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고전산문

'우부가' 전문

열공햐 2021. 10. 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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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부가(愚夫歌)*

작자 미상
 신영산 풀이

*연대 및 작사 미상의 가사. 『악부(樂府)』 외 17종의 이본이 있음. 이 글은 『악부』에 수록된 작품. '우부'는 어리석은 남자 

신윤복필 풍속도 화첩 (申潤福筆 風俗圖 畵帖)ⓒ 문화재청

내 말씀 미친 말인가 저 화상들 구경하게.
남촌 한량 개똥이는 부모덕에 편히 놀고
호의호식 무식하고 미련하고 용렬하여,
눈은 높고 손은 커서 헤아림 없이 주제넘어
유행 따라 옷을 입고 남의 눈만 위하것다.
긴긴 봄날 낮잠 자기 아침저녁 반찬 투정
집 안 돌보고 때 없이 드나들고 매일 취해 거들먹 트림하며 
이리 모여 노름 놀기, 저리 모여 투전질에
기생첩 따로 얻어 살림하고 오입쟁이 친구로다.
사랑에는 조방꾸니 안방에는 노구할미2)
조상 이름 떠세3)하고 세도 구멍 기웃기웃,
세도 보아 뇌물을 바치느라 재산을 까불리고 
헛된 욕심에 장사하기 남의 빚이 태산이라.
내 무식은 생각 않고 어진 사람 미워하기,
후할 데는 박하여서 한 푼 돈에 땀이 나고,
박할 데는 후하여서 수백 냥이 헛것이라.
나보다 나은 이는 미워하니 말 행동거지 바꾸느라 허기진다.
내 몸에 이익되면 남의 말을 따지지 않고
친구 벗은 좋아하며 제 일가는 화목지 않고,
2) ‘조방꾼’은 오입판에서 남녀교합을 중매하는 사람. ‘노구할미’는 뚜쟁이 할미. 
3) 돈이나 세력을 믿고 젠체하고 억지를 쓰는 짓.

연못가에서 벌어진 양반의 기생놀음 풍경을 그린 혜원 신윤복의 풍속화 ‘초당놀이’. 간송미술관 소장.

청금상련 (廳琴賞蓮), 혹은 연당야유 (蓮塘野遊)라 불림. '혜원풍속도첩 (蕙園風俗圖帖)' 중에서, 서울 성북구 간송미술관 소장. 종이에 담채, 35.6x28.2cm
병날 노릇 모두 하고 인삼 녹용 몸보신하기
주색잡기 모두 하여 돈 주정을 무진하네.
부모 조상 금방 잊고 계집 자식 위하여서 재물만 탐을 내고
일가친척 구박하며 인사는 나중이요 남의 흉만 잡아낸다.
내 행세는 개차반에 경계판1)을 짊어지고
없는 말도 지어내고 시비에는 앞장이라.
나오는 데 없이 돈 쓰기는 물같고 아랫돌 빼서 윗돌 괴니
손님은 빚쟁이요, 사람 도리 내 몰라라. 
입 구멍이 제일이라, 돈 나올 노릇 해 보세.
논밭 팔아 변돈 주기, 종을 팔아 월수 주기2)
구목3) 베어 장사하기, 서책 팔아 빚주기와
동네 상놈 일 부리고 먼데 사람 행악이며
잡아 오라 행패더라 몸소 군사 거느리며 싸우듯 몽둥이질,
전당 잡고 세간 뺏기 남의 계집 문서 꾸며 종 삼기와
알몸 결박 소 뺏기와 불호령에 솥 뺏으니
여기저기 간 곳마다 인심을 잃겠구나.
사람마다 도적이요 원망하는 소리로다. 이사나 하여 볼까. 
집안 물건 다 팔아도 팔십 장수 내 팔자라. 
종손 핑계 위전4) 팔아 투전질이 생애로다.
1) 죄인이라는 상판. 
2) ‘변돈’은 이자를 내기로 하고 빌린 돈. ‘월수’는 원금에 이자를 얹어 다달이 갚아 가는 빚
3) 선산의 무덤을 지키는 나무. 
4) 제사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경작하던 논밭. 

