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천가(北遷歌)
김진형
구분 | 원문 | 풀이 |
1 | 世上(세상) 사람들아 이내 말삼 들어보소. | 세상 사람들아, 이내 말씀 들어보소. |
科擧(과거)를 하거들랑 靑春(청춘)에 아니하고 | 과거를 하려거든 청춘에 아니하고 | |
五十(오십)에 登科(등과)하여 白首紅塵(백수홍진) 무삼일고. | 오십에 급제하여 흰머리로 고생하나. | |
公明(공명)이 늦이나마 行勢(행세)나 약바르지. | 벼슬이 늦었으면 처세나 약아야지. | |
5 | 無斷(무단)히 내달아서 小人(소인)의 敵(적)이 되여 | 눈치 없이 내달아서 소인배의 적이 되어 |
부월을 무릅쓰고 天庭(천정)에 上䟽(상소)하니 | 형벌을 무릅쓰고 조정에 상소하니 | |
니전으로 보게되면 빗나고 올컨만은 | 이전에는 빛나고도 옳은 일이었지만 | |
요요한 이 世上(세상)에 남다른 일이로다 | 시끄러운 세상에선 남다른 일이로다. | |
소한장 오르면서 萬朝(만조)가 鬱鬱(울울)하다 | 상소 한 장 올라가니 온 조정이 울컥한다. | |
10 | 어와 惶悚(황송)할사 天威(천위)가 震怒(진노)하니 | 어와 황송하네, 임금이 진노하니 |
削奪官職(삭탈관직) 하시면서 嚴治(엄치)하고 식중하니 | 삭탈관직 하시면서 엄하게 꾸중하니 | |
운박한 이 신명이 敵國(적국)을 도라갈새 | 운 없는 이 신세가 고향으로 돌아갈 때 | |
秋風(추풍)에 배를 타고 江回(강회)로 向(향)하다가 | 추풍에 배를 타고 강호로 향하다가 | |
남수찬 上䟽(상소) 끗해 明川定配(명천정배) 놀납도다 | 남수찬의 상소 끝에 ‘명천’ 유배 놀랍구나. | |
15 | 적소로 치행하니 寒波風波(한파풍파) 고이하다 | 귀양지로 떠나려니 추위 바람 괴상하다. |
창망한 行色(행색)으로 東門(동문)에서 待罪(대죄)하니 | 근심 많은 행색으로 ‘동문’에서 대죄하니 | |
故鄕(고향)은 寂寞(적막)하고 明川(명천)이 二千里(이천리)라 | 고향은 멀고멀고 ‘명천’은 이 천리라 | |
두루마기 한띄매고 北天(북천)을 향해 셔니 | 두루마기 흰 띠 띄고 임금을 향해 서니 | |
四顧無親(사고무친) 孤獨單身(고독단신) 죽난줄 뉘가 아랴 | 사고무친 고독단신* 죽는 줄 누가 알리. * 의지할 만한 사람이 아무도 없고 도와주는 사람 없이 외로운 처지에 있는 몸. |
|
20 | 사람마다 당케 되면 우름이 나지마난 | 사람마다 억울하면 울음이 나련마는 |
國恩(국은)을 갑흘지라 쾌함도 쾌할시고 | 오히려 유쾌하게 임금 은혜 갚으리라. | |
人臣(인신)이 되어다가 소인을 讒訴(참소)하고 | 신하가 되었다가 소인배의 모함으로 | |
嚴旨(엄지)를 奉承(봉승)하여 絶域(절역)으로 가난 사람 | 임금 분부 받들어서 외딴 곳에 가는 신세 | |
千古(천고)의 몇몇이며 我朝(아조)에 그 뉘런고 | 예로부터 몇몇이며 조선에 그 뉘런고. | |
25 | 칼집고 이러 셔셔 술먹고 츔을 츄니 | 칼 짚고 일어서서 술 먹고 춤을 추나 |
千里謫客(천리적객)이라 丈夫(장부)도 다울시고 | 천리 귀양이라 장부도 다 우는구나. | |
죠흔다시 말을 하니 明川(명천)이 어듸맨야 | 좋은 듯이 말하지만 ‘명천’은 어디인가. | |
더외난 紅爐(홍로)갓고 장마난 極惡(극악)한대 | 더위는 화로 같고 장마는 극악한데 | |
노자난 되셔우고 이 明月(명월) 내달나셔 | 몸종은 뒤 세우고, 밝은 달은 앞에 두고 | |
30 | 다락원 잠관 지나 축셩영 넘어셔니 | ‘다락원’ 잠깐 지나 ‘축성령’ 넘어가니 |
북천이 머러간다 | 궁궐이 멀어진다. | |
슬푸다 이 내몸이 영쥬각 神仙(신선)으로 | 슬프구나, 이내 몸이 홍문각의 교리로서 | |
나나리 책을 끼고 天日(천일)을 메시다가 | 매일매일 책을 끼고 임금을 모시다가 | |
一朝(일조)에 졍을 떼여 天涯(천애)로 가갯고나 | 하루아침 정을 떼고 하늘 끝에 가겠구나. | |
35 | 閨中(규중)을 膽望(담망)하니 운영이 아득하고 | 궁궐을 바라보니 안개구름 아득하고 |
종남은 아아하여 夢上(몽상)에 아련하나 | 남산은 우뚝하여 꿈속처럼 아련하나 | |
밥 먹으면 길을 가고 잠을 깨면 길을 떠나 | 밥 먹으면 길을 가고 잠을 깨면 길을 떠나, | |
물 건너고 재를 넘어 十里(십리) 가고 百里(백리) 가니 | 물 건너 언덕 넘어 십리 가고 백리 가니 | |
楊州(양주) 따 지난 후에 표원읍 길가이오 | ‘양주’땅 지난 후에 ‘포천읍’ 길가이고 | |
40 | 천원지경 발분 후에 정평읍 건너가셔 | ‘철원’ 경계 밟은 후에 ‘정평읍’ 건너보며 |
김화김셩 지난 후에 호양읍 막쥭이라 | ‘김화’ ‘금성’ 지난 후에 ‘회양읍’이 마지막이라. | |
江原道(강원도) 북관길이 듯기보기 갓호구나 | 강원 거쳐 함경도길 듣고 본 것 같구나. | |
회양서 즁화하고 철영을 향해가니 | ‘회양’서 점심 먹고, ‘철령’ 향해 가니 | |
쳔험한 靑山(청산)이오 촉도란은 길이로다 | 아주 험한 청산이요, 촉도* 같은 길이로다. * 촉(蜀)으로 가는 길로 매우 험한 길을 뜻함 |
|
45 | 요란한 운무즁에 일색이 그지 나니 | 요란한 안개는 햇빛을 가리우고 |
철영을 넘난고나 남녀랄 잡아타고 | 가마를 잡아타고 ‘철령’을 넘는구나. | |
樹木(수목)은 울밀하여 天日(천일)을 가리우고 | 무성한 나무는 하늘과 해를 가리고 | |
岩石(암석)은 층층하여 업버지락 잡바지락 | 바위는 겹겹이 쌓여 엎어질 듯 자빠질 듯 | |
즁허리에 못을 나셔 황흔이 거리로다 | 고개 중턱 못 올라서 황혼이 다 되었다. | |
50 | 上上峰(상상봉) 올나셔니 初更(초경)이 되엿구나 | 꼭대기에 올라서니 초경이 되었구나. |
일행이 허기 져서 기장떡 사먹으니 | 일행이 허기져서 기장떡 사먹으니 | |
떡마시 이상하고 香氣(향기) 잇고 아람답다 | 떡 맛이 독특하여 향기롭고 아름답다. | |
햇불을 신칙하고 火(화)광즁 나려가니 | 조심조심 횃불 들고 불 비추며 내려가니 | |
南北(남북)을 모라거든 山形(산형)을 어이 아리 | 남북도 모르는데 산 모습을 어이 알리. | |
55 | 三更(삼경)에 산에 나려 탄막에 잡을 자고 | 삼경에 산 내려와 숯막에서 잠을 잔다. |
새벽에 떠나셔니 安邊邑(안변읍) 어대맨요 | 새벽에 떠났는데 ‘안변읍’이 어디인가. | |
할 일 업산 내신세야 北道(북도) 적객 되엿도다 | 기약 없는 내 신세야 귀양객이 되었구나. | |
咸鏡道(함경도) 初面(초면)이요 我太祖(아태조) 古土(고토)로다 | 함경도는 초면이요 태조대왕 고향이라. | |
山川(산천)이 광활하고 樹木(수목)이 만천한대 | 산천은 넓디넓고 숲은 들로 이어졌는데 | |
60 | 安邊邑(안변읍) 드러가니 本官(본관)이 나오면서 | ‘안변읍’ 들어가니 본관이 나오면서 |
포신 장진칙하고 음식을 공괴하니 | 자리 깔고 병풍치고 음식을 들여온다. | |
시원케 잠을 자고 北向(북향)하여 떠나가니 | 시원하게 잠을 잔 뒤 북쪽으로 떠나가니 | |
元山(원산)이 역에련가 人家(인가)도 굉쟝하다 | ‘원산’이 여기인가, 인가도 굉장하다. | |
바다 소래 요란한대 물화도 장할시고 | 파도 소리 요란한데 물품도 장할시고. | |
65 | 덕원읍 중화하고 문천읍 숙소하고 | ‘덕원읍’서 점심 먹고, ‘문천읍’서 잠을 자고 |
영흥읍 드러가니 웅장하고 가려하다 | ‘영흥읍’에 들어가니 웅장하고 아름답다. | |
太祖大王(태조대왕) 타개로셔 총총가게 뿐이로다 | 태조대왕 탄생지로 아름다운 집뿐이다. | |
금슈 山川(산천) 그림 중에 바다갓흔 관새로다 | 비단 같은 산천 그림 바다 같은 요새로다. | |
船官(선관)이 즉시 나와 치하하고 관대하여 | 선관이 즉시 나와 위로하고 대접하여 | |
