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현대운문

우리가 물이 되어 - 강은교

열공햐 2021. 2. 2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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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물이 되어

 

강은교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

우리가 키 큰 나무와 함께 서서

우르르 우르르 비 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흐르고 흘러서 저물녘엔

저 혼자 깊어지는 강물에 누워

죽은 나무 뿌리를 적시기도 한다면.

아아, 아직 처녀인

부끄러운 바다에 닿는다면.

 

그러나 지금 우리는

불로 만나려 한다.

벌써 숯이 된 뼈 하나가

세상에 불타는 것들을 쓰다듬고 있나니

 

만 리 밖에서 기다리는 그대여

저 불 지난 뒤에 흐르는 물로 만나자.

 

푸시시 푸시시 불 꺼지는 소리로 말하면서

올 때는 인적 그친

넓고 깨끗한 하늘로 오라.

 

 

 

핵심 정리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성격 : 상징적, 의지적

제재 : 물의 흐름과 만남

주제 : 순수한 마음으로 만나는 삶. 원시적 생명력과의 만남에 대한 희구

표현 

'물이 되어 만난다면'이라는 가정법 문장으로 만남에 대한 소망을 물과 불의 상징적 이미지를 통해 형상화하였는데, 일반적으로 물은 화합, 생성, 정화를 나타내며, 불은 갈등, 투쟁, 소멸등을 상징함

이별의 고통을 뛰어 넘어, 만나고 싶은 열망, 만남에 대한 기대를 적극적, 능동적 자세로 노래하였으며, 물과 불의 이미지로 만남을 노래한 것이 특징이다.

구성

1,2: 물이 되어 만나고 싶은 심정

3: 물과 불의 대비

4: 불이 지난 뒤의 만남

5: 만남에 대한 희구

출전 : < 우리가 물이 되어 (1986)>

 

 

 

이해와 감상

  이 시는 개성 있는 발상에 의해 '만남'을 노래한 자유시이다. '''''우리'로 합일(合一)시킬 수 있는 매체인 물의 현상에 비겨 노래했다. 곧 이 시는 이별의 슬픔이나 고통, 한스러움의 부정적인 상황을 탈피하여 만나고 싶은 열망, 만남에 대한 기대감을 표출하고 있다.

 

이 시의 구조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

우리가 키 큰 나무와 함께 서서

우르르 우르르 비 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흐르고 흘러서 저물녘엔

저 혼자 깊어지는 강물에 누워

죽은 나무 뿌리를 적시기도 한다면.

아아, 아직 처녀인

부끄러운 바다에 닿는다면.

 

1,2연에서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그래서 이 세상의 가뭄을 해소시켜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라고 노래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불로 만나려 한다.

벌써 숯이 된 뼈 하나가

세상에 불타는 것들을 쓰다듬고 있나니

 

3연에서 그러나 지금 우리는 불로 만나려 한다고, 물의 세계와 불의 세계를 대비시키고 있다.

 

만 리 밖에서 기다리는 그대여

저 불 지난 뒤에 흐르는 물로 만나자.

 

푸시시 푸시시 불 꺼지는 소리로 말하면서

올 때는 인적 그친

넓고 깨끗한 하늘로 오라.

 

4,5연에는 만 리 밖에서 기다리는 그대여불이 다 지난 다음에 물이 되어서 만나자는 내용이 나온다.

 

  물, , 그리고 불을 감싸는 물의 세계, 따라서 보편적인 이미지라고 할 수 있는 ’, ‘이 이 시의 중심이 된다.

이 시에서 은 주체와 객체를 우리로 만나게 하는 매체이며, 가뭄으로 상징되는, 기계 문명의 편의성에 물들어 타인과의 교감 없이 메말라 가는 삶의 고독을 해소시켜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물이 유동적이면서 서로 완벽하게 하나로 섞일 수 있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우리가 물로 만나 흐를 때, 비로소 힘을 지니어 현대 사회의 여러 병폐에 찌들어 사라져 버리는 것들에 새 생명을 부여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면 불은 무엇인가? '불'은 삶의 기본 원리가 되는 물의 이미지와 대비되는 것으로 죽음, 파괴, 파멸 등 바람직하지 않은 삶의 방향을 상징한다. 이제, 이 불이 모든 것들을 깨끗하게 태우고 지나간 후에 넓고 깨끗한 하늘에서 만나자는 것은 단순한 연인이나 친구가 아닌, 원시적 생명력과의 만남, 합일에의 희구(希求, 바라고 구함)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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