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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현대산문

장진 '웰컴 투 동막골' 시나리오 대본 전문

by 열공햐 2021.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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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전쟁...   차마 말하지 못한 환타지



welcome to dong-mak gol 웰컴 투 동막골
                 


“신비의 마을 동막골에 오신걸 
환영 합니다”












LG 아트센터 12월 공연

기획 film it suda
장진   作,  演出











1 intro

어두운 무대.
연극의 시작을 알리는 소리는 발자국 소리다. (물론 이 소리는 무대 가까이에 있는 앞 열 관객들만 들을수 있겠지)
이 이야기를 들려주려는 남자가 무대위에 오른다.
그는 이 연극을 만든 연출가일수도 이 작품을 쓴 작가일수도 있다.

그는 무대 가운데에 서서 관객을 아우르는 시선으로 지금부터 들려줄 자신의 이 긴 얘기의 시작을 정돈한다.
그리고... 그의 입이 열린다

작가 출판사로부터 전화를 받은건... 오늘 아침 일찍이었습니다. 눈을 뜬게 그 전화벨이었으니까요. 짧은 안부인사가 끝나자 마자...곧바로 얘기 하더군요... 내 글을 책으로 내고 싶다고...
작가, 살짝...시선과 얘기의 방향을 바꾼다.

작가 제가 보낸 원고죠.. 오랜만에 언플러그드 작업을 했습니다. 손으로 차곡히 쓴 글이죠.  한국 전쟁이 한참이던 1950년 늦가을 저희 아버진 열네 살 이셨습니다. 이건 제 아버지의 얘깁니다. 

무대 반대 구석에 휠체어에...노쇄한 아버지의 모습...

작가 허나 아버지가 처음부터 이 이야기를 저에게 들려주신 건 아니였습니다. 단지 제가 물러본 말에 작은 고개짓으로 대꾸해주신 것 뿐이었고 말의 머리만을 툭 내뱉으시고 한숨한번 헛웃음 한번... 그리고 그 숨 속에 그토록 많은 얘기가 담겨 있었단걸 한참 후에 알게 됐습니다. 누구도 짐작 할 수 없었죠.
   
작가는 손에 든 작은 상자를 열고 낡은 액자를 꺼낸다.
무대 뒤에 액자 모양의 몰딩이 드러나고 그 안에 희미한 사람들의 모습이 나타난다.

작가 아버지의 오랜 단함에서 이 액자를 발견한 것이 오늘 이 긴 얘기의 시작이 됩니다.처음 이 액자를 발견했을 적엔 액자 위에 덮힌 수북한 먼지와 세월의 무게로 뭔지 잘 확인 할수 없었습니다. 

작가의 몸의 방향이 바뀌며 아버지와 작가와의 정방향 대화극 표현이다.

작가 아버지 이 사진은 뭐에요?
...후후...옛날 사진인건 저도 알겠어요. 아버지 사진이세요? 먼지가 많이 덮혀 있어요. 언제적 사진인데요? .....
아니, 그때, 아버진 함백산 시골에 계셨잖아요. 그때 그 시골에 무슨 사진기가 있었겠어요?
네?.... ...... 가만, 휴지가? ...... 

작가는 입으로 ‘후...’ 
액자의 먼지가 날리며 뒤에 있는 액자의 사진속 인물들의 모습이 환하게 들어온다.

작가 아버지가 이 안에 계세요?
... 이게 아버지에요... 후후후... 아버지 정말 귀여우셨는데요.... 어, 이사람들은 누구에요?....
네? ..... 아니 어떻게....
........

작가는 표정이 점점 굳어진다.

작가 아버지... 이 얘기 누구에게 또 말하신적 있으세요?

작가를 비추던 불빛이 꺼지고 무대 뒤의 사진이 한번더 무대 위에 확연히 빛나다간 이내 사라진다.




2 제단 계곡 구릉터

동구와 이연이가 누워 있다.
동구는 하모니카를 손에 들고 불다말다 하고 있다.

이연 그것이 노래냐?

동구, 고개만 끄덕

이연 무슨 노래가 그러냐? 가다말고 가다말고... 부를라 하면 턱없겠다. 지도 모르는 노래...  숨만 보내면 소리나니까 쉽다 저러는게지.
동구 으이그... 미친년한텐 불러줘도 곡해 들리니... 권둬라. 아부지 출정가기전에 몇날을 이거만 불러대드라. 부락 사내들은 다 안다. 미친년만 모르지.
이연..... 니가 말하는 미친년에 나도 끼냐?

부르던 소리에 삑살이 난다.

동구 (답답한 듯 윽박지른다) 동네에 미친년 하나다. 니가 자꾸 그렇게 물어보면 나도 미친다. 이질만 옮나? 환장도 옮는다 하더라. 내 울화통 여서 터지면 한나절도 안가 부락 사람 우라통 다 터진다 하더라. 말시키지 말고 얌전히 하늘 보다 자라.
이연 나한테 미친년이라고 하는 사람은 너하나다. 동구 니는 잘모르문서 그래 말해도 듣는 내는 가슴이 타. 진짜루 내가 미쳤나... 왜 난 미쳤는데.... 이래 올바르지? 헷깔리기도 하고... 촌장 어르신하테 물으니 그런 말한번 안하고... 그래 내는 안미쳤네 하면 왜 때마다 묘한 약초는 캐서 먹으라 다려주는지... 희한하기도 하고.. 약사발 드리킬 때 보는 사람들이 왜또 쯧쯧 혀차고 지랄하는지 그것도 조금은 깨림직하고... 나 진정으로 미쳤나...?
동구 미친년들 특징 몇가지 있다. 머리에 꽃 꼽았지?
이연 안이쁘나? 김선상님은 이쁘다 했다.
동구 그 말을 믿니? 미쳤네. 구릉에서 꽃꺽어서 내려 올 때 항상 듣도못한 노래 불러 재끼지?
이연 니도 들었나?
동구 부락 사람 다 들었다. 그 노랫말 듣고 죄다 니보러 미친년 이라 했다. 그 노래 한번 더 해봐라.
이연 (곧장 노래한다) ‘마님 몰래 촌장님이 불러.... 내 가슴 만지면.... 아픈데 나아라 ... 그믐밤 내 치마 걷어 촌장님이 가랑이 만지면 ... 아픈데 나아라 ....’
동구 (노랠자른다)  미친년 맞다. 그 노래 하면서도 니가 미친년이 아니면 큰 마님이 미치걸랑.,.. 그러니까...니가 미친년인게 부락을 위해서도 백번 옳다.
이연 (힘없이) 김선상님도 내 보고 미친년이라 하데?
동구 김선상님은 그런말 안한다. 
이연 모르나부네..... 또 있나? 
동구 니는 니가 미쳤다 생각 안하지?
이연 그래.
동구 결정적이다. 미친년은 지가 미쳤다고 얘기 안한다. 
이연 내가 나 미쳤다고 얘기 하면 나는 멀정한년 되나?
동구 하늘 보다 자라. 아~ 배 사알 아픈게 속이 미쳤나 보다. 식전부터 지랄이더만 계속 이러네.

동구, 큰 잎사귀 두어장을 끊어 뒤를 볼 때를 찾는다.

이연 냄새 지린다. 바람 보다 뒤에가 눠라.

동구, 바람을 손으로 타더니 위치를 잡고... 바지를 깐다.
이연은 하늘을 보고 눕는다.
그리고 흥얼흥얼...이상한 노래만 읊조린다

동구 어제 저녁에 콩국이 나오더라. 우리 콩은 씨알도 안텃는데 어서 구해왔나 몰라. 작년건가부다. 그걸 끓였으니 배가 탈이 안나나. 난리통에 산아래론 내려갈 생각을 안하니 단물나는건 구경을 못해. 맨날 나물 거시에 잎국물만 먹으니... 아동들이... 살이찌나...
이연 냄새가 고약하게 온다..
동구 바람방향 바뀌었다.

그때, 비행기 소리가 들린다.

동구 (하늘 쪽을 보며) 저놈의 비행기는 폭탄도 안실은 것들이 허구헌날....  
이연 동구야... 비행기 꼬리에 숯달았나보다. 뿌연 것이 길게 탄다.
동구 으이구....
이연 동구야, 참 가관이다. 멋지다. 뱀 꼬리마냥 휘다간 ...또 돌고 그러네... 동구야 봐라.
동구 똥 볼땐 말시키지 마라 ...나오다가 도로 들어간다.
이연 우와.... 비행기가 아시내 계곡까지 들어갔다 나왔다가... 어메... 다시 돈다... 불도 내며 돈다...

동구 잎사귀로 슥삭하곤 일어난다.

동구 미친년이 거짓말 하면 그게 뭔줄 아나?

동구, 하늘을 보다간... 눈이 휘둥그레진다....
순간 

이연 이리 온다...동구야...이리온다...
동구 이리온다....이리온다......

순간... 무대와 극장을 뒤덮는 괴음과 불빛
둘, 순간... 굳는다.
부대 뒤편으로 비행기가 박혀서 모양의 반만 보이는 흉직한 형상이다...
연기와... 먼지....
그 뿌연함 속에 부락민들 하나둘... 모여든다.




3 스미스...동막골에 오다.

스미스와 부락민들과의 만남...
동강난 비행기의 잔해 앞에 부락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인다
잔해에선 계속해서 연기가 타오른다.
잠시 후 노망난 달수 모와 촌장...그리고 촌장의 부인인 큰마님이 온다.
촌장, 비행기의 잔해를 보고... 주위의 부락민들을 한번 쓰윽 훑어보더니...

촌장 누가 그랬냐?

모두 잠깐 멍해진다.

달수 촌장님 이건 누가 뭘 했다기 보단 그냥 비행기가 날아가다... 여기로 내려 앉았는데... 그게 조금 세게 내려 앉다 보니 (주위를 살피더니) 앞대가린 어디갔나? (사람들도 주위를 쉬이 둘러보고)  ....여하튼 마땅히 잘...조심히 내려 앉을만한 연유도 없는거 같고... 이렇게 된거 같은데... ...이거 누가 봤드랬지? 
 
동구와 이연이가 그 최초 목격자로 그 상황을 열거 한다.

동구 길다란 연기를 쭉 뿜었드랬어요. 그리고 뱀꼬리 모냥 몇바퀴를 휘젓더니 이리로 내려 박았지요.
달수 동구 니가 맨 처음으로  봤냐?
이연 보기는 내가 먼저 봤고 그때 동구는 똥 밀고 있었지요. 동구는 아침부터 배가 사알 아프다고 오늘만도 몇 번이나 밀었대요. 동구 엄니 동구 콩국 주지 말아요. 햇것도 아니면서 애 배탈이 수만번 나요.
달수 그기 지금 뭔 얘기야? 동구 똥이 비행기를 저 지경으로 만든기야?
달수처 지금 얘기가 왜 그리로 가?  
동구모 (거의 울먹이는 소리로) 안다쳤냐? 이 저려 죽일 놈아 ... 방구석에 쳐박혀 글을 읽든 밭 매질을 하든 할것이지... 구릉엔 뭐하러 쏘다녀!! 비행기 떨어지는데 가지말라고 그리도 얘기 했잖여? 
달수 지금 동구 어매는 떨어질걸 알았다는거야 뭐야? 가정교육이야? 준비철저야?
동구모 애비는 총알 받이 되러 가고 자식 새끼는 맨몸으로 비행기를 받을라 하고.... 에고 내팔자야...!! 
동구 아버지 안죽었다니까 왜 울구 그래요.
마님 동구 모친 좀 다루게... 불길한 징조요... 제를 지내던 제단 계곡에 이런게 떨어지다니...

달수 처, 동구모를 진정 시킨다.
모두는 마님 얘기에 불길해 진다.

촌장 달수야
달수 예...어르신.
촌장 안에 뭐있나 좀 봐 보게.
달수 .... 불러 볼 갑쇼?
촌장 들어가 면밀히 살펴봐... 행여... 들 타죽은 시체라도 있음 끄집어내 묻어 주고... 성한 음식이나 물자는 나중에 요긴하게 쓸수 있을테니....
달수 ....(주위의 눈치를 보다간) ...아무래도 해지기 전에 하는게 좋겠지요?
촌장 어허....

달수....지려진 얼굴로 엉금엉금 다가간다.

촌장 우린, 조금 뒤에서 봅시다....

다들, 뒤로 이만큼.... 
달수, 살살 살펴 걷다간....윽 하고 잠시 멈춘다.

달수 (실실 웃으며) 동구야... 니 똥 여깄다... 하마터면 밟을뻔 했다.
달수처 덜렁대지 말고 조심해요.

달수, 살짝 피해가지고 한걸음 더 다가가는데...
그때, 갑자기 비행기 꼬리 부분에서 후미의 문을 젖히며 온몸을 다친 스미스가 튕겨져 나온다.
달수 뒤로 자빠진다.
그 덕에 동구 똥을 손으로 지려 버린다.
달수, 자신의 손의 감각을 느끼곤 얼굴이 사색이 되며 경련을 일으킨다.
달수 만화처럼 깡총 대다간...
스미스가 걸어 나오자 진정한다.
스미스 휘청되며 나온다.
그의 손엔 권총이 쥐어져 있고....
마을 사람들...경계심에 그를 축으로 대치한다.
스미스 주위를 보고.... 안도의 한숨을 쉬며.... 권총을 허리에 넣는다.
마을 사람들...역시 긴장을 조금 푼다.
스미스 곧, 입을 연다.
입을 여는데....
예상대로 영어다.
스미스.... 꽤 긴 얘길 마을 사람들에게 들려 준다.
전후 사정, 내가 누군지...왜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 어떻게 자랐는지... 좋아하는 연애인은 누군지...(물론, 추측이지만)

마을 사람들... 거진 생전 처음 들어 보는 긴 영어에 듣기 평가에 시달리는 수험생의 표정으로 서서히 변해간다.
그러다가.... 촌장.... 손을 번쩍든다.

촌장 멈추시게!!!!!

스미스, 긴 얘기를 하다가 멈춘다.
물론 멈추라는 말을 알고 멈춘거 같진 않다.
마을 사람들, 촌장에게 시선을 가져간다.

촌장 이연아, 김선상 모셔와라....

