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현대운문

일월(日月) - 유치환

열공햐 2021. 2. 25.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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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가는 곳

어디나 백일(白日)이 없슬소냐.

 

머언 미개(未開)적 유풍(遺風)을 그대로

성신(星辰)과 더불어 잠자고

 

비와 바람을 더불어 근심하고

나의 생명과

생명에 속한 것을 열애(熱愛)하되

 

삼가 애련(哀憐)에 빠지지 않음은

그는 치욕(恥辱)임일레라.

 

나의 원수와

원수에게 아첨하는 자에겐

가장 좋은 증오를 예비하였나니.

 

마지막 우러른 태양이

두 동공(瞳孔)에 해바라기처럼 박힌 채로

내 어느 불의(不義)에 즘생처럼 무찔리기로

 

오오, 나의 세상의 거룩한 일월(日月)

또한 무슨 회한(悔恨)인들 남길소냐.

 

-유치환, '일월'

 

 

*유풍(遺風) : 1. 옛날부터 전하여 내려오는 풍속. 2. 돌아간 조상이나 선배를 닮은 기풍. 3. 후세까지 남겨진 교화(敎化).

 

 

시낭송 감상하기

 

핵심 정리

 성격 : 의지적, 관념적

 어조 : 격렬하고 도도하며 비장한 어조

 표현 :  생경하고 관념적인 한자어의 사용  극한적 어휘의 사용

 특징 : 비장미가 두드러짐, 자유로운 연과 행의 배치, 직설적 표현에 의한 주제의 제시

 구성 :

  ① 망명을 결행하며 광명의 지표를 찾음(1) - 현실보다는 나을 곳 을 향해 떠남

  ② 미개 시대의 유풍대로 삶(2) - 어떤 고생을 감수하고서라도 순 수한 삶을 살겠다는 의지

  ③ 생명을 열렬히 사랑하되 애련에 빠지는 치욕을 거부함(3) - 애련에 빠지지 않는 열애. (애련(愛憐) : 약한 사람이나 어린이를 사랑하고 가엾이 여기는 일, 비정하고 강한 의지를 발휘하는 데 장애 요소로서 경계함. *열애와 애련의 구분 필요). - 의지적 표현이 드러난 부분 : "생명에 속한 것을 열애(熱愛)하되/삼가 애련(愛憐)에 빠지지 않음은"

  ④ 원수와 그에 아첨하는 자를 증오함(4)

  ⑤ 비참한 종말의 각오함(5)

  ⑥ 회한(悔恨) 없는 삶(6)

 제재 : 불의, 부정한 세력

 주제 : 불의와 악에 대한 타협(妥協)없는 증오와 대결 의지

 출저 : <문장>(1939)

 

 

 

작가 유치환(柳致環)

   유치환(1908년 8월 10일 ~ 1967년 2월 13일)은 일제 강점기의 시인이자 대한민국의 시인 겸 교육자이며 예비역 대한민국 육군 소령이다.


  호는 청마(靑馬)이며, 본관은 진주(晋州)이다. 외가인 경상남도 거제군에서 출생하였고, 지난날 한때 경상남도 진주에서 잠시 유아기를 보낸 적이 있으며 초등학교 입학 전 경상남도 통영군 충무읍 본가로 옮겨 가서 그곳에서 성장한 그는 극작가 유치진의 아우이기도 하다. 

  1931년 《문예월간》에 〈정적〉을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1939년 첫 번째 시집 《청마시초》를 발표하였다. 

  교육계에 투신하였던 그는 시작과 교사 일을 병행하였으며, 부산남여상(현 부산영상예술고등학교)의 교장으로 재직하던 도중 1967년 2월 13일 수정동에서 시내버스에 치여 병원으로 후송되던 도중 생을 마감하셨다.

 

  40여 년에 걸친 그의 시작은 한결같이 남성적 어조로 일관하여 생활과 자연, 애련과 의지 등을 노래하고 있다. 그의 시세계를 ‘생명에의 의지’, ‘허무의 의지’, ‘비정의 철학’, ‘신채호적(申采浩的)인 선비기질의 시인’으로 평가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생명의 긍정에서 서정주(徐廷柱)와 함께 이른바 ‘생명파 시인’으로 출발한 그의 시는 범신론*적 자연애로 통하는 열애가 그 바탕을 이룬다. 그리고 그 바탕 위에서 한편으로는 동양적인 허정*(虛靜)·무위(無爲)의 세계를 추구하였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러한 허무를 강인한 원시적 의지로 초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의 시에 허무 의지의 극치인 ‘바위’와 고고함의 상징인 ‘나무’가 빈번하게 등장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범신론 : 자연과 신의 대립을 인정하지 않고, 일체의 자연은 곧 신이며 신은 곧 일체의 자연이라고 생각하는 종교관. 또는 그런 철학관. 인도의 우파니샤드 사상, 불교 철학, 그리스 철학, 근대의 스피노자ㆍ괴테ㆍ셸링 등의 사상이 이에 속한다.

