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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록담 - 정지용

1 絶頂(절정)에 가까울수록 뻑국채 꽃키가 점점 消耗(소모)된다. 한마루 오르면 허리가 슬어지고 다시 한마루 우에서 목아지가 없고 나종에는 얼골만 갸옷 내다본다. 花紋(화문)처럼 版(판)박힌다. 바람이 차기가 咸鏡道(함경도)끝과 맞서는 데서 뻑국채 키는 아조 없어지고도 八月(팔월)한철엔 흩어진 星辰(성진)처럼 爛漫(난만)하다. 山(산)그림자 어둑어둑하면 그러지 않어도 뻑국채 꽃밭에서 별들이 켜든다. 제자리에서 별이 옮긴다. 나는 여긔서 기진했다. 2 巖古蘭(암고란), 丸藥(환약) 같이 어여쁜 열매로 목을 축이고 살어 일어섰다. 3 白樺(백화) 옆에서 白樺(백화)가 髑髏(촉루)가 되기까지 산다. 내가 죽어 白樺(백화)처럼 흴것이 숭없지 않다. 4 鬼神(귀신)도 쓸쓸하여 살지 않는 한모통이, 도체비꽃이 낮에..

문학/현대운문 2021.04.17

안수길 '제3인간형' 전문

제3인간형 안수길 1 토요일 오후였다. 대청소(大淸掃)를 한다고 빗자루며 물이 담겨 있는 바께쓰며, 이런 것들을 들고 다니며 떠들던 아이들도 이미 물러간 뒤였다. 따로 떨어진 일학년 교실에서 고등학교 합창부의 이부 합창 연습하는 소리가 풍금의 멜로디에 섞이어 제법 곱고 우렁차게 전해 온다. 운동장에서 오륙 명 아이들이 샤쓰 바람으로 땀을 흘리면서 바스켓 볼 연습하는 외에, 천오백여명이 날마다 생서 떼같이 펄펄 뛰던 교실도 교정도 한적하기 짝이 없었다. 계절이 물러간 피서지라는 느낌이 아니었다. 그런 서글픔이 아니었다. 그것은 실로 무슨 큰 잔치를 치르고 난 뒤의 정적이라고 할까? 거뜬하면서도 피로가 마음을 가라앉혀 주는 권태 ― 이런 기분에 잠기면서 석은 직원실 의자에 게으르게 기대앉아 창 밖을 내다보았..

문학/소설전문 2021.04.17

김유정 '떡' 전문

떡 김유정 원래는 사람이 떡을 먹는다. 이것은 떡이 사람을 먹은 이야기다. 다시 말하면 사람이 즉 떡에게 먹힌 이야기렷다. 좀 황당한 소리인 듯싶으나 그 사람이라는 게 역시 황당한 존재라 하릴없다. 인제 겨우 일곱 살 난 계집애로 게다가 겨울이 왔건만 솜옷 하나 못 얻어 입고 겹저고리 두렁이로 떨고 있는 옥이 말이다. 이것도 한 개의 완전한 사람으로 칠는지! 혹은 말는지! 그건 내가 알 배 아니다. 하여튼 그 애 아버지가 동리에서 제일 가난한 그리고 게으르기가 곰 같다는 바로 덕희다. 놈이 우습게도 꾸물거리고 엄동과 주림이 닥쳐와도 눈 하나 꿈뻑 없는 신청부(사소한 일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 사람)라 우리는 가끔 그 눈곱 낀 얼굴을 놀릴 수 있을 만치 흥미를 느낀다. 여보게 이 겨울엔 어떻게 지내려나. 올..

문학/소설전문 2021.04.09

떠나가는 배 - 박용철

나 두 야 간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 거냐 나 두 야 가련다 아늑한 이 항군들 손쉽게야 버릴 거냐 안개같이 물 어린 눈에도 비치나니 골짜기마다 발에 익은 묏부리모양 주름살도 눈에 익은 아, 사랑하던 사람들 버리고 가는 이도 못 잊는 마음 쫓겨가는 마음인들 무어 다를 거냐 돌아다보는 구름에는 바람이 희살짓는다 앞 대일 언덕인들 마련이나 있을 거냐 나 두 야 가련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 거냐 나 두 야 간다 -박용철, '떠나가는 배' *묏부리 : 산봉우리 *고향 : ‘항구, 골짜기, 묏부리, 사랑하는 사람들, 구름' 화자가 아쉬움과 미련, 애착을 느끼는 대상 *희살짓는다 : 훼방놓는다 시낭송 감상하기 데스페라도 : 서부의 무법자, 모든 것을 잃고 절망에 빠진, 혹은 겁대가리를 상..

문학/현대운문 2021.04.09

한 - 박재삼

감나무쯤 되랴, 서러운 노을빛으로 익어 가는 내 마음 사랑의 열매가 달린 나무는! 이것이 제대로 벋을 데는 저승밖에 없는 것 같고 그것도 내 생각하던 사람의 등 뒤로 벋어 가서 그 사람의 머리 위에서나 마지막으로 휘드러질까 본데, 그러나 그 사람이 그 사람의 안마당에 심고 싶던 느꺼운 열매가 될는지 몰라! 새로 말하면 그 열매 빛깔이 전생(前生)의 내 전(全) 설움이요 전(全) 소망인 것을 알아내기는 알아낼는지 몰라! 아니, 그 사람도 이 세상을 설움으로 살았던지 어쨌던지 그것을 몰라, 그것을 몰라! -박재삼, '한' *느껍다 : 어떤 느낌이 마음에 북받쳐서 벅차다. 나는 그의 마음 씀씀이가 느꺼워 가슴이 뭉클해졌다. 시낭송 감상하기 핵심 정리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성격 : 애상적, 회의적, 영탄적 ..

