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편 이동하 죽음이란 어차피 그런 것이라고는 해도 숙부(叔父)의 경우는 너무나 갑작스러웠다. 부음(訃音)에 접한 것은 저녁상을 막 물리고 난 때였다. 오토바이를 부르릉거리며 온 사내가 종이쪽지 하나를 훌쩍 던져 주고 사라졌는데, 그것이 바로 숙부의 죽음을 알리는 부음이었던 것이다. 막 배달된 석간 신문을 대하듯 나는 그 쪽지를 열어 보았다. ― 부 친 별 세 종 수 가로로 가지런히 늘어놓인 낱말들을 그렇게 여섯 글자로 쉽게 조립되었다. 밖은 춥고 어두웠다. 크고 찬 손이 갑자기 가슴에 와 닿는 것을 느끼고 나는 잠시 몸을 떨었다. 아내가 현관 불을 껐다. “무슨 전보예요?” 불안한 얼굴로 아내가 물었다. 거실의 밝은 불빛 아래서 나는 다시 내용을 확인했다. 부친 별세 종수 ― 그밖에 달리 해독될 여지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