이연, 얼굴에 화색이 돌며 뛰어 간다.

이연 네....

무대 구석에 있던 작가의 공간에 불이 들어 온다.
작가, 마치 자신이 쓰는 글을 낭독하듯... 
상황을 서사적 해설자의 기능으로 읽는다.

작가 촌장이 도움을 요청한 김선생이란 분은 이 부락에 사는 사람중에 유일하게 신교육을 받은 사람이었습니다. 아울러 정신이 온전치 못한 이연이의 짝사랑을 받는 분이었죠. 이연이가 김선생을 부르러 간 동안에도 비행기에서 살아남은 미군 병사와 부락사람들과의 그 지루한 대화는 계속 되었고... 

그때, 무대 뒤에서 “탕” 하고 들리는 총소리...
마을 사람들과 작가...순간 그쪽을 보며 호흡을 멈춘다.

작가 부락민들 모두는 김선생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무대뒤 김선생의 공간으로 이연이가 헐레벌떡 뛰어 들어가고....
이연이가 김선생에게 문제가 생긴걸 얘기한다.

작가 허나, 이연이가 김선생을 찾아간 시간은 모두가 짐작한 시간 보다 훨 늦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예상한 시간 보다 훨씬 늦게 김선생이 도착한것엔... 나름대로 많은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중에 하나는... 이연이 머리에 꽃을 꼽아야 했기 때문이죠.

이연 김선상님.....!!!! 헉...헉....
김선생 무슨일이죠?
이연 헉....헉....... 이 ....꽃.... 이쁩니까?

작가 김선생은 유식하고 박식한 분이었습니다.

김선생 설파랭이 꽃이네요. 7월에서 8월 사이 고산에서 볼수 있는 희귀종이죠. 꽃말이 날 욕보이지 마세요 던가.... 근데 귀한 꽃을 왜 머리에다 꼽고 다니세요? 
이연 ...... 비행기에서 양키 사내가 튀어 나왔어요. 
김선생 네? 비행기라뇨?
이연 뱀꼬리처럼 길게 휘돌다 구들언덕빼기에 꽈당 박혔는데... 동구하고 저하고 일등으로 봤지요. 제가 먼저 보고 동구가 이등으로 봤어요. 동구는 콩국 때문에 똥누고 있었걸랑요.... 
김선생 가만...그러니까... 뭐가 어떻게 된거에요? .... 여기 왜 온거에요?
이연 ..... 촌장님이 데려 오래요! 부락이 난리에요!!!

둘은 무대 앞쪽 길로 뛰어 나오기 시작한다.
    
작가 김선생은 동막골 최고의 인테리였습니다. 사실 어떻게 보면 동막골 사람이라고 볼수는 없습니다. 함백산 아래 사북접정.... 현풍리의 소학교 선생님인데... 전쟁이나고 인민군이 지식인들을 처형한다는 소문이 돌자 잠시 산위로 피신을 한 터였습니다. 지식인들 처형하는데 김선생이 왜 피하는지 궁금해 하던 사람들도 물론 있었다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선생님이 었기에 존경받았고... 누군가를 가르치는 직업을 가졌기에 지식인이었으며... 그가 인테리일 수밖에 없는 결정적 이유는 그는 동그란 안경을 끼고 있단 것이었죠.

무대 앞쪽으로 달려 나온 김선생과 이연...
무대의 대열은....
스미스와 부락 사람들....
그리고 가운데....김선생이 놓이게 된다.

스미스 다시 한번 열창이 시작 된다.
허나 더욱.... 긴장되고 땀을 흘리는건...가운데에서 통역을 맡은 김선생이다.

김선생, 동시 통역이다.
그러나....

김선생 나는......... 그런데..... 아주많은 ..... 나는 ..... 나를.... 그러나...... 너는 
촌장 지금 누구한테 너라고 하는가?
김선생 나는.... 할 수 있다.... 그리고.... 아니... 그러므로.... 또한.... 하늘... 너는....

김선생, 귀에 들어오는 핵심 단어들만...한국말로 나열한다.
그러다가...  그 어설픈 대화가 끝난다.
잠시 사이...
모두가 김선생을 바라보고 있고 심지어는 스미스도 김선생만을 바라보고 있다.

김선생 (둘째 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원 모어 타임...플리즈....

스미스 소리내어 운다....
울음 소리에 불이 사라지며 무대 뒤의 숲이 모양새가 변한다.
숲은 한가해지고 바위 숲으로 변한다.

그리고.....







3 뱀바위

그 숲 속... 틈새에서 은밀하고 조심스럽게 나오는 인민군 퇴각 무리인 동치성 일행....
세명...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무대 앞쪽으로 나온다. 
동치성, 장영희, 서택기 .... 이렇게 세명이다.
서택기가 무대 앞으로 나온다.
뒤쪽에 서있던 장영희가 앞에 가는 택기를 부른다

장영희 보이나... ? 뭐이 보이나?

택기, 수신호로 안전하다고 신호한다.
장영희가 나온다.

장영희 (뒤쪽을 보고) 나오시라요. 괜찮습니다.

동치성이 나온다. 약간의 부상을 입고 있다.

동치성 (작은 소리로) 소리 좀 질러 대지 말라. 얇은 나무잎 메아리가 더 나간다.  
장영희 내는 도통 그놈의 손짓은 뭔 말인 줄 모르겠수다. (택기를 보고) 동무는 어째 그걸 다 외워?
택기 난 원래부터 말보단 손 발짓이 쉬웠습니다.
영희 타고 났구만 
동치성 여기가 어디쯤 되나? 알수 있갔네?
택기 함백산 8부 능선 지점에서 서북으로 길을 타고 있으니까... 지도 어디에다 뒀습니까?
영희 지도가 어딨네? 원착부터 지도 없다. 방향타고 왔지 길따라 왔네 우리가...?
택기 아무튼 첩첩산중입니다. 삼일을 걸었는데... 아직 태백 끝자락입니다. 전세가 역전 되지 않는한 이 속도로는 본대보다 늦습니다. 산 아래 상황이라도 좀 알면 좋겠는데...
영희 증원군이 온다면 여기도 격전은 혼미해 집니다. 차라리 근방 어디서 시간을 보내다가 전세를 봐서 내려가는게 안났겠습니까?
택기 들리는 말로는 허리 어디춤에선가 연합군이 짤라 들어 왔다는데... 문경전투 있기 전 얼마부터 보급이 뚝 끊기지 않았습네까?
영희 나라 땅 다 먹고 낙동강 아래 한뼘도 채 안남겨 뒀어. 허리 끊는다고 끊어질 허리도 아니고... 후방엔 새총만 들고 있다든...  뭐가 잘못된건 인정하갔어. 헌데... 그 지경으로 우째 몰릴수 있네?  이미 전쟁 끊난기라 이기야. 재정비 해가 증원군들 투입되면 낙동강 건널테니 두고 보라우.
동치성 전쟁 안끊났어. 착각하지 말라우. 이 전쟁 꽤나 길어질테니... 보라우. 허리 잘려진것도 맞고.... 문경에서 깨졌을 때... 일주일을 버텼는데 병력의 3분지 2를 잃었지. 해주서부터 치고 들어온 이래 처음이야. 근데 어쨌나? 그날로 남조선군은 점촌에서 다시 치고 올라왔고 단양 축선 무너졌단 얘기 들리고 하루도 안되 연합군 2개 연대 병력이 치고 들어왔어.  허리 잘라진기야. ....썅,  증원군 안온다. 와도 다 죽어. 나라도 안보내. 잘라진 허리 뚫으며까지 ... 건져먹을게 여긴 없거든... 그나마... 쓸모 없어 아무도 안따먹을라 하는 이 산맥자락 으로 퇴각하기에 망정이지...  한발만 늦었어도... 혀깨물일 벌어졌을게야. 전장터에서 군복 입은 사내가 젤로 몹쓸일 당하는게 뭔줄 아네. 손목 묶이는기야. 바지 춤내려 불알 덜렁덜렁 된 채로 손목에 오라끈 묵여 질질 끌려 가는기 젤로 험한꼴이지. 차라리 혀를 물어야지. 그 꼴 나기 전에 혀를 물든... 총구를 턱에 괴든... 수류탄 싸안고 적진에 눕든지.... 포로는 안된다 이기야. 몇날이 걸리더라도 간다. 산맥 따라 무조건 가서 간성 까지 간다. 간성도 먹혀 있으면 다시 산을 타든 내륙을 해질르든 평양간다. 평양도 먹혔거든... 압록 두만강 까지 가서 진치고 거기서 죽는기야. 물에 빠진 시체 민물 고기밥이 되거들랑 고기가 되서 라도 싸우면 되는기야. ..... (그의 의지는 단호 하다)
택기 가겠습니다. 끝까지 군관동지를 따라 가겠습니다. 가다가다 물고기로 변신되도 끝까지 함께 하갔시오.
치성  ..... 뭐, 먹을거 좀 남았네? 
택기 구해오갔습니다. 
치성 두라. 나...두고 가지 말라. 참다가 이동하며 구하자우. 
영희 밤은 여기서 새울 생각입니까?
치성 숨만 돌리고 간다. 땅만 보고 아무 생각 없이 가보자우. 두발 움직여 띠었다가 붙였다가 하면 어느샌가 산은 우리 등뒤에서 멀어지갔지...그렇게 가다보면 개활지 만나 허리도 세워 걷같지.
영희 총알도 한알씩 밖에 안남았수다. 헛질 한방이면 빈총이라우.  
치성 각자 총에 총알이 한알씩 남은기야. 지금... 그 한 알 아끼라우.... 쓸모가 있을기야.

둘, 그말의 의미를 안다.

택기 군관동지 ... 약해 지지 마시라요. 
치성 약한거이 아니지. 현명한기지. 손목 묶여 끌려가지 말라우. 그럴 상황이 되면 관자 노리에 대고 땡기라우...고통없이 갈기야. 우리가 지금 얼마나 불행한 군인인줄 아네? 전쟁터에서 졌으면 거기에서 누워있는기 행복한기야. 그래서 우린 불행하다... 한 벌씩 남은 총알... 아끼라우... 

셋, 모두 자신들의 손에 쥐어진 총을 본다.
몸을 비스듬히 눕힌다.

영희 정말로 급해지면 자기 대가리에 방아쇠를 땡길수 있갔지요?
택기 ...
치성 .....
영희 전쟁터에서 죽는게 나을뻔 했쉬다. 진짜로... 군관동지는 만주에서 독립군으로도 싸웠다하셨지요? 그때도 그랬습니까? 전투에서 지면 그냥 전투에서 죽을걸 하고 후회했습니까?
치성 져본적 없다.

둘...몸을 일으켜 세운다.

치성 독립군으로 싸울땐 패전이 없다. 전원 몰살 당해도... 그긴 패전이 아니지. 이런거랑은 다르니까... 패전에 관한건 난 모르니 묻지 말라우.
영희 겁납디다. 문산... 세재 초입에서 붙었을 때 .... 총알이 보입디다... 눈에 총알 날라오는 것이 보이고... 하늘로 박격포탄 날라 오는 것이 보이고... 어째, 그것들이 눈에 보이지?
택기 눈에 보여 피했습니까? 요리조리?
영희 아니 못피하지. 그냥 다가오는게 보이고 내 살에 박히는게 보이고... 별 진통 없이 뚫린 구멍으로 핏물이 솟고... 그러다가 보면 숨이 잘안쉬어지는데... 그것도 그리 고통스럽진 않아. 그리고...아마 꿈을 꿀게야... 눈이 감겨지고 꿈처럼 다른 뭣들이 수두룩히 보이고...아, 이게 꿈이구나 싶은데... 주위에선 여전히 총소리 포소리 비명소리... 
택기 총맞아 본적도 없는 사람이 어째 그리 잘압니까?
영희 너 알지? 우진이라고... 청진에서 고기잡다 왔다던 놈있잖냐? ...청진 사투리라고.. 말끝에다 흐잉흐잉 코소리 내던 놈...
택기 알지요. 좀 떨어지던 동무 아닙니까?
영희 어째? 그거 아니다. 보기에만 그렇지 순간순간 영특하지. 근데... 내 옆에서 죽었거든... 내가 봤어. 날라오던 총알하고 그 동무 살에 박혀 꿈꿀 때 까지 바로 코 앞에서 다 봤거든 근데.. 내 말한 그대로야. 
택기 날라오던 총알이 눈에 들어오더란 말입니까?
영희 들어오더라... 한눈에 휘익.... 하고....
택기 한눈에 휘익...헤헤헤

그때...그들 앞으로 이연이가 휘익... 뛰어 가로질러 간다.
셋... 순간, 아무 움직임도 없다.
서로 슬쩍 볼 뿐이다.

치성 방금 뭐가 이렇게 휘익 지나 가지 않았네?
영희 총알은 아닌데....
택기 잘못 봤습네다.

셋, 그렇겠지 하며... 다시 눕는데...
순간...다시 이연이가 뛰어 나온다...
셋 벌떡 일어난다.
그리고 모두 이연에게 총을 겨눈다.
이연, 셋을 보고 멈춘 채 멍하니 바라본다.
· 
이연 뱀나와요.... 뱀바위니까...
치성 저 애미나인 뭐야?
영희 이녁은 누기요?
이연 김선상님 부르러 가는데... 아저씨들이 누버 있길래 말해줄라 왔지요. 뱀나온다고...
택기 방금 요 앞으로 휘익 하고 지나간게... 댁이요?
이연 내 좀 빨라요. 고바우도 사내들 보다 더 빨리 뛰지요. 난 이상해. 숨도 안차고... 팔 빨리 휘저으면 다리도 빨리 움직이걸랑요. 그래서 이래 이래 이래 손만보고 뛰지요. 그럼 손이 막 빨라진다오. 그케되면 다리도 덩달아 빨라져요...
치성 시벌 지금 무슨 소리 하는거야? 손이 그러는데... 다리가 왜... 빨라지면... 그게 말이되? 무슨 소리야 썅....
이연 아무튼 난 지금 김선상님 모시러 가야되요. 뱀나와요. 굴피 잎을 바스려 뿌리고 자든가 아니면 저리 한참 가서 자요. 여기 뱀은 독도 철없이 진하고 성질도 드럽다오.