70 | 點心床(점심상) 보난 후에 채병화 등대하니 | 점심상 보낸 후에 채병화연* 준비하나 * 색칠한 병풍과 꽃돗자리 |
죄뎡이 몸에 잇셔 치하하고 歡送(환송)한 후 | 죄 지은 몸인지라 고마워도 돌려보내고 | |
고원읍 드러가니 본수령 오공신은 | ‘고원읍’ 들어가니 그곳 수령 오공신은 | |
셰이가 가별커로 날보고 반겨하내 | 옛 정이 각별하여 날 보고 반겨하네. | |
千里客地(천리객지) 날 반기리 이 얼운 뿐이로다 | 천리객지 날 반길 이 이 어른뿐이로다 | |
75 | 冊房(책방)에 마자드려 음식을 공괴하며 | 책방으로 맞아들여 음식을 대접하며 |
위로하고 多情(다정)하니 客懷(객회)랄 잇개구나 | 다정하게 위로하니 시름을 잊겠구나. | |
北馬(북마) 주고 使令(사령) 쥬고 행개 쥬고 衣服(의복) 쥬니 | 말을 주고 하인 주고 여비 주고 옷도 주니 | |
잔읍 형셰 生覺(생각)하고 不安(불안)하기 그지없다 | 가난한 고을 생각하니 불안하고 부담스럽네. | |
능신하고 발행하니 운슈도 고이하나 | 벼슬 잃고 떠나오니 운수도 괴이하다. | |
80 | 갈길이 몇 千里(천리)며 올 길이 몇 千里(천리)고 | 갈 길이 몇 천리며 온 길이 몇 천린가. |
하늘얏은 쳐철영은 한국을 막아 잇고 | 하늘같은 저 ‘철령’이 고향을 막아섰고 | |
저승갓흔 괴문관은 오령에 썩겨구나 | 저승 같은 귀문관*이 우뚝이 서 있구나. | |
* 죽은 이는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문으로 죄를 많이 지은 이는 이 문을 통과하지 못하고 지옥으로 끌려간다고 함. | ||
표중갓흔 이 내몸이 지향이 어대민요 | 바람 같은 이내 몸은 어디로 향하는가. | |
초원역 중화하고 함흥감영 드러가니 | ‘초원역’서 점심 먹고, ‘함흥’ 감영 들어가니 | |
85 | 萬才橋(만재교) 긴다리난 十里(십리)랄 뻣치엿고 | 만세교 긴 다리는 십 리에 뻗어 있고 |
無邊大海(무변대해) 챵망하여 大野(대야)를 둘러잇고 | 끝없는 큰 바다는 아득하게 둘러 있고 | |
長江(장강)은 도도하여 만고에 흘너구나 | 큰 강은 거침없이 옛날부터 흘렀구나. | |
구름갓흔 셩첩 보소 낙번누 놉고 놉다 | 구름 같은 성벽 보소, 낙빈루는 높고 높다. | |
萬人家(만인가) 전역 연기 秋江(추강)에 그림이요 | 집집마다 저녁연기 가을 강의 그림이요, | |
90 | 西山(서산)에 지난 해난 遠客(원객)에 스름이라 | 서산에 지는 해는 귀양객의 시름이다. |
술 먹고 누에 올나 칼 만지며 노래하니 | 술잔 들고 누각 올라 칼 만지며 노래하니 | |
無心(무심)한 뜬 구름은 故鄕(고향)으로 돌아가고 | 무심하게 뜬 구름은 고향으로 돌아가고, | |
유이한 강졍소래 客懷(객회)를 더쳐서라 | 편안한 피리 소리 객의 시름 더하는구나. | |
思鄕(사향)한 이 내 눈물 長江(장강)에 떤저두고 | 고향 향한 이내 눈물 긴 강에 던져두고 | |
95 | 백청누 나려와셔 셩내에셔 잠을 자니 | 백청루로 내려와서 성 안에서 잠을 자니 |
서울이 八百里(팔백리)오 명천이 구백리라 | ‘서울’은 팔백 리요, ‘명천’은 구백리라. | |
비맛고 유삼 쓰고 항가령 넘어가니 | 비 맞고 유삼* 쓰고 ‘함관령’ 넘어가니 * 기름에 결은 비옷. |
|
영태도 높건이와 樹木(수목)이 더욱 장타 | 고개도 높거니와 수목도 더욱 장하다. | |
남녀난 나려가고 대로난 셔려고나 | 나는 듯한 가마 타고 고갯길은 굽이굽이 | |
100 | 路邊(노변)에 셧난 碑石(비석) 碑閣(비각) 단쳥 요조하다 | 길가의 서 있는 비각 단청 아름답다. |
太祖大王(태조) 소시졀에 高麗國(고려국)에 將帥(장수) 되어 | 태조대왕 젊은 시절 고려국의 장수되어 | |
만살인 승졍하고 功德碑(공덕비) 어제갓다 | 말갈족을 무찔렀던 공덕비가 어제 같다. | |
驛馬(역마)를 잡아 타고 흥원읍 드러가니 | 역말을 갈아타고 ‘홍원읍’ 들어가니 | |
無邊海色(무변해색) 둘넌난대 邑樣(읍양)이 絶妙(절묘)하다 | 끝없는 바다 옆의 고을 모습 절묘하다. | |
105 | 즁화하고 떠나셔니 평사역에 宿所(숙소)로다 | 점심 먹고 떠나가니 ‘평포역’이 숙소로다. |
내온 길 생각하니 千里(천리)만 되엿난야 | 내가 온 길 생각하니 천만 리나 되었구나. | |
실갓흔 목슘이오 거미같흔 글역이라 | 실 같은 목숨이요, 거미 같은 기력으로 | |
쳔쳔이 길을 가면 살고서 볼거신대 | 천천히 길을 가면 편히 갈 수 있었거늘 | |
嚴旨(엄지)를 메셔스니 일시를 遲滯(지체)하랴 | 지엄한 임금 명령 잠시라도 지체하랴. | |
110 | 죽기를 가리잔고 水火(수화)를 不分(불분)하니 | 죽기를 가리지 않고 물불을 구별 않으니 |
만신에 땀때 도다 성종지경 되어잇고 | 온 몸에 땀이 돋아 종기가 돋았구나. | |
骨髓(골수)에 든 더위난 자고새면 泄瀉(설사)로다 | 골수에 든 더위에 날이 새면 설사로다. | |
나장이 하난 마리 나으리 擧動(거동) 보니 | 사령이 하는 말이 “나으리 거동 보소. | |
嚴嚴(엄엄)하신 氣力(기력)이오 위태하신 신관이라 | 숨이 끊어질 듯 위태하신 얼굴이라 | |
115 | 하로만 조리하여 北靑邑(북청읍)에 묵사이다 | 하루만 조리하게 ‘북청읍’에 묵읍시다.” |
無識(무식)하다 네 말이야 嚴旨(엄지) 중 一身(일신)이라 | “무식하다 네 말이야, 임금 명령 엄한지라 | |
生死(생사)를 생각하야 一時(일시)를 遲滯(지체)하리 | 생사를 생각하랴, 잠시인들 지체하랴. | |
사람이 죽고 살기 하날에 달려스니 | 사람이 죽고 살기 하늘에 달렸으니 | |
네 말이 기특하다 가다가 보객구나 | 네 말이 기특하나 얼른얼른 가자꾸나.” | |
120 | 北靑(북청)셔 宿所(숙소)하고 남승쳥 도라스니 | ‘북청’에서 하루 묵고 ‘남송정’ 돌아드니 |
無邊大海(무변대해) 茫茫(망망)하여 東天(동천)이 가이 업고 | 끝없는 넓은 바다 동쪽 하늘 끝이 없고 | |
萬山(만산)은 疊疊(첩첩)하여 남향이 아득하고 | 산들이 첩첩하여 남쪽이 아득하다. | |
마유역 즁화하고 마천령 다다르니 | ‘마곡역’ 점심 먹고 ‘마천령’ 다다르니 | |
안박재 六十里(육십리)라 하날에 마쳔하고 | 안팎으로 육십 리라 하늘에 맞닿았고 | |
125 | 空中(공중)에 걸인기 참바갓치 결여구나 | 공중에 걸린 길은 참바*처럼 굽이치네. * 삼이나 칡 따위로 세 가닥을 지어 굵다랗게 드림 |
다리덤불 얼켜스니 天日(천일)이 밤즁갓고 | 달래 덤불 얽혔으니 햇빛도 밤중 같고 | |
층암이 위태하여 머리 위에 떠러질 듯 | 충층 바위 위태하니 머리 위로 떨어질 듯 | |
하날인가 땅이런가 이셩인가 져셩인가 | 하늘인가 땅이런가, 이승인가 저승인가. | |
上二峯(봉) 올나셔니 보이난게 바다이오 너른 거시 바다이라 | ‘상이봉’에 올라서니 보이는 게 바다이고 넓은 것이 바다이다. | |
130 | 몇 날을 길에 잇셔 이 재를 넘어든고 | 며칠이나 길을 가며 이 고개를 넘었던가. |
이 영을 넘은 후에 故鄕(고향) 생각 다시 업다 | 이 고개 넘고 나니 고향 생각 다시없네. | |
쳔일만 은근하여 頭上(두상)에 버려구나 | 햇빛만 은근하게 머리 위로 비췄구나. | |
영평읍 中火(중화)하고 吉州邑(길주읍) 드러가니 | ‘원평’에서 점심 먹고 ‘길주읍’에 들어가니 | |
성곽도 장컨이와 여염이 더욱 장타 | 성곽도 대단하고 여염집도 더욱 좋다. | |
135 | 비올 바람 일어나니 떠날 길이 아득하다 | 비올 바람 일어나니 떠날 길이 아득하다. |
邑內(읍내)셔 묵자묵자 하니 本官(본관)예 不安(불안)하다 | 읍내서 묵자하니 본관에게 불편하다. | |
원 나오고 책방 오니 初面(초면)이 친구갓다 | 수령 오고 책방 오니 초면인데 친구 같다. | |
