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횡만리 김학철 1. 장사보위전(1938) 적군의 발광적인 공격을 일단 물리치고 불과 몇 시간 동안에 처참한 수라장으로 벼해 버린 야산 밑에서, 조선의용군의 분대장 양수봉이 전장의 뒷거둠질을 하고 있을 때였다. 포탄에 중동이 뭉청 끊겨져나간 나도밤나무 등걸에다 목덜미만 거북살스레 기댄 채 몸져누워 있는, 중상을 입은 듯 싶은 일본 병사 하나를 발견하였다. 양수봉은 워낙 천품이 너그러운지라 그 부상한 적병을 아군의 붕대소로 데려가는 것이 옳다고 판단하고 곧 행동으로 넘어갔다. 부상한 적병은 가까이에 인기척을 느낀 모양으로 힘없이 감았던 눈을 거슴츠레 떴다. 네 눈이 마주쳤다. 양수봉이 저도 모르게 무춤 발을 멈추는 것을 보자 그 일본 병사는 성한 손으로 피에 젖은 군복의 호주머니를 더듬었다. 그 동작을 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