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지류에 서서
신석정
강물 아래로 강물 아래로
한 줄기 어두운 이 강물 아래로
검은 밤이 흐른다.
은하수가 흐른다.
낡은 밤에 숨막히는 나도 흐르고
은하수에 빠진 푸른 별이 흐른다.
강물 아래로 강물 아래로
못 견디게 어두운 이 강물 아래로
빛나는 태양이
다다를 무렵
이 강물 어느 지류에 조각처럼 서서
나는 다시 푸른 하늘을 우러러 보리…….
- 1.강의 원줄기로 흘러들어 가거나 갈려 나온 물줄기
- 2.한 갈래 안에서 생각의 차이로 여럿으로 갈라지는 것 (다음 사전)
지류1 (支流)
[명사]
1. 강의 원줄기로 흘러들거나 원줄기에서 갈려 나온 물줄기.
2. 학설이나 정당 따위의 주류에서 갈라져 나와 한 파를 이룸. 또는 그렇게 이룬 파. (네이버 사전)
핵심 정리
• 갈래 : 자유시, 서정시
• 작가 : 신석정(辛石汀, 1907∼1974)
• 운율 : 내재율
• 표현 : 반복법, 의인법(자연과 동화된 화자의 모습을 효과적으로 보여줌)
• 어조 : 신념과 의지에 찬 어조
• 성격 : 서정적, 의지적, 이상적
• 특징 : 대립적 심상, 시어와 시구를 반복, 시상의 급격한 전환 등으로 주제를 드러냄
• 어둠과 밝음의 대립
- 어둠 : 어두운 이 강물, 검은 밤-은하수, 푸른 별
- 밝음 : 빛나는 태양, 푸른 하늘
• 제재 : 지류, 강물
• 주제 : 굳센 삶의 의지와 이상의 추구(현실을 극복하며 살아가는 이상)
• 출전 : [문장](1941)
이해와 감상
작품 안에서 화자는 강물을 바라보고 있다. 강물은 흘러간다는 속성도 있고 그대로 비추어 낸다는 속성도 있다. 이 시에서의 강물은 계속 이어져 가는 현실을 의미하기도 하고, 어두운 밤을 강물 속에 그대로 비추어 내기도 한다. 화자는 이 강물의 거센 중심이 아닌 한쪽 지류에 서 있다. 지금은 강물이 어두운 밤을 비추고 있지만, 언젠가 빛나는 태양이 떠올라 푸른 하늘을 우러러 볼 순간이 올 것을 믿고 화자는 그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이 작품이 창작된 시대적 상황을 떠올려 볼 때, 어두운 밤하늘이 비치는 강물은 일제하의 탄압 속에서 현실을 의미한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즉, 화자가 바라보는 현실은 숨막히고 암울하지만, 언젠가 강물 속으로 푸른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것처럼 밝은 시대가 올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것이다.
[신석정의 시세계]
신석정의 문학 사상은 단일하게 논의될 수 없다. 그의 첫 시집 [촛불]이 나왔을 때에 신석정은 전원 시인, 목가 시인으로 평가받았는데 이는 그가 고향 부안으로 귀향하여 전원 생활을 서정적으로 형상화하였기 때문이다. 두 번째 시집 [슬픈 목가]에서부터 시인은 조금씩 현실을 인식하기 시작하며 역사적인 시련 아래서 느끼는 상실감과 공허함을 드러낸다. 그 후 해방이 되자 새롭게 열릴 역사를 노래하고, 이어서 한국 전쟁과 같은 민족 수난기의 가난과 정신적인 고통을 겪는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과정 속에서도 역사에 대한 올바른 관점을 정립하여 이후 이승만 독재 정권과 군사 정권, 유신 독재 등의 온갖 역경 속에서도 지식인다운 곧은 지조를 보이고자 하였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검열의 문턱을 쉽게 넘지 못하여 문초를 받게 되는 여러 가지 고통을 겪게 된다. 다섯 번째 시집 [대나무 소리]에서는 이러한 어려움에서도 대나무와 같이 꺾이지 않는 시인의 지조의 정신이 서정적으로 형상화되어 있으나, 첫 시집만큼의 서정성이 돌아왔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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