飮食(음식)은 먹건이와 포진 妓生(기생) 불관하다 | 음식은 먹거니와 기생 대접 관심 없다. | |
嚴旨(엄지)를 메셔스니 꽃자리 관심 없고 | 임금 명령 받든 몸 꽃자리 관심 없고 | |
140 | 죄명을 가자스니 妓生(기생)이 호화롭다 | 죄를 지었으니 기생이 웬일일까. |
운박하온 신명 보면 분상하난 상주로다 | 운이 없는 내 모습은 분상*하는 상주로다 * 먼 곳에서 부모가 돌아가신 소식을 듣고 급히 집으로 돌아감. |
|
妓生(기생)을 물리치고 錦遙(금요)를 거더내니 | 기생을 물리치고 비단 자리 걷어내니 | |
本官(본관)이 하난 마리 嶺南(영남) 양반 고집도다 | 본관이 하는 말이 “영남 양반 고집이라.” | |
모우하고 떠나셔니 明川(명천)이 六十里(육십리)라 | 비 맞으며 떠나가니 ‘명천’이 육십 리라. | |
145 | 이 땅을 생각하면 묵특에 고토로다 | 이 땅을 생각하면 묵특*의 옛 땅이라. * 중국 전한 때 흉노족의 우두머리인 선우 |
황생여 일부토난 왕소군에 쳥총이오 | 한 무더기 누런 모래 왕소군*의 무덤인가 | |
八十里(팔십리) 광연못은 소무에 강도로다 | 팔십 리 ‘광연못’은 소무*의 강도로다. | |
* 중국 전한 원제의 후궁이었으나 흉노의 선우에게 시집보내짐. * 전한에서 흉노로 보낸 사신으로 흉노의 선우가 투항시키려 했으나, 투항하지 않자 ‘숫양이 새끼를 낳으면 한나라로 돌려보내겠다.’고 하며 강도(지금의 바이칼호) 근처로 유배 보냄. |
||
휘흥동 이등처난 져금에 원억이오 | ‘회홍동’ 이릉*의 묘는 지금도 원통한가. * 중국 전한의 장군으로 흉노에게 포위되어 항복함. |
|
백용해 대문관은 압개갓고 됫메갓다 | ‘백용해’ 대문관은 앞 재 같고 뒷산 같다. | |
150 | 고창억막 가라타고 배소를 드러가니 | 늙은 역마 잡아타고 귀양지로 들어가니 |
人民(인민)은 繁盛(번성)하고 城郭(성곽)은 雄壯(웅장)하다 | 사람들은 번성하고 성곽은 웅장하다. | |
여관에 드러안자 패문을 붓친 후에 | 여관에 들어앉아 편지를 붙인 후에 | |
앵도원에 집을 무려 本官(본관)다려 쳥하여라 | 맹동원의 집을 물어 본관에게 전하게 하니 | |
본관 공형이 나오면서 안부 묻고 | 본관이 공방형방 내보내어 안부 묻고 | |
155 | 평풍자리 쥬물상을 쥬인으로 대령하고 | 병풍치고 주안상을 대접하게 하고 |
육갑소래 압셔우고 쥬인으로 나와 안쟈 | 육각 소리* 앞세우고 주인으로 나와 앉아 * 북, 장구, 해금, 피리, 태평소 둘로 이루어진 악기 편성 |
|
쳐소에 전갈하여 뫼셔라 전갈하니 | 처소에 연락하여 모셔오라 전갈하네. | |
슬프다 내일이야 금이에 드려든가 | 슬프다 내 일이야, 꿈속에서 들었던가. | |
이 고개 어대맨고 主人(주인)집 차자가니 | 이곳이 어디인가, 주인 집 찾아 가니 | |
160 | 놉흔 대문 너른 사랑 二千石(이천석)군 집이련가 | 높은 대문 넓은 사랑 이천석군 집이로다. |
초면이라 서로 인사 다한 후에 本官(본관)이 하난 마리 | 수령과 초면이라 서로 인사 다한 후에 하는 말이 | |
金校里(금교리) 이번 定配(정배) 罪(죄)없이 오난 쥴은 | “김 교리의 귀양길이 죄 없이 오는 줄을 | |
北關守領(북관수령) 아난 배요 萬人(만인)이 울언나니 | 북관 수령 아는 바요, 모든 이가 울었으니 | |
조금도 셔러 마오 나와 함게 노사이다 | 조금도 슬퍼 말고 나와 함께 놀아보세, | |
165 | 三刑妓生(삼형기생) 다 불너라 올 날부터 노잣구나 | 여기 기생 다 불러라, 오늘부터 놀아보세.” |
호반에 규모련가 활연이 장하도다 | 무인의 호탕함인가, 마음씀씀이 장하도다. | |
그러나 내일신이 기젹하신 사람이라 | 그러나 내 신세는 귀양 온 사람이라 | |
희당빈객 꼿자리에 풍악이 무어신야 | 대접받는 꽃자리에 노랫가락 무엇이냐. | |
규문의 최승하고 혼자인지 消日(소일)하니 | 기생들을 돌려보내고 일없이 혼자 지내니 | |
170 | 城內(성내)의 선비드리 문풍하고 모여드려 | 성내의 선비들이 소문 듣고 모여들어 |
하나 오고 두셋 오니 수인이 되얏구나 | 하나 오고 두셋 오니 여러 명이 되었구나. | |
칙끼고 쳥학하며 그져 내고 골여지라 | 책 끼고 글 청하며 글 고쳐주길 바라는데 | |
북관에 잇난 수령 관장만 보아따가 | 북관에 있는 관리만 보았다가 | |
문관의 풍셩 듯고 하자 하고 달여드니 | 선비 왔단 소문 듣고 공부 하자 달려드니 | |
175 | 내일을 생각하며 남 가라칠 공부업셔 | 내 일을 생각하면 남 가르칠 공부 없어 |
아무리 사양하들 모면할 길 전혀 업내 | 아무리 사양한들 모면할 길 전혀 없네. | |
쥬야로 깨고 잇셔 歲月(세월)이 글이로다 | 밤낮으로 끼고 있어 세월이 글이로다. | |
한가하면 풍월짓고 심심하면 글 외우니 | 한가하면 풍월 짓고 심심하면 글 외우니 | |
졀셔의 고증이라 詩酒(시주)에 회포 붓쳐 | 세상 인연 끊은 외로운 처지라 시와 술로 회포 풀고 | |
180 | 不出門(불출문) 글 외우며 편케편케 날 보다니 | 불출문에 글 외우며 편케 편케 세월 보내니 |
츈풍에 놀난 꿈이 벽산에 셔리오니 | 봄바람에 놀란 꿈이 변방에서 서리 맞네. | |
南天(남천)을 바라보면 기러기 쳐량하고 | 남쪽 하늘 바라보면 기러기 처량하고 | |
北方(북방)을 우어 보니 오랑캐 지경이이라 | 북방을 굽어보면 오랑캐 경계로다. | |
개가죽 상하착은 상놈들이 다입엇고 | 상놈들은 위 아래옷 개가죽옷 다 입었고 | |
185 | 조밥되밥 기장밥은 本官(본관)의 聖德(성덕)이오 | 조밥 피밥 기장밥이 아침저녁 본관의 성덕이요 |
主人(주인)의 졍성으로 실같은 이내 목슘 달반을 거려던니 | 주인 정성으로 실 같은 이내 목숨 한 달반을 보냈는데 | |
千萬以外(천만이외) 家信(가신) 오며 명녹이 왓단말가 | 천만 의외 집 편지를 명녹*이 가져 왔네. *종 이름 | |
놀납고 반가워라 밋친 몸 되얏구나 | 놀랍고 반가워라 미친놈이 되었구나. | |
졀세에 잇든 사람 향산의 도라온 듯 | 귀양지에 있던 사람 고향에 돌아온 듯 | |
190 | 나도나도 이럴망정 고향이 이셧든가 | 나도나도 이럴망정 고향이 있었던가. |
셔봉을 떼어 보니 졍찰이 멧장잇고 | 편지를 열어 보니 정든 편지 몇 장인고. | |
폭폭이 친쳑이고 면면이 사양이라 | 장장마다 친척이요 면면마다 고향이라. | |
지면에 자자획획 子姪(자질)에 눈물이요 | 종이마다 글자마다 아들조카 눈물이요, | |
옷우에 그림빗쳔 안해의 눈물이라 | 옷 위의 비친 그림 아내의 눈물이다 | |
195 | 소동파에 조운인가 양대운우 불상하다 | 소동파의 조운*인가 그리움이 불쌍하다. * 중국 북송의 시인과 그의 애첩 |
그 즁에 사람 죽어 조물이 되단 말가 | 이러다 급히 죽으면 어이 될 것인가. | |
명녹이 대해 안자 누슈로 문답하니 | 명녹과 마주 앉아 눈물로 대화하니 | |
집 떠난 지 오래거든 그 후 일을 어이 아리 | “집 떠난 지 오래거든 그 후 일을 어이 알리. | |
萬樹靑山(만수청산)에 멀고 먼대 너엇지 돌아가며 | 산 깊고 길은 먼데 네 어찌 돌아가며 | |
200 | 덤덤이 차인 회포 다 일을슈 업갯구나 | 덤덤히 쌓인 회포 다 이룰 수 없겠구나. |
명녹이 말드러다 無事(무사)이 도라가셔 | 명녹아. 말 들어라. 무사히 돌아가서 | |
우리집 사람다려 이내 말 전하여라 | 우리집 사람더러 살았다고 전하여라. | |
죄명이 개가우니 恩命(은명)이 싀우리라 | 죄명이 가벼우니 풀려나기 쉬우리라.” | |
거연이 츄셕날에 家家(가가)이 셩모하니 | 당당하게 추석이라 집집마다 성묘하네. | |
