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로 밤으로 왕거미 줄치기에 분주한 집 마을서 흉집이라고 꺼리는 낡은 집 이 집에 살았다는 백성들은 대대손손에 물려줄 은동곳*도 산호관자*도 갖지 못했니라. 재를 넘어 무곡*을 다니던 당나귀 항구로 가는 콩실이에 늙은 둥글소* 모두 없어진 지 오래 외양간엔 아직 초라한 내음새 그윽하다만 털보네 간 곳은 아무도 모른다. 찻길이 놓이기 전 노루 멧돼지 족제비 이런 것들이 앞뒤 산을 마음 놓고 뛰어다니던 시절 털보의 셋째아들은 나의 싸리말 동무*는 이 집 안방 짓두광주리* 옆에서 첫울음을 울었다고 한다. “털보네는 또 아들을 봤다우 송아지래두 불었으면 팔아나 먹지.” 마을 아낙네들은 무심코 차가운 이야기를 가을 냇물에 실어보냈다는 그날 밤 저릎 등*이 시름시름 타들어가고 소주에 취한 털보의 눈도 일층 붉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