 빛이 얼굴에 나타나고, 말을 중언부언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저 객은 형색은 허술하지만, 말이 간단하고, 눈을 오만하게 뜨며, 얼굴에 부끄러운 기색이 없는 것으로 보아, 재물이 없이도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 사람이 해 보겠다는 일이 작은 일이 아닐 것이매, 나 또한 그를 시험해 보려는 것이다. 안 주면 모르되, 이왕 만 냥을 주는 바에 성명은 물어 무엇을 하겠느냐?"
허생은 만 냥을 입수하자, 다시 자기 집에 들르지도 않고 바로 안성(安城)으로 내려갔다. 안성은 경기도, 충청도 사람들이 마주치는 곳이요, 삼남(三南)의 길목이기 때문이다. 거기서 대추·밤·감·배며, 석류·귤·유자 등속의 과일을 모조리 두 배의 값으로 사들였다. 허생이 과일을 몽땅 쓸었기 때문에 온 나라가 잔치나 제사를 못지낼 형편에 이르렀다. 얼마 안 가서, 허생에게 두 배의 값으로 과일을 팔았던 상인들이 도리어 열 배의 값을 주고 사 가게 되었다. 허생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만 냥으로 온갖 과일의 값을 좌우했으니, 우리 나라의 형편을 알 만하구나."
그는 다시 칼, 호미, 포목 따위를 가지고 제주도(濟州島)에 건너가서 말총을 죄다 사들이면서 말했다.
"몇 해 지나면 나라 안의 사람들이 머리를 싸매지 못할 것이다."
허생이 이렇게 말하고 얼마 안 가서 과연 망건 값이 열 배로 뛰어올랐다.
허생은 늙은 사공을 만나 말을 물었다.
"바다 밖에 혹시 사람이 살 만한 빈 섬이 없던가?"
"있습지요. 언젠가 풍파를 만나 서쪽으로 줄곧 사흘 동안을 흘러가서 어떤 빈섬에 닿았습지요. 아마 사문(沙門)과 장기(長崎)의 중간쯤 될 겁니다. 꽃과 나무는 제멋대로 무성하여 과일 열매가 절로 익어 있고, 짐승들이 떼지어 놀며, 물고기들이 사람을 보고도 놀라지 않습니다."
그는 대단히 기뻐하며,
"자네가 만약 나를 그 곳에 데려다 준다면 함께 부귀를 누릴 걸세."
라고 말하니, 사공이 그러기로 승낙을 했다.
드디어 바람을 타고 동남쪽으로 가서 그 섬에 이르렀다. 허생은 높은 곳에 올라가서 사방을 둘러보고 실망하여 말했다.
"땅이 천 리도 못 되니 무엇을 해 보겠는가? 토지가 비옥하고 물이 좋으니, 단지 부가옹(富家翁)은 될 수 있겠구나."
"텅 빈 섬에 사람이라곤 하나도 없는데, 대체 누구와 더불어 사신단 말씀이오?"
사공의 말이었다.
"덕이 있으면 사람이 절로 모인다네. 덕이 없을까 두렵지, 사람이 없는 것이야 근심할 것이 있겠나?"
이 때, 변산(邊山)에 수천의 군도(群盜)들이 우글거리고 있었다. 각 지방에서 군사를 징발하여 수색을 벌였으나 좀처럼 잡히지 않았다. 군도들도 감히 나가 활동을 못 해서 배고프고 곤란한 판이었다. 허생이 군도의 산채를 찾아가서 우두머리를 달래었다.
"천 명이 천 냥을 빼앗아 와서 나누면 하나 앞에 얼마씩 돌아가지요?
"일 인당 한 냥이지요."
"모두 아내가 있소?"
"없소."
"논밭은 있소?"
군도들이 어이없어 웃었다.
"땅이 있고 처자식이 있는 놈이 무엇 때문에 괴롭게 도둑이 된단 말이오?"
"정말 그렇다면, 왜 아내를 얻고, 집을 짓고, 소를 사서 논밭을 갈고 지내려 하지 않는가? 그럼 도둑놈 소리도 안 듣고 살면서, 집에는 부부의 낙(樂)이 있을 것이요, 돌아다녀도 잡힐까 걱정을 않고 길이 의식의 요족을 누릴 텐데."
"아니, 왜 바라지 않겠소? 다만 돈이 없어 못 할 뿐이지요."
허생은 웃으며 말했다.
"도둑질을 하면서 어찌 돈을 걱정할까? 내가 능히 당신들을 위해서 마련할 있소. 내일 바다에 나와 보오. 붉은 깃발을 단 것이 모두 돈을 실은 배이니, 마음대로 가져가구려."
허생이 군도와 언약하고 내려가자, 군도들은 모두 그를 미친 놈이라고 비웃었다.
이튿날, 군도들이 바닷가에 나가 보았더니, 과연 허생이 삼십만 냥의 돈을 싣고 온 것이었다. 모두들 대경(大驚)해서 허생 앞에 줄이어 절했다.
"오직 장군의 명령을 따르겠소이다."
이에, 군도들이 다투어 돈을 짊어졌으나, 한 사람이 백 냥 이상을 지지 못했다.
"너희들, 힘이 한껏 백 냥도 못 지면서 무슨 도둑질을 하겠느냐? 인제 너희들이 양민(良民)이 되려고 해도, 이름이 도둑의 장부에 올랐으니, 갈 곳이 없다. 내가 여기서 너희들을 기다릴 것이니, 한 사람이 백 냥씩 가지고 가서 여자 하나, 소 한 필을 거느리고 오너라."
허생의 말에 군도들은 모두 좋다고 흩어져 갔다.
허생은 몸소 이천 명이 1 년 먹을 양식을 준비하고 기다렸다. 군도들이 빠짐없이 모두 돌아왔다. 드디어 다들 배에 싣고 그 빈 섬으로 들어갔다. 허생이 도둑을 몽땅 쓸어 가서 나라 안에 시끄러운 일이 없었다.
그들은 나무를 베어 집을 짓고, 대[竹]를 엮고 울을 만들었다. 땅 기운이 온전하기 때문에 백곡이 잘 자라서, 한 해나 세 해만큼 걸러 짓지 않아도 한 줄기에 아홉 이삭이 달렸다. 3 년 동안의 양식을 비축해 두고, 나머지를 모두 배에 싣고 장기도(長崎島)로 가져가서 팔았다. 장기라는 곳은 삼십만여 호나 되는 일본(日本)의 속주(屬州)이다. 그 지방이 한참 흉년이 들어서 구휼하고 은 백만 냥을 얻게 되었다.
허생이 탄식하면서,
"이제 나의 조그만 시험이 끝났구나."
하고, 이에 남녀 이천 명을 모아 놓고 말했다.
"내가 처음에 너희들과 이 섬에 들어올 때엔 먼저 부(富)하게 한 연후에 따로 문자를 만들고 의관(衣冠)을 새로 제정하려 하였더니라. 그런데 땅이 좁고 덕이 없으니, 나는 이제 여기를 떠나련다. 다만, 아이들을 낳거들랑 오른손에 숟가락을 쥐고, 하루라도 먼저 난 사람이 먼저 먹도록 양보케 하여라."