205 | 우리곳 사람드런 손뿐을 하난이라 | 여기 사람들도 깨끗이 성묘하네. |
本官(본관)이 하난 말이 이 곳에 七星(칠성)봉은 북관즁 名勝地(명승지)라 |
본관이 하는 말이 “이곳의 ‘칠성봉’은 북쪽의 명승지라. |
|
금강산 다를지니 ‘금강산’과 다툴지니 ‘칠봉산’ 한번 가서 | ‘금강산’과 다툴지니 ‘칠봉산’ 한번 가서 | |
만수심산 찾아가서 구경함이 엇더하냐 | 깊은 산 찾아가서 구경함이 어떠한가.” | |
내 역시 좃커니와 이목에 난처하다 | 나 역시 좋지마는 주변 시선 난처하다. | |
210 | 원지의 매인 몸이 쳔송에 노난거시 | 귀양지에 매인 몸이 명승지에서 노는 것이 |
분의예 미안하고 쳠령에 고이하니 | 분수에 미안하고 처음에 괴이하나 | |
마암에 조컨마난 못 가기로 작졍하니 | 마음에 끌리지만 안 가기로 작정하니 | |
주슈의 하난 마리 "그러치 아니하다. | 주인의 하는 말이 “그렇지 아니하다. | |
악양루 황강경은 왕등의 사적이요, | 악양루 황강경은 왕등*의 사적이요, * 북송 때의 문인 왕원지와 등자경 |
|
215 | 赤壁江(적벽강) 除夕(제석)노름 구소의 풍정이니 | 적벽강 제석놀음 구소*의 풍정이니 * 구양수와 소동파 |
'금학사' 칠보노름 무산 험이 잇시리오 | ‘금학사’ 칠보놀음 무슨 허물 있으리오.” | |
그 말을 반겨 듯고 황연이 이러나셔 | 그 말을 반겨 듣고 황망히 일어나서 | |
나귀예 술을 싣고 칠보산 드러가니 | 나귀에 술을 싣고 ‘칠보산’ 들어가니 | |
구름 갓흔 千萬峯(천만봉)이 畵圖江山(화도강산) 光景(광경)이라 | 구름 같은 천만봉은 그림 같은 풍경이라. | |
220 | 박다령 넘어가서 금쟝도 드러가니 | ‘박달령’ 넘어가서 ‘금장동’ 들어가니 |
곳곳지 물소래만 白玉(백옥)을 깨쳐 있고 | 곳곳의 물소리는 백옥을 깨치는 듯 | |
峯峯(봉봉)이 丹楓(단풍)빗쳔 금슈장을 물러셔라 | 봉우리마다 단풍 빛은 비단장막 둘렀구나. | |
남녀랄 높이 타고 개심사 드러가니 | 가마를 높이 타고 개심사에 들어가니 | |
遠山(원산)은 구름이요 자봉은 물형이라 | 먼 산은 그림이오, 가까운 산은 웅장하다. | |
225 | 육십명 선비들이 압셔고 되애 셔니 | 선비들 육십 명이 앞서고 뒤에 서니 |
風景(풍경)도 좃커니와 光景(광경)이 더욱 좃타 | 풍경도 좋거니와 광경이 더욱 좋다. | |
참망한 나에 회포 '개심사'로 들어가서 | 근심어린 나의 회포 ‘개심사’로 들어가서 | |
잠 설친 후에 미명에 일어나셔 | 잠을 설친 후에 새벽녘에 일어나서 | |
소쇠하고 문을 여니 妓生(기생)들이 압헤 와서 | 청소하고 물을 여니 기생들이 앞에 와서 | |
230 | 현신하고 하난 마리 本官(본관)사도 하는 마리 | 인사하고 하는 말이 “본관사또 분부하되 |
金校理(김교리)님 칠보산에 너없이 노름되라 | 김교리님 ‘칠보산’에 너희 없이 놀이 될까? | |
당신은 사양하되 내 도리에 그를손야 | 교리는 사양하되 내 도리로 그럴쏘냐? | |
산신도 섭섭하고 원학도 슬푸리라 | 산신도 섭섭해 하고 원학도 슬프리라. | |
너이들은 소개하니 나안인들 어찌 아랴 | 너희들을 딸려보내면 나으린들 어찌하랴. | |
235 | 부대부대 操心(조심)하고 칠보청산 거행하라 | 부디부디 조심하고 ‘칠보산’에 모시어라. |
삿도에 분부끗에 소녀들을 대령하라 | 사또의 분부 끝에 소녀들이 대령하오.” | |
우습고 붓그럽다 本官(본관)의 졍성이여 | 우습고 부끄럽다, 본관의 정성이여 | |
風流男子(풍류남자) 詩酒客(시주객)은 | 풍류남자 시주객*은 남쪽의 나뿐인데 * 시와 술을 즐기는 나그네 |
|
神仙(신선)의 곳에 와셔 엇지 보나리오 | 신선이 사는 곳에 너희 어찌 보내리오. | |
240 | 이왕에 너이드리 七十里(칠십리)를 등대하니 | 이왕에 너희들이 칠십 리를 따른다 하니 |
風流男子(풍류남자) 방탕셩이 어려워라 | 풍류남자 호탕함을 숨기기가 어려워라. | |
방으로 드라하여 일홈 뭇고 나무르니 | 방으로 들라 하고 이름 묻고 나이 물으니 | |
한연은 梅紅(매홍)인대 芳年(방년)이 十八(십팔)이오 | 한 년은 ‘매향’인데 나이는 십팔이요, | |
하나는 君山月(군산월)이 十九歲(십구세) 꼿치로다 | 하나는 ‘군산월’로 십구 세 꽃이로다. | |
245 | 화상 불러 음식하고 노래 씨겨 드려보니 | 중 불러 음식하고 노래시켜 들어보니 |
梅紅(매홍)의 平羽調(평우조)난 雲路(운로)가 흣허지고 | 매향의 평우조*는 구름을 흩는 듯 * 평조(낮은음)와 우조(높은음) |
|
君山月(군산월)의 행금소래 萬岳千峯(만악천봉) 푸르로다 | 군산월의 해금소리 봉우리에 푸르도다. | |
指路僧(지로승) 압셔우고 두 妓生(기생) 엽헤 끼고 | 지로승* 앞세우고 두 기생 옆에 끼고 * 산속에서 길을 인도하여 주는 중 |
|
영화만곡 깁흔고대 개심대 쓸나가니 | 연꽃 가득한 골짜기로 ‘개심대’ 올라가니 | |
250 | 丹楓(단풍)은 비단이오 소성은 거문고라 | 단풍은 비단이요, 솔 소리는 거문고라. |
샹샹봉 노젹봉과 만사암 쳔불암과 타자봉 주작봉은 | ‘상상봉’, ‘노적봉’, ‘만사암’, ‘천불암’, ‘탁자봉’, ‘주작봉’은 | |
기림으로 둘너지고 물형으로 놉고 놉다 | 그림처럼 둘러치고 높고 높아 대단하다. | |
아양곡 한 곡조를 두 妓生(기생) 불너니 | 아양곡 한 곡조를 두 기생이 불러내니 | |
萬山(만산)이 더 놉흐고 丹楓(단풍)이 더 붉도다 | 모든 산이 더 높아지고 단풍이 더 붉어진다. | |
255 | 玉手(옥수)로 양금 치니 松風(송풍)인가 물소랜가 | 고운 손으로 양금 치니 솔 소린가 물소린가. |
君山月(군산월)이 손길 보소 곱고도 고을시고 | 군산월의 손길 보소. 곱고도 고을시고. | |
春山(춘산)에 물손인가 안동밧글 금낭인가 | 봄산의 여린 풀인가, 안동밧골* 비단주머니인가. *서울의 한 지명 |
|
양금 우에 노난 손이 보드랍고 알시롭다 | 양금 위에 노는 손이 보드랍고 안쓰럽다. | |
남녀 타고 正向(정향)하여 하마대를 나가니 | 가마 타고 방향 정해 산마루로 올라가니 | |
260 | 앗가 보든 산모양이 갑자기 모냥 바꿔 | 아까 보던 산모양이 갑자기 모습 바꿔 |
무산봉이 둥그럿고 히든 바외 푸르고나 | 모난 산이 둥그렇고 희던 바위 푸르구나. | |
絶壁(절벽)에 색이 일홈 만조령 물색이라 | 절벽에 새긴 이름 조정의 신하들이네. | |
山(산)을 안고 드러가니 방젼암이 여기로다 | 산을 끼고 들어가니 ‘방선암’이 여기로다. | |
奇巖怪石(기암괴석) 총총하니 갈사록 황홀할사 | 기암괴석 첩첩하니 갈수록 황홀하네. | |
265 | 一里(일리)를 드러가니 금강굴 이상하다 | 일 리를 들어가니 금강굴 이상하고 |
차아한 놉흔 구리 石色蒼苔(석색창태) 이상할샤 | 높고도 험한 굴에 푸른 이끼 이상하다. | |
연적봉 求景(구경)하고 海星臺(해성대) 向(향)하다가 | ‘연적봉’ 구경하고 ‘회상대’ 향하는데 | |
두 妓生(기생) 갈대업셔 찻니라 골몰터니 어대서 | 두 기생 간 데 없어 찾느라 골몰한다. | |
一聲歌曲(일성가곡) 中天(중천)으로 이러나니 | 어디서 노랫소리 하늘로 일어나니 | |
270 | 놀나여 바라보니 해성대 올나안자 | 놀라서 바라보니 ‘회상대’ 올라 앉아 |
綠衣紅裳(녹의홍상) 고운 몸이 一支丹楓(일지단풍) 꺽어쥐고 | 푸른 옷 붉은 치마 단풍 가지 꺾어 쥐고 | |
萬丈山(만장산) 저 구름 우에 사람을 놀랠시고 어와 기졀하다 | ‘만장산’ 구름 위에서 사람을 놀랠 시고. 어와 기이하다. | |
이 몸에 이른고자 神仙(신선)의 지경이라 | 이 몸이 이른 곳이 신선의 땅이로다. | |
平生(평생)에 연분으로 天朝(천조)에 得罪(득죄)하야 | 평생의 연분으로 조정에서 죄를 받아 | |