신윤복필 풍속도 화첩 (申潤福筆 風俗圖 畵帖) ⓒ 문화재청
<아래 어휘 설명>

5) ‘대모관자’는 거북이 등껍질로 만든 관자. ‘관자’는 망건에 달아 당줄을 꿰는 작은 고리. ‘물레줄’은 물레에 달린 줄. 
6) ‘통영갓’은 경남 통영에서 나는 상품의 갓. ‘통모자’는 모자의 가장자리와 위 뚜껑을 애초에 한살로 만든 원통 모양
의 모자.
1) 소의 양(羘)을 볶아 만든 음식.
2) ‘죽력고’는 죽력을 섞어서 만든 소주. ‘죽력’은 솜대의 신선한 줄기를 불에 구워서 받은 액즙. ‘모주’는 술찌기에 물
을 타서 뿌옇게 걸러 낸 탁주. 
3) ‘각장장판’은 두꺼운 종이에 기름을 결은 장판. ‘소란반자’는 반자틀에 소란을 대고 반자널을 얹은 반자. ‘반자’는 지
붕 밑이나 위층 바닥 밑을 편평하게 하여 치장한 각 방의 윗면. ‘소란’은 가는 나뭇조각. ‘장지문’은 지게문에 장지
짝을 덧들인 문. 
4) ‘석새’는 거칠게 짠 베. 정강이의 힘으로 걷는다는 뜻. 말을 타지 않고 자기 발로 걷는 경우. 
제사를 핑계하고 제기 팔아 관가 재앙 구설수가 일어난다.
뉘라서 돌아볼까, 외톨이가 되단 말인가
가련타 저 인생아, 하루아침 걸객이라.
대모관자 어디 가고 물레줄은 무슨 일인고.5)위
통영갓은 어디 가고 헌 파립에 통모자라.6)위
주체하지 못하고 먹던 밥을 달력 보며 손꼽아 밥 먹는다.
양볶이1)는 어디 가고 씀바귀에서 단꿀 빨듯
죽력고 어디 가고 모주 한 잔 어려워라.2)
울타리가 땔 나무요, 동네 소금 반찬일세.
각장장판 소라반자 장지문은 어디 가고3)
벽 떨어진 단칸방에 거적자리 열두 잎에
호적 썼던 종이로 문 바르고 신주 싸던 보자기가 갓끈이라.
은 안장 좋은 말 어디가며 앞뒤에 모시던 종자들 어디 가고.
석새 짚신 지팡이에 정강말이 제격이라.4)
삼승5) 버선 태사혜는 어디 가고 끄레발6)이 불쌍하고,
비단 주머니 십육사끈7) 화류나무8) 틀세운 거울 어디 가고
버선목 주머니에 삼노끈 꿰어 차고,
돈피 배자 담비 휘양 어디 가며9) 비단,명주옷은 어디 가고
동지섣달 베로 만든 창옷10) 입고 삼복더위엔 바지 가죽
궁둥이는 울근불근 옆걸음질 병신같이
담배 없는 빈 담뱃대 소일처럼 손에 들고
어슥비슥 다니면서 남의 문 앞 걸식하며
역질 핑계 제사 핑계 야속하다 너의 인심 원망하며 팔자 타령이로다.
5) ‘삼승’은 성글고 굵은 베. ‘태사혜’는 비단이나 가죽으로 울을 하고, 코와 뒤축 부분에 흰 줄무늬를 새겼던 남자의
마른신. 
6) 단정하지 못하고 어수선한 옷차림. 

7) 열여섯 날로 만든 고운 끈. 
8) 자단(紫檀)의 목재. 
9) ‘돈피’는 노랑 담비의 가죽. ‘배자’는 저고리 위에 덧입는 옷. ‘휘양’은 머리에 쓰는 방한구. 
10) ‘창옷’은 중치막 밑에 입던 소매가 없던 웃옷.