이연, 삐지듯 다시 가려하는데...

치성 꼼작 마라우 !!!!

치성, 권총을 하늘로 향해 치켜든 뒤 발사하는데... 그와 동시에 뒤에 있던 영희와 택기도 하늘로 총을 쏜다.

탕탕탕

총 세 군데에서 총알이 나오고...
이연 놀라 걸음을 멈춰선다.
잠시 정적...  
치성과 영희 택기... 서로를 본다...
‘아, 마지막 총알...’
얼굴이 울상이 된 셋...
자연스럽게 허리와 가슴 춤에 걸어 놓은 수류탄을 뽑아 들고 안전핀에 손가락을 넣는다.

이연 에구...깜짝이야.(반응이 좀 느리다) 놀라서 죽을뻔 했잖아요.
치성 꼼짝 마라우 썅놈의 애미나이.... 이거이 확 까서 던져 버리갔어.
택기 저기...제발...움직이지 말고... 가만 있으시라...
이연 (답답한 듯) 촌장님이 시켰단 말이오. 김선상님 모셔오라 하고. 

그러다가 갑자기

이연 어... 파랭 꽃이네...

그들 뒤에 피어난 꽃을 꺽는다.

이연 (머리에 꽂으며) 이뻐요? 
치성 죽이갔어 썅놈의...

이연, 아무 생각없이 다시 휘익 사라진다.
셋... 쓰러지려 한다.
영희.... 휘익 간다.
셋 수류탄만 들고... 어쩌질 못하고 있다.

치성 뭐였나 지금?
택기 근방 동리 처자 같은데... 이런 깊은 산속에도 부락있는거 보면... 혹 군대도 있을지 모릅니다.
영희 뭐이 따먹을거 있다고 이런데 군대가 주둔하겠네? ... 그냥 화전촌 부락이야. 그리고 보라이 우리가 총들고 으악지를르는데도 눈도 깜작 안하잖아. 군인들을 본적이 없어서 그래. 그러니 저런 모양세지.
택기 ...
영희 그나저나 군관동지... 이제 남은건 수류탄 밖에 없는데... 행여 묶이게 될 상황이 벌어지면 그땐 요놈을 까야 되나요.
치성 ....
영희 한명만 까도 되겠구만
치성 앉아보라우...

셋 앉는다.

치성 차근차근 생각해 보자우.  근방에 부락이 있는데... 이런 첩첩 산중이면 몇 없을 거야... 헌데 우린 총알이 없구... 수류탄만 달랑 몇 개라 이거지... 우린 지금 북북서로 움직여야 하는데... 우리 앞에 뭐가 있는지 알수가 없다. 

그때, 휘리리릭.... 하는 작은 소리.....

치성 산아래로 내려 가자니 저 아래 연합군이 있는지 남조선군이 있는지 알수 없는 상황이고.... 이대로 산을 타고 가자니... 몇날을 더 가야 할지 모르는긴데....
영희 (말을 자르며) 군관동지... 뱀나올지 모르니까... 딴데가서 얘기하시지요. 

셋, 자연스럽게 일어나 딴곳으로 간다
움직이며..... 떠드는 소리.... 점점 멀어진다.

택기 그깟 뱀이 뭐그리 무섭다고...
영희 독이 잘서고 성질드럽단 얘기 못들었네...
택기 그래도 우린 군인 아닙네까?
영희 군인이라고 물리면 안죽네... 그렇다고 총알도 없는디... 뱀나왔다고 수류탄 던질래... 군관동지도 가지않니...
치성 내 지금 뱀무서워서 가는게 아니지.... 
영희 그럼 왜 갑니까...?

그들 소리 작아지며 사라진다...
그리고... 뱀이 무척 많이 나오는 그 공간의 불이 꺼진다.





4 촌장 집 앞마당

밤.... 
마을 사람들...옹기 종기 모여 앉아 잇다.
화로엔 옥수수 몇 개 고구마 몇 개가 구워지고 있고 대청 마루에 촌장과 몇몇 카리스마들...
한 쪽 귀퉁이에 스미스가 마을 사람들에 대한 어색한 사이를 안은 채 음식을 먹으며 앉아 있다.
남자들은 비행기에서 꺼내온 물건들을 보고 있다...

달수 야...신기한 것이 많네... 동구야 너 이거 한번 써봐라...(하이바를 준다)
촌장 뭐 득될게 없나....?
달수 글세요.... 이거 뭘 알아야지.... 어, 이거이... 사진기 같은데요?
촌장 두게... 작동법도 모르면서 괜시리 망가뜨리지 말고....

촌장... 마루로 나온다
스미스, 옥수수 하나를 다 먹곤... 몸을 일으켜 세운다.
마을 사람들 모두 약간 놀란다.

촌장 몇 개짼가?
동구모 네 개짼데... 몸을 일으켜 세운걸 보니 몇 개 더 달라 하는거 같은데요...
달수처 아니, 뱃속에 그지가 들어 앉았나.... 혼자 뚝딱하더니 부락 한끼를 다 해치울라 하네.
마님 ... 본다. 다른데 보며 딴거 하는 척 하며 말하게.
달수처 (다른데 보며) 그러니까 저 양반 여기 있는게 득이 될지 실이 될지 봐야 한단거죠. 한끼에 옥수수 다섯이라 치면 하루 세끼면 열다섯개 이닙니까? .... 삼일이면 몇 개요? ....부득이 많죠.  
촌장 됐네 심으면 나는거 뭐라하지 말게.
달수 어르신 더 갖다 줄깝쇼?
촌장 ..... 이번엔 고구마로 줘보게.
노모 그만 둬.

모두, 노모를 본다.

노모 당채가 뭣들하는 짓이여? 하늘에서 떨어졌으면 하늘님이 보내신게고 산에서 나왔으면 신령님이 보내신게지. 지들한테... 해꿎은짓 한것도 없는데... 왜들 못살게 지랄이냐?  독 열어 흰쌀 퍼와라. 밥해서 뜨신 밥 먹이고 이불펴서 잠자리도 맹그러줘.   

모두 정적

마님 환장 하겠네... 이 부락에 흰쌀 있는 집이 어딨다고... 저런 소릴 하신데...
노모 뭣들허냐? 흰쌀 퍼와 밥혀 줘라.
촌장 (수습하듯) 어머니... 흰쌀 퍼와요?
노모 오냐...
촌장 아침에 먹은거랑 똑같은 흰쌀이지요?
노모 여부 있냐?
촌장 ...응...그래요... (갑자기 하늘을 보다가) 해가 일찍 져버렸네... 가을구름이 올법도 한데... 아직까지 후덥네... 하늘에 해 막아줄 것이 없으니 ... 
노모  저 달이 보름으로 가냐?
촌장 그믐으로 가는 삭달이요.

노모도 덩달아 하늘을 본다.
촌장 노모가 하늘을 보는걸 확인하곤...

촌장 ...아침에 어머니 뭘 자셨나?
노모 아침... 걸렀다. 속안좋아서...
촌장 속이 왜 안 좋으셨나?
노모 글씨.... 이상해... 통 아침엔 더부룩허니 매운 트림만 나오고...
촌장 흰 밥 자신지가 오래되서 그러지요. 
노모 시절이 이런데... 다 마찬 가지지... 언놈은 흰밥 먹는 놈이 있간...
촌장 그러게요... 그러면 저 양키 총각은 어쩔까요?
노모 (스미스를 다시 이렇게 보더니) 저 놈은 누구냐? 못보던 놈인데... 누구 자식이여? 에고... 눈매가 흉하네.. 어서 굴렀나 얼굴이 왜 질펀창이여.
촌장 고구마 줘라.
노모 난 한숨 잘라는데... 어이 아들... 나 들어가 자...여서 자?
촌장 어머니 맘에 드시는데서 주무셔야지요.
노모 나 ... (스미스가 앉아 있는 소청을 보고) 저기서 잘라한게... 저 놈좀 치워줘. 

촌장, 약간 머뭇대다간...
스미스에게로 다가간다.

촌장 (태연하게 한국말로) 우리 어머니가 여기서 주무신데니..  젊은이는 일루와.

스미스, 촌장을 따른다.

촌장 여기 앉아서 쉬어. 그리고 약초 구하러 간 놈들이 오면 발라 줄테니까... 거기 다친데는 치료하고... 이건 고구마야. 옥수수 너무 많이 먹지마라. 밤에 물똥 싼다. 그나마 가을 초입에 왔으니 줄거라도 있지 늦겨울을 탔으면 같이 굶을뻔 한거야. 
스미스 (뭐라 말을 한다) &%^&*(&$%%&(&***)(*)_(_)()(&*%#$^%&&*(& 
촌장 알았어... 자네 심정도 알아. 근데... 자꾸 그렇게 막 떠들면... 아주...우린...할말이 없지. 몸이 막 굳어. 내 장담컨대 여기 함백산 안에 그 말 제대로 알아 듣는 놈은 하나도 없어. 그러니까... 대강 눈치 보고 따라라. 

그때, 김선생이 노트를 들고 들어 온다.

김선생 촌장님 계십니까?
촌장 어... 김선상 오셨는가... 
김선생 찾았습니다. 이거...
촌장 아하... 이거면 저 친구하고 말이 된다는 것인가?
달수 아하... 신기허네... 그럼 나도 요것만 보면 꼬부랑꼬부랑이 된다는기요?
달수처 저 사람 입에서 꼬부랑말이 되면 내 손에 나무 대못을 박고 승천한다...내가... 왜정때 일본말 배울때도 사북 순사들이 두손 두발 다 들었잖아.
달수 왜놈들 말을 왜 배워? 나라 뺏긴다고 다 뺏긴 것이 아니지... 가지고 있을것만 가지고 있으면 언젠가 내것이 된다니까... 임자도 그렇게 얻은거 아닌가?
달수처 어이구... 저 보쌈 쟁이가 비할때다 비해 얘길해라... 으이그...

한쪽에선 김선생이 스미스에게 말을 건다...
신중하고 .... 긴장되게...

김선생 하우 아... 유?
스미스 %&*&&^() ......?
김선생 노노.... 파인... 오케이 .... 파인. 오 파인? 앤 유?
스미스 #%%&&*(^^%()
김선생 어.... 왔쮸 유어 네임?
스미스 (명찰을 보여주며) 스미스... 제임스 스미스

김선생,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사람들에게 다가온다.
사람들 김선생을 주목한다.

김선생 (입 띤다) 모든게 밝혀 졌습니다. 
사람들 ....
김선생 저 미군의 이름은 스미스입니다. 앞으론 스미스 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잠시 정적...
아니... 꽤 오랜 정적...

김선생 전 그럼 바빠서 이만....

김선생 사라진다.

촌장 아무튼...김선생이........................큰일 해넸다. 뭐랬지?
달수 스미스라고....
촌장 (스미스를 보고) 스미스..

스미스 촌장을 본다.
이번엔 다른 쪽을 보고...

촌장 스미스!!!

스미스 일어난다.

달수 맞는뎁쇼... 스미스

스미스 걸어 나온다.

스미스 why?
달수처 스미스....

스미스 달수처를 본다.

달수처 어메 스미스 맞네...
동구모 스미스.... (자신을 보자) 오메... 그래... 스미스...
마님 스미스씨....(고갤 돌리자) 알아요 스미스....

사람들 즐거워 하고... 스미스는 어리둥절 한다.
그 때, 노모가 일어난다.
다른이들을....보곤

노모 뭣들하는거냐?????? 나만 두고 니들끼리만 노냐?

촌장과 주변들... 노모에게 다가가 귓속말을 한다....
그걸 듣곤...노모 스미스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노모 ....... 스위스!!!!!

분위기 정돈 안된다.
그때, 밖에서 응식이가 들어 온다. 
그리고 그 뒤엔 국방군복을 입은 표현철 소위와 군위병 문상상이 따라 들어 온다.

달수 이제 오나?

사람들 응식을 맞다간... 뒤에 함께 온 둘을 발견 한다.
스미스도 긴장 한다.

응식 아... 여긴 국방군 군인 양반들인데 거 뭐냐 대열에서 이탈이 됐다고 그러네요. 본대를 찾아가는 중인데... 얘길 들어보니 완전히 거꾸로 올라 왔지 뭐에요. 그래 내 길을 가르쳐 줬는데... 날이 어두워져... 못 내려 가겠더라고... 그래서 하루만 쉬었다가 가라고...데려 왔지요...
표현철 큰 폐는 끼치지 않겠습니다. 산새가 험해서 밤엔 도저히 못갈 것 같아서... 
촌장 아니 어쩌다가 따로 떨어져 나왔나? 
현철 전투 중에 특수 임무를 띠고 적진 후위에 투입됐습니다. 퇴각하는 적들의 퇴로 차단 임무였죠. 근데... 예상외로 저항이 심해서 동료들을 많이 잃었습니다. 교전이 끝날 때 즘엔 오히려 우리가 후퇴를 해야할 판이었죠. 
달수 아 그럼... 산 아래에서 지금 전쟁이 한참이란 말이요? 소리도 안나고 불길도 안띠던데...
현철 함백산까진 아니구요... 태백 이남부터 북서로 사북까지 쯤인데... 아마 지금은 연합군 병력이 들어와 있을 겁니다. 모쪼록 이제 안심하셔도 괜찮습니다.
문상상 소대장님 ...저기...(스미스를 발견했다)

둘, 약간 놀란다...

현철 저 사람은...
달수 모르시는구나... 낮에 저쪽 구릉에 떨어졌지요. 비행기 조종사에요... 그나마 목숨을 건져서... 여기다 데려다 놨는데...
촌장 이거 뭐... 부락이 갑자기 군인들 대피소가 된것도 아니고... 인사나 하지... 어이, 스미스!!! 인사해...니네 편이야.
현철 아...네. 그렇군요.

현철과 상상 경례를 한다. 스미스도 경례를 받는다.
현철과 상상 약간... 어색하고...뭔가 불편한 느낌...

현철 .근데... 여긴 아직 군인들이 들어 온적이 없습니까?

사람들...그 질문에 자기들끼리 웃는다.