다른 배들을 모조리 불사르면서,
"가지 않으면 오는 이도 없으렷다."
하고 돈 오십만 냥을 바다 가운데 던지며,
"바다가 마르면 주워 갈 사람이 있겠지. 백만 냥은 우리 나라에도 용납할 곳이 없거늘, 하물며 이런 작은 섬에서랴!"
했다. 그리고 글을 아는 자들을 골라 모조리 함께 배에 태우면서,
"이 섬에 화근을 없애야 되지."
했다.
허생은 나라 안을 두루 돌아다니며 가난하고 의지없는 사람들을 구제했다. 그러고도 은이 십만 냥이 남았다.
"이건 변씨에게 갚을 것이다."
허생이 가서 변씨를 보고
"나를 알아보시겠소?"
하고 묻자, 변씨는 놀라 말했다.
"그대의 안색이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으니, 혹시 만 냥을 실패 보지 않았소?"
허생이 웃으며,
"재물에 의해서 얼굴에 기름이 도는 것은 당신들 말이오. 만 냥이 어찌 도(道)를 살찌게 하겠소?"
하고, 십만 냥을 변씨에게 내놓았다.
"내가 하루 아침의 주림을 견디지 못하고 글읽기를 중도에 폐하고 말았으니, 당신에게 만 냥을 빌렸던 것이 부끄럽소."
변씨는 대경해서 일어나 절하여 사양하고, 십분의 일로 이자를 쳐서 받겠노라 했다. 허생이 잔뜩 역저을 내어,
"당신은 나를 장사치로 보는가?"
하고는 소매를 뿌리치고 가 버렸다.
변씨는 가만히 그의 뒤를 따라갔다. 허생이 남산 밑으로 가서 조그만 초가로 들어가는 것이 멀리서 보였다. 한 늙은 할미가 우물 터에서 빨래하는 것을 보고 변씨가 말을 걸었다.
"저 조그만 초가가 누구의 집이오?"
"허 생원 댁입지요. 가난한 형편에 글공부만 좋아하더니, 하루 아침에 집을 나가서 5 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으시고, 시방 부인이 혼자 사는데, 집을 나간 날로 제사를 지냅지요."
변씨는 비로소 그의 성이 허씨라는 것을 알고, 탄식하며 돌아갔다.
이튿날, 변씨는 받은 돈을 가지고 그 집을 찾아가서 돌려 주려 했으나, 허생은 받지 않고 거절하였다.
"내가 부자가 되고 싶었다면 백만 냥을 버리고 십만 냥을 받겠소? 이제부터는 당신의 도움으로 살아가겠소. 당신은 가끔 나를 와서 보고 양식이나 떨어지지 않고 옷이나 입도록 하여 주오. 일생을 그러면 족하지요. 왜 재물 때문에 정신을 괴롭힐 것이오?"
변씨는 허생을 여러 가지로 권유하였으나, 끝끝내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변씨는 그 때부터 허생의 집에 양식이나 옷이 떨어질 때쯤 되면 몸소 찾아가 도와 주었다. 허생은 그것을 흔연히 받아들였으나, 혹 많이 가지고 가면 좋지 않은 기색으로,
"나에게 재앙을 갖다 맡기면 어찌하오?"
하였고, 혹 술병을 들고 찾아가면 아주 반가워하며 서로 술잔을 기울여 취하도록 마셨다.
이렇게 몇 해를 지나는 동안에 두 사람 사이의 정의가 날로 두터워 갔다. 어느 날, 변씨가 5 년 동안에 어떻게 백만 냥이나 되는 돈을 벌었던가를 조용히 물어 보았다. 허생이 대답하기를,
"그야 가장 알기 쉬운 일이지요. 조선이라는 나라는 배가 외국에 통하질 않고, 수레가 나라 안에 다니질 못해서, 온갖 물화가 제자리에 나서 제자리에서 사라지지요. 무릇, 천 냥은 적은 돈이라 한 가지 물종(物種)을 독점할 수 없지만, 그것을 열로 쪼개면 백 냥이 열이라, 또한 열 가지 물건을 살 수 있겠지요. 단위가 작으면 굴리기가 쉬운 까닭에, 한 물건에서 실패를 보더라도 다른 아홉 가지의 물건에서 재미를 볼 수 있으니, 이것은 보통 이(利)를 취하는 방법으로 조그만 장사치들이 하는 짓 아니오? 대개 만 냥을 가지면 족히 한 가지 물종을 독점할 수 있기 때문에, 수레면 수레 전부, 배면 배 전부, 한 고을이면 한 고을을 전부, 마치 총총한 그물로 훑어 내듯 할 수 있지요. 뭍에서 나는 만 가지 중에 한 가지를 슬그머니 독점하고, 물에서 나는 만 가지 중에 슬그머니 하나를 독점하고, 의원의 만 가지 약재 중에 슬그머니 하나를 독점하면, 한 가지 물종이 한 곳에 묶여 있는 동안 모든 장사치들이 고갈될 것인데, 이는 백성을 해치는 길이 될 것입니다. 후세에 당국자들이 만약 나의 이 방법을 쓴다면 반드시 나라를 병들게 만들 것이오."
"처음에 내가 선뜻 만 냥을 뀌어 줄 줄 알고 찾아와 청하였습니까?"
허생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당신만이 내게 꼭 빌려 줄 수 있었던 것은 아니고, 능히 만 냥을 지닌 사람치고는 누구나 다 주었을 것이오. 내 스스로 나의 재주가 족히 백만 냥을 모을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운명은 하늘에 매인 것이니, 낸들 그것을 어찌 알겠소? 그러므로 능히 나의 말을 들어 주는 사람은 복 있는 사람이라, 반드시 더욱더 큰 부자가 되게 하는 것은 하늘이 시키는 일일 텐데 어찌 주지 않았겠소? 이미 만 냥을 빌린 다음에는 그의 복력에 의지해서 일을 한 까닭으로, 하는 일마다 곧 성공했던 것이고, 만약 내가 사사로이 했었다면 성패는 알 수 없었겠지요."
변씨가 이번에는 딴 이야기를 꺼냈다.
"방금 사대부들이 남한산성(南漢山城)에서 오랑캐에게 당했던 치욕을 씻어 보자고 하니, 지금이야말로 지혜로운 선비가 팔뚝을 뽐내고 일어설 때가 아니겠소? 선생의 그 재주로 어찌 괴롭게 파묻혀 지내려 하십니까?"
" 어허, 자고로 묻혀 지낸 사람이 한둘이었겠소? 우선, 졸수제(拙修齋) 조성기(趙聖期) 같은 분은 적국(敵國)에 사신으로 보낼 만한 인물이었건만 베잠방이로 늙어 죽었고, 반계 거사(磻溪居士) 유형원(柳馨遠) 같은 분은 군량(軍糧)을 조달할 만한 재능이 있었건만 저 바닷가에서 소요하고 있지 않습니까? 지금의 집정자들은 가히 알 만한 것들이지요. 나는 장사를 잘 하는 사람이라, 내가 번 돈이 족히 구왕(九王)의 머리를 살 만하였으되 바닷속에 던져 버리고 돌아온 것은, 도대체 쓸 곳이 없기 때문이었지요."