신윤복(1758∼?) ‘야금모행(夜禁冒行·야간 통행금지를 무릅쓰고 가다)’.
그림 속 왼쪽 남성이 통금 위반을 단속하는 순라군(巡邏軍)이다.
갓 쓴 양반은 ‘봐 달라’는 모양새고, 여성은 담배만 피워댄다.
간송미술관 제공
저 건너 꼼생원은 제 아비의 덕분으로 돈 천이나 가졌더니
술 한잔 밥 한술을 친구 대접하였던가.
주제넘게 아는 체하며 길흉화복 점치는 일 빠져들어 
부귀위해 부모묘를 명당 찾기 난리 피해 도망할 곳 찾아가며
올 적 갈 적 다니는 길에 처자식을 흩어 놓고
있는 이가 없는 이를 돕지 않으면 아침저녁 생계가 어려우니 할 수 없다.
사람 속여 남의 물건 뺏자 하니 두 번째는 아니 속고
나라 세금 마음대로 쓰자 하니 일가 중에 부자 없고
허황된 재물을 얻으려고 서울 시골 가리지 않고 쏘다니며
재상집에 청 넣다가 봉변 당해 물러서고
남의 고을 걸태질1) 하러 갔다 혼금2)에 쫓겨 오네.
혼인 중매 혼자 하다 염치없다 무안에 뺨 맞으며
가대문서 써 주면서 구문 먹다가3) 핀잔 먹고 자빠지기 
이치 없는 행실로 억지떼 쓰고 거짓문서 꾸며 송사 좋아하고
부자나 후려볼까, 감언이설 꾀어보세
언막이며 보막이며4) 은광이며 금광이나 찾아다니며
큰길가의 색주가5)며 노름판에 푼돈 떼기
남북촌에 뚜쟁이로 사람 끌기 하여 볼까.
산진이 수진이6) 사냥질로 놀러갈 제
대종손 양반 자랑 산소나 팔아 볼까.
혼인 핑계 어린 딸은 백 냥짜리 되었구나.
아낙은 친정살이 자식들은 고생살이
일가들은 눈 흘기고 친구들은 손가락질
알지 못할 곳으로 나갔더니 소문이나 들어볼까.
1) 염치나 체면을 차리지 않고 재물 따위를 마구 긁어모으는 일을 낮잡아 이르는 말. 
2) 관가에서 쓸데없는 사람이 문에 들어오는 것을 금하는 일. 
3) ‘가대문서’는 물건 같은 것을 너그럽게 빌려준다는 문서. ‘구문’은 어떤 일을 소개해 주거나 흥정을 붙여주고 그 보
수로 받는 돈. 
4) ‘언막이’는 논에 물을 대기 위하여 막아 쌓은 둑. ‘보막이’는 논에 물을 대기 위해 둑을 쌓아 흐르는 냇물을 막아
두는 곳. 
5) 술과 여자를 겸하여 파는 집.
6) ‘산진이’는 산에서 자유롭게 자란 매. ‘수진이’는 손으로 길들인 매.


신윤복의 18세기 후기 작품 '연소답청'(젊은이의 봄 나들이)

포쳥(捕廳) 귀신 되엿는지 듯도보도 못헐네라.
산 너머 꾕생원은 그야말로 어리석고 못났도다.
남들이 거들어 한 말에 자랑질, 대장부라 발끈하며 성내도다.
동네 어른 몰라보고 젊은 것이 어르신을 업신여겨 욕하기와
옷과 갓을 찢으면서 사람치고 맞았다고 떼쓰기와
남의 과부 겁탈하기 몰래 묘 쓰는 곳에 찾아가서 떡 달라기
친척 집 소 끌어오기 주먹다짐 일쑤로다.
부잣집에 가까운 체 친한 사람 이간질과
월수돈 일수돈 장별리 장체계며3)
제 부모에 몹쓸 짓과
투전꾼을 좋아하며 손목 잡고 술 권하며
제 처자는 몰라보고 다른 여자 노리개로 정표 주며
자식 노릇 못하면서 제 자식은 귀히 알며
며느리는 들볶으며 봉양 잘못 호령한다.
기둥 빼고 벽 떨어라. 천하 난봉 떠벌이니
부끄럼을 모르고서
주리 틀려 경친 것을 옷을 벗고 자랑하며
술집이 안방이요, 투전방이 사랑이라.

늙은 부모 병든 처자 손톱 발톱 젖혀가며
잠 못 자고 길쌈한 것 술내기로 장기 두고
꾸지람을 듣지 못해 버린 몸이 무슨 생계 세우지 못하여서
누이 자식 조카 자식 색주가에 팔아넘기고
부모가 걱정하면 와락하며 부르짖으며
아낙이 한소리 하면 밥상 치고 계집 치기
도망산에 묘를 썼나, 저녁 굶고 또 나간다
포청 귀신1) 되었는지 듣도 보도 못할러라.
1) 포도청(捕盜廳) 귀신. 포도청에 끌려가고는 소식을 모를 때 쓰는 말.

