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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4

꽃나무 - 이상

꽃나무 이상 벌판한복판에꽃나무하나가있소.근처(近處)에는꽃나무가하나도없소.꽃나무는제가생각하는꽃나무를열심(熱心)으로생각하는것처럼열심으로꽃을피워가지고섰소.꽃나무는제가생각하는꽃나무에게갈수없소.나는막달아났소.한꽃나무를위(爲)하여그러는것처럼나는참그런이상스러운흉내를내었소. 핵심 정리 • 갈래 : 산문시 • 성격 : 심리적. 내면적. 관념적. 주지적 • 경향 : 초현실주의적 • 심상 : 인간의 내면 의식의 심상화. 심상의 병치 • 어조 : 고뇌하는 지식인의 자아 성찰적 어조 • 표현 : 역설법, 자유 연상법 사용 • 특징 : 띄어쓰기 무시('낯설게 하기'의 기법으로 관습의 파괴를 시도). 시의 율격을 배제함으로써 음악적인 요소 무시. 반이성(反理性)에 입각한 역설적인 기법 • 구성 : 1~2문장 : 자아의 상황 설정 ..

문학/현대운문 2021.02.26

이상 '봉별기' 전문

봉별기 이상 1 스물세 살이오―――삼월이오―――각혈이다. 여섯 달 잘 기른 수염을 하루 면도칼로 다듬어 코밑에 다만 나비만큼 남겨 가지고 약 한 제 지어 들고 B라는 신개지 한적한 온천으로 갔다. 게서 나는 죽어도 좋았다. 그러나 이내 아직 기를 펴지 못한 청춘이 약탕관을 붙들고 늘어져서는 날 살리라고 보채는 것은 어찌 할 수가 없다. 여관 한등 아래 밤이면 나는 늘 억울해 했다. 사흘을 못 참고 기어 여관 주인 영감을 앞장 세워 밤에 장기 소리 나는 집으로 찾아갔다. 게서 만난 것이 금홍이다. "몇 살인고?" 체대가 비록 풋고추만 하나 깡그라진 계집이 제법 맛이 맵다. 열여섯 살? 많아야 열아홉 살이지 하고 있자내까. "스물한 살이에요" "그럼 내 나인 몇 살이나 돼 뵈지?" "글쎄 마흔? 서른아홉?"..

문학/소설전문 2021.01.07

이상 '날개' 전문

날개 이상 '박제가 되어 버린 천재'를 아시오? 나는 유쾌하오. 이런 때 연애까지가 유쾌하오. 육신이 흐느적흐느적하도록 피로했을 때만 정신이 은화처럼 맑소. 니코틴이 내 횟배 앓는 뱃속으로 스미면 머릿속에 으레 백지가 준비되는 법이오. 그 위에다 나는 위트와 파라독스를 바둑 포석처럼 늘어 놓소. 가증할 상식의 병이오. 나는 또 여인과 생활을 설계하오. 연애기법에마저 서먹서먹해진 지성의 극치를 흘깃 좀 들여다본 일이 있는, 말하자면 일종의 정신분일자말이오. 이런 여인의 반----그것은 온갖 것의 반이오.---만 을 영수하는 생활을 설계한다는 말이오. 그런 생활 속에 한 발만 들여놓고 흡사 두 개의 태양처럼 마주 쳐다보면서 낄낄거리는 것이오. 나는 아마 어지간히 인생의 제행이 싱거워서 견딜 수가 없게 끔 되..

문학/소설전문 2021.01.05

이상 '권태' 전문 (수필)

권태 이상 1 어서, 차라리 어둬버리기나 했으면 좋겠는데──벽촌의 여름날은 지리해서 죽겠을 만치 길다. 동에 팔봉산. 곡선은 왜 저리도 굴곡이 없이 단조로운고? 서를 보아도 벌판, 남을 보아도 벌판, 북을 보아도 벌판, 아아이 벌판은 어쩌라고 이렇게 한이 없이 늘어 놓였을꼬? 어쩌자고 저렇게까지 똑같이 초록색 하나로 되어 먹었노? 농가가 가운데 길 하나를 두고 좌우로 한 십여 호씩 있다. 휘청거린 소나무 기둥, 흙을 주물러 바른 벽, 강낭대로 둘러싼 울타리, 울타리를 덮은 호박넝쿨, 모두가 그게 그것같이 똑같다. 어제 보던 대싸리나무, 오늘도 보는 김서방, 내일도 보아야 할 흰둥이, 검둥이 해는 100도 가까운 볕을 지붕에도, 벌판에도, 뽕나무에도 암탉 꼬랑지에도 내려쪼인다. 아침이나 저녁이나 뜨거워서 ..

문학/소설전문 2021.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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