달수처 여기까지 뭐볼거 있다고 오겠소? 이 높은데서 총질하려면 숨 차 못하지.
응식 저 아래... 아시게 밑으로 탱끄랑 뭐랑 왔다갔다 하는건 두어번 있었지요... 그래도 그냥 스쳐 가는거지... 여기는 쳐다보도 않해요.
달수 그렇지...오래보면 고개만 아프지 뭐....
이연 뱀바위 밑에서 서이가 자고 있던데요...
달수 뭐?
이연 뱀바위 아래에서 군인들이 노닥이길래... 딴데가 놀라 했지요... 여기 뱀은 철없이 독이 섰다고...
현철 그게 무슨...
마님 거...이 아이 말은 그냥 흘려 두시오... 제 머리에서 나온 것이 아니니까...
이연 봤다니까요... 뭣을 손에 들고 하도 윽박 질르기에 그냥 왔는데... 
동구모 뭐라고 윽박을 지르디?
이연 (흉내낸다) 이거이 까서 확 죽이갔어!!!
달수처 니가 뭘라 했길래?
이연 내가 뜀질을 젤 잘한다 했지요...숨도 안차고... 손을 이래이래이래... 다리도 덩달아 빨라진다고... 

잠깐 정적....

촌장 아무튼 저짝에 자리 좀 틀고...요기나 하쇼. 제대로 차려줄건 없고... 고구마 몇 개 구웠소.

둘, 자리를 편다.

달수처 옥수수도 있었는데... 저 비행기 총각이 후다닥 다 먹어버렸지요.
응식 어... 다먹었어요? 내거 좀 없고?
촌장 너는 이놈아... 늬희집 가서 먹지 왜 여기서 끼니를 채워가려하냐?
응식 저희 집엔 아무것도 없어요 촌장님, 
촌장 아니, 집 위에 밭대기에 열린게 곡물인데 맷돼지가 훔쳐갔다든 왜 먹을게 없어?
응식 여름거지 한 철에 그거 딸 사람 누가 있었나요? 저번달 장마에 힘발 없는것들은 다떨어지고 남은거 제철 기다리다가 따려면 나 하나론 택없지요. 
동구모 아닌게 아니라 밭들마다...손이 모자라 가을 장마라도 지면 묻혀 버리는게 태반일텐데...
촌장 그러게... 왜들 그렇게 많이들 심나 몰라?
마님 씨뿌리는거이 쉬우니 뿌리기야 놀며 뿌리지요... 이놈의 땅이 은혜로운가, 안돌봐도 내린 씨앗에선 움이 트고 열매가 맺으니...좋은건지 ....예전 모양으로 사내들이라도...많아야... 손노릇을 할텐데...빌빌남들만 몇 남아...뭔 험한 산농사가 되나?

그 안에 있는 빌빌남들...서로를 본다.
 
촌장 먹고 살기만 하면 된다. 난리 통에 밑에선 장설일도 없는데... 가을 손 서로 도와 가며 겨울만 근근 나자고... 해지나면 세상도 진정되고... 그러면 장도서고 사람도 오가겠지 뭐... 응식아, 캐온 약초 풀어 봐라...
응식 (고구마 먹다말고) 먹고요....
촌장 풀고 먹어!!!

응식, 약초 꾸러미를 푼다.
촌장 그 꾸러미를 풀며... 본다.

촌장 저 눈맛 베린 놈은 도대체... 뭘 캐 온거야... 망매때기는 왜 뜯어 왔냐?
응식 그기 망매때기요?
촌장 이거 말려 놨다 가루로 빠서 미수가루에 타 먹어라... 오장육부 다 헤집어지며 똥싸다 죽을테니.... 
응식 그기 그래 먹으면 죽는거였소?
동구모 이연이 어매가 그렇게 갔잖아여.... 미수가루에 타 먹으면 맛이나 몰라... 어째 그걸... 생으로 씹어 먹었나 몰라...

이연, 그 얘길 듣곤 촌장 옆으로 간다

응식 알고 먹었단 말이요? 
달수처 그렇게... 지손으로 끊은 목숨 아뇨.. 근데 왜 응식 아저씨는 모를까? 
응식 나 징용 갔을 때... 얘기 아뇨?
상상 징용 나갔다가 오셨어요?
응식 어... 나간건 아니고 나갈라고 배에 올랐는데... 전쟁 끝났다고... 도로 내리라 하더군... 배 한번 타나 했더니... 팔자가 산속에서 묵힐 팔자지요 뭐... 
촌장 허이구... 아니, 산에서 묻힐 팔자면 산나물 이름부터 알고 모양부터 알아둬라.  이건 또 뭐야? 이건 소춤풀... 살나가고 뼈붙일 다려먹는 순더덕이나 말리아초를 구해오랬더니... ...이건 왜 캐왔냐? 이건 살거즘 필때나...피부 틀 때... 머리털 뽑힐때나 머릿속 염날때 다려먹는거지...
응식 그건 나도 알아요... 그건 촌장님 드릴라고 캐왔지요...

촌장 벗겨진 머리를 한번 쓰윽...만지고선...

촌장 부인 잘두시게나..이건... 어디보자.... 스미스...이리와..

스미스 온다.

달수 저거 보면 그냥 제 소리해도 다 알아 듣는거 같기도 하고...

촌장, 스미스의 상처 부위에 풀잎 몇 개를 바스리더니 얹는다.
스미스 소릴 지른다.

촌장 허허... 뭐 이리 엄살이 과해! 달수야... 스미스 입에 옥수수 둥지 물리고 뒤에서 잡아라...
달수 네...
 
달수...다 먹은 옥수수를 스미스 입에 물리고... 뒤에서 잡는다.
촌장 다리 부위에 약초를 바른다..
스미스...묵은 비명.... 몸도 자지러진다.

동구모 에구... 아픈가보네...
촌장 가만 있어봐... 이걸 이렇게 발라야 되...
스미스 욱..... 노.... 노....
달수 힘도 장사네... 응식아 이리와 잡아라...너도.
응식 네...

둘이 스미스를 붙잡고... 스미스 몸부림을 친다.

촌장 좀만 참아...
노모 패부러라 아예... 에라, 허울만 멀쩡하지... 빙신이네 그려.
마님 가만 계셔요...어머님은...

순간...정적....스미스 조용하다...
마을 사람들도...숨이 멈춘다.

달수 촌장 어르신... 스미스 기절했습니다.
촌장 ....진작에 그러든가...

마저, 약초를 바른다.

촌장 방에 들어가 풍성한 바지 저고리로 갈아 입히고 눕히게..... 군인바지는 질이 거칠어... 상처만 덧나겠구만...

응식과 달수 스미스를 들고 방안으로 들어 간다.
그동안... 현철과 상상은 서로 작은 눈치들을 보고 있다.

촌장 군인들이 데려 가야지... 지발로 가려면 몇 달은 족히 걸리겠다.
마님 그냥 이 양반들 하고 부락 남정네들 하고 해서 산아래로 실어 날르지요.
달수 날르는거야 뭐 고처 없지요... 근데 만약에 진짜로 인민군이라도 만나면 총질하고 만찬이 될텐데... 뭐 서슴도 없이 내려갈 필요 있갔네 모르겠네요...
마님 하늘에서 불 뿜으며 내려 온 사람이야. 그냥 예사로 보면 안되지... 마을에 뭔 봉변이 생길지 모르지 않나... 
촌장 부인의 발언도 충분히 이해는 갑니다만 .... 이제 우리가 어차피 예수 사람이 됬는데 굳이 그런 기우에 흔들릴 필요는 없지 않소? 예수도 하늘에서 왔다 하지 않았소.... 
마님 아니... 예수가 비행기 타고 왔단 말이요? 아니면 저 스미스가 예수란 말이요? 예수 말씀은 말씀대로 두는 것이고... 불길한 징조는 그것과는 별개 아닙니까 촌장.
촌장 .....   
마님 .....
사람들 ......
촌장 근데 왜???? ..... 사람들만 이렇게 있으면 .... 촌장이라 부르시오? 부인!!!
마님 촌장의 직책을 가지신 분이 공의 자리에서 거취 하실땐 그 분함으로 불러 드리는게 맞지요. 별걸 다 트집을 잡으시는 구려? 촌장.
촌장 .....
마님 .....
사람들 .....
촌장 (작은 소리로) 그럼 님자라도 부르던가....
마님 어머님이 잘 안 들리신 답니다. 크게 말씀하세요.

수습하듯...

현철 아무튼, 저희는 어쩔수 없습니다. 저희가 책임질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네요. 저 미군 장교가 안전하게만 있을수 있다면 이곳에서 머물게 하는 것이 옳습니다. 
마님 밥풀떼기 양반....
현철 저기 .... 소대장인대요.
마님 이건, 우리 부락의 문제니 간섭 마시오.
현철 하지만 저희가 이송을 해야 하는 것이고 ....미군 장교의 문제는 엄연히 군의 문제지요.
노모 (갑자기) 내 생각은 다르다.

모두 정적.

노모 내 생각은 니들 하고 조금은 다르단 말이지.
동구모 큰 마님....
마님 어머니... 지금...
노모 물론 니들 얘기도 일리가 있다만 난 생각이 좀 다르다....
모두 .;...?
노모 그렇담 뭐냐, 도대체....?
모두 ?
노모 뭐가 그렇게 다르단 거냐? 어디 한번 들어보자.
달수처 다른건 큰 마님이시고... 저희가 큰마님 생각을 들어야 되는거지요...
노모 옳다. 우선 난 (촌장을 가르키며) 저놈 말은 미심이 커. 내가 저 놈을 일곱달에 낳은건 얘기 했던가... 
촌장 자, 그럼 늘 그랬듯 손을 듭시다.
마님 지당한 일도 어째 늘 상 그렇게 손들어 정할거요? 부락을 걱정 하는거요? 위신을 걱정 하는 거요?
촌장 아픈 사람 고쳐 보내자 이거 아뇨? 예수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소? 누구든 죄없는 놈들 있걸랑 이 양반한테 돌팔매질 해보시지...
달수처 그게 어떤 말이래요?
마님 지금 상관 있어 얘기 하시는 게요?
촌장 누구든 곤경 처한 일이 생기면 도움이 필요하단 거지요... 자, 손듭시다. 일생기면 이래 하지 않았소.
마님  손들 드시지요... 스미스 양반을 내려 보내자..... 

달수처 손 든다.

마님 그리하여 마을의 재앙을 막자...

동구모, 손들고... 이연...도 손든다.

마님 어머님... 드시....

큰마님도 손든다.

촌장 이연이랑... 어머님도 치는거요? 
마님 부락민 아니요?
촌장 저 둘까지 치면... 허이고... 그래가지고 이게 지금 멀쩡한 결정이란 말이요?
마님 어머님을 욕하시는거요?
촌장 욕하는게 아니고... 사리 분별이 멀쩡한 사람만 치자 이거지요...
노모 뭐 물어 볼거 있음 물어들 보고 그래라.
촌장 후.... 스미스를 산아래로 내려 보내는 것은 안좋다 부락 사내들이 목숨까지 걸고 위험하게 내려 보내는 것은 좋지 않다. 손드시오... 

달수, 응식 촌장... 현철, 상상도 손든다.

마님 거기 두 군인분들은 ... 뭘 더달라 손드신 겁니까?
현철 저희도 충분히 이 문제에 의견을 얘기 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 합니다. 왜냐면 저희의 안전과 군의 임무에 관련되어 있는 사항이기 때문에...
마님 날 밝으면 떠나신 다 하셨죠?
현철 그렇습니다만...
마님 떠나신 후의 이 부락에 대해서도 깊은 관련 있다 생각하실 거요?
현철 뭐... 그야... 
마님 촌장이 결정 하시지요?
촌장 아니... 이연이 하고 어머니도 결정권이 있다면... 여기 두 양반도 손들 이유가 있지요.
마님 촌장,  ..... 참 ..... 치사 하시구려. 
노모 일곱달에 낳아서 모자른게 좀 있다만 내 가르친건 아니다.
촌장 어머님.... !!! 일곱달 하고 스무날 더 있다 나온거 아니요!!!!
응식 어, 저기... 김선상도 손드셨네....

무대 뒤쪽에서 김선상 두손을 다 들고 나타난다.

촌장 김선상은 두손을 다 들었다... 우리가 이겼다.

곧... 그 뒤에 나타난 동치성과 장영희 서택기....
장영희의 손엔 동구가 들려 있고 나머지의 손엔 수류탄이 들려 있다.
사람들 모두 놀란다.
표현철과 문상상 곧 총을 겨누며 대치가 된다.

동구모 동구야!!!
동구 엄마.....

이런 상황이 잠시 스틸 모드 같이 멈춰지며 무대의 빛은 앞쪽의 작가에게 비춰진다.

작가 이렇게 그들은 만났습니다. 총을 겨누었고 수류 탄을 손에 쥐었고 윽박 지르고 비명 지르고 

치성 입다물고 손 올리라우!
영희 국방군도 있구만 .... 뭐 주어 먹을라고 여기 있네... 싸그리 다 죽기 전에 총구 깔고 뒷짐지라우...
현철 할거 남았으면 해봐라... 발 띠고 싶으면 발 띠고 총질 하고 싶으면 손가락도 까딱해봐라... 다 죽자 하고 총질 해대보면 결국엔 남는 놈 있을테니까... 그 놈이 깃발 꼿고 이겼다 치자고....
택기 말빨 세 좋구만 그 입으로 우리 입 막아 보라... 수류탄 세발 앞마당에 떨어질 테니 그때도 그렇게 썰레바리 깔수 있나 보자우... 

작가 어느 한쪽도 지지 않았습니다... 누구 하나 손가락을 까딱 했다간 모두가 다 죽을 수밖에 없는 판이었죠. 헌데... 헌데 말이죠.... 
이렇게 만난 이들이 어떻게 이런 사진을(액자를 들며) 찍을수 있었을까요? ... 이건 하나의 미스테리 였습니다. 1950년 동란의 가을... 태백 산맥 아래자락 함백산 동막골에 알수 없는 신비함이 내려 앉은 거죠....  동막골... 이곳은 어쩌면 다신 돌아갈 수 없는 신비의 마을이었습니다. 