275 | 바람에 붓친다시 이 광경 보갓구나 | 바람으로 부친 듯이 이 광경 보겠구나. |
연적봉 지난 후에 仙女(선녀)를 따라가셔 | ‘연적봉’ 지난 후에 이 선녀를 따라가면 | |
연화봉 저 바우난 쳥천에 소사잇고 | ‘연화봉’ 저 바위는 청천에 솟아 있고, | |
배바회 채셕봉은 眼前(안전)에 버려 잇고 | ‘배바위’, ‘채석봉’은 바로 앞에 펼쳐 있네. | |
생황봉 보살봉은 神仙(신선)에 구혈이라 | ‘생활봉’, ‘보살봉’은 신선의 굴이던가. | |
280 | 梅紅(매홍)은 술을 들고 만장운학 곡조에 | 매향은 술잔 들고 만장운 한 곡조라. |
君山月(군산월) 안즌 거동 아조 分明(분명) 꼿치로다 | 군산월 앉은 모습 한 떨기 꽃이로다. | |
梧桐(오동) 목판 거문고에 금사로 쥴을 메와 | 오동 목판 거문고에 금실로 줄을 매어 | |
대쪽으로 타난 양이 거동도 곱거니와 | 대쪽으로 타는 모습 거동도 곱거니와 | |
셤셤한 손 낄끗해 오색이 영농하다 | 섬섬한 손길 끝에 오색이 영롱하다. | |
285 | 네 고동 보고 나니 君令(군령)이 엄하여도 반할 번 하겟구나 | 네 거동 보고나니 임금 명령 엄해도 반할 번 하겠구나. |
영웅절사 업단 말은 사책에 잇난니라 | 영웅은 역사에도 절개 없다 하느니라. | |
내 마암 단단하나 네게야 큰 말 하랴 | 내 마음 단단하나 네게 큰소리치랴? | |
본 거시 큰 병이오 안 본 거시 약이련가 | 본 것이 큰 병이요, 안본 것이 약일 텐데 | |
이천리 졀새 즁에 단졍이 몸 가지고 | 이 천리 밖 유배지서 단정하게 몸 가지고 | |
290 | 기젹을 잘 한 거시 아조 모도 네 덕이라 | 기적을 잘한 것이 아주 모두 네 덕이라. |
양금을 파한 후에 졀을 지나 나려 오니 | 양금 연주 마친 후에 절집으로 내려오니 | |
그 즁에 잇난 찬물 졀결하고 향기 잇다 | 산 중의 찬물 소리 정결하고 향기 있다. | |
이튼날 도라오니 해성대 노든 일이 | 이튿날 돌아오니 ‘회상대’ 놀던 일이 | |
져셩인가 몽즁인가 국운인가 쳔운인가 | 저승인가 꿈속인가 국은인가 천은인가. | |
295 | 쳔애에 이 행각이 이를 쥴 아라든야 | 귀양지의 나그네가 이런 호강 알았을까. |
흥지하여 도라와셔 슈로 불너 분부하되 | 흥이 다해 돌아와서 종을 불러 분부하되 | |
칠보산 유산시난 본관이 보나기로 | ‘칠보산’서 유람할 때 본관이 보내기로 | |
기생을 다려스나 도라와 생각하니 | 기생을 데려갔으나 돌아와 생각하니 | |
호화한 즁 불안하다 | 호화롭지만 불안하다. | |
300 | 다시난 지회하여 妓生(기생)이 못 오리라 | 다짐하되 다시는 기생이 못 오리라. |
션비만 다리고셔 심즁에 기록하니 | 선비만 함께 하자 마음속에 기록하니 | |
靑山(청산)이 그림 되어 슐잔에 떠러지고 | 청산이 그림 되어 술잔에 떨어지고 | |
녹슈난 기리 되어 조희 우에 단쳥이라 | 녹수는 길이 되어 종이 위에 단청이라. | |
군산월에 녹이홍상 깨고 나니 꿈이로다 | 군산월의 고운 차림 깨고 나니 꿈이로다. |
305 | 日月(일월)이 언제련고 九月九日(구월구일) 오날이라 | 지금은 어느 때인고 구월구일 오늘이라. |
광활임 이젹선은 요산에 놉히 뇌고 | 왕한림 이적선*은 ‘부용산’에 높이 쉬고 * 중국 당나라의 시인 왕유와 이백 |
|
죠션에 김학사난 재덕산에 올나구나 | 조선의 김학사*는 ‘재덕산’에 올랐구나. * 지은이 자신 |
|
백쥬향화 압헤 노코 남향을 상상하니 | 맑은 술에 꽃을 두고 남쪽을 떠올리니 | |
북병산 단풍경은 김학사에 차지옵고 | ‘북병산’의 단풍경치 김학사 차지인데 | |
310 | 이화에 황국화난 쥬인이 업셔구나 | 이하의 황국화*는 주인이 없었구나. * 도연명의 시구 [채국동리하 유연견남산(採菊東籬下 悠然見南山 ; 동쪽 울타리 밑에서 국화를 꺾어 유연히 남산을 바라보노라)] |
파리한 늘근 안해 슐 들고 슬푸던가 | 파리한 늙은 아내 술을 들고 슬프던가. | |
츄월이 낫갓흐니 조운에 회포로다 | 가을 달이 낮 같으니 조자룡의 회포로다. | |
칠보산 반한 놈이 소무굴 보려하고 | ‘칠보산’ 반한 놈이 소무굴*이 보려하고 * 소무가 흉노의 포로가 되었을 때 유배 갔던 곳 |
|
八十里(팔십리) 경성땅에 구경차로 길을 떠나 | 팔십 리 ‘경성’ 땅에 구경차로 길을 떠나 | |
315 | 창연이 드러가니 북해상에 대택 즁에 한가하고 외로와라 | 깊은 숲에 들어가니 북해의 큰 연못*에 한가하고 외로워라. * 큰 못(바이칼호) 가운데 |
츙광은 가업난대 갈고지 슬푸도다 | 가을빛은 끝없는데 갈대꽃은 슬프도다. | |
창파난 만만하여 푸른 물결은 넓고 멀어 회색으로 이어졌고 | 파도는 부드럽고 푸른 물결은 넓고 멀어 회색으로 이어졌고 | |
해색을 연하엿고 낙엽은 분분하여 쳥공에 나랏고나 | 바다 경치가 연하고 낙엽은 분분하여 푸른 하늘로 날리는데 | |
忠臣(충신)에 높은 자최 어대 가셔 차자 보랴 | 충신의 높은 자취 어디 가서 찾아보리. | |
320 | 어와 거록할사 소즁낭 거록할사 | 어와 거룩하네. 소중량* 거룩하네. *소무 |
나도 또한 일을망졍 쥬상임 멀이 떠나 | 나 또한 같은 신세 임금님 곁 멀리 떠나 | |
절역에 몸을 떤저 회포도 슬푸더니 | 낯선 곳에 몸을 던져 회포도 슬프더니 | |
오날날 이우희난 졍셩이 곡하고나 | 오늘날 이 섬 위에 정성은 같았구나. | |
낙일에 칼을 집고 후리쳐 도라셔니 | 해지는데 칼을 잡고 휘두르고 돌아서니 | |
325 | 병산에 풍셜 즁에 촉도갓흔 길이로다 | ‘병산’의 눈보라는 촉도 같은 길이로다. |
과문관 도라셔니 음침하고 고이하다 | 저승 같은 길에 서니 음침하고 괴이하다. | |
삼쳑을 드러셔니 일신이 송구하다 | ‘삼척’을 들어서니 이 몸이 송구하다. | |
노방에 일부토난 王昭君(왕소군)에 청총인가 | 노방에 일부토*는 왕소군의 무덤인가. *한 줌 흙, 무덤 | |
쳐량한 어린 혼이 백양이 슬푸도다 | 처량한 어린 혼이 흰 들판에 슬프구나. | |
330 | 츄풍에 한을 먹고 홍첩을 울여구나 | 가을바람 차가워서 붉은 잎을 울리는 듯 |
쟁쟁한 화패 소리 월야에 우난니라 | 쟁쟁한 환패* 소리 달밤에 우는 듯 * 관리들의 관복에 늘어뜨려 차던 옥 |
|
슐 한 잔 갓뜻 부어 반혼을 외로 하고 | 술 한 잔 가득 부어 꽃다운 혼* 위로하고 * 왕소군의 꽃다운 혼 |
|
유졍을 드려 가니 明川邑(명천읍)이 十里(십리)로다 | ‘유정’으로 들어가니 ‘명천읍’이 십 리로세. | |
탄막에 드러가셔 경방자 달나떠니 | 숯막에 들렀더니 하인이 달려와서 | |
335 | 무산기별 왓든고 방환기별 나렸도다 | 무슨 기별 왔다는데 석방 기별 내렸구나. |
쳔은이 망극하여 눈물이 망망하다 | 임금 은혜 망극하여 눈물이 흘러내려 | |
문젹을 손에 쥐고 남향하여 백배하니 | 문서를 손에 쥐고 남쪽으로 절을 하니 | |
동행에 거동 보소 치하하고 거룩하다 | 함께 간 이 거동보소. 축하인사 거룩하다. | |
식젼에 말을 달려 쥬인을 차자가니 | 식전에 말을 달려 주인을 찾아가니 | |
340 | 만실이 경사로다 광경이 그지업다 | 모든 이의 경사로다 광경이 끝이 없네. |
죄명이 업셔시니 평인이 되얏구나 | 죄를 면하였으니 죄 없는 이 되었구나. | |
쳔운을 덥허스고 양계를 다시 보니 | 임금의 은혜입어 이 세상을 다시 보니 | |
삼천리 고향 땅이 지척이 안이런가 | 삼천리 고향 땅도 지척이 아니런가. | |
횡장을 재촉할새 군산월이 대령하라 | 재촉하여 짐 꾸리니 군산월이 찾아온다. | |
345 | 션언한 거동으로 우스면셔 치하하니 | 선연한 거동으로 웃으면서 축하하네. |
나으리 해배하니 작히작히 감축할가 | “나으리 유배 풀려 정말정말 감축하오.” | |