개변가화, 

 

핵심 정리

• 갈래 : 조선후기(19세기) 평민 가사, 서사 가사

• 성격 : 교훈적, 풍자적, 비판적, 사실적, 경세적(警世的), 냉소적, 해학적

• 표현 : 열거법, 반복법, 3.4(4.4)조. 4음보의 연속체

• 주제 : 어리석은 남자들의 도덕적 타락에 대한 비난과 경계, 타락한 양반 사회에 대한 냉소적, 풍자적 태도

• 구성:
  - 서사: 인물에 대한 화자의 평(어리석은 한량이 부모 덕분에 방탕한 생활을 하며 재산을 탕진)
  - 본사: 인물의 도덕적 타락상 열거(살아가기 위해서 무슨 짓이든 가리지 않고 하며) - 무위도식(無爲徒食)

  - 결사: 인물의 패가망신한 모습 제시(결국 돈벌이도 못하고 걸인이 된다) - 패가망신(敗家亡身)

• 인물  :

  - 개똥이(부모 덕에 호의호식하나 타락한 삶을 살다가 비참한 말로를 맞음)
  - 꼼생원(개똥이만은 못 하지만 넉넉하게 사는 편이었으나 개똥이와 마찬가지로 무절제한 삶을 살다가 비참해짐)
  - 꾕생원(경제적으로 철저히 몰락하여 평생 빚에 의지하여 술과 노름에 빠져 살아가는 난봉꾼)

 *타락한 생활을 일삼는 부정적 인물에 대한 비판→부정적 인물을 만들어 내고 있는 당대의 부도덕성에 대한 풍자

 

• 출전 : <경세설*>, <초당문답가*>에 13편 가사 중 하나,

 

  *경세설 (警世說) : 숙종∼영조 연간의 작품인 듯하며, 《초당문답가(草堂問答歌)》라고도 한다. 경세(警世)와 훈민(訓民)을 위해서 엮은 것으로 서민사회의 풍습 ·생활상 등을 솔직하고 예리하게 표현하고 있고, 오륜(五倫) ·백발(白髮) ·사군(事君) ·부부(夫婦) ·가족(家族) ·장유(長幼) ·붕우(朋友) ·개몽(開蒙) ·우부(愚夫) ·용부(庸婦) ·경신(敬愼) ·치산(治産) ·낙지(樂只) 등 13편의 가사로 이루어져 있다.

  *초당문답가(草堂問答歌) : 숙종-영조 사이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 백성을 경계하고 가르치기 위하여 만든 노래

 

기방난투

 

• 특징: 
  - 조선 후기 양반층의 도덕적 타락을 사실적으로 표현함
  - 양반층의 어리석은 행동과 부정적 모습을 나열하여 풍자의 강도를 강화
  - 화자와 비판의 대상 간 거리를 멀게 설정하여 객관성을 확보하고 독자의 신뢰를 얻고 있음
  - 민중의 현실적이고 생생한 언어 표현이 두드러지게 나타남


• 표현 : 구체적인 상황을 열거하여 인물들의 속성을 드러내고 있으며, 대구법, 열거법, 반복법과 사실적이고 직접적 묘사, 저속한 언어 표현으로 인물의 모습을 풍자와 비판을 하고 있으며 인물의 모습을 나타내는 한자 성어를 사용함[본사에서는 무위도식(無爲徒食)이 주(主)가 되고, 결사에서는 패가망신(敗家亡身)이 주된 내용임.

• 등장인물의 공통점 : 세 사람은 모두 술과 기방 출입, 도박으로 자신의 재산을 탕진하고 타락과 부도덕으로 일관된 삶을 살아가다가 끝내는 처참한 말로를 맞이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개똥이는 재물을 사치와 낭비에 탕진하고 가난한 서민을 대상으로 악질적인 고리대금업을 하고, 꼼 생원은 사기행각을 벌이는 타락을 보이는가 하면, 꾕 생원은 빚에 의지하여 살면서 돈 때문에 가족 윤리마저 파괴하는 타락성을 보인다.

• 의의 : 조선 후기 양반층의 도덕적 타락을 사설적으로 반영하고 있고, 부정적 인물들의 삶의 방식을 구체적으로 나열함으로써 당대의 부도덕성을 열거하여 사람이 지녀야 할 바른 태도에 대해 역설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언어구사가 생생하고 서민사회의 실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여 봉건적 이념이나 규범을 넘어서는 측면도 있다

 

기방무사

 

이해와 감상

  이작품은 조선 후기 양반 사회가 당면했던 도덕적 타락, 경제적 몰락, 봉건적 가치관의 붕괴 등을 풍자적으로 담아낸 작자 연대 미상의 가사이다. 제목에 드러나 있듯이 어리석은 사나이〔愚夫〕의 행적을 다루고 있는데, 어리석은 한량이 부모 덕분에 호의호식하고 허랑방탕하며 절제없는 생활을 하다가 패가 망신한다는 이야기이다. 우부(愚夫)의 행동이 풍자적으로 잘 표현되어 있으며, 언어 구사가 다소 저속하나, 서민 사회의 실상을 사실적으로 잘 묘사해 낸 평민가사이다. 