무대에 신비롭고 환상적인 멜로디 몇음절이 스며든다.
그러면서... 바람 몇줄기.... 안개... 몇무덩이.... 
마을 사람들의 심경인지 독백인지... 그들의 소리가 들린다.

마님 이렇게 될줄 알았어. 이거이 재앙이요... 함백의 신명이 다된게요... 
촌장 거 정말 예수 믿는 사람이 왜그리 심약한 소리만 줄기 차오?
이연 내가 본 군인들이요. 뱀바위에서 퍼자던 양반들이지요. 나 간뒤로 뱀 안나왔소?
택기 그 얘기 듣고 자리 뗬지요 우리도... 
이연 해질때가 특히 기승이요. 뜨길 잘한거요?
현철 저 애도 빨갱이요? 무슨 대화가 저렇게 잘되?
달수 정신이 온전치 못한거지요. 이연아...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잠깐 참으라.
현철 가운데 두손들고 있는 양반... 손 내리고... 무릎 굽혀 앉으세요... 총알 날라가면 걸립니다.
김선상 네? ...아, 네...
치성 손만내려 보라우... 손따로 몸통 따로 사지가 찢길테니...
현철 쟤들 엉뚱한 짓하기 전에 내가 먼저 당길 겁니다. 앉으세요. 안심하고...안그러면 선생이 다쳐요...
치성 앉아서 뒤지는게 맘편하면 그렇게 하라우... 
현철 앉으라니까...!!!!!
치성 꼼작 말라....!!!
김선상 그만!!! 조용히 해!!!! 나 한테 더 이상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말아요.... 내일은 내가 결정 할거요!!!!

김선생, 팔을 반만 내리고 다리도 한쪽만 굽히며...살짝 반만 숙여진다...

김선생 두 분 다 됐지요... 이제.....
동구모 애는 보내 주셔요... 애가 뭔 잘못이 있다고 그려요?
동구 엄마.....
동구모 그러게 애미가 쏘다니지 말랬지... 넌 오면 패 죽일줄 알아...
영희 너는 늬희 모친 한테 가는거 보다 여기 있는게 안전할거 같다.    
동구 으앙..... 미안합니다.
영희 뭐이?
동구 정말....정말로.... 미안합니다!!!!!
영희 갑자기... 뭐가 미안하다는.....

순간...영희의 후각이 흔들리면...표정이 굳는다.

동구 참아보려해도... 도저히 더 이상은....

주변의 인민군... 모두 신체의 어느 감각에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택기 네가 똥지린거네...지금...?

동구 고개만 끄덕...

달수 내가 아는데 그 냄새 꽤 갑니다.  
영희 (동구를 놔주며) 엄마한테 가라우...

동구, 손에서 풀려 놨지만 가질 않고 어정쩡 하게 있다...  

영희 가라우 날래!!!!
동구 (울먹이며) 움직이질 못하겠어요... 그냥..... 막...흐르는게....
촌장 동구야.... 차분하게.... 겁먹지 말고.... 거기 있으라.... 

작가 보름으로 가는 달이 조금씩 차오르다 사라지고... 기슭산 동막골에 미명이 오르고 있습니다. 그렇게 새날을 맞이 하는 순간까지.... 그들은 그렇게 있었습니다. 인민군은 수류탄을 들었고 국방군은 총을 들었으며... 김선생은 그 불안한 자세로 버티었고... 동구 역시 태어나서 가장 힘든 아침을 맞이 하고 있었죠.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이제 별로 긴장도 안된 채 지루한 날을 맞이 합니다. 그리고 그 지루함을 깬건 .... 예상대로 이 분이셨습니다.

노모, 발을 움직여 인민군에게 다가간다.
노모의 손엔 작은 바가지가 들려 있고 그 안엔 물이다.

촌장 어머니... 그짝으로 가지 마셔요.
마님 어머님.... 
달수처 큰마님.....
치성 이 할마이는 또 무슨 작전이가?
노모 날이 트는데... 어째 씻을 줄도 몰라들?

노모, 바가지에 손을 담그더니 젖은 손으로 치성의 얼굴을 씻겨 준다.

노모 몰골이 깨재재 해가지고... 돼지들이 친구하자 하겠네...
치성 이거 뭐이야?

치성 꼼작 못하고 굳어 있다.
곧 영희를 닦는다.

마님 허이고... 환장 하겠네...
촌장 어머니... 세명 다 씻기게요?
노모 저 놈이 내 아들인데... 아침 저녁으로 손발이 깨끗지 아니하면 밥상 앞에 앉질 못했지. 그래서 그런지 철이 바뀌어도 얼굴 트는거이 없어. 일곱달 만에 나온놈 치곤 성실허지.

무대 긴장이 풀린다.

노모 예전엔 이러고 다녔드랬지.. 집없는 놈들... 씻기고 먹이고... 산에서 길 잃은 놈이 들어오면 타지 사람이라 반가웠지. 하룻밤 배부르게 먹여 주고 재워 주면 밤새워 산아래 다른 동리 얘기를 들려 주었지. 그게 재미났지. 그래서 잘해주었어. 그래서 타지 놈들 오면 반가웠지... 니들은 뭔일인지 밤새 으르렁 대고 염병을 떨고 있지만... 우리 예전엔 안그랬단 거지. 어이... 아침 안먹을 거야? 

동치성...심정에 작은 진동이 온 것 같다.

치성 어이, 소위! 이녁들도 할마이한테 씻겨 달라 해오우... 기분이 좋구만...잠도 스르륵 오는 것이... 
노모 오냐... 내 늬희들도 씻겨주마.
현철 할머님... 물 가신 다음에요. 한 바가지로 네 명째에요. 그 물 얼굴에 닿으면 우리도 빨갱이가 될거 같거든요.
동구 나... 집에 가면 안되요?
영희 이제 움직일수 있갔네? 냄새는 많이 가셨구만 그래.
치성 어이, 소위... 총구 잠깐 숙이라... 여기 산사람들...편히 두고 ...우리도 숨 좀 돌리고... 붙자우...
현철 수류탄부터 허리에 차시지. 왜 총 놔두고 수류탄만 들고 그러나? 붙기만 붙으면 다 죽자란 생각이신가?
택기 간나 새끼 말투가 계속 꼬이네...

치성, 총을 풀어... 촌장 쪽으로 밀어 버린다...
나머지 둘도 총을 버린다. 현철, 잽싸게... .그총을 줍는다.
 
치성 소위... 그 총이 탐나네... 가지라우.. 총알은 나중에 보내줄게..

현철 당겨 본다...빈총이다.

치성 수류탄을 들고 설친 이유를 알겠네? 국군도 그러지. 총은 맡기고...  우리랑 붙어 있자우.. 수류탄 까고...  소위 말대로 누군가 어기면 다 죽자는거 아니갔어?  나 허튼짓 안한다. 이거 들고 우리끼리 잠시 쉬자우. 부락 인민들...집으로도 보내구...
현철 후후... 내가 속을거 같아?

부락민들, 현철을 본다.

현철 왜 그렇게 보시죠?

계속 본다.

현철 허허... 저 말을 믿으세요? 빨갱이 들이라구요? 
촌장 아... 밥풀때기 양반, 총 잠깐 나 주고... 쉬지요. 

현철, 모두의 시선을 느끼다간...촌장에게 슬슬 다가간다.
그리고, 묘한 시선을 준다. 그러면서 총을 건넨다.
상상도 총을 건네고...현철과 상상도 수류탄을 손에 쥔다.
군인들 다섯...가운데 쪽으로 모인다. 서로 노려본다. 수류탄을 손에 쥔 채...

달수 이제 된거요? 가도 되는 거지요?
달수처 눈만 잠깐 붙이고 올께요... 점심 나절 부턴 실천 위에 콩밭 겆이부터 해야 되니까... 
달수 응식아 늦지 말아...
응식 졸리네... 가는길에 깨워주쇼.

동구도 엄마에게 온다.

동구모 집에 가자... 가서 씻고 옷갈아 입자.
촌장 김선생도, 일어나시오... 이제...
김선생 몸이 안펴지네요....
촌장 이연아...김선생, 모셔라...
이연 네...

이연, 김선생을 일으켜 세운다. 
마을 사람들 하나 둘... 돌아 가고...현철...그들을 보며 난감해 한다.  

현철 저기... 이봐요... 
노모 니들도 씻어야지?
촌장 어머니, 쟤들은 지들이 씻을 꺼에요. 어머님은 들어가 주무세요.

노모 들어 간다.

현철 어르신... 이 부락은 죄다 빨갱이 신봉자들만 모였있소? 정신 차리세요...이러다가 이 작자들이 부락민들 죄다 사살하고 갈겁니다. 
촌장 젊은이, 뭔가 착각 하고 있나본데... 그래, 그런말 많이 들었지. 난리 통에 죄없는 사람들... 많이 죽었다 하더구만... 찢기고 말려죽고... 여기 사람들은 그런거 잘 몰라. 빨갱이가 뭐고 누가 우리 편인지... 막말로 이 총에서 총알이 어떻게 나가는지 본적도 없는 사람들이지. 난리가 났다 해도... 이 근방에선 포탄 하나 떨어지지 않았지... 순평하게 지내고 있다오. 밑에서 쌈질 하는거 영문도 모른 채 평안히 지내고 있으니까... 여기서 편가르고 적만들어 죽일 생각은 하지 마시오. 내가 촌장이요. 내 생각이 부락의 생각이요. 이건 손들어도 결정할 필요도 없는 것이지요.
마님 그건 촌장의 말이 옳소. 이 부락 찾아 온 사람이 아니고... 지나가는 길에 들린거라면... 잠시 요기나 하시고들... 그냥 지나쳐 가시지요.
치성 우린 북쪽으로 갈거외다. 우리가 운이 좋아 살아서 귀대를 하면 어느 격전지에서 마주칠수도 있갔구만... 그때 쏘라우 젊은 소위.
택기 빨리 쏘아야 될 거야... 아니면 내가 먼저 쏜다.
현철 넌 몇 살이냐? 도대체?
택기 열일곱이다 왜? 
현철 내가 너보다 열 살이 많다... 아무리, 적이지만 말 좀 가려라.
치성 그럼 나랑 띠 동갑이구만 
현철 ......
상상 어... 그럼 십일년 **띠세요? 우리 아부지하고 동갑이네...
치성 자식 일찍 봤구만.... 삼춘이라 부르라.
현철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치성 서택기!
택기 네 군관 동지.
치성 이 소위 양반 한테 형이라 부르라. 
택기 네? 아니...
치성 그렇게 부르라... 동무가 그러면... 이 소위 양반 나한테 큰 형님이라 부를 것 같지 않네?
현철 ......꿈깨시지...
택기 형!
현철 조용히 안해!
촌장 자..자.. 보아하니 다들 내 손아래 같은데... 그만들 칭얼대고... 부인, 일단... 남은 참 있으면 놓아 주시고 부인도 들어가 쉬시오 이제...

마님... 챙긴다...

촌장 그리고... 하나만 얘기 하겠는데... 각자 가야할 길은 우리가 알려 줄테니... 그닥 서두를 필요 없을게요... 다만... 여력이 좀 남는다면... 어... 이런 말하기 좀 뭐하지만...
영희 뭐요?
촌장 다름 아니라... 원체 시골이다 보니... 또 난리통이라... 부락에 성한 사내들이 없소이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그때, 갑자기 방문이 열린다.

노모 아들!!! 이 놈 깼다.

무대 불 꺼진다. 




5. 실천実川 위 콩밭

작가가 극의 시간과 상황을 돕는다.

작가 자고 있던 스미스가 일어나서 ... 바야흐로 모두가 한자리에 모렸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한국전쟁 고스란히 였죠. 1950년 가을 이 나라에선 남과 북 그리고 눈이 파란 군인들이 만났습니다. 하지만 다른곳에서 만난 이들은 서로 총을 쏘고 땅을 뺏고 밀고 밀리며 만났을지 모르지만 ... 이곳 동막골에서 만난 이들은 조금 다른 상황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동막골이 만들어 낸 신비함이었습니다. 메이드 인 동막골.
그들은 그렇게 신비롭게 만나고 있습니다.

무대에 불이 들어오면 무대는 어느새 실천 위 콩밭으로 변해 있고... 그 밭 가운데에서 콩따고 있는 사내들은 그렇게 이르르 갈며 서로 죽일 것처럼 으르렁 대던 그 친구들이다.
장영희, 허리를 숙여 일하다간..고통스럽게 허리춤을 세운다.

영희 무슨 콩밭이 이리 넓은기요? 아니, 원래 콩밭은 이렇게 넓은 기요? 아니면 강원도 콩은 여기서 다 재배질을 하는 기요? 
치성 (담배 하나 꺼내 문다) 저쪽 윗등성이까지만 하면 된다 하지 않았소... 요고만 해주고 간다 안했소...
영희 캬... 정말 이런 가파른 산을 이렇게 밀어 밭을 만들줄 몰랐구만... 
치성 ... 어이 소위, 담배 한대 태우고 하자우.
영희 이게 다 콩이면... 정말... 콩 심은데는 콩만 나는구만.

현철, 몸을 세워... 치성쪽으로 온다.
담배 하나를 받아 문다.

현철 문상상!
상상 네!
현철 쉬었다 해라.
치성 저 꼬마는 이름이 상상이가?
현철 ....
치성 한문으로 우에 쓰나 상상?
상상 서로 상에 형상 상인데요....
치성 다행이구만... 
상상 네? 뭐가 다행이죠?
치성 일찍 죽는 임금을 상상이라 하지. 스물도 채 안되어 죽는 임금.... 그때 그렇게 말한다. 상상도 군이가? 친벌 족벌만 혼란 타누나 ... 어린 왕이 죽으면 서로 임금 자리를 먹으려고 주변이 난리가 난다는 게지. 손금 한번 보자?

상상, 뭔가 재미 있다는 듯 다가오려 하는데...