칠보산 우리 인연 츙몽이 아득하다 | ‘칠보산’ 우리 인연 춘몽처럼 아득하다. | |
이 날에 너를 보니 그것도 군은인가 | 여기에서 너를 본 일 그것도 임금 은혜 | |
그렷다 만난 졍이 맛나고도 향기롭다 | 그리움에 만난 정이 맛나고도 향기롭다. | |
350 | 本官(본관)에 거동 보소 삼형 육갑 거나리고 | 본관의 거동 보소 삼현육각* 거느리고 * 피리가 둘, 대금, 해금, 장구, 북이 각각 하나씩 편성되는 풍류 |
이 고졀 나오면서 치하하고 손 잡으며 | 이곳을 나오면서 축하하고 손잡으며 | |
김교린가 김학산가 셩군에 은덕인가 | “김교리인가, 김학사인가, 성군의 은혜인가, | |
나도 이리 감츅거든 임자야 오작할가 | 나도 이리 기쁘거든 임자야 오죽할까. | |
홍문교리 졍든 사람 일심쳔케 하라 | 홍문관 교리 정든 사람에게 전하라 하기에 | |
355 | 조금으로 제안하고 그 길노 나왓고라 | 즉시 죄명 없애고 그 길로 나왔노라.” |
이러셔 생각하니 감사하기 그지업다 | 이렇게 생각하니 감사하기 끝이 없다. | |
군산월을 다시 보니 새 사람 되얏구나 | 군산월을 다시 보니 새 사람 되었구나. | |
형극 즁에 쎡긴 난초 옥분에 옴겨구나 | 아픔으로 썩은 난초 옥화분에 옮겼구나. | |
지애에 야광쥬가 방불군자 만나구나 | 먼지속의 야광주*가 박물군자* 만났구나. * 어두운 데서 빛을 내는 구슬. * 온갖 사물에 정통한 사람. |
|
360 | 신풍에 뭇친 칼이 뉘를 보고 나왓든냐 | 매운바람 묻힌 칼이 뉘를 보고 나왔더냐. |
꽃다운 어린 자질 임자를 만나구나 | 꽃다운 어린 자질 임자를 만났구나. | |
굼병화촉 깁흔 밤의 광풍제월 썩 발근 날 | 금연화촉* 깊은 밤에 광풍제월* 닭 밝은 날 * 금으로 수놓은 병풍과 꽃다운 촛불(혼인한 남녀의 첫날밤) * 비 갠 뒤에 부는 맑은 바람과 달 |
|
글 지으면 화답하고 슐 가지면 도븨하니 | 글 지으며 화답하고 술 생기면 술 나누니 | |
졍분도 깁건이와 호사도 그지업다 | 정분도 깊거니와 호사도 끝이 없다. | |
365 | 시월에 말을 타고 고향을 차자 가니 | 시월에 말을 타고 고향을 찾아 가니 |
본관에 셩덕 보소 남복 짓고 종 보내여 | 본관의 성덕 보소 옷을 주고 종 보내며 | |
二百兩(이백양) 횡지 내여 저 하나 따라쥬며 | 이백 냥 노자 주고 군산월을 따르게 하여 | |
임행에 하난 말이 메시고 잘 가그라 | 떠나는데 하는 말이 “뫼시고 잘 가거라. | |
나으리 음영시에 네게야 내외할가 | 나으리 서울 가도 너를 멀리할까. | |
370 | 千里江上 大道上(대도상)에 金學士(김학사) 꼿치 되어 | 천리강산 큰 길에서 김학사 꽃이 되어 |
비위를 마초면서 죠케 죠케 잘 가그라 | 비위를 맞추면서 좋게좋게 잘 가거라.” | |
승교를 압셔우고 풍유남자 뒤딸으니 | 가마를 앞세우고 풍류 남자 뒤 따르니 | |
오든 길 넙고넙어 귀흥이 그지 없다 | 왔던 길이 넓고 넓어 돌아가는데 흥이 난다. |
길주읍 들어가니 본관의 거행 보소 | ‘길주읍’ 들어가니 본관의 거행 보소. | |
375 | 금연화촉 넓은 방에 기락이 가득하다 | 금연화촉 넓은 방에 음악이 가득하다. |
군산월이 하나이다 풍정이 가득하다 | 군산월가 하나 되니 풍류 정취 가득하다. | |
연연한 군산월이 금상첨화 되었구나 | 곱고 고운 군산월이 금상첨화 되었구나. | |
신조에 발행하여 익병에 중화하고 | 새벽에 출발하여 ‘익병’에서 점심 먹고 | |
창해는 망망하여 동천에 그지없고 | 푸른 바다 넓고 멀어 동쪽 하늘 끝이 없고 | |
380 | 병산은 중중하여 면면이 섭섭도다 | 산들은 겹쳐 있어 하나하나 섭섭도다. |
추풍에 채를 들고 성진을 들어가니 | 추풍에 가마 타고 ‘성진’으로 들어가니 | |
북병사 마주 나와 두 군관 합석하니 | 북병사 마중 오고 두 군관이 합석하니 * 조선 북병영의 병마절도사 |
|
상읍관가 군병이오 길주 관청 홍안이라 | ‘상읍’ 관가 군인으로, ‘길주’ 관청에서 혈색 좋네. | |
금촉이 영롱한데 병사의 호강이라 | 촛불이 영롱한데 북병사의 호강이라. | |
385 | 북관이 하는 말이 학사에 다린 사람 얼굴이 기이하다 | 북병사 하는 말이 “학사와 같이 온 이 얼굴이 기이하다. |
서울겐가 북도겐가 청직인가 방자인가 | 서울사람인가 북쪽사람인가. 청지기*인가 방자*인가. * 양반집 몸종 * 동헌의 몸종 |
|
이름은 무엇이며 나는 지금 몇 살인고 | 이름은 무엇이며, 나이는 몇 살인고. | |
손 보고 눈대보니 남중일색 처음보네 | 손 보고 눈 대보니, 잘난 남자* 처음보네.” * 남자 중 잘 생긴 사람(남자옷 입은 군산월) |
|
웃으며 대답하되 봉도 아이 데려다가 | 웃으며 대답하되 ‘봉도’ 아이 데려다가 | |
390 | 밤중에 옮긴 후에 장가들어 살리겠소 | 밤중에 옮긴 후에 장가들어 살리겠소. |
종적을 감추우고 풍악중에 앉았으니 | 군산월이 숨었다가 풍악 중에 다시 오니 | |
병사가 취한 후에 소리를 크게 하되 | 북병사 취한 후에 소리를 크게 하되 | |
김교리 청직이야 내곁에 이리 오라 | “김교리 청직이야. 내 곁에 이리 오라.” | |
위령을 못하여서 공손히 나아드니 | 명령을 거역 못해 공손히 나아가니 | |
395 | 손 내어라 다시 보자 어찌 그리 기이한고 | “손 내어라 다시 보자. 어찌 그리 기이한가.” |
총모피 털토시에 옥수를 반만 내어 | 총모피 털토시*에 고운 손을 반만 내어 * 말의 갈기와 꼬리의 털로 만든 토시 |
|
덥석 드리 쥐라할제 빼치고 일어서니 | 덥석 쥐려 할 때 뿌리치고 일어서니 | |
계집의 좁은 소견 미련코 매몰하다. | 계집의 좁은 소견 미련하고 매몰차다. | |
사나이 모양으로 손달라면 손을 주고 | 만일 사내라면 손 달라면 손을 주고 | |
400 | 흔연하고 천연하면 위여위여 하련마는 | 기쁘고 자연스런 마음으로 했겠지만 |
가뜩이 수상하여 치보고 내려보고 | 가뜩이나 수상하게 아래로 내려보고 | |
군관이나 기생이나 면면이 보던 차에 | 군관이나 기생이나 찬찬히 보던 차에 | |
매몰이 빼치는 양 제 버릇 없을소냐 | 매몰차게 뿌리치니 제 버릇이 없을쏘냐. | |
병사가 눈치 알고 몰랐노라 몰랐노라 | 병사가 눈치 채고 “몰랐노라, 몰랐노라. | |
405 | 김학사의 아내신 줄 내 정영 몰랐구나 | 김학사의 여자인 줄 내 정녕 몰랐구나.” |
만당이 대소하고 뭇 기생이 달려드니 | 모든 이가 크게 웃고 뭇 기생이 달려드니 | |
아까 섰던 남자몸이 계집통정 하겠구나 | 남자 몸이 이제 계집이 되었구나. | |
양색단 두루막이 옥판 달아 애암쓰고 | 양색단 두루마기 옥판* 달아 멋을 내고 * 빛깔이 서로 실로 짠 비단 장식품으로 쓰는 옥조각 |
|
꽃밭에 섞여 앉아 노래를 받아 주니 | 꽃밭*에 섞여 앉아 노래를 받아 주니 * 기생 | |
410 | 청강의 옥동인가 화원의 범나비냐. | 청강의 옥동*인가 꽃밭의 범나비냐. * 옥황상제의 궁궐에서 산다는 맑고 깨끗한 용모를 가진 가상적인 어린이 |
닭 울며 일출 구경 망양정 올라가니 | 닭 울자 일출 구경 망양정 올라가니 | |
금촉에 꽃이 피고 옥호에 술을 부어 | 촛불에 꽃이 피고 옥잔에 술을 부어 | |
마시고 취한 후에 동해를 건너보니 | 마시고 취한 후에 동해를 건너보니 | |
일색이 오르면서 당홍바다 되는구나 | 햇빛이 오르면서 붉은 바다 되는구나. | |
415 | 부상은 지척이오 일광은 술회로다 | 지척에서 해가 뜨고, 햇빛은 내 마음이다. |
대풍악 잡아 쥐고 태산을 굽어 보니 | 크게 음악 연주하고 태산을 굽어보니 | |
부유 같은 이 내 몸이 성은도 망극하다 | 구름 같은 이 내 몸이 성은도 망극하다. | |