변씨는 한숨만 내쉬고 돌아갔다.
변씨는 본래 이완(李浣) 이 정승과 잘 아는 사이였다. 이완이 당시 어영 대장이 되어서 변씨에게 위항(委巷)이나 여염(閭閻)에 혹시 쓸 만한 인재가 없는가를 물었다. 변씨가 허생의 이야기를 하였더니, 이 대장은 깜짝 놀라면서,
"기이하다. 그게 정말인가? 그의 이름이 무엇이라 하던가?"
하고 묻는 것이었다.
"소인이 그분과 상종해서 3년이 지나도록 여태껏 이름도 모르옵니다."
"그인 이인(異人)이야. 자네와 같이 가 보세."
밤에 이 대장은 구종들도 다 물리치고 변씨만 데리고 걸어서 허생을 찾아갔다. 변씨는 이 대장을 문 밖에 서서 기다리게 하고 혼자 먼저 들어가서, 허생을 보고 이 대장이 몸소 찾아온 연유를 이야기했다. 허생은 못 들은 체하고,
"당신 차고 온 술병이나 어서 이리 내놓으시오."
했다. 그리하여 즐겁게 술을 들이켜는 것이었다. 변씨는 이 대장을 밖에 오래 서 있게 하는 것이 민망해서 자주 말하였으나, 허생은 대꾸도 않다가 야심해서 비로소 손을 부르게 하는 것이었다.
이 대장이 방에 들어와도 허생은 자리에서 일어서지도 않았다. 이 대장은 몸둘 곳을 몰라하며 나라에서 어진 인재를 구하는 뜻을 설명하자, 허생은 손을 저으며 막았다.
"밤은 짧은데 말이 길어서 듣기에 지루하다. 너는 지금 무슨 벼슬에 있느냐?"
"대장이오."
"그렇다면 너는 나라의 신임받는 신하로군. 내가 와룡 선생(臥龍先生) 같은 이를 천거하겠으니, 네가 임금께 아뢰어서 삼고초려(三顧草廬)를 하게 할 수 있겠느냐?"
이 대장은 고개를 숙이고 한참 생각하더니.
"어렵습니다. 제이(第二)의 계책을 듣고자 하옵니다."
했다.
"나는 원래 '제이'라는 것은 모른다."
하고 허생은 외면하다가, 이 대장의 간청을 못 이겨 말을 이었다.
"명(明)나라 장졸들이 조선은 옛 은혜가 있다고 하여, 그 자손들이 많이 우리 나라로 망명해 와서 정처 없이 떠돌고 있으니, 너는 조정에 청하여 종실(宗室)의 딸들을 내어 모두 그들에게 시집 보내고, 훈척(勳戚) 권귀(權貴)의 집을 빼앗아서 그들에게 나누어 주게 할 수 있겠느냐?"
이 대장은 또 머리를 숙이고 한참을 생각하더니,
"어렵습니다."
했다.
"이것도 어렵다, 저것도 어렵다 하면 도대체 무슨 일을 하겠느냐? 가장 쉬운 일이 있는데, 네가 능히 할 수 있겠느냐?"
"말씀을 듣고자 하옵니다."
"무릇, 천하에 대의(大義)를 외치려면 먼저 천하의 호걸들과 접촉하여 결탁하지 않고는 안 되고, 남의 나라를 치려면 먼저 첩자를 보내지 않고는 성공할 수 없는 법이다. 지금 만주 정부가 갑자기 천하의 주인이 되어서 중국 민족과 친근해지지 못하는 판에, 조선이 다른 나라보다 먼저 섬기게 되어 저들이 우리를 가장 믿는 터이다. 진실로 당(唐)나라, 원(元)나라 때처럼 우리 자제들이 유학 가서 벼슬까지 하도록 허용해 줄 것과, 상인의 출입을 금하지 말도록 할 것을 간청하면, 저들도 반드시 자기네에게 친근하려 함을 보고 기뻐 승낙할 것이다. 국중에 자제들을 가려 뽑아 머리를 깎고 되놈의 옷을 입혀서, 그 중 선비는 가서 장사를 하면서, 저 나라의 실정을 정탐하는 한편, 저 땅의 호걸들과 결탁한다면 한 번 천하를 뒤집고 국치(國恥)를 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만약 명나라 황족에서 구해도 사람을 얻지 못할 경우, 천하의 제후(諸侯)를 거느리고 적당한 사람을 하늘에 천거한다면, 잘 되면 대국(大國)의 스승이 될 것이고, 못 되어도 백구지국(伯舅之國)의 지위를 잃지 않을 것이다."
이 대장은 힘없이 말했다.
"사대부들이 모두 조심스럽게 예법(禮法)을 지키는데, 누가 변발( 髮)을 하고 호복(胡服)을 입으려 하겠습니까?"
허생은 크게 꾸짖어 말했다.
"소위 사대부란 것들이 무엇이란 말이냐? 오랑캐 땅에서 태어나 자칭 사대부라 뽑내다니, 이런 어리석을 데가 있느냐? 의복은 흰옷을 입으니 그것이야말로 상인(喪人)이나 입는 것이고, 머리털을 한데 묶어 송곳같이 만드는 것은 남쪽 오랑캐의 습속에 지나지 못한데, 대체 무엇을 가지고 예법이라 한단 말인가? 번오기(樊於期)는 원수를 갚기 위해서 자신의 머리를 아끼지 않았고, 무령왕(武靈王)은 나라를 강성하게 만들기 위해서 되놈의 옷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았다. 이제 대명(大明)을 위해 원수를 갚겠다 하면서, 그까짓 머리털 하나를 아끼고, 또 장차 말을 달리고 칼을 쓰고 창을 던지며 활을 당기고 돌을 던져야 할 판국에 소매 넓은 옷을 고쳐 입지 않고 딴에 예법이라고 한단 말이냐? 내가 세 가지를 들어 말하였는데, 너는 한 가지도 행하지 못한다면서 그래도 신임받는 신하라 하겠는가? 신임받는 신하라는 게 참으로 이렇단 말이냐? 너 같은 자는 칼로 목을 잘라야 할 것이다."
하고 좌우를 돌아보며 칼을 찾아서 찌르려 했다. 이 대장은 놀라서 일어나 급히 뒷문으로 뛰쳐나가 도망쳐서 돌아갔다.
이튿날, 다시 찾아가 보았더니, 집이 텅 비어 있고, 허생은 간 곳이 없었다.