  <우부가>는 세 명의 우부(愚夫 : 개똥이, 꼼생원, 꾕생원)를 등장시켜 그들의 비행을 사실적이고 해학적으로 그리고 있다. 이 작품의 주제 의식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크게 두 견해로 나뉘어진다. 첫째는 <우부가>에 진술된 문맥이 지시하는 의미를 긍정적으로 수용하여 그러한 진술이 보여주는 의미를 추구하고자 하는 견해로서, 우부들의파렴치한 행동을 보여주고 그들의 말로를 제시하여 처세에 조심하도록 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둘째는 <우부가>는 종적인 지배 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덕목들이 아닌 개인의 삶이나 개인간의 삶이라는 횡적이고 개인적인 문제를 윤리적 규범으로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우부가>의 주제는 이러한 삶의 태도에서 인간의 도덕적 의무감을 벗어난 것에 대해 비판하고 경계한 것이라는 것이다. 문학작품이 지니는 다의성의 문제인 듯하다.

 

  <우부가>는 세 사람의 어리석은 행동을 비난, 경계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여기에 등장하는 개똥이, 꼼생원, 꾕생원은 각기 계층을 달리 설정하여 구체적으로 서술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개똥이의 신분은 양반으로, 꼼생원의 신분은 중인으로, 꾕생원의 신분은 하층민으로 설정되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개똥이의 경우는 상놈을 부역시키거나 매질을 한다는 데서 양반의 성격을 띠고 있음이 확인된다. 꼼생원의 경우는 공납 범용이나 위조 문서를 작성한다는 데서 중인 신분이 확인되고, 꼼생원의 비행이 개똥이의 비행에 비해서 격이 낮은 것도 그러한 신분 추정의 근거가 되고 있다. 마지막 꾕생원의 경우는 그 비행의 격이 한층 더 저급하다. 즉 존장 몰라보기, 사람 치기, 부녀자 겁탈, 이간질, 남의 빚 쓰기, 부모 학대, 관가에 가서 주리 틀리기, 불효하기, 술집 출입, 투전, 내기, 장기 두기, 누이나 조카를 색주가에 팔기, 계집 치기 등이다. 존장 몰라보기에서 이미 드러난 바와 같이 꾕생원의 경우는 그 신분이 하층민임을 알 수 있다.


  이 세 사람은 모두 도덕적으로 타락한 삶을 살아가다가 비참한 말로를 맞는다. 따라서, 이 작품은 양반의 경제적 몰락과 타락 그리고 봉건적 윤리 의식이 파탄되는 양반 사회의 붕괴를 그리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소년전홍 (少年剪紅) ', 종이에 채색 혜원풍속도첩 (蕙園風俗圖帖)' 중에서, 서울 성북구 간송미술관 소장. 봄날 양반가의 젊은 사내가 젊은 여종의 손목을 끌고있다.

 

  수능특강에 수록된 부분은 사회적 체면을 중시하고, 과시가 심한 성격을 가지고 있어 씀씀이가 매우 큰 개똥이의 이야기이다. 세도가의 친분을 얻어 권세를 탐하다 많은 재산을 날리고, 시기와 질투가 심해 어진 사람을 미워하기 일쑤다. 쓸 데 없는 데는 함부로 돈을 쓰면서 가까운 일가친척에게는 인색한 모습을 보인다. 높은 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고리대금업을 하며 사람들에게 온갖 횡포를 부리기도 하는데, 이는 당시 양반들의 행태를 그대로 표현한 것이다.

  우부가의 특징은 화자와 '개똥이'의 심리적 거리를 멀게 설정하여 객관성을 확보해 독자의 공감과 신뢰감을 얻고 있다.  화자는 의도적으로 인물과 독자의 거리를 멀게 설정하여 비판의 강도는 강화하고 풍자의 효과는 극대화한다. 반대로 화자와 독자의 거리는 가깝게 설정하여 독자와 심리적 거리를 줄여 친근하게 만들고 있다. 또한 당시 민중들이 사용했던 생동감 있는 언어로 거리감은 더욱 줄어든다.