현철 문상상 ... 거기서 쉬어라... 
영희 딱딱하구만... 목에 심줄줄 풀라...  
택기 그러게... 어차피 갈길 가자고 합의 봤으면... 그때까지라도 성죽이고 있자우 ...형!
현철 너 이 자식 누구한테 자꾸 형이래? 느희들은 전쟁 규칙도 몰르냐? 적군을 예우 하려면 계급이나 직책으로 불러... 형이 뭐야?
택기 지금 반나절 째 콩만 따고 있지 않소 우리? 전쟁은 무슨 놈의 전쟁이요? 전쟁터에서 만나면 그때 예우 하지요. 지금은 그냥 콩 따는 형이 외다.
치성 쉬자우... 잠시만이라도....
영희 근데... 부락민들은 죄다 어딜 가고 우리만 있는거요? 혹시, 산아래로 국군 찾아 간거 아니외까?
치성 내려가는데만 하루다... 그리고 이 사람들 못봤냐? 싸우는건 우리끼리지 여기 인민들한테 별반 관심도 없다.

그때 밭 후미에서 사람들의 노래 소리.... 동구모... 참을 이고 온다.
옆에 이연이와 동구도 따라 온다.

동구모 하이고... 군인들이라 다르구만 벌써 이만큼을 했네...
영희 이게 도대체 누구 밭이요? 개인의 밭이요?
동구모 애 아버지가 갈아 놓은 거지요. 책임지지도 못할 땅만 갈아 놓고 그 안에 곡물은 우리 몫이지...
영희 애 아버지가 돌아가셨보우?
동구 (버럭) 안 죽었다니까요!!!! 
영희 너 그 얘기 처음 한다. 조그만 놈이 성질이 굴곡있네.
동구 아부지 올꺼요..얼마안가... 독립군들 다 그렇다 하대요. 해방되고... 전쟁통에 거슬러거슬러 당도 하는 사람들도 많다잖아요.
치성 독립군이였소?
동구 광복단이래요. 홍범도 장군하고 청산리 전투도 했다두만요.
영희 광복군이면... 우리 군관 동지 계시던데요?

동구모와 동구 관심이 쏘옥...

치성 선생 존함이 어찌되오?
동구 이자 영자 도자요 만나셨소?
치성 이영도 라고....? 태백에서 온 이영도...

치성의 얼굴 살짝...무거워지다가...

치성 아.. 아니...원체 수가 많으니...그리고 난 원래 구월산대에 유격대 출신이고.. 광복군 편성때 흡수 된거라... 헌데... 해방되기전에도 아무 연락 못받았네...?
동구모 여기 무슨 연락이 올수 있갔소? 지발로 걸어 들어오면 모를까?
동구 아버지 올테니 걱정 말아...엄마...
택기 (이연에게) 같이 좀 들어요...
이연 동구 어무니... 나 여기서 먹고 가요?
동구모 장부들 먹기 모자르다. 우린 내려가 먹자.
이연 그럼... 조금만 줘요... 혀끗만 대어보게...
택기 꽃이 이뻐요.
이연 (얼굴 화색돈다) 동구야... 나 이쁘단다...머리에 꽃 꽂은 거 이뻐 죽을라 한다 이 아저씨...
동구모 저 총각이 이연이한테 맘있나 보네... 촌장 어르신한테... 잘보이소. 그럼 누가 알우... 산 내려갈 때 데리고 가라할지?
영희 저 아이가 촌장 여식이요?
동구모 아니...그런건...아니지만...에요 몰라요... 마을에서 떠도는 얘기였지...
동구 이연이를 예쁘다 하는것이 그 형아도 머리가 좀 안따르나 보다.
이연 아저씨도 미쳤소?
택기 아니요... 정말로 예뿌요. 그리고 나 아저씨 아니요. 서 택기요. 나보다 위거나 동배 같은데...아저씨가 뭐요? 택기라 부르시구려.
이연 .......떼끼!
택기 떼끼가 아니고... 후... 
영희 떼끼야... 
택기 왜그러우... 동무까지?
동구 떼기 형아...
택기 어린아!!!!  내가 만만 한가? 
현철 그만 하고 밥먹지... 오늘안에 저기까지 해줘야 되잖아... 

모두 진정...

상상 (슬쩍, 택기에게 간다. 손을 내밀며) 나... 문상상이야. 
택기 서택기요. .... 택기요...

둘 악수 한다.

영희 느희들이 문상상이고 서택기인거 여적 얘기 하지 않았네... 확인사살 하는것도 아니고.. 땐땐하게끔... 
이연 (손내민다.) 나는 이연이요. 노래 잘하고 뜀박질 일등인...이연이요.

둘..쑥스럽다....
동구 낀다.

동구 난 이동구지요.... 하모니카 일등이고... 나무타기 일등이고...
택기 똥저리는것도 일등이지...?

모두 웃는다.....
무대의 인물들 시간의 경과처럼 바뀌어 가고...
무대 앞 작가의 공간.

작가 손을 잡은 건 가장 어린 친구들부터 였습니다. 어린 친구들이 악수를 나누고 이름을 들려줄 때 그보다 나이 많은 이들은 말리거나 야단치지 않았습니다. 반역이라 고함지르지 않았고 배신이라 질책 하지도 않았죠... 조금씩.... 조금씩... 이들은 이 사진속의 모습으로 다가가고 있습니다.

문상상, 콩밭 한가운데에서.... 노래를 부른다...
그 시절 가요일수 도 있고 구전 가요일수도... 촌스러운 군가 일수 도 있다.
그 노래를 듣는 사람들과... 콩잎들 자연스럽게 ...움직이며... 촌장네 마당이 된다.
마을 사람들.... 상상 주변으로 자연스러운... 저녁 풍경으로 만들어지고....
시간은 밤이다.



6. 촌장네... 마당 

마을사람들과 군인들....
오손도손 모여 있다.
상상의 노래가 끝나고...

영희 그 노래는 뭔가? 구슬프네...
상상 유행가에요...
응식 거 서울서 살았소? 전쟁나기 전에?
상상 네... 
응식 자동차도 많이 봤겠네? 전차나... 깜장 기름차도...?
상상 그냥...
영희 서울 안가봤소? 우리도 가봤는데...
응식 태백 줄기 벗어나 본건 ...징용 끌려가 부산서 배에 올라 본게 다지요. 
달수 응식이는 징용 갈 때도 좋아 죽을라 했다오. 이 지긋지긋한 산에서 내려가 배탈수 있다고...
응식 그러게 말이요... 어차피 한번 죽으면 썩어 묻힐 몸뚱아리... 이런 첩첩골에서 끝날 수 있소... 징용선에 올랐을때도 다른 사람들 이제 죽었구나... 벌벌 떨고 있었는데... 나는 신나더라구... 배도 타보고... 딴나라도 가보구... 근데.. 막 출발 하려는데... 전쟁이 끝났다는건 또 뭐야? 
달수 얘 봐라... 애석해 한다. 이러니까... 골이 돈 놈이지...

그때, 부엌에서 들리는 소리...
동구...의 탄성

동구 우와 맛난다.

스미스와 동구, 동구모 이연이가 나온다.

달수 뭐야 그건?
동구 신기해요. 스미스가 생 옥수수 알갱이를 콩기름에 튀기더니만 한 냄비를 튀겨서 한 다라 만들어 내내... 맛도 좋아요... 옥수수가 탕탕 튕기더니 과자가 되네요. 

사람들 한줌씩 먹어 본다.
제각각 맛난다 한다.
숨죽이며... 그 맛을 느끼다가... 스미스를 본다.
스미스 사람들의 눈치를 보다간...

스미스 ..... 팝콘...

모두 아~ ...그렇지!!! 팝콘!!! 주저리 외치며...
사람들의 긴장이 풀린다.

집으로 들어오는 촌장과 마님... 달수 처. 그리고 그 옆에... 치성과 현철...

달수 이제 오십니까?
촌장 화기애해 한 것이 옛 부락 같구만...
동구 모사람이 많아 부적되니 그렇죠.
응식 오늘 걷은 콩줄기랑 잎단이 한해 꺼리는 될꺼요. 아마...
마님 장정들이 다 같은 장정이 아니구만 총질하다 붙은 힘이라 하루 한나절 굽혔다 편 허리가 산턱 한 구릉을 다 꺽었네 .
달수 그러게요. 이대로만 간다면 그믐되기 전에 추수 끝나겠어요.

순간...잠시 정적...

현철 저기...저희는 내일 날 밝으면 떠날 참입니다.
달수 아, 그렇지요... 알지요... 그거야... (하늘 보더니) 날이 궂으려나...달무리가 어슴푸레 휘도네...
응식 그러게 큰비가 올려나 보네...
달수처 우리 부락은 다 좋은데... 비만 오면 길이 끊겨... 산새가 험하다 보니 꼼짝을 못해요.
달수 비맞고 산아래로 내려 가다 여럿 죽었지... 자네 아버님도 가을 장마에 산타다 돌아가셨지?
응식 시신도 못찾았지... 에고... 늑대 밥이 되셨을 거야. 아마...
노모 별이 저리 천진데... 뭔비가 온다는거냐? 이것들이... 눈깔이 썩었나? 수족이 등신이 됐나?
마님 어머니!!!!!
현철 아무리 그러셔도 저희는 갑니다. 그리고 저희가 가기 전에 저 친구들도 가야될겁니다. 아마... 

분위기 싸늘하다.

치성 아까 보니 실천 위는 그럭저럭 괜찮은데... 그 아래쪽으론 손이 택도 없이 모자르겠드만. 촌장, 내 거기까지 뽑고 가겠수다. 먼저 간다는 저 소위... 총 챙겨 주시라요.

치성과...현철... 분위기.... 차다.
상상...현철에게 다가간다.

상상 이거 좀 드세요. 맛이 희안한데... 고스워요.
현철 뭐야 이게?
사람들 팝....콘 이지요....
상상 콩을 처음 따봤어요... 콩잎을 그렇게 다듬는거... 줄기를 그렇게 여며 보관해서... 겨울을 난다는거... 몰랐어요. 콩도 알이 알차요... 그거 그렇게 따본것도 처음이지요. 
현철 문상상... 무슨 소리하는 거야?
상상 처음엔 조금 무서웠는데 인민군 하고 한 땅덩이 안에서 같은 일을 해본것도 처음이구요... 
현철 문상상....
상상 몇일만 더 해주면 여기 사람들 겨울 나기 걷이는 다해줄 수 있을 꺼에요. 우리... 어차피 갈곳도 없잖아요....
현철 문상상
촌장 그게 무슨 얘긴가 지금...
상상 산아래로 내려 가도 어차피 아무데도 못가잖아요...
현철 이눔의 새끼!!!!
 
현철, 상상을 두들겨 팬다.
그걸 치성이 말리고...현철을 눕힌다.
현철, 바닥에 있는 호미를 집는다.

현철 그래, 다 죽여 버리겠어... 
치성 후후... 그래 ...뭐이 좀 의심쩍었지.... 적이 많구만...동무. 사연은 모르겠지만 등돌린곳이 많아...
현철 더러운 빨갱이 새끼... 
치성 남조선 장교 치곤 입이 걸구만... 처음부터 그래 봤어. 비행기에서 추락한 미군 장교를 왜 안데리고 갈까? 응? 이 아이 데려가면 훈장감인데 말이지? 또 말해줄까? 멍청한 소위 동무... 대열 찾아가는 군인 은 절대로 산위로 안올라오지... 우리 같이 쫓기는 놈들이 아닌 이상... 산위에 있는 본대는 없다... 군사학 안배웠네... 기본이야 그거...
현철 시끄러워...빨갱이 새끼.....덤벼 목을 따겠어...
치성 호미로 내 목을 딸라 하나? 따 봤나 사람? 그걸로는 살을 못 패지... 맨 손이 더 나아. 하나 가르쳐 줄까?  한손으로 뒷목을 잡고 엄지 손톱을 물어 뜯으라우. 그리고 그 손가락으로 목젖을 누르면 구멍 나는거 아네? 핏줄기가 내 소매로 펑펑 넘쳐 흐르지.... 목따는기 그렇게 하는기야 ... 호미 가지곤 이 옷도 못 뚫는다 알간? 

현철 달려든다.
치성 그를 제압하며 눕힌다.
그리곤, 목을 조아리다 결정타를 날릴려는 순간...
작가에게 쏟아지는 불...덩이...
무대 위의 상황은 정지 된다.
지금부턴 극이 설정한 이원의 공간이 무너지고 서사적 양식과 극장의 양식이 극을 움직인다.

작가 아버진... 여기까지 말씀을 해주지고... 그만... 돌아가셨습니다. 이 이후의 얘긴 제가 만들어 낸 얘기죠. 이 사진의 모습만을 생각하며 그려보는 저의 상상이죠.

무대가 통합된다.

촌장 (갑자기)멈추시오!!!!

치성이 멈춘다.
작가를 포함한 모두가 촌장을 본다.

촌장 뭐가 좀 이상합니까? 선생님...
작가 (관객을 보고) 제가 만들어낸 인물이니 저와 얘길 나눌수도 있지요. (촌장을 다시 보곤) 아니 뭐 꼭 이상하다기 보단...  
촌장 여하튼 싸움을 말리긴 말려야 되는거 아닌가요?
달수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혼자 다 하실려고 그러세요?
촌장 니가 말릴래? 응식이가 말릴래? 아무래도 나이 많은 내가 이걸 말리는게 순리 아니겠니?
노모 그렇게 따지면.... 판정리는 내가 해야되지...
촌장 어머니...어머니는 지금...정신이 오락가락 하시는데... 또 난 촌장 아닙니까?
마님 자꾸 촌장촌장 하시는데... 이거 뭐 투표해서 뽑은 촌장도 아니고... 당신 아버지가 벼슬 자리 좀 있었다고... 어거지로 물려받은 자리가지고... 너무 힘주시네... 그리고 작가 선생님... 말이 나왔으니 하는 얘긴데... 중요한 대목은 왜 꼭 남자가 합니까?
촌장 허허... 생각을 해보시오. 지금 이 양반이 이렇게 살기 뻗힌 눈으로 사람 하나를 죽이는데... 아녀자가 꽥꽥 된다고 눈하나 깜작 하겠소?
치성 근데요... 저 사실...죽일 생각은 없거든요... 그냥 겁만 줄려는 거니까... 제가 알아서 그냥...뭔가 딱 하는 방법이 없을까요?
작가 뭔가를 딱 하다니요?
치성 그러니까 작가 선생의도 대로 그 사진의 풍경만 만들면 되는거 아니요?
작가 그거야... 그렇지만
치성 그러면 내가 딱 이렇게 내려 치려다가.....이렇게 말하는기지요.  (연기한다) 내래, 사실 죽일 생각은 없어... 우리는 한민족 아니갔네? 사진이나 한 장 박자우!