시어 풀이
*장인바치 : 물품을 만드는 일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 공인(工人)
*운종가(雲從街) : 지금 서울의 종로(鐘路)
*읍(揖) : 인사하는 예의의 한 가지. 두 손을 맞잡아 얼굴 앞으로 들고 구부렸다가 펴면서 두 손을 내림
*실띠 : 조선 시대 양반들이 실을 꼬아 가슴께로 두르던 띠
*술 : 가마, 기(旗), 띠, 끈이나 여자의 옷 등에 장식으로 다는 여러 가닥의 실
*갖신 : 가죽으로 만든 신
*중언부언(重言復言) : 이미 한 말을 자꾸 되풀이함
*입수(入手) : 수중에 들어옴. 또는 수중에 넣음
*삼남(三南) : 충청, 경상, 전라의 총칭
*말총 : 말의 갈기나 꼬리의 털
*대경(大驚)해서 : 크게 놀라서
*양민(良民) : 선량한 백성
*온전(穩全) : 결점이나 흠이 없이 완전함
*비축(備蓄) : 만약의 경우에 대비하여 저축하여 둚
*속주(屬州) : 한 나라에 속하여 있는 주(州)
*구휼(救恤) : 빈민이나 이재민 등을 돕고 보살핌
*의관(衣冠) : 옷과 갓. 여기서는 '문물이 열리고 예의가 바른 풍속'의 뜻으로 쓰임
*구제(救濟) : 어려운 지경에 빠진 사람을 구하여 건져 줌
*안색(顔色) : 얼굴의 기색. 얼굴빛
*역정(逆情) : '성'의 공대말
*생원(生員) : 조선시대 소과에 합격한 사람. 나이 많은 선비를 대접하여 부르는 말
*흔연(欣然)히 : 매우 기뻐하는 모양으로. 흔쾌(欣快)히
*정의(情誼) : 서로 사귀어 친하여진 정(情)
*물화(物貨) : 물품과 재화
*물종(物種) : 물건의 종류
*독점(獨占) : 혼자 독차지함
*총총(叢叢)한 : 빽빽하고 촘촘함
*약재(藥材) : 의약의 재료
*고갈(枯渴) : 물이 말라 없어짐. 여기서는 '돈이나 물건 등이 매우 귀해짐'의 뜻
*사대부(士大夫) : 문무(文武) 양반의 일반적인 총칭. 벼슬이나 집안의 지체가 높은 사람
*소요(逍遙) : 슬슬 거닐어 돌아다님. 여기서는 힘을 쏟을 만한 일이 없이 헛되이 세월을 보낸다는 뜻
*집정자(執政者) : 국정을 운영하는 사람
*구왕(九王) : 온 세계. 고대 중국에서 전국을 다스리기 위해 나누었던 아홉 개의 주(州)에서 온 말. 왕의 머리는 한 나라의 주권을 말하는 것으로, 구왕의 머리는 모든 나라를 가리킨다.
*어영대장(御營大將) : 조선 왕조 어영청을 총괄하던 종 2품의 주장(主將)
*위항(委巷) : 서리(胥吏), 중인(中人), 평민(平民)들이 사는 곳
*여염(閭閻) : 서민들이 모여 사는 마을
*상종(相從)하다 : 서로 따르며 의좋게 지내다
*이인(異人) : 재주가 신통하고 비범한 사람
*구종(驅從) : 지난날 벼슬아치를 모시고 다니던 사람
*와룡(臥龍) : 도사리고 누워 있는 용. '초야에 묻혀 있는 큰 인물'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
*삼고초려(三顧草廬) : 촉나라의 유비가 와룡 선생이라 불리던 제갈 량을 그의 초가집으로 세 번 찾아가 자신을 도와 천하를 도모할 것을 청한 데서 나온 말
*훈척(勳戚) : 나라에 공훈이 있는 임금의 친척
*권귀(權貴) : 권세가 있어 높은 지위에 있음. 또는 그런 사람
*빈공과(賓貢科) : 외국인이 응시하는 과거 시험. 중국 당나라 때 과거 시험의 하나
*백구(伯舅) : 중국의 천자가 이성(異姓)의 재후를 부르는 존칭
*변발(辮髮) : 머리의 주위를 깎고 중앙에 머리만을 땋아 뒤로 길게 늘인 남자의 머리
*호복(胡服) : 호인(胡人)의 옷. 야만인의 복제(服制)
*번오기(樊於期) : 중국 진(秦)나라의 장수. 일찍이 연(燕)나라에 망명하여 있었는데, 형가(荊軻)가 연의 태자 단(丹)과 모의하여 그의 목을 진왕(秦王)에게 바치고 그 틈을 이용하여 진왕을 죽이자고 제안하자, 자살하여 형가에게 자기의 목을 내 주어 원수를 갚으려 하였다.
*무령왕(武靈王) : 중국 전국 시대 조(趙)나라의 왕으로 진(秦)을 공격하려고, 왕위를 은퇴하고 스스로 첩자가 되어 진에 들어갔으나 계획은 실현되지 않았다.
*대명(大明) : 명(明)나라를 높여 부르는 말
시구 풀이
*허생은 묵적골[墨積洞]에 살았다. : 중심 인물이 등장하고 공간적 배경이 제시되었다. 주로 남인(南人) 계통의 몰락한 선비들이 살고 있었던 묵적골은 남산 아래에 위치한 마을로, 인물의 신분과 처지를 암시한다.
*"그럼 장인바치 일이라도 못 하시나요?" : 사(士).농(農).공(工).상(商)의 위계 중 사(士)만 절대 우위에 두었던 조선 시대에, 공(工).상(商)을 사(士)와 동일하게 생각하는 부분으로, 작가의 실학 사상이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밤낮으로 글을 읽더니 - 말씀이오?" : 선비의 무능을 신랄하게 비판한 부분이다. 실생활의 어려움이 윤리적 가치관의 붕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작가의 의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허생은 감사하다는 인사도 없이 가 버렸다. : 인물 성격의 간접적 제시 방법으로, 허생의 이인(異人)다운 풍모를 부각시킴으로써, 허생이 비범한 인물임을 암시하고 있다.
*저 객은 형색은 -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이다. : 변씨의 사람 보는 안목이 드러나 있다. 당당한 자세로 보아 허생은 재물욕과는 거리가 먼 세계에 속하는 사람임을 확신하게 되었다는 의미이다.
*허생이 과일을 몽땅 - 못 지낼 형편에 이르렀다. : 매점매석(買占賣惜) 행위를 통하여, 우리 나라의 경제 기반의 취약성과 '제사'로 상징되는 허례 허식의 풍속을 풍자, 비판하고 있다.
*"만 냥으로 온갖 - 형편을 알 만하구나." : 겨우 만 냥의 돈으로 한 나라의 경제를 좌우했음을 통하여 당시 경제 규모와 구조를 취약함으로 지적했다.
*얼마 안 가서 - 뛰어올랐다. : 매점매석이 가능한 당시 유통 구조의 취약함을 보여 준 것으로, 이윤을 얻기 위한 부도덕한 상행위를 유통하는 것이 아니라, 상품의 신속하고 원활한 유통과 상업 발전을 지향하는 이용후생(利用厚生)의 정신을 주장한 것이다.
*"바다 밖에 혹시 살 만한 빈 섬이 없던가?" : 여기서 '바다 밖'은 해외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외 진출 사상을 드러낸 것이고, '빈 섬'은 이상향을 건설한 새로운 공간을 뜻하는 것으로 이상주의 세계관을 드러낸 것인데, 당시 작가의 현실에 대한 인식과 대응을 살필 수 있는 부분이다.