북관을 몰랐더면 군산월이 어찌 올까 | 북관을 몰랐다면 군산월이 어찌 올까. | |
병사를 이별하고 마천령 넘어간다 | 북병사를 이별하고 ‘마천령’ 넘어간다. | |
420 | 구름 위에 길을 두고 남여로 올라가니 | 구름 위에 길을 두고 가마로 올라가니 |
군산월이 앞세우고 안전에 꽃이 피고 | 군산월을 앞세우면 눈앞에 꽃이 피고 | |
군산월이 뒤세우면 후면에 선동이라 | 군산월이 뒤 세우면 뒤쪽에 선동*이라. | |
단천에 중화하고 북청읍 숙소하니 | ‘단천’에서 점심 먹고 ‘북청읍’ 숙소하니 | |
반야에 깊은 정은 금석 같은 언약이오 | 한 밤중의 깊은 정은 굳고 굳은 언약이요, | |
425 | 태산 같은 인정이라 | 태산 같은 인정이라. |
홍원에 중화하고 영흥읍에 숙소하니 | ‘홍원’에서 점심 먹고 ‘영흥읍’에 숙소하니 | |
본관이 나와 보고 밥 보내고 관대하네 | 본관이 나와 보고 밥 보내고 대접하네. | |
고을도 크거니와 기악도 끔찍하다 | 고을도 크거니와 기생 음악 대단하다. | |
대풍악 파한 후에 행절이만 잡아두니 | 대 풍악이 끝난 후에 행절이를 잡아두니 | |
430 | 행절이 거동보소 곱고도 고울시고 | 행절이 거동보소, 곱고도 고울시고. |
청수부용 평신이오 운무양대 태됴로다 | 곱고 고운 연꽃 같고, 함께 하고픈 태도로다. | |
효두에 발행하야 덕원전평 지난 후에 고원을 드러가니 | 새벽에 길 떠나 덕원전평 지난 후에 ‘고원’을 들어가니 | |
주슈에 반기난양 니달나 손잡으며 | 수령이 반기면서 내달아 손잡으니 | |
慶事(경사)를 만나구나 | 경사를 만났구나. | |
435 | 쳔원에 즁화하고 원산장터 즁화하고 | ‘문천’에서 점심 먹고 ‘원산장터’ 숙소하니 |
명천이 천여리오 셔울이 육백리라 | ‘명천’이 천여 리요, 서울이 육백 리라 | |
쥬막집 깁흔 방에 밤한경 새운 후에 | 주막집 깊은 밤에 한 시각을 새운 후에 | |
鷄鳴時(계명시)에 소쇠하고 군산월을 깨와 내니 | 새벽녘에 세수하고 군산월*을 깨워내니 | |
돈농한 깁흔 잠이 이슬에 저즌 거동 | 몽롱한 해당화가 이슬에 휘젓는 듯 | |
440 | 괴코도 아람답고 유졍하고 무졍하다 | 이상하고 아름답고 유정하면 무정하다. |
옛일을 이을게니 네 잠관 드러 바라 | “옛일에서 이르노니 네 잠깐 들어봐라. | |
이젼에 장대장이 제쥬목사 관만 후에 | 예전에 제주목사 장대장이 임기 후에 | |
졍 드럿든 슈청 기생 바리고 나왓더니 | 정들었던 수청기생 버리고 나왔다가 | |
바다를 건넌 후에 차마 엇지 못하여서 | 바다를 건넌 후에 차마 잊지 못하여서 | |
445 | 배잡고 다시 가셔 기생을 불너내야 | 배 잡고 다시 가서 기생을 불러내어 |
비슈 빼여 버린 후에 | 비수 빼어 베어 버리고, | |
도라와 대장 되고 만고영인 되야스니 | 돌아와 대장 되어 오래 이름 남겼으니 | |
나난 본대 문관이라 무병과 다르기로 | 나는 본래 문관이라 무관과 다르기로 | |
너를 도로 보내난게 이거시 비슈로다 | 너를 도로 보내는 게 이것이 비수로다. | |
450 | 내 말을 드러 바라 내 본대 영남 잇셔 션비에 졸한 몸이 | 내 말을 들어봐라, 내 본래 영남 출신 졸렬한 선비인데 |
이천리를 기생 실고 | 기생을 데리고서 이천 리를 함께 했다가 | |
천고에 업산 호강 끗나게 하엿스니 | 예전도 없는 호강 끝나게 되었으니 | |
협기하고 셔울가면 분이에 황송하고 모양이 고약하다 | 기생 끼고 서울 가면 분수가 황송하고 모양이 고약하다. | |
부대부대 잘 가그라 다시 볼 날 잇난니라 | 부디부디 잘 가거라. 다시 볼 날 있으리라.” | |
455 | 군산월에 거동 보소 깜짝이 놀나면셔 | 군산월의 거동보소 깜짝이 놀라면서 |
원망으로 하난 마리 바릴 심사 게셧스면 | 원망하며 하는 말이 “버릴 심사 있었으면 | |
즁간에 못하여서 어린 사람 홀여다가 | 중간에 못하여서 어린 사람 유혹하여 | |
사무친쳑 외론고대 게발무려 떤진다새 | 누구 없는 외로운 곳 게발로 집어 물어 던지듯 버리시니 | |
이런 일도 하나잇가 나으리 셩덕으로 | 이런 일도 있습니까. 나으리 성덕으로 | |
460 | 사랑이 배부르나 나으리 무정키로 | 사랑이 배부르나 나으리 무정하여 |
풍젼낙화 되얏구나 온야온냐 나에 뜨젼 | 바람 앞에 떨어지는 꽃잎이 되었구려.” |
오냐 오냐 내뜻은 그렷치 안이 하여 십리만 가잣뜬게 | “오냐 오냐 내 뜻은 그렇지 아니하여 십리 만 가잤더니 | |
천리나 되얏곤나 저도 부모 잇난고로 | 천 리나 되었구나.” “저도 부모 있는 | |
월이한 심회로셔 우슈슈 하온 눈물 | 이별하는 심회로서 웃으며 그리하오, 눈물로 그리하오.” | |
465 | 엇지그리 무졍하오 효색은 은은하고 | 어찌그리 무정하오 새벽빛은 은은하고 |
秋江(추강)은 명낭한대 홍상에 눈물 말여 | 가을 강은 반짝이는데 붉은 치마 눈물 흘려 | |
學士(학사) 두발 히여구나 숭교에 담아내여 | 학사머리* 희겠구나. 가마에 태워 보내 *작자 머리카락 | |
저 먼져 회송하니 단 하나 뿐이로다 | 저 멀리 돌려보내니 천고에 악한 놈 나 하나뿐이로다. | |
말 타고 도라서니 耳目(이목)에 삼삼하다 | 말 타고 돌아서니 눈앞에 어른거린다. | |
470 | 男子(남자)에 간장인들 인졍이 업살손가 | 남자의 마음인들 인정이 없을쏘냐. |
이천리 쟝풍유를 一朝(일조)에 노쳐구나 | 이천 리의 긴 풍류를 잠깐 새에 놓쳤구나. | |
흥진비래 되얏구나 안변원에 하난 마리 | 풍류도 다하여서 슬픔만 남았구나. 안변원이 하는 말이 | |
엇지 그리 무졍턴가 판관도 무셥던야 | “어찌 그리 무정하오. 판관사*가 무섭던가, * 조선시대 정팔품의 토관직 문관 벼슬. |
|
남에 눈 무섭던야 장부에 헛된 간장 상하기 쉬우리라 | 남의 눈이 무섭던가. 장부의 헛된 마음 상하기 쉬우리라. | |
475 | 내 기생 봉션이를 내복 씨겨 압셔우고 | 내 기생 봉선이를 남복시켜 앞세우고 |
철영까지 동행하여 회포를 잇게 하소 | ‘철령’까지 동행하여 회포를 잊게 하소.” | |
분부하여 따라 가라 분부하니 | 봉선이를 불러드려 따라가라 분부하니 | |
자색이 옥골이라 군산월에 고흔 모양 | 자태가 뛰어나도 군산월의 고운 모양 | |
심즁에 깁허스니 새냇 보고 이르손야 | 마음속에 깊었으니 새 얼굴보고 잊을쏘냐. | |
480 | 풍셜은 아득한대 북쳔을 다시 보니 | 눈보라가 아득한데 ‘북천’을 다시 보니 |
츈풍에 나난꼿치 진흘게 구오는가 | 봄바람에 피는 꽃이 진흙에 구르다가 | |
秋天(추천)에 외기력이 짝업시 가난이라 | 가을 하늘 외기러기 짝 없이 가는 이라. | |
철영을 넘을 젹에 봉션이를 하즉하고 | ‘철령’을 넘을 적에 봉선이를 하직하니 | |
억구즌 이내몸이 하난 거시 이별이라 | 애꿎은 이 내 몸이 하는 것이 이별이라. | |
485 | 죠히 잇고 잘 가그라 다시 엇지 못 만나리 | “좋게 있고 잘 가거라. 다시 어찌 못 만나랴.” |
남녀로 재 넘으니 북도산쳔 그지난다 | 가마타고 내 건너니 북도산천 끝이 난다 | |
셜름도 그지 나고 인정도 그지 나고 | 설움도 지나가고 인정도 끝이 나고 | |
풍유도 그지 나고 나문 거시 괴흥이라 | 풍류는 끝이 나고 남은 것이 귀흥이라. | |
회양에 中火(중화)하고 김해감셩 지난 후에 | ‘회양’에 점심 먹고 ‘금화’, ‘금성’ 지난 후에 | |
490 | 영평읍 드러가셔 철원을 발분 후에 | ‘영평읍’ 들어가서 ‘철원’을 밟은 후에 |
포쳔읍 숙소하고 왕성이 어대맨야 | ‘포천읍’ 숙소하고 서울이 어디인가. | |
괴흥이 도도하다 | 귀흥이 도도하다. | |
