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자소전(兪子小傳) -이문구 〈전략〉 5 1970년, 내가 지금의 세종문화회관 자리에 있던 예총회관의 문인협회 사무실에서 협회 기관지 「월간 문학」을 편집하고 있을 어름이었다. 어느 날 난데없이 유자가 불쑥 찾아왔다. 10년도 넘어 된 해후였다. 이산(怡山)의 시처럼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했더니, 그는 재벌 그룹 총수의 승용차 운전수가 되고, 나는 글이라고 끄덕거려 봤자 누구 하나 알아주는 이가 없는 무명 작가가 되어서 다시 만나게 된 것이었다. 그가 잡지를 보다가 우연히 나를 알아보고, 그 잡지사에 전화로 내 소재를 찾는 번거로운 절차를 무릅쓰고 찾아온 데에는 그 나름의 속셈이 한 가지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대학 교수의 부인이 된 자기 누이동생을 내게 중매해 봤으면 하고 찾아본 것이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