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江) 서정인 "눈이 내리는 군요." 버스 안. 창쪽으로 앉은 사나이는 얼굴빛이 창백하다. 실팍한 검정외투 속에 고개를 웅크리고 있다. 긴 머리칼은 귀 뒤로 고개 위에 덩굴 줄기처럼 달라붙었는데 가마 부근에서는 몇 낱이 하늘을 향해 꼿꼿이 섰다. "예. 진눈깨빈데요." 그의 머리칼 위에 얹힌 큼직큼직한 비듬들을 바라보고 있던 옆엣 사람이 역시 창밖으로 시선을 던진다. 목소리가 굵다. 그는 멋내는 것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하얀 목도리가 밤색 잠바 속으로 그의 목을 감싸 넣어 주고 있다. 귀앞머리 끝에는 면도 자국이 신선하다. 그는 눈발 빗발 섞여 내리는 창밖에 차츰 관심을 모으기 시작한다. 버스는 이미 떠날 시간이 지났는데도 태연하기만 하다. "뭐? 아, 진눈깨비! 참 그렇군." 그들 등 뒤에서 털실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