 

  꼼생원과 꽁생원의 행적은 개똥이와 동질적이어서 개똥이의 행적에 대한 부연과 확대 또는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다. 개똥이의 행적부분을 살펴보면 이 부분은 다시 전반과 중반·후반의 세 단락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전반의 모티프는 부모덕에 재산이 많았는데 절제하지 않고 함부로 탕진하였다는 것이고, 중반의 모티프는 살아가기 위하여 돈을 벌겠다고 무슨 짓이든지 가리지 않고 하였다는 것이다. 후반의 모티프는 돈벌이도 할 수 없게 되고 사람 노릇도 할 수 없는 비렁뱅이 신세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세 가지 모티프는 유교적 규범을 저버린 망나니의 말로가 어떻게 되는가를 점강적(漸降的)인 구성으로 보여주고 있다. 즉, 처음에 개똥이는 명문가의 종손으로 태어나서 부모덕에 호의호식하며 부러울 것이 없었다. 그러나 재산이 있을 때에는 절제하고 삼가야 하는 것이 마땅한 도리인데, 이러한 도리를 저버린 대가로 재산을 모두 날리고 가난뱅이가 되었다는 것이 전반의 요지이다. 가난하게 된 개똥이는 이에 그치지 않았다. 재산이 없으면 없는 대로 분수에 맞게 지내야 하는 것이 마땅한 도리인데, 이러한 도리도 저버렸기에 더욱 비참한 비렁뱅이꼴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것이 중반부의 요지이다.

 

노상탁발(路上托鉢) 노상탁발(路上托鉢)은 고개 마룻길에서 북을 두드리며 시주하는 탁발승(托鉢僧)들 앞에서 부녀자들이 치마를 걷고 속곳을 들어낸 채 허리 쌈지에서 시줏돈 ... 길가에서 큰 법고와 꽹과리, 목탁을 연주하면서 고갈쓰고 탁발하는 모습이 잘 묘사되어 있다.

 

  비렁뱅이꼴이 된 개똥이는 명문가의 후손이라는 사회적 체면도 저버리고 ‘옆걸음질병신’ 같이 남의 문전에 걸식하며 실제로 밥을 얻으러 다니는 극단적인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이 후반부의 요지이다. 이와 같은 작품구성에서 작자는 개똥이의 비참한 말로를 통하여 자기의 분수를 지키면서 살아가고 헛된 욕심은 내지 말아야 한다는 유교적 규범을 보이고 있다. 즉, 개똥이와 같은 망나니짓을 하는 자를 경계하지 않으면 세상은 더욱 그릇되어 간다는 교훈적 의도를 뚜렷이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사실로 미루어 이 작품은 계녀가사(誡女歌辭)에 부응하는 일면을 가지고 있다.

 

  한편, 이 가사에서 개똥이의 거침없는 행동, 상식을 벗어난 파격적인 행위를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음은 이 작품이 단순히 유교적 규범을 교훈하자는 의도 외에도 숨은 주제가 따로 존재할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여기에서 숨은 주제는 반어적 표현을 통하여 드러나 있으므로, 작자의 의도나 표면에 강조된 주제와는 반대방향으로 나간다고 볼 수 있다. 표면의 주제와는 달리 봉건적 이념이나 규범을 개똥이의 생생한 부정적 행위를 통하여 파괴하고 있다. 

 

    '우부가'도 풍자의 이런 특성에 잘 들어맞는 작품인데, 중요한 것은 이 작품이 풍자 대상으로 삼은 것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관점에 따라서는 경직된 윤리 규범을 풍자한 것이라고 할 수도 있으나, 작품에 등장하는 세 사람의 어리석은 남자는 그 윤리 규범이 잘못되었음을 입증하는 것이 아니고, 그것을 어기는 데서 어리석음이 드러난다는 것으로 비판되고 있다. 따라서, 윤리 규범을 지키지 못한 사람이 속출할 정도의 사회상이 '우부가'의 비판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화제가 될 만큼 그러한 현상이 많이 목격되었음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참고문헌≫ 註解歌辭文學全集(金聖培 外, 精硏社, 1961), 文學硏究方法(趙東一, 知識産業社, 1980), 韓國古典詩歌의 硏究(金學成, 圓光大學校出版局, 1980).(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결국 쫓겨난 신윤복, 그림 감상하기

 

신윤복(申潤福)의 작품세계 Ⅴ

신윤복(申潤福)의 작품세계 Ⅴ 신윤복 [申潤福,1758 ~ ? ] 신윤복(申潤福, 1758년 ~ ?)은 조선 후기의 관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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