갈 젹에 녹음방초 올 젹에 風月(풍월)이오 | 갈 때는 녹음방초 올 때는 눈보라요, | |
갈 젹에 슬푸더니 올 젹에 흥이로다 | 갈 때에 백의러니 올 때에 관복이네. | |
495 | 젹젹이 어재련니 즐거울사 오날이야 | 귀양객이 어제러니 영주학사 오늘이야 |
슐 먹고 말을 타며 풍월도 절노 나고 | 술 먹고 말을 타니 풍월도 절로 나고 | |
산 넘고 물 건너여 노래로 예 왔구나 | 산 넘고 물 건너며 노래로 예 왔구나. | |
만사여생 이 몸이오 쳔고호걸 이 몸이라 | 만사여생 이 몸이오, 천하호걸 이 몸이라. *만 번 죽을 고비를 넘기고 살아남은 모습 |
|
츅셩영 넘어가니 三角山(삼각산) 반가워라 | ‘축성령’ 넘어가니 ‘삼각산’ 반가워라. | |
500 | 즁쳔에 소사스니 괴흥이 높하 잇고 | 해가 높이 솟았으니 귀흥도 높아 있고 |
萬霜(만상)이 春光(춘광)이라 | 나무에 서리꽃 피니 눈 위에 봄빛이라. | |
삼각에 재배하고 다락원 드러가니 | 삼각에서 절을 하고 다락원에 들어가니 | |
과쥬인 마조 나와 우름으로 반길시고 | 여관 주인 마주 나와 울음으로 반길 시고. | |
동대문 드러가니 셩상임이 무강할사 | 동대문 들어가니 임금님이 건강할사. | |
505 | 행장을 다시 차려 고향으로 가올 젹에 | 행장을 다시 차려 고향으로 갈 때에 |
새재를 넘어 셔니 영남이 역에로다 | ‘새재’를 넘어서니 영남이 여기로다. | |
오쳔셔 밤 새우고 가상에 드러오니 | ‘오천’서 밤새우고 ‘가산’에 들어가니 | |
일촌이 무양하여 이젼 잇든 행각이오 | 마을이 탈이 없고 예전 모습 그대로다. | |
어린것들 반갑구나 잇글고 방에 드니 | 어린 것들 반갑구나. 이끌고 안에 드니 | |
510 | 애쓰든 늘근 안해 붓끄려워 하난구나 | 애쓰던 늙은 아내 부끄러워하는구나. |
어엽불사 군산월이 이 곳에 안이 왓나 | 어여쁘네 수득 어미* 군산월이 여기 왔나. | |
박잔에 술을 부어 마시고 취한 후에 | 술잔에 술을 부어 마시고 취한 후에 | |
삼천리 남북 풍상 일장츈몽 깨여구나 | 삼천리 남북 고생 일장춘몽 깨었구나. | |
어와 김학사야 그릇타 한을 마라 | 어와 김학사야, 그르다고 한을 마라. | |
515 | 男子(남자)에 천고사업 다하고 왔난니라 | 남자가 겪을 일을 다하고 왔느니라. |
강호에 편케 누어 태평에 놀게 되면 | 강호에 편케 누워 태평하게 놀게 되면 | |
무삼한이 또 잇스며 구할 일이 업사리라 | 무슨 한이 또 있으며 구할 일이 없으리라. | |
글지어 기록하니 불러들 보신 후에 | 글 지어 기록하니 불러들 보신 후에 | |
후세에 남자 되야 남자들 부려 말고 | 후세에 남자들은 다른 남자 부러워말고 | |
520 | 이내 노릇 하개 되면 그 안이 상쾌할가 | 이 내 노릇 하게 되면 그 아니 상쾌할까. |
핵심정리
- 작자 : 김진형
- 연대 : 1853년(철종4)
- 갈래 : 기행 가사, 장편 유배 가사, 1026구의 장편 가사
- 제재 : 칠보산
- 성격 : 기행문적, 체험적
- 주제 : 유배지에서 느끼는 감정, 유배지에서 의 풍류와 가족에 대한 그리움
- 형식 : 필사본. 2음보 1구로 계산하여 전체 1,026구의 장편이다. 음수율은 3·4조와 4·4조가 우세하며, 2·4조와 3·5조 등도 아주 드물게 나온다.
- 구성
-서사 : 유배를 가게 된 계기와 심정
-본사 1:한양에서 북관까지의 유배 여정
-본사 2:북관에서의 칠보산 유람
-본사 3 : 북관에서 명천까지의 유배 여정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
-본사 4:유배에서 풀려난 후 고향에 돌아와 가족과 재회한 기쁨
-결사 : 유배 생활에 대한 평가와 자기 위로
- 특징
- 체험을 바탕으로 한 사실적 묘사와 서술
- 공간의 이동에 따른 시상 전개
- 유배생활에사도 다양하고 이색적인 측면이 있음을 반영(고달픈 유배 생활을 바탕으로한 안조환의 <만언사>와 대비)
- 가사의 형식을 빌린 기행문으로 기행 가사 문학의 빼어난 작품
- 여정, 견문, 감상이 나타남
- 자연과의 교감과 기생과의 유희 등 유배지에서의 풍류생활을 드러냄
- 정치적으로 혼란한 사회에 비판적 태도를 보이며 유배당한 억울함과 쓸쓸함을 토로
김진형(金鎭衡/1801~1865)
1801(순조 1)∼1865(고종 2). 조선 후기의 문신. 본관은 의성(義城). 자는 덕수(德錘), 호는 겸와(謙窩) 또는 청사(晴蓑). 종수(宗壽)의 아들이다.
1850년(철종 1) 증광문과에 병과로 급제, 1853년 홍문관교리로 있을 때 이조판서 서기순(徐箕淳)의 비행을 탄핵하다가 수찬 남종순(南鍾順)에게 몰려 한때 명천(明川)으로 유배되었다. 1856년 문과중시에 다시 급제하였다.
1864년에는 시정의 폐단을 상소하였는데, 조대비(趙大妃)의 비위에 거슬린 구절이 있어 전라도 고금도(古今島)에 유배되었다.
이해와 감상
<북천가>는 김진형이 1853년 6월(조선(朝鮮) 철종(哲宗))에 함경도(咸鏡道) 명천에 귀양갔다가 그 해 10월에 풀려서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지은 장편 기행 가사(歌辭)이다.
서울로부터 북관까지 가는 유배과정, 북관에서 그곳 수령의 융숭한 대접과 칠봉산 구경 및 기생군산월과의 사랑, 북관에서부터 유배지 명천에 이르기까지 이르는 과정, 명천에 당도하자마자 방면된 소식을 접하고 고향에 돌아오는 과정과 강호·태평 등을 차례로 보여 주고 있다. 유배에 수반된 슬픔과 즐거움, 인정과 사랑을 보여주고 있어 옛날 귀양살이의 한 면모를 상세하게 알려준다. 체험의 특이성, 당시 조선 사회의 정치적 현실 반영, 뛰어난 시적 형상 등이 주목을 끄는 작품이다.
작가는 당시의 부패한 정계의 현실과 양반 사대부들의 호화방탕한 생활과 사대부들의 도덕적 위선 등을 잘 반영하여 노래하고 있다. 봉건관료로서 별로 고생을 하지 않고 편히 지내며 살아온 과정과 관련하여 당시의 정치적 현실에 대한 작가 자신의 비판적 의식은 아주 약하게 드러나고 있으나 작가의 체험에 밑바탕을 둔 사실적 묘사와 서술은 조선 시대의 정치적 상황을 매우 잘 포착하여 그려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상당히 원숙한 예술적 재능을 보여 주고 있으며, 적절한 형용어의 선택, 반복에 의한 강조 등은 작자의 내면 세계와 행동 및 자연 풍경을 생동감 있게 묘사할 수 있도록 하는 요소로 작용하여 인간이 가지는 희로애락의 감정들을 진실하게 나타낼 수 있도록 해 준다.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표현은 미약하나 작품의 형상화 면에서는 매우 높이 평가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일동장유가(日東壯遊歌)', '연행가(燕行歌)'와 더불어 기행가사 문학의 빼어난 작품으로 꼽힌다.
참고문헌 : 「북천가연구(北遷歌硏究)」(김시업,성대문학』19,1976)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엄태욱 국어연구소]
'문학 > 고전산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약용 '수오재기(守吾齋記)' 전문 (0) | 2024.06.28 |
---|---|
서포 김만중 '구운몽(九雲夢)' 전문 (0) | 2021.11.17 |
'김수로왕 신화' 전문 (0) | 2021.10.20 |
의유당 '동명일기' 전문 (0) | 2021.10.14 |
이옥 '심생전' 전문 (0) | 2021.10.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