사진 대열로 가려한다.

작가 저기 원위치 하시고요... 이렇게 막무가네로 하시면... 얘기가 좀 이상해지고요... 진정들 하시고...
동구    근데... 사실 이런 장면일수록 의외의 인물이 해결하는 것이 더 폼나지 않을까 하네... 어이, 나 같이 어린 것이 이 순간을 감동과 놀라움으로 돌파하는 것이 더 찡할거 같은데... 생각좀 해봐...
응식 근데...동구야 넌 임마 어린 놈이 작가선생님한테 말을 까네... 버르장머리 없이...
동구 .....얘, 내 아들이에요. 그잖아?
작가 근데...아부지...

다들 수긍한다.
스미스가 작가에게 와서 뭐라 얘길한다.
작가, 한참 듣다가... 무반응으로...

작가 아무튼...  긴장된 상황이기 때문에 그것에 맞는 각자의 반응이 있거든요... 제가 기술하는데로 일단은 가보시고... 그게 맘에 안들면... 뭐 또 다시 쓰면 되는 거니까... 여하튼 가장 중요한건... 이 사진의 결과를 향해 이 이야기는 진행되어야 되는 것이죠.  .....표현철 소위, 자리로 좀....
현철 (깊은 한숨) 아....하...... 이건 뭐 실감이 안나네... 짜고 치는 고스톱이 재밌수?
치성 재밌다. 누워라.

현철 눕고... 
상황은 다시....

작가 (관객들을 보고) 위기의 상황이었습니다. 제가 원했던 동막골의 신비한 기운이 채 이들의 몸을 감기도 전에... 모든 것이 다 날아가 버릴 것 같은 위기가 도래한 것이죠... 저는 이 사진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다정한 얼굴을 하며 서로에게 정감어린 시선을 보내는 이 사진 속에서.... 저는 이들은 결국 이렇게 만나게 될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글을 써내려 갔습니다. 여기서 부턴 제가 만들어낸... 저의 바램입니다.

치성, 현철을 누르며 결정타를 먹이려는 순간....
밖에서 김선상이 들어온다.

김선생 촌장 어르신!!!! 어르신!!!!

모두가 멈추고 김선생을 바라본다.

촌장 뭐요, 김선생.... 뭔일인데...
김선생 군인들이 왔어요... 제단 고개 비행기 떨어진곳 있잖아요... 거기에들 모여 있어요...
영희 어디 군인이요? 국방군이요?
김선생 .....구...국방군 같았는데...
영희 이런....지미럴....
김선생 확실히는 모르겠어요... 그냥... 
치성 국방군일테지... 
택기 몇이나 됩디까? 
김선생 글세요... 한 열 댓명.... 아니... 그보다 좀 더되나?
택기 붙자우요...
영희 숫자가 되갔네?
택기 어차피 죽는거 아니요? 뒤를 쳐서 까죽입시다 군관동지...
마님 지금 무슨 짓들이요? 이 부락에서 누굴 죽이고 죽는단 말이요? 
촌장 자... 자 진정들 하시고... 어차피 제단 고개에서 여기까진 가까운 거리는 아니요. 거기만 있다가 갈지도 모르는 것이고... 이 집을 알지 못하니 오지는 못할게요. 그렇지요? 김선생...
김선생 .....
촌장 김선생?
김선생 제가 사실 지금 판단이 잘 서질 않는데요... 아까 그 군인들이 부락이 어디냐고 묻길래...
달수 아하, 얘길 나누긴 나눴단 말이요?
김선생 네... 그래서 그렇게 묻길래... 여기 부락은 다들 떨어져 있지요 라고 했거든요...
촌장 그러니까 일단... 여기는 모르는거 아니요?
마님 들어 봅시다. 아무래도 일을 치룬 것 같으신데...
김선생 부락 사람들이 어딨냐고 묻더라구요... 저한테... 그래서 제가 다들... 주무시겠죠...아마... 우리 부락 사람들은 해떨어지면 곧바로 자요... 그랬죠.
촌장 잘하셨구려... 또 뭘 묻습디까?
김선생 별다른건 없었구요... 촌장 댁이 어디냐구?

사람들...한숨이다. 

택기 먼저 치십시다.
치성 일단 저 미군부터 숨기라우... 
영희 군관동지... 
치성 이보라우... 소위, 국방군이 왔다는데... 반갑지 않네... 와? 달려가 환영하지 그러네?
현철 .....
치성 뭔 이유인진 모르지만 지금 우린 다 똑같은거 같구만... (마을 사람들을 보며) 잘들으시라요. 여기엔 군인 없습니다. 이 부락엔 총들고 전쟁나온 사람 이라곤 한명도 없다 이말이요. 날래 저 미군부터 들여 보내라. 

달수와 응식이가... 스미스를 방으로 들여 보낸다.

촌장 뭘 어떻게 할 작정이요?
치성 내래... 이러는 이유는 단 한가지 외다. 실천 밭 콩을 아직도 다 못 땄단 말이지요. 그거 다 따 드리고 갈라 하는거 하나요. 이를 갈며 한놈이라도 더 죽일라고 온 우리한테 가족처럼 대해준 당신들,... 털끝 하나 안다치게 하려는거 그거 하나외다. 내래 전장 나와 사람을 너무 많이 죽였수다. 인자 잠깐 쉴라 하는거요. 장영희, 서택기... 그래하자우...으이? 
영희 그래 잠시 쉰다음엔 갈길 가는거요?
치성 갈길 간다. 말한대로... 간성... 평양... 압록까지라도 갈길 안다... 그러니까 어떤일이 일어나도 총잡을 생각하지 말라...우.

그때, 담 위에서 망을 보던 응식이가 소리친다.

응식 이리 뭐가 오나 봐요...불이 보여요...
촌장 이 부락 사람들만 별탈 없이 넘어 간다면... 우리도 ... 당신들을... 지켜드리지요... (사람들을 보곤) 얘기들 들었지요. 이 부락엔 군인은 아무도 없소이다... 다들...같은 부락민이고... 가족들이외다. 자..자 아무일 없는 듯이 밤풍경 짓거리를 하시지요...

사람들 어색하지만 대강 고개짓과 시선으로 뭔가를 확인하고 평범하게 이것저것 하려하고 있다.
문 쪽으로 국방군 병사와 조사관이 들어온다.

군인1 중대장님... 여기 사람들이 많습니다...
중대장 아니... 무슨 모임이라도 여시는 중인가 보죠? (김선생을 보고) 여기로 가시던 길이었군요... 급하게 가시더니만...
김선생 네.... ? 아, 네... 밤에 시간 나면 촌장님댁에 모여서 하루 얘기 나누고들 하죠... 
중대장 밤잠 없는 부락민들끼리만요?
김선생 네? ...아네...
중대장 누가 촌장 이십니까?

촌장, 손든다.
중대장, 촌장에게 다가간다.

중대장 거기...무슨 질문 있습니까? 
촌장 아니요... 제가 촌장 올시다...
중대장 ....난... 또,.... 산새가 험합니다. 이런 곳에 부락이 있을거라곤 생각 못했지요... 저희가 이곳에 온 이유는 아십니까?
촌장 글세 올시다... 전쟁이니까... 뭐... 잠깐 들를수도 있겠지요...
중대장 저 바위 계곡 뒤로 연합군 전투기가 떨어진건 아시지요? 비행기요?
촌장 아... 뭐가 떨어졌다 하더니만... 그게 비행기였습니까? 
중대장 혹시 군인들....본적 없습니까?
촌장 누구 그런 군인 본사람?
달수 누가 있나? 아... 솔직히들 손들어.... 없네요...
응식 맨날 보는 얼굴이 그 얼굴이지요...
중대장 그런데... 여긴 남자들이 꽤나 많습니다...조국은 지금 총을 잡을 남자가 필요 한데....
치성 우리도 지금 콩 딸 사람이 필요해서...
중대장 댁이 어디시오?
치성 (손가락으로만)
중대장 가족들은?
치성 ....
중대장 홀아비요? 총각이요?

동구모, 치성 옆으로 온다. 

동구모 여보, 갑시다. 밤도 늦었는데...동구야...아버지 손잡고 언능 가자...

동구, 어색해 하다가 치성의 손을 잡는다.

동구모 가도되죠?
중대장 잠깐 몇가지만 조사하면 되니까... 기다려 주십쇼. 자 우선 비행기 추락 현장에 가본 사람이 있습니까? 아니면 추락 광경을 목격한 사람....이?

이연, 번쩍 손든다.

중대장 뭐요? 부촌장이요?
이연 비행기를 본게 저지요.
중대장 여기 분들은 늘 말하기 전에 손을 듭니까?
촌장 다른거 뭐 특별나게 들게 없으니까...
중대장 (이연에게 다가가) 봤소? 비행기?
이연 (고개만 끄덕끄덕) 
중대장 떨어지는걸 봤소? 떨어져 있는걸 봤소?
이연 하늘을 나는것도 봤지요.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다봤지요...

사람들 긴장한다.

중대장 그럼 그 안에 생존자나... 중간에 낙하산 같은 것이 떨어지는것도 봤소?
이연 낙하산이요? 그기 산이요? 산이 떨어지요?
중대장 아니... 그러니까... 커다란 우산 같은건데.... 
이연 (모르는말 투성이다) 우산은 또 어디있는 산이요?
중대장 아, 쓰발... 여하튼 비행기에서 누가 내리거나 비행기 안에 죽어 있는 시신이라도 보지 못했냐는 거죠?
이연 내렸지요...
중대장 뭐요? 누가 내렸단 말이요?
이연 ......그기 ......
중대장 말해봐요? 누구요? 외국 사람이었죠?
이연 (고개 끄덕)...예수님..... 
중대장 뭐요?
이연 예수님이 내려 왔는데... 죄없는 놈들은 돌로 쳤는데.... 
중대장 응?
이연 옥수수가 팝콘이 되면서... 
중대장 으응?
택기 그 기집 미쳤소.
중대장 뭐야?
택기 그 기집은 제정신이 아니란 말이요... 얘기 들어도 헛소리니... 귀에 담지 마시오.

중대장이, 이연을 다시 바라본다.

이연 하긴 그렇기도 하지요.
중대장 넌 뭐냐?
택기 뭐긴 뭐요...부락민이지. 비행기 떨어질 때 나도 봤소. 비행기가 불쏘며 떨어지는데... 낙하산은 건너 산 한 5부능선 쯤으로 떨어집디다.
중대장 (택기를 노려보며) 낙하산이란거 본적있니?
택기 ......
중대장 산 중턱 가운데를 여기 사람들은 5부 능선이라고 말하니? 군사 용어인데... 어린 친구가 아는게 많구나... 집이 어디지?

택기, 손가락으로만

중대장 이 부락민들은 손 없으면 아무 얘기도 못하겠구만 ....부모님은?
택기 .....
중대장 이 아이는 부모가 없소?

그때, 달수처와 장영희가 동시에....

달수처 (동시에) 내 아들이요
영희 (동시에) 내 아들이요... 

사람들... 분위기 묘해진다.
영희가 달수처에게 다가가 어깨에 손을 얹으며...

영희 우리 아들이지요. 아이가 영특하고 전쟁 놀이를 좋아해요... 학도호국단 나간다고 성화 부리는걸...억지로 말렸지요...
중대장 잘 말리셨소... 이 전쟁 조금 있으면 끝나요. 서울 수복된지 몇일이 안되서... 어제 평양까지 들어 갔소.... 

중대장...사람들을 하나하나 노려보며... 거닌다.
담배 한개를 물어 불붙인다.
그러다가 달수와 마주한다.

달수 난... 홀아비지요. 망할 여편네... 바람나 도망 갔지요.
중대장 안물어봤습니다.

중대장, 현철과 마주한다...

중대장 건장하시구만.... 태가 좋아
현철 .....
중대장 (옆의 상상에게 다가가) 여기 산은 이름이 뭐니?
상상 함백.....
중대장 건너 앞산은?
상상 백운....
중대장 그 사이 계곡은 뭐라 부르니?
상상 왜...요?
중대장 그냥, 궁금해서... 여기 사람들은 뭐라고 부르냐? 그 계곡?
상상 .....
노모 (마님을 보고) 아시내 계곡을 말하는기야?
마님 그러게 아시내 계곡을 묻나 보네요.
중대장 (버럭)아줌마!!!!

진정한다.

중대장 이 지역은 퇴각한 인민군이나... 적의 반공 포대 매복이 추정 되는 지대 입니다 ... 조만간... 연합군 본대가 들어와 수색을 벌일거요.... 그때, 많은 협조 부탁 드립니다. 아울러 인민군을 발견하면 어떻게 해보실 생각하지 말고...원하는대로 들어 주시오. 닥치는대로 민간인들을 살해하는 놈들이니까... 

담배를 툭 바닥에 던진다.

중대장 저희는 곧 내려 갑니다. 비행기의 잔해와 이곳에 대한 사정은 들은대로 보고 하지요... 그럼...

중대장, 돌아 가려한다.
그때, 상상이... 자신의 앞에 떨어진 담배를 주으려고 고개를 숙인다.
순간, 중대장 멈춘다.

중대장 멈춰!!!

상상 고스란히 멈춘다.
중대장,  상상에게 다가간다
고개를 숙인 상상...목에서 인식줄이 내려 나와 있다.
중대장, 그 인식줄을 잡아 올린다.

중대장 문상상...이라  죽은 시체 턱주가리에서 뺏나? 후후... 문상상....
상상 ...
중대장 ...문상상....
상상 .... 
중대장 전시에 탈령인가? 후후... 이 자리에서 총살을 당해도 넌 할말 없어 이 새끼야... 

순간, 뒤에 있던 현철, 중대장의 목을 감는다.
문쪽에 있던 군인, 총을 겨눈다.
그 군인의 총을 치성이 잡아 재친다...그때 발사 되는 총...
치성 총을 뺏어... 병사를 쏜다.
사람들 비명 천지다....
스미스 총소리에 집 옆 구석으로 슬쩍 고개를 내민다.
중대장 파득 거린다.
현철, 중대장의 목을 조른다.