*"꽃과 나무는 제멋대로 무성하여 - 보고도 놀라지 않습니다." : 제시된 사물들의 이미지로 보아 풍요와 자유와 평화가 깃든 것으로, 작가가 그리고 있는 이상향의 모습이 상징적으로 표현되었다.
*"자네가 만약 나를 그 곳에 - 부귀를 누릴 걸세." : 작가는 허생을 통해 새로운 공간(빈 섬)에서 부유한 사회를 건설하겠다는 의지와 함께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확신을 드러내고 있다.
*"덕이 있으면 사람이 절로 모인다네." : 사람이 덕이 있으면 다른 사람들이 따르게 된다는 의미이다. '논어'에 나오는 말
*각 지방에서 군사를 징발하여 수색을 벌였으나 좀처럼 잡히지 않았고, : 당시 군도(群盜)는 가난을 견디다 못해 유랑민이 된 양민의 집단으로, 이를 구휼한 생각은 않고 토벌의 대상으로 여긴 나라와 관리의 무능함을 나타낸 구절이다.
*"땅이 있고 - 도둑이 된단 말이오?" : 도둑의 발생이 경제 구조의 모순, 즉 최소 한도의 생활 여건조차 갖추어지지 못한 현실 때문임을 암시. 위정자의 무능과 정책 부재에서 기인된 현실에 대한 작가의 비판 의식이 드러나 있다. 작가는 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근본적으로 경제적인 문제와 직결된 것이므로, 경제의 발전만이 사회적인 모순을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돈이 없어 못 할 뿐이지요." : 자본주의의 핵심인 '돈'의 중요성을 표현한 것으로, 상업 자본주의 사상과 근대 의식이 드러나 있다.
*군도들이 다투어 돈을 짊어졌으나, 한 사람이 백 냥 이상을 지지 못하였다. : 굶주린 도둑들이 힘이 없음을 나타내어 당시 사회의 피폐한 모습에 연민의 정을 보여 주고 있으며, 아울러 탐욕스런 인간의 어리석음에 대해 풍자하고 있다.
*허생이 도둑을 몽땅 쓸어 가서 나라 안에 시끄러운 일이 없었다. : 허생 개인의 힘으로 도둑의 문제를 해결하여 나라의 평정을 회복하였다는 것은 허생의 영웅적 면모를 부각시킴과 동시에 국가의 무능과 무대책을 비판한 것이다.
*3년 동안의 양식을 비축해 두고, - 장기도(長崎島)로 가져가서 팔았다. : 장기도는 매우 번성했던 국제 교역지로 허생이 장기도에 가서 쌀을 판 것은, 국제 무역의 목적 이외에도 외국과의 문물 교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연암의 선구적인 해외 진출 사상을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제 나의 조그만 시험이 끝났구나." : 허생의 시험은, 장사로 돈을 버는 것, 사회 부조리 . 경제적 피폐(도둑 문제)를 해결하는 것, 이상국을 건설하는 것인데 이를 통해 상업 경제의 중요성을 부각한다.
*"내가 처음에 너희들과 - 먼저 먹도록 양보케 하여라." : '문자'와 '의관'은 새로운 문물과 제도를 상징하는 것으로, 연암의 이상국관의 일단을 보여 주었으나, 이상국 건설은 이룩하지 못하고 섬을 떠난다. '이용후생(利用厚生)'한 연후에 바른 덕이 생긴다.'에는 연암이 실리 추구 정신이 잘 나타나 있으며, 그가 가르친 예절은 구체적이고 단순하면서도 근본적인 것으로, 양반들의 허례 허식을 비판하는 실용 사상이 반영되어 있다.
*"이 섬에 화근을 없애야 되지." : '글 아는 자'를 화근(禍根)이라 하여[은유법] 부정적으로 보고, 공리공론(空理空論)을 일삼는 양반 사대부들의 폐해를 간접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만 냥이 어찌 도(道)를 살찌게 하겠소? : 만 냥이 아무리 많은 돈이라 하더라도 정신의 세계를 풍요롭게 할 수는 없다. 허생의 이중적인 재물관이 단적으로 드러나 있다. 허생은 상품 독점이나 일본과의 무역을 통해서 돈(자본)의 긍정적 측면을 보여 주고 있음에 비해, 변씨와의 대화를 통해서는 돈의 부정적 측면을 보여 주고 있다.
*"당신은 나를 장사치로 보는가?" : 선비는 소리(小利)에 연연하는 존재가 아니라는 뜻으로 장사치와 선비의 생활 태도를 대조적으로 그리고 있다. 연암의 계급 의식의 한계성이 드러난다.
*"허 생원 댁입지요. - 집을 나간 날로 제사를 지냅지요." : 허생이 5 년 동안 소식이 없으므로 그 아내는 남편이 죽은 줄 알았다. 여기 등장한 '할미'는 서술자를 대신하여 새로운 정보를 전달하는 부수적인 기능을 수행하며, 작가가 전달하는 이야기의 개관성을 유지시킨다. 따라서, 이 대화는 사건의 요약적 제시 및 서술적 기능을 띠고 있다.
*일생을 그러면 족하지요. 왜 재물 때문에 정신을 괴롭힐 것이오? : 도움을 받되 필요 이상의 도움을 받지 않겠다는 선비로서의 미덕을 보인 것으로, 필요 이상의 재물은 오히려 부담이 된다는 점과 선비의 청빈(淸貧) 사상 및 안분지족(安分知足)의 생활 태도가 나타나 있다.
*많이 가지고 가면 좋지 않은 기색으로, : 허생이 군자의 생활 태도를 견지하고 있음을 말한다.
*조선이란 나라는 배가 외국에 통하질 않고 - 온갖 물화가 제자리에 나서 제자리에서 사라지지요. : 자급자족의 원시적 경제 체제와 유통 구조의 취약성을 비판한 것으로, 작가는 우리 나라와 경제가 발전하기 위해서도 도로 사정이 개선되어 수레가 잘 다니고, 배를 부려 외국과의 무역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 가지 물종이 - 이는 백성을 해치는 길이 될 것입니다. : 한 가지 물건을 한 사람이 독점하게 되면 상행위가 이루어지지 않아 백성에게 해로운 일이 될 것이다. 독점 자본에 의한 매점매석의 폐단을 지적한 것이다.
*당신만이 내게 꼭 - 누구나 다 주었을 것이오. : 능력 있는 자가 의로운 뜻을 세우면 천명(天命)이 이것을 돕기 때문에 큰 일을 이룰 수가 있다. 능력이 있고 뜻이 바른 사람에게는 누구나 돈을 빌려 주게 되어 있음을 말한 것으로, 운명론적 사고가 반영되어 있다.
*방금 사대부들이 - 일어설 때가 아니겠소? : 지금 사대부들이 지난날 병자호란 때 남한산성에서 청나라에 당한 치욕을 씻기 위해 북벌론을 제기하고 있는데, 지금이야말로 당신과 같은 비범한 인물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가 아니겠소? 화제가 전환된 부분으로 정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지금의 집정자들은 가히 알 만한 것들이지요. : 당시의 위정자들이 모두 무능하고 위선적이며 부패한 무리들이라고 비판한 구절이다. 이와 같이 적재 적소에 인재를 쓰지 못하는 모순된 현실을 풍자한 작가 의식은, "민옹전"에도 나타난다.