문학/현대운문 2021.04.08

[2022 수능 특강] 문학 작품 갈래별 목록. 1994~2021 수능 출제 분석

[2022 수능 특강 - 문학] 수특 문학 작품 갈래별 137편 (수능 출제 문학 분석 ) 고전시가 40편 + 현대시 38편 + 고전산문 21편 + 현대소설 24편 + 극수필 14편 = 총 137편 *검색 시 다양한 사이트의 검증된 글을 보기 위한 링크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1. 고전 시가 (40) 구분 작품 작가 기출 1 부벽루 이색 2 고시 7 정약용 3 청산별곡 작자미상 4 공무도하가 백수 광부의 아내 5 모죽지랑가 득오 6 가시리 작자미상 2000 7 정석가 작자미상 8 몽천요 윤선도 1995 오우가, 2000 어부사시사 9 꿈으로 차사를 삼아 ~ 이정보 10 방옹시여 신흠 2021 창 밧긔 워석버석 ~ 구분 작품 작가 기출 11 우국가 이덕일 12 거창가 작자미상 13 향산별곡 작자미상 14 규..

국어/수능 2021.04.03

두만강 - 김규동

얼음이 하도 단단하여 아이들은 스케이트를 못 타고 썰매를 탔다. 얼음장 위에 모닥불을 피워도 녹지 않는 겨울 강. 밤이면 어둔 하늘에 몇 발의 총성이 울리고 강 건너 마을에서 개 짖는 소리 멀리 들려 왔다. 우리 독립군은 이런 밤에 국경을 넘는다 했다. 때로 가슴을 가르는 섬뜩한 파괴음은 긴장을 못 이긴 강심 갈라지는 소리. 이런 밤에 나운규는 '아리랑'을 썼고 털모자 눌러 쓴 독립군은 수많은 일본군과 싸웠다. 지금 두만강엔 옛 아이들 노는 소리 남아 있을까? 강 건너 개 짖는 소리 아직 남아 있을까? 통일이 오면 할 일도 많지만 두만강을 찾아 한번 목놓아 울고 나서 흰 머리 날리며 씽씽 썰매를 타련다. 어린 시절에 타던 신나는 썰매를 한번 타 보련다. -김규동, '두만강' 시낭송 감상하기 핵심 정리 •..

문학/현대운문 2021.04.01

겨울밤 - 박용래

잠 이루지 못하는 밤 고향집 마늘밭에 눈은 쌓이리. 잠 이루지 못하는 밤 고향집 추녀밑 달빛은 쌓이리. 발목을 벗고 물을 건너는 먼 마을. 고향집 마당귀 바람은 잠을 자리. - 박용래, '겨울밤' 시낭송 감상하기 핵심 정리 • 갈래 : 자유시. 서정시 • 율격 : 내재율 • 성격 : 향토적, 애상적, 전원적 • 표현 : 감각적. 반복과 병렬. 표현의 절제 • 구성 - 1행 : 겨울밤의 향수(눈) --- - 2행 : 겨울밤의 향수(달빛) -- - 3행 : 주체할 수 없는 향수 -- - 4행 : 향수를 달래는 마음 --- • 제재 : 겨울밤 • 주제 : 고향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 • 출전 : (1969) 작가 박용래(朴龍來, 1925년 8월 24일 ~ 1980년 11월 21일) 시인. 1925년 충청남도 논..

문학/현대운문 2021.03.25

해당화 - 한용운

당신은 해당화 피기 전에 오신다고 하였습니다. 봄은 벌써 늦었습니다. 봄이 오기 전에는 어서 오기를 바랐더니, 봄이 오고 보니 너무 일찍 왔나 두려워합니다. 철모르는 아이들은 뒷동산에 해당화가 피었다고 다투어 말하기로 듣고도 못 들은 체하였더니, 야속한 봄바람은 나는 꽃을 불어서 경대 위에 놓습니다그려. 시름없이 꽃을 주워서 입술에 대고 ‘너는 언제 피었니’ 하고 물었습니다. 꽃은 말도 없이 나의 눈물에 비쳐서 둘도 되고 셋도 됩니다. - 한용운, '해당화' *경대(鏡臺) : 거울을 버티어 세우고 그 아래에 화장품 따위를 넣는 서랍을 갖추어 만든 가구. 시낭송 감상하기 핵심 정리 • 갈래 : 자유시, 서정시 • 성격 : 상징적, 여성적, 독백적, 애상적 • 제재 : 해당화 • 주제 : 돌아올 기약을 어긴..

문학/현대운문 2021.03.24

두견 - 김영랑

울어 피를 뱉고 뱉은 피 도로 삼켜 평생을 원한과 슬픔에 지친 작은 새, 너는 너른 세상에 설움을 피로 새기러 오고 네 눈물은 수천 세월을 끊임없이 흐려 놓았다. 여기는 먼 남쪽 땅 너 쫓겨 숨음직한 외딴 곳, 달빛 너무도 황홀하여 호젓한* 이 새벽을 송기한* 네 울음 천 길 바다 밑 고기를 놀래이고, 하늘가 어린 별들 버르르 떨리겠구나. 몇 해라 이 삼경(三更)*에 빙빙 도는 눈물을 씻지는 못하고 고인 그대로 흘리웠느니, 서럽고 외롭고 여윈 이 몸은 퍼붓는 네 술잔에 그만 지늘꼈느니*, 무섬증 드는 이 새벽까지 울리는 저승의 노래 저기 성(城) 밑을 돌아나가는 죽음의 자랑찬 소리여, 달빛 오히려 마음 어둘 저 흰 등 흐느껴 가신다. 오래 시들어 파리한* 마음마저 가고지워라. 비탄의 넋이 붉은 마음만 낱..

문학/현대운문 2021.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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