*허정 : 아무것도 생각하지 아니하고 사물에 마음이 움직이지 아니하는 상태에 있음. 또는 그런 정신 상태.

 

  묘지는 부산광역시 서구 하단동에 있으며, 그의 시비는 경주 불국사, 부산 에덴공원, 통영남망공원(南望公園) 등에 세워졌다. 2000년 2월에는 경상남도 통영시 망일1길(정량동)에 청마문학관이 개관되었다. 시집으로는 『울릉도』·『청령일기(蜻蛉日記)』·『청마시집』·『제9시집』·『유치환선집』·『뜨거운 노래는 땅에 묻는다』·『미루나무와 남풍』·『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등이 있다. 수상록으로는 『예루살렘의 닭』과 2권의 수필집, 자작시 해설집 『구름에 그린다』 등이 있다.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유치환(柳致環))]

 

 

백두산을 장백산으로 바꾸려는 중국의 야욕 - 시사IN

지금 백두산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최근 들어 중국이 백두산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백두산은 어느 나라 것인지, 백두산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깊이 있게 알아보았다....

www.sisain.co.kr

 

통영시 청마문학관

청마문학상 한국 문화예술의 발전을 도모하며 여기는 바다의 땅 통영입니다! -->

www.tongyeong.go.kr

 

이해와 감상 

  이 시는 평론가로부터 대가적 풍격(大家的風格)’을 가진 시로 평가되었다. 우주와의 교감, 생명에의 열애, 애련을 치욕으로 여기는 비정의 태도에 기인한 것이다. 이 비정의 태도는 생의 초극이라는 문제로 요약할 수 있다. 이미 우리는 청마의 시가 생의 양면성 혹은 생의 모순성에 대하여 깨달음과 탄식에 기초를 두고 있음을 알고 있다. 따라서 이 시는 생의 모순성을 인정하고 그것에 대한 초극을 지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요하게 등장하는 ‘원수’는 생의 원상으로서의 모순과 부조리는 물론 인간의 인간다운 삶을 저해하는 모든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이 시는 강인하고 웅건한 생명의지와 불의에 타협하지 않으려는 준열한 정신 이 대륙적인 남성적 어조로 잘 형상화되어 있는 시이다.

 

나의 가는 곳

어디나 백일(白日)이 없슬소냐.

 

  1연에서는 광명의 세계를 지향하기 위한 망명의 결행이 나타났다. 족을 등지고 망명의 길을 떠나는 것은 진실과 자유가 있는 광명의 세계를 찾아가기 위한 것이다.

 

머언 미개(未開)적 유풍(遺風)을 그대로

성신(星辰)과 더불어 잠자고

 

  2연에서는 하늘을 지붕으로 삼고 별을 쳐다보며 살던 미개의 풍습대로 살아갈 각오를 함으로써 원시적 생명력의 회복을 드러낸다.

 

비와 바람을 더불어 근심하고

나의 생명과

생명에 속한 것을 열애(熱愛)하되

 

  3연에서는 인간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인식이 드러나 있다.

 

삼가 애련(哀憐)에 빠지지 않음은

―그는 치욕(恥辱)임일레라.

 

  4연에는 애련을 경계하는 다짐이 있다. 애련은 약한 존재를 사랑하고 가엾이 여기는 마음으로, 비정하고 강한 의지를 발휘하는 데 장애요소가 되기 때문에 경계해야 할 감정이다. 내가 연민에 빠지게 되면 상대적으로 나의 원수가 강해져 내가 원수에게 굴욕을 당할 수밖에 없게 된다.

 

나의 원수와

원수에게 아첨하는 자에겐

가장 좋은 증오를 예비하였나니.

 

  5연에는 원수에 대한 증오가 나타나 있다. 나의 원수’는 앞에서도 말했지만 시대와 상황에 따라 물질주의, 불합리한 제도, 불의, 악덕 등으로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다. 혹자는 이를 일제라고 보기도 한다. 그러니 그를 증오하는 것은 가장 옳은 행위이다.

 

 

마지막 우러른 태양이

두 동공(瞳孔)에 해바라기처럼 박힌 채로

내 어느 불의(不義)에 즘생처럼 무찔리기로

 

오오, 나의 세상의 거룩한 일월(日月)에

또한 무슨 회한(悔恨)인들 남길소냐.

 

  6,7연에는 원수와 원수에게 아첨하는 자들에 대한 증오로 말미암아 어떠한 고난을 격고 어떠한 불행을 당하더라도 뉘우치고 한탄하지 않겠다는 비장한 결의가 드러나 있다. 죽음에 직면해서도 소신을 굽히지 않겠다는 비장한 결의, 자신의 삶에 대한 떳떳한 자신감 등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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