*이완이 당시 어영대장이 되어서 - 인재가 없는가를 물었다. : 벼슬하지 않고 초야에 묻혀 있는 사람 가운데 혹시 북벌(北伐)을 도모함에 필요한 인재가 없는가를 물었다. 이완은 실존 인물로서 오히려 북벌론(北伐論)의 허위를 드러내는 풍자 대상으로 지목되어 있다.
*변씨는 이 대장을 밖에 오래 서 있게 - 손을 부르게 하는 것이었다. : 이완을 필두로 하는 북벌론에 대해 허생이 멸시의 태도를 보인 것이다. 작가는 북벌파들의 허위 의식과 북벌론의 허구성을 이미 간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연암이 북학파의 실학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허생으로 하여금 이런 태도를 보이도록 한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이 대장은 몸둘 곳을 몰라하며 - 허생은 손을 저으며 막았다. : 집권 사대부층의 중심적 인물인 이완이 일개 서생인 허생 앞에 쩔쩔매고 있음은 사실성이 결여된 것으로, 사대부의 소심함과 무력함을 드러내어 통렬히 풍자하기 위한 의도라고 해석할 수 있다.
*내가 와룡 선생 - 삼고초려를 하게 할 수 있겠느냐? : 북벌을 강조하는 임금부터 몸소 실천적으로 노력하는 모범을 보여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명(明)나라 장졸들이 조선은 옛 은혜가 - 나누어 주게 할 수 있겠느냐?" : 왕실의 인척과 권력 있는 세도가들의 부정한 축재와 부도덕성을 폭로하고, 명나라에 은혜를 갚기 위해 청나라를 치겠다는 자들이 명나라의 유민을 돌보지 않는 것은 북벌론 그 자체가 거짓이며, 단지 그것을 구실 삼아 집권층의 위치만을 굳게 다지자는 것뿐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국중의 자제들을 가려 뽑아 - 씻을 수 있을 것이다. : 청의 문물을 배우고 그들과 교역하여야 한다는 북학파다운 작가의 생각을 표현한 구절로 실학 사상이 바탕이 되어 있다.
*잘 되면 대국(大國)의 스승이 - 지위를 잃지 않을 것이다. : 잘 되면 중국의 스승 노릇을 할 것이요, 그렇지 못하더라도 형님의 나라로서의 대우를 받게 될 것이다. 청을 무너뜨리고 한족(漢族)의 나라를 세우면 나라를 세워 준 은공을 생각하여 우리를 항상 공경할 것이다.
*오랑캐 땅에서 태어나 - 이런 어리석을 데가 있느냐? : 중국의 한족(漢族)이 우리를 오랑캐(동이-東夷)라고 칭하거늘, 오랑캐의 땅에서 사대부라 뽐내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이 어디에 있느냐?
*의복은 흰옷을 입으니 - 무엇을 가지고 예법이라 한단 말인가? : 우리 민족 고유의 예법(흰옷과 상투)이라 고집하는 것들이 비실용적임을 비판한 구절로, 예법도 실용적이어야 함을 강조함과 동시에, 청나라의 문물과 예법을 받아들여야 함을 주장하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 있다.
*번오기(樊於期)는 원수를 - 옷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았다. : 실용(實用)과 실리(實利)를 위해서는 허위와 가식(假飾)을 벗어 던져야 함을 고사를 인용하여 지적한 구절로, 당시 사대부들의 관념적 허위와 고착된 인습을 비판하고자 한 것이다.
*그까짓 머리털 하나를 아끼고, : '머리털을 자르는 것은 불효'라는 생각을 헛된 예법이라 보고, 번오기의 실용적 태도를 비교해 지나치게 예법에 얽매이는 것을 비난하였다.
*이튿날, 다시 찾아가 - 허생은 간 곳이 없었다. : 결말을 한 문장으로 처리해 암시와 여운의 묘미를 살리고 있다. 일반적인 고소설의 결말 구조와 달리 "허생전"은 미완결 구조로 종결되고 있다.
출전 열하일기(熱河日記)> 중 "옥갑야화(玉匣夜話)"
작품개괄
-작가 박지원(朴趾源 1737-1805) 조선 영정조 시대의 문인. 학자. 호는 연암(燕巖). 박제가와 홍대용 등과 함께 북학파의 영수로서 청나라 문물을 받아들일 것을 주장했고, 문학을 통해 양반 계층의 공리 공론을 배격하는 한편, 독창적인 사실적 문체와 비판적 문학 확립. 저서로는 <열하일기>, <방경각외전>, <연암집> 등이 있고 소설에는 "허생전", "호질", "양반전", "마장전" 등이 있음
-갈래 한문 소설. 설화 소설. 단편 소설. 풍자 소설
-연대 조선 후기(정조때)
-문체 역어체. 산문체
-배경 시간(17세기 후반-조선 효종 때). 공간(서울 중심의 한반도 전역)
-갈등 개인 ↔ 사회
-관점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취약한 경제 구조를 비판적으로 봄
-시점 전지적 작가 시점
-사상 이용후생(利用厚生)의 실학 사상
-출전 열하일기(熱河日記)> 중 "옥갑야화(玉匣夜話)"
-제재 선비의 이인적(異人的) 삶
-주제 양반 사대부의 무능 비판과 새로운 삶의 각성 및 실천 촉구
-구성
1. 발단 - 글 읽기에 몰두하던 허생은 생활고에 못 견딘 아내의 질책에 집을 나섬
2. 전개 - 변씨에게 돈을 꾸어 매점매석하고 빈 섬을 경영하다 돌아와 꾼 돈을 갚음
3. 위기 - 허생과 변씨는 친교를 나누고, 변씨는 이완과 허생에게 서로를 소개함
4. 절정 - 허생은 현실 타개책을 제시하나 이완이 거절하자 이에 곧 그를 쫓아냄
5. 결말 - 허생은 표연히 자취를 감춤
-특징
1.대화를 통한 작가 의식 표출
2.양반 계층의 신랄한 풍자
-표현 대화를 통한 사건 전개. 냉소적 현실 풍자
작품 해제
작가의 <열하일기> 10권의 "옥갑야화"에 제목이 없이 실려 있는 설화적 소설로서, 후대 '허생전' 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었다. '호질(虎叱)', '양반전'과 함께 작가의 대표작이다.
실학 사상을 담은 작품으로 18세기 후반의 변화를 주도할 새로운 세계관을 모색하려 했던 연암은 주인공 허생을 통해 관념적 유교 사회에 대해 비판하고, 중상주의 사상, 이상국 건설, 시국 대처 방안 등 대응책을 제시하고 있으나, 아울러 그 한계도 드러내고 있다. '문학은 시대와 사회를 반영한다.'는 각도에서 문학과 현실과의 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작품이다.
