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현대운문

은행나무 - 곽재구

열공햐 2021. 2. 25.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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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

 

곽재구

 

 

너의 노오란 우산깃 아래 서 있으면

아름다움이 세상을 덮으리라던

늙은 러시아 문호의 눈망울이 생각난다

맑은 바람결에 너는 짐짓

네 빛나는 눈썹 두어 개를 떨구기도 하고

누군가 깊게 사랑해 온 사람들을 위해

보도 위에 아름다운 연서를 쓰기도 한다

신비로와라 잎사귀마다 적힌

누군가의 옛추억들 읽어 가고 있노라면

사랑은 우리들의 가슴마저 금빛 추억의 물이 들게한다

아무도 이 거리에서 다시 절망을 노래할 수 없다

벗은 가지 위 위태하게 곡예를 하는 도롱이집 몇 개

때로는 세상을 잘못 읽은 누군가가

자기 몫의 도롱이집을 가지 끝에 걸고

다시 이땅 위에 불법으로 들어선다 해도

수천만 황인족의 얼굴 같은 너의

노오란 우산깃 아래 서 있으면

희망 또한 불타는 형상으로 우리 가슴에 적힐 것이다.

 

    

 

 

핵심 정리

갈래 : 현대시, 자유시, 서정시

계절적 배경 : 가을

시대적 배경 : 암울하고 부정적 현실

주제 : 은행나무에서 배우는 의연한 삶의 모습

출전 : <받들어 꽃>(1991)

 

 

 

   

작가 곽재구(1954 ~ )

  전남 광주 출생. 전남대 국문과 졸업. 1981<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사평역에서당선. <오월시> 동인.

 

  그의 시에서는 이름 없이 살아가는 이웃들의 사랑과 슬픔이 응축되어 표현되고 있고, 이를 통하여 민족 정체성을 위협하는 정치적 상황에 맞서는 강력하고 넉넉한 정신을 드러내고 있다.

 

  시집으로는 <사평역에서>(창작과비평사, 1983), <전장포 아리랑>(민음사, 1985), <한국의 연인들>(전예원, 1986), <서울 세노야>(문학과지성사, 1990) 등이 있다.

 

 

 

이해와 감상

  은행나무라는 자연물을 인격화시키고 다양한 비유와 상징을 활용하여 인간의 삶을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이다. 화자는 지금 부정적인 현실 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그로 인해 절망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은행나무는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그 모습을 지켜나가고 있기에 화자는 여기에서 현실을 이겨나가겠다는 의지를 배우고 있다. 자연물이 인간에게 삶에 대한 새로운 태도를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사평역에서 로 당선한 #곽재구 시인의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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