치성 두라... 두라 그만....!!!

현철... 중대장의 숨이 다갈 때 즈음 손을 논다.
사람들 엎드려 있다간 하나둘 고개를 든다.
중대장 숨을 고르며 씩씩 대고 있다.

달수처 이연아... 인자 됐다...일어나라...

이연 고개를 쳐박고 움직임이 없다.

달수 꿩잡나? 일어나라 이제...

모두 조금씩 불안하다...
동구모, 가서 이연이를 일으킨다
순간 비명...
이연 가슴에 시뻘건 피가 낭자하다.
사람들 모두 모인다...
이연.....죽었다.
촌장....넋이 나간다....

촌장 얘야....이연아....

그때...중대장, 바닥에 떨어진 총을 집고 사람들을 겨눈다.

중대장 헉...헉... 이 부락은 죄다 빨갱이들 이구만... 무사할 줄 알아? 후후... 내가 여기 왜 왔는 줄 알아?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보여준다) 자, 이게 뭔줄 알아? ... 이 부락은 이젠 끝이고.... 늬희들도 다 죽은거야...히히.... 빨갱이 반역자 새끼들....

그때, 뒤에서 스미스의 권총이 불을 뿜는다.
중대장 쓰러진다....
치성과 현철... 손에 쥔 족지를 본다...
둘의 대화 

현철 좌표요... 시간하고...
치성 여기구만... 간나 새끼들 이미...다 결정해 놓고 일언반구도 없었구만... 이런거이 바로 몰살이지..
현철 이대로라면 여긴 다죽어 없어져요....

촌장은 넋이 나가 있다.

촌장 이연아.... 어이.... 이연아.... 거....숨안쉬오?
마님 (이연이 머릴 받히곤) 이연이.... 당신 딸내미 숨을 안쉬오....

사람들...그 말에 작은 반응들...

촌장 (넋이 나간 사람처럼 부른다) 어이... 이연아.... 아가.... 
마님 피가 여적 나요.... 영감, 이 아이 이렇게 죽었네....
촌장 아니... 툭툭 좀 건드려 보오... 멀쩡한 아이가 왜 그렇게.... 아부지라 한번을 못불렀지 않소... 우리 애기... 어째 색이 달라지오? 부인, 거 좀 말도 시켜보고...툭툭 건드려도 보소?
마님 총알이 왜 이리 왔데? 알 총알이 이 연한 살을 뚫었소... 얘 제 애미한테 가있소....
촌장 날....아부지라고 한번을 못불렀다니까!!!!!! 

이연이의 노래 소리가 들리며.....

작가 이연이가 늘 뜀박질 하며 오르던 구릉 가운데에 그녀를 묻었습니다. 건너 고개에 그녀의 어머니의 무덤이 잘보이고... 그녀의 아버지 집도 내려다 보기 좋은 위치였죠... 그녀를 묻던 그날... 군인들도 옆에 있었습니다. 전쟁터에선 자신들의 총으로 몇 명을 죽였는지 셀수도 없었던 그들이었지만 그녀의 무덤에 그녀가 예뻐하던 파랭이 꽃을 놓아주며 그들은미안해 했습니다. 자신들이 이곳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당신은 이렇게 되지 않았을 겁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우린 전쟁 가운데 있지만 ...당신 있는곳은... 아무 싸움도 소란도 없는 곳이길 빕니다. 

그러면서 ....무대의 불빛은 사라진다.



7. 그들... 헤어지는 콩밭

사람들.... 사진의 대열로 서있다.
스미스가 보턴을 누르고 들어와 선다.
사진이 찍힌다.
스미스 사진기를 동구에게 준다.
스미스, 사람들을 바라보며 떠날 준비를 한다.

촌장 길은 다 잘 일러 뒀나?
달수 응식이가 상세히 그렸으니까... 쉽게 찾아 갈수 있을 겁니다. 산밑으로 가는 길은 저놈이 가장 잘 꾀고 있으니까요...
스미스 $%&*^#$#&^&*%%#%%&
촌장 (고갤 끄덕이며) 그래...그래... 가라 스미스.

스미스.... 떠난다...사라지는 스미스에게 사람들... 손을 흔든다..

동구 (소리친다) 스미스!!!!!! (다른 말이 뭐라 떠오르지 않는다) 팝콘!!!!!

스미스의 모습 보이지 않는다.
이제 다른 군인들이 떠날 준비를 한다.

촌장 간성으로 갈꺼요... ? 듣자하니... 이미 평양도 훨 지나 북으로 쳐가고 있다 하던데...
치성 우린 다른 곳으로 갈겁니다.... 우리가 벌려 놓은일을 ... 마무리 질게 있어서...
촌장 (현철쪽을 보고) 댁들은? 정 갈곳이 마땅치 않으면 우리랑 있어도 되요...
현철 같이 갈겁니다. 이 공산주의자들... 어디서 또 뭔짓을 할지 모르니까... 잘감시 해야 되거든요...
마님 아니... 여기 말고 다른데 가서 또 한판 붙으시려는게요?

현철과 치성...그냥 서로 보고 웃고 만다.

영희 (달수처에게) 잠시나마 내 아내였는데... 서운하구만요... 
달수처 몸성히 가세요. 
택기 김선생... 나 돌아올 때 까지 이연씨 묘에 풀자라게 하지 마시라요... 내가 와서 이연씨 묘가 덮수룩해 있으면... 내 김선생한테 따질거요...
김선생 걱정말어...택기야.... 

응식, 상상의 손을 잡고...

응식 서울 가면 어디로 연락을 해야 되나?
상상 (다른 군인들을 보며)  계세요... 제가 모시러 올께요....
응식 아휴... 귀찮게 시리 뭘... 내가 가도 되는데....

현철 (촌장에게)이곳은 정말...아름다운 곳입니다... 이런곳에서 그냥 죽을때까지 살고 싶을만큼...  이렇게 전쟁중에  오지만 않았다면... 
마님 전쟁은 언젠가 끝나지 않겠소? 난리 끝나면 오시구려... 여기서 살아도 되는지 않되는지는 우리 촌장이 또 손들어 결정할꺼니까...
현철 (노모에게 다가가) 할머니... 담에 올땐 산아래 얘기 한보따리 들고 올께요... 건강하세요...
노모 (현철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나는 괜찮아... 젊은것들이 실허게 살아야지... 몇밤이나 자야오나... 달이 품새가 몇 번이나 변해야 오나... 바람 찬것들이 다시 순해지면 ...그때나 오려나....

현철...울먹여지는 노모를 안아준다.

치성 (동구모에게) 태백에서 온 이영도는 부대에서 으뜸 군인이었지요... 광복군에서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지요... 태백에서 온 이영도는 언제나 선봉에서 가장 용감히 싸운...  우리들의 영웅이었습니다. 동구가 크면 그렇게 얘기해 주시라요... 늬희 아버지가 그런분이셨다고........(동구에게) 어이... 이동구... 독립투사의 아들... 잘지내라우...
동구 이제 다시 안와요?
치성 왜 안오네... 우리가 뽑은 콩 메주가 되어 대청에 널려지기 전에 오지... 우네 지금? 사내자식이... 뭔 눈물을 영문 없이 흘리네...아저씨들 가는길에 너 잘부르는 출정가나 부르라...
 
동구, 출정가를 부른다... 허나 몇소절...못하고 울먹이며 치성 품에 안긴다.
출정가인지 무엇인지 멜로디가 가득 흐른다.

작가 1950년 가을, 인천상륙 작전 이후 전세는 바뀌고 북진중이던 국군과 연합군은 군수 물자 항공 수송로로 태백산맥 북서로를 택합니다... 헌데... 기상의 악화와 지형이 원체 험한 이유로 두 대의 수송기와 한대의 전투기가 추락하고 말죠... 

출정가는 흐르고... 군인들과 사람들 헤어진다...

작가 연합군은 일련의 군용기 추락 사고의 원인을 조사한 결과... 적의 반공 포대, 혹은 잔류 병력이 물자를 공급 받아 게릴라 전을 벌인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그리고 10월22일 태백산 끝자락... 함백산 8부능선 1200고지에... .... 연합군의 폭격 명령이 하달 되어집니다. 바로 동막골이죠... 

군인들...무대 앞쪽으로 나와 있다.

치성 여기가 맞네... ?
현철 원주 기지에서 떠서... 함백산으로 오려면 이 방향이 맞아요... 
치성 시간은?
현철 거진 다됐소...
영희 근데 우리 다섯가지고 폭격 유도가 가능 하겠소?
치성 징후가 보이면 최대한 산개해야지... 그리고... 폭격기를 맞출 생각하지 말고 우리가 잘보이게 하는기 중요하갔지...
택기 일당백으로 수류탄 까고 불내고 생지랄을 떠는기지요... 운좋으면 그와중에도 살수 있다오...
현철 스미스가 본대에 일찍만 도착해도... 그래서 추락 원인이 격추가 아니라 지형과 가스 때문이라고만 말해도... 폭격은 취소 될 수 있을텐데...
치성 시간이 안될기야...

치성 담배를 문다...현철을 준다...

치성 (상상을 보며) 문상상이... 겁나네?
상상 후후... 이 전쟁을 하면서 한번도 느끼질 못했어요... 왜 내가 총을 잡고 있나... 내가 뭘 위해 사람을 죽이고 있나.... 근데...이건 다르잖아요... 처음으로 내가 지켜주고 싶은 사람들이 생긴걸요...
치성 다 살수 있을기야. 걱정 하지 말라우...
상상 행여... 죽지 않는다면...  다시 북으로 계속 갈겁니까?

치성, 그냥 웃고만다...
그때....멀리서 비행기소리...
그들, 조금식 감각이 일어난다...
그리고 그 소리가 나는 방향을 향해 일어난다.

치성 맞네?
현철 네....
치성 눈에 보이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뛰기 시작하는거야... 최대한 찢어지자우.

소리 점점 커진다....

영희 어이 문상상
상상 네....
영희 저번에 네가 불러 줬던 노래 있잖아... 그기 제목이 뭐라고?
상상 ****요... 왜요?
영희 아니다... 이따가... 나 다시 보면 있잖냐.... 그거 좀 한번 더 불러주라...
상상 공짜로요? ....
영희 아새끼... 이 와중에 장사를 하네...
택기 근데 말입니다... 궁금한게 있소...
영희 뭐이가? 빨리 말하는기 좋을기다.
택기 우리도 연합군이요?
영희 뭐이?

그말에... 하나둘...킥킥대며 웃는다...

현철 야...서택기... 사람 웃기지 좀 마라...
택기 틀리요...? 우리도 지금 북남 합작 부대 아니요?
영희 듣고보니 연합군 맞네....
현철 푸하하하....
치성 ...하하하... 그렇구만 연합군...
 
모두들...그 농담에 웃는다
그러다가...그 웃음 소리가 묘하게 변주되듯.....

현철 시발... 이렇게 말고... 다른데서 ... 다르게 만났으면...우리 진짜... 무지 재미있었을 텐데... 안그래 형?
치성 ...? ....어... 그래...그렇갔지.....

비행기 소리가 더 크게 들려오고... 
그들을 휘도는 음악소리 역시 더욱 크게 느껴진다...
그러면서 그들의 모습 점점 사라진다.
그리고 극장을 뒤흔드는 소리....
폭격기 조종사의 무전 교신이다...

“사격을 받고 있다...목표가 이동을 한 것 같다. 좌표를 바꾸겠다....본부 허락하라....”
“대기”
“목표가 맞는 것 같다... 산개된 곳에서 사격을 받는다... 목표 수정 허락바란다”
“허락한다... 좌표를 바꿔라... 추정 목표 투하를 허락한다”

그리고...거대한 폭음들.....

작가 1950년 10월 22일 정오가 조금 넘은.... 원주에서 이륙한 연합군 제2 항공단 폭격기들이 함백산 동막골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허나 함백산을 조금 못간... 백운산에 그들은 모든 폭탄을 투하하게 됩니다.  그리고 폭격이 끝난 다음날 토벌대가 투하 지역으로 갔을 때... 그들은 믿기지 않을 이상한 것을 발견 합니다. 그 넓은 지역에 그 많은 폭탄을 투하했는데... 토벌대가 발견한 것이라곤...고작... 다섯구의 시체... 더욱 놀라운 것은 바로 그 다섯구의 시체가....
인민군 3명..... 그리고 국군, 2명....이란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폭격에 관한 이야기는 어느 누구의 입에서도 다신 오르내리지 않았습니다.

작가, 무대 중앙으로 오고...

작가 여기까지가 제가 쓴 이야기의 전부입니다. 조금전 전 출판사로 전화를 해 제가 쓴 이 글의 출판을 정중히 사양했습니다... 내가 얘기 하려고 했던 이야기와 그들이 흥미를 가지고 있는 부분이 분명 같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서 였죠... 

작가 (액자를 들고)  1950년 가을.. 태백의 아래둥지 함백산에서 일어난 내 아버지의 얘긴... 작은 비밀과 작은 신비함으로만 이렇게 남았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제게 묻습니다. 그 마을이 지금은 어떻게 변했냐고... 후후 ...... 사실, 난 동막골에 아직 가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곳을 찾진 않을 겁니다. 어쩌면 그들이 아직도 거기 어디쯤에선가 살고 있을지 모른 다는 생각에 그들이 있어야 할곳을 남겨둬야 할거란 생각에 난 동막골엔 가지 않을 겁니다...  내겐 이 사진 한장만이 남았습니다. 그리고 내가 가보지 않은 산속 그 오지의 마을...동막골... 언제나 내 맘 한구석에서만 이렇게 요동치며 남아 있습니다...
 
무대 뒤의 사진액자에 불이 들어 온다...
정지 되어 있던 사진 속의 인물들.......
바램대로 원함 대로 그렇게 움직이며....다시만난다.
그리고 그 옆으로 이연이의 모습도 나타나고... 사람들...그녀 주변으로 다가가 다른 포즈의 사진이 남는다.
                2002.10.초입 .... 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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