조선 정조(正祖) 때의 한문 단편 소설인데, 당시 사대부의 허례 허식과 나약한 경제 체제를 실학적 입장에서 비판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이 작품은 작가의 부국이민(富國利民)의 경제관과 인본주의(人本主義)를 내세우고 있는 점이 특이하다.
주제면에서 이 작품을 보면, 전반부에서는 허생이 매점매석으로 부를 취득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 나라의 취약한 경제 현실을 비판하고 있으며, 후반부에서는 지배 계층을 대표하는 이완을 등장시켜 사대부 계층의 무능과 허위 의식을 비판하는 동시에 사대부들의 현실에 대한 자각과 실천을 추구하고 있다.
그리고 "홍길동전"의 '율도국'과 이 작품의 '빈 섬'의 관계를 말한다면, "홍길동전"의 '율도국'은 이상향으로서 적서차별도 없고, 탐관오리의 횡포도 없는 곳인데 반해, 허생이 마련한 '빈 섬'은 그의 경륜을 시험하는 곳으로 완전한 이상향은 아니다. 즉, '율도국'은 최종적인 기착지인 반면, '빈 섬'은 새로운 가능성이 있는 섬일 따름인 것이다.
끝으로 이 작품의 결말 구조의 특징은 미완결의 종결법으로 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극도로 고조된 상태에서 종결을 한다는 것이다. 미완(未完)의 구조로 사건을 종결한 것은 작가의 사상이 급진적이어서 당대의 현실로는 수용하기 어려웠음을 반영한다고 하겠다.
작품의 심화 감상
<등장 인물>
허생(許生) : 주인공. 남산 묵적골 선비로서 이인(異人)다운 풍모를 지닌 비판적 지식인. 이용후생(利用厚生) 정신을 추구하는 인물로 경제의 흐름을 간파하고 있으며, 권력자의 허위 의식을 비판함. 강직하고 도량이 활달한 성격을 지님
허생의 아내 : 독서에만 전념하는 허생은 학문의 목적을 인격 완성이라는 윤리적 수양에 두고 있는 데 반해, 허생의 아내는 실용성에 두고 있어 그 갈등을 이룬다.
변씨(卞氏) : 허생의 비범한 재주와 성품을 꿰뚫어 볼 줄 아는 혜안(慧眼)을 지닌 부자(富者). 도량이 넓고 허생으로 하여금 포부를 펴게 하고 이완(李浣)을 만나게 하는 역할을 함
이완(李浣) : 어영 대장. 무능한 사대부의 상징으로 북벌론(北伐論)의 핵심 인물이며, 풍자의 대상이 됨
◎'홍길동전'과 '허생전'에 나타난 이상향의 모습]
(1) 홍길동전
길동은 그의 출신이 천비의 소생이기 때문에 적서의 차별이 심한 사회에서는 자신의 힘으로는 신분적 차별 대우를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소외된 인물이었고, 또 의적으로서 팔도를 횡행하며 활빈하는 행위도 장기적으로 계속할 수 없는 한계성이 따른다. 그러므로 길동은 좌절과 한계성에서 탈출하고자 최종적으로 선택한 것이 율도에의 진출이며, 갖은 방법으로 회유하는 조정에 그것을 승인하는 조건으로 병조 판서의 제수를 청원하여 그 때까지 소외된 현실과 잠정적으로 타협하였다가 뒤에 율도에 진입하여 국가를 건설하였다.
(2) 허생전
허생은 신분적으로 길동과 같이 자신의 능력으로써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사회의 제도적인 금고에서 오는 좌절을 꼭 필요가 없었고, 또 행동면에서도 급박한 한계 상황에 직면하여 탈출하여야 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다만 불합리한 현실에 대해 심한 혐오와 자의식에서 느끼는 갈등만이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허생이 공도에서 국가의 체제를 갖추고 통치자나 그와 같은 지위로서 군림할 수 없었던 것은 위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길동과는 처지나 상황이 다를 뿐 아니라 역사상 실존했던 인물이 등장하고 부분적으로나마 역사적인 사실이 배경을 이루고 있는 작품에서 비록 '빈섬(공도)'이라 할지라도 국가의 건립을 시도한다는 것은 기존 왕조에 대한 모반으로 작자에게 적잖은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 두 작품 비교
① 홍길동전
특성 - 개인적 차원에 국한된 공간
방법 - 괴물퇴치와 공주와의 결혼
지명 - 율도국(구체적)
형태 - 추상적. 낙원화
결과 - 죽을 때까지 머무는 최후의 공간
② 허생전
특성 - 현실적 경륜의 시험 장소
방법 - 어려움 없이 빈 섬에 들어감
지명 - 무인공도(추상적)
형태 - 공동 생산과 예의 범절에 근거한 사회
결과 - 새로운 문제를 제시하기 위한 준비 공간
허생전 (許生傳) - 박지원 -
(자료:민근홍 언어마을)
[줄거리]
허생(虛生)은 서울 남산 밑 묵적골에 사는 가난한 선비로 글 읽기만 좋아했다. 10년 계획으로 글읽기를 하고 있었는데, 굶주리다 못한 아내가 '벼슬도 못하는 주제에 밤낮 글만 읽어서 무엇하겠느냐'며 푸념을 했다. 아내의 불평에 허생은 책을 덮고 문을 나선다.
장안에서 제일 부자라는 변씨를 찾아가 만 냥을 꾸어 안성으로 내려가 과일을 매점했다. 그 후 값이 오르기를 기다려 10배의 값에 팔아 그 돈으로 농기구, 의복 등을 장만하여 제주도로 가서 많은 이익을 남겼다. 그리고는 제주도의 특산물인 말총을 몽땅 사들여 망건 값이 오른 후 되팔아 역시 10배의 이익을 보았다.
그리하여 그는 도적떼의 소굴로 들어가 도적들에게 계집과 소 한 마리씩을 데리고 오게 하여 그들을 무인도에 정착시킨다. 그곳에서 열심히 일하고 농사를 짓게 하여, 3년 후 일본 장기(나가사키)에 흉년이 들었을 때 그들에게 양곡을 팔아 은 백만 냥을 가지고 본국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그는 백만 냥이란 돈이 너무 많아 쓸 데가 없다고 50만 냥을 바다 속에 넣어 버리고 나머지를 빈민 구제에 쓴 뒤 10만 냥만 남겨 놓았다. 빚을 갚기 위한 것이었다.
허생이 10만 냥을 변씨에게 갚자, 놀란 변씨가 허생의 뒤를 몰래 따라 가 보니, 역시 예전 오두막집으로 들어갔다. 이후 서로의 왕래가 잦아져 가까운 벗이 되었다. 변씨와 친한 어영대장 이완도 허생과 만나 시사에 관해 서로 의견을 주고 받았다. 이완은 허생에게 비웃음만 사게 되고, 허생의 비범한 인물됨을 알게 된 이완은 허생을 천거해 기용하고자 했지만, 허생은 시사 삼난(時事三難)을 들어 이를 거절하게 된다. 이튿날 다시 찾아갔을 때는 이미 어디론가 자취를 감추고 사라져 버린 후였다.
