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인간형 안수길 1 토요일 오후였다. 대청소(大淸掃)를 한다고 빗자루며 물이 담겨 있는 바께쓰며, 이런 것들을 들고 다니며 떠들던 아이들도 이미 물러간 뒤였다. 따로 떨어진 일학년 교실에서 고등학교 합창부의 이부 합창 연습하는 소리가 풍금의 멜로디에 섞이어 제법 곱고 우렁차게 전해 온다. 운동장에서 오륙 명 아이들이 샤쓰 바람으로 땀을 흘리면서 바스켓 볼 연습하는 외에, 천오백여명이 날마다 생서 떼같이 펄펄 뛰던 교실도 교정도 한적하기 짝이 없었다. 계절이 물러간 피서지라는 느낌이 아니었다. 그런 서글픔이 아니었다. 그것은 실로 무슨 큰 잔치를 치르고 난 뒤의 정적이라고 할까? 거뜬하면서도 피로가 마음을 가라앉혀 주는 권태 ― 이런 기분에 잠기면서 석은 직원실 의자에 게으르게 기대앉아 창 밖을 내다보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