[감상 및 해설]
<허생전>은 [어우야담]에도 이야기되고 있는 이지함의 일화를 바탕으로 참신한 경제논리를 제시하며 허식에 찬 보수적 양반들의 윤리가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를 제시해 준다. 이 작품은 박지원의 실학 사상이 원숙한 경지에 이르렀을 때 쓰여졌으며, 날카로운 현실 비판과 뚜렷한 유토피아 지향이 드러난다.
주인공 허생의 상행위, 경제력의 차이가 없는 이상적인 세계 건설, 섬에서 농사를 지어 수출까지함으로써 백만금을 벌어들이는 일, 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100만냥 중 50만냥을 바다에 버린 행위 등을 통해, 국내의 경제적인 문제들(거지, 흉년, 독점, 수출, 인플레이션 등)을 훌륭히 해결할 수 있는 실학적 정책을 실천적으로 제시해 주기도 한다. 이는 당시 사회가 이용후생을 모르고 공리공론만을 일삼는 유학자들의 폐단을 시정하는 한 방법이기도 하다.
비교적 짧은 이야기 속에 근대 자본주의의 모습과 매점 매석의 부당성을 고발하며, 해외진출과 같은 교역의 꿈도 묘사되어 있다. 또한 북학론을 주장하는 작가가 북벌론을 주장하는 어영대장을 통해 자신의 소신을 피력하고 있기도 하다.
[요점정리]
ㅁ성격 : 고대 한문 단편 소설, 풍자 소설
ㅁ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ㅁ배경 : 17세기 후반, 실학사상
ㅁ주제 : 양반 및 위정자들의 무능력에 대한 비판과 현실에 대한 각성 고취
ㅁ출전 : <열하일기> 중 '옥갑야화'에 수록됨
[등장인물]
⑴ 허생 : 비판적 지식인으로 비범한 능력과 이인(異人)다운 면모
⑵ 변씨 : 도량이 크며, 허생으로 하여금 경륜을 펴게 함. 이완과 접촉시키는 역할
⑶ 이완 : 당대 무능한 사대부 상징. 북벌론의 핵심 인물.
[작품에 나타난 연암의 사상]
⑴ 부(富)의 획득문제 ⇒ 매점매석을 통한 부의 획득(조선의 사회가 물자 유통이 이루어지지 않고, 외국과의 무역이 없기 때문에 조선이 부흥할 수 없다는 연암의 비판이 담김)
⑵ 무인도에서의 경영(이상적인 공동체) ⇒ 글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데리고 들어간다거나, 일본과의 무역을 하는 데서, 실학을 하지 않고 허례허식과 공리공론에만 매달린 양반 식자층은 나라의 화근이 될 수밖에 없다는 연암의 비판이 담김.
⑶ 북벌론 비판 ⇒ 허생이 제시한 북벌론에 대한 세 가지 제안이 하나도 받아들여지지 않은 데서, 북벌의식은 하나의 허위에 지나지 않음을 드러냄.
※ 허생이 제시한 세가지 제안
①제갈량과 같은 사람을 천거할 것이니 왕이 삼고초려할 것
②명나라의 유민들로 우리나라에 사는 사람들에게 종실의 딸을 시집보내고 간신의 집을 빼앗아 나누어 줄 것
③젊은이들의 머리를 깎게 하고 되놈의 옷을 입혀서 선비는 청나라의 청빈과에 응시하게 하고, 서민은 강남에 가서 돈을 벌게 하여 그나라의 실정을 정탐하게 함.
[생각해 보기]
1.허생전에 드러난 유토피아 사상을 살펴보자.
⇒ 허생은 무인도에서 글하는 사람을 모두 데리고 나온다. 이는 글 아는 자가 공동체 생활을 하는 섬의 화근이라고 인식하는 것이고, 이 인식은 곧 당시 무위도식하던 양반 식자층을 겨냥한 공격이 아닐 수 없다. 실학을 하지 않고 허례허식과 공리공론에만 매달린 양반 식자층은 진실로 나라의 화근이 아닐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허생이 이 섬에 영원히 안주하지 않고 '땅이 좁고 덕이 없다'는 이유로 떠나 버린다는 점이다. 허생의 무인도에서의 이상적 공동체 건설이란 하나의 실험에 불과하고 사실은 당시 조선사회에서 실현되어야 할 하나의 이상형을 제시한 것임을 말해 준다.
2. 허생은 비록 매점매석을 통해 부를 획득했지만, 올바른 상행위는 어떻게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는가?
⇒ 독점의 수법을 통한 부의 축적은 백성을 해치는 것이라고 하여 배척하고 있다. 특히 위정자들이 이 방법을 쓴다면 그것은 나라를 병들 게 할 것이라 하여 이 독점의 폐해를 우려하고 있다. 그러니까 연암은 부를 축적하되 그것이 국내의 유통 구조의 확립과 외국과의 교역을 통해야지 국내에서의 독점을 통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
1.이 소설은, 지필 당시보다 약 1세기 앞선, 17세기 조선 효종때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소설을 통해 박지원은 허생과 실존 인물인 이완과의 대화를 통해 허례허식에 물들어 있고 보수적인 양반을 신랄하게 비판했으며, 실용적인 사고를 촉구했다.
2.주인공인 허생은 10년 계획을 세우고 글공부에 몰두하지만 7년째 되는 어느 날 가난한 살림에 지친 아내가 허생에게 장인 노릇도 못하고 장사도 못 한다면 도둑질이라도 해서 돈을 벌어 오라고 구박을 한다. 이에 허생은 글공부를 중단하고 장안의 갑부인 변씨를 찾아가서 1만 냥의 돈을 빌린다. 허생은 1만 냥으로 시장에 나가서 매점 매석으로 독점시장을 형성하여 큰돈을 벌면서 무역이 잘 되지 않는 조선 땅의 현실에 한탄을 한다. 그 뒤 허생이 한 뱃사공을 만나 살기 좋은 섬으로 남쪽의 어느 작은 무인도를 소개받게 되는데, 마침 그때 조선 땅에 수천의 도둑떼가 들끓어, 허생이 그들을 회유하여 뱃사공이 소개해 준 무인도로 데려가서 새로운 섬나라를 세우고 그 곳에서 난 작물들을 흉년이 든 일본의 한 지방에 팔아 큰돈을 벌고는 허생 혼자서 다시 조선 땅으로 돌아오게 된다. 조선에 돌아와서는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 주고 남은 10만 냥의 돈은 변씨에게 갚는다. 이에 변씨는 놀라서 원금에 1할의 이자만 쳐서 받으려 했지만 허생은 거절했고, 오히려 이를 계기로 허생과 변씨는 친해지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변씨는 허생과 이야기를 주고 받다가 조선 땅의 현실과 허생의 비범한 인품을 알게 되고, 허생에게 이완이라는 정승을 소개시켜 북벌론에 관한 이야기를 주선하였는데, 허생이 이완에게 3가지 문제를 내었지만 이완은 3가지 모두 해결할 수 없다고 답하였다. 이에 허생은 이완을 크게 꾸짖으며 칼로 이완의 목을 치려 하자 이완은 허생의 집을 도망쳐 나온다. 그 다음날 이완이 다시 허생의 집을 찾아갔으나 허생은 사라지고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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