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산이 흰 구름을 지니고 살 듯
내 머리 위에는 항상 푸른 하늘이 있다.
하늘을 향하고 산림(山森)처럼 두 팔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숭고한 일이냐.
두 다리는 비록 연약하지만 젊은 산맥으로 삼고
부절히 움직인다는 둥근 지구를 밟았거니······
푸른 산처럼 든든하게 지구를 디디고 사는 것은 얼마나 기쁜 일이냐.
뼈에 저리도록 생활은 슬퍼도 좋다.
저문 들길에 서서 푸른 별을 바라보자!
푸른 별을 바라보는 것은 하늘 아래 사는 거룩한 나의 일과이거니······
- 신석정, '들길에 서서'
≪문장(文章)≫ (1936. 9.)
*부절히(不絕히) : [부사] 끊이지 아니하고 계속.
시낭송 | 감상하기 |
핵심 정리
갈래:자유시, 서정시
성격:비유적, 의지적, 희망적
제재:저물녘의 들길
주제:현실의 어려움을 이겨 내고자 하는 굳센 삶의 이지와 이상 추구
특징:
① 비유적이고 상징적인 시어 사용
② 직서적인 어조를 통해 화자의 정서를 직접적으로 드러냄.
③ 대립적 심상의 두 세계를 대조시켜 주제를 부각시킴.
작가 신석정(1907-1974)
본명은 석정(錫正)이며, 아호는 석정(夕汀)이다. 전라북도 부안군 부안읍 선은동에서 태어났다. 동국대학교의 전신인 불교전문강원(佛敎專門講院) 국어국문학과에서 수학했다. 잔잔한 전원적인 정서를 음악적인 리듬에 담아 노래하는 서정시인. <촛불>, <슬픈목가> 등의 시집들이 있다.
1931년 《시문학》으로 등단. 3호부터 동인으로 참여하면서 작품활동을 본격화, 그해에 《선물》 《그 꿈을 깨우면 어떻게 할까요》 등을 발표했고, 계속 《나의 꿈을 엿보시겠읍니까》 《봄의 유혹》 《어느 작은 풍경》 등 목가적인 서정시를 발표하여 독보적인 위치를 굳혔다.
8 ·15광복 후에는 시작(詩作)과 후진 양성에 전념했고, 저서로는 초기의 주옥 같은 전원시가 주류를 이룬 제1시집 《촛불》(1939)과, 역시 8 ·15광복 전의 작품을 묶은 제2시집 《슬픈 목가(牧歌)》(1947), 그 뒤 계속 《빙하(氷河)》 《산의 서곡(序曲)》 《대바람 소리》 등의 시집을 간행했다. 전형적인 자연 시인이라 불리는 그의 작품은 심화된 자연숭배의 사상이 짙고 특히 산을 즐기고 산에서 배우며, 산을 사유하면서 자연을 노래한, 소박하고 간결한 형식이 많았는데, 후기에 와서는 인생과 현실을 비판하기도 하였다.
이해와 감상
이 시는 시인이 현실에 대한 관심이 직접적으로 표출(시인의 내면 세계가 대상을 통해 외부로 확산)한 작품이다. 신석정의 초기시는 현실에 대한 관심이 녹아 있기는 하나 대부분 '전원적'인 분위기로 나타난다.
이 시는 '밤'으로 상징되는 현실 생활의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별'을 바라보며 희망을 지니고 살아가려는 의지를 노래하고 있다. 대비되는 소재들은 시인의 삶에 일제 치하의 암담한 식민지 현실에서 벗어나 고통스럽고 뼈저린 삶의 중압감을 이겨내게 하는 힘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이런 주제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시인은 두 세계를 대립시켜 설정해 놓았다.
첫 번째 세계는 '화자가 존재하는 현실의 세계'이다. 이곳은 이미 어두워져 버린 공간과 시간으로 설정되었다. 그래서 이 세계에서의 삶은 뼈에 저리도록 슬픈 일이다. 그러나 이렇게 살아가는 ‘나’이지만 결코 연약하지만은 않아서 푸른 산과 같이 든든하게 지구를 디디고 산다.
바로 이러한 까닭에 두 번째 세계인 '푸른 별의 세계'가 열리는 것이다. 그래서 이 시에서는 ‘별’의 이미지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띄게 된다. 하늘의 별을 바라다보는 것은 이상과 꿈을 향해 있다는 뜻이다. 더욱이 슬픈 현실 속에서 별을 바라다보는 일은 절실한 일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화자는 슬픈 현실 속에서 별(이상과 꿈)을 바라보는 것을 ‘거룩한 나의 일과’라 하고 있다.
푸른 산이 흰 구름을 지니고 살 듯
내 머리 위에는 항상 푸른 하늘이 있다.
하늘을 향하고 산림(山森)처럼 두 팔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숭고한 일이냐.
1,2연의 푸른 산은 화자 자신과 동일시하는 대상이며, 푸른 하늘은 희망과 이상을 상징한다.
하늘을 향하고 산림(山森)처럼 두 팔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은 이상과 희망을 지닌 긍정적 삶의 태도(나무와 인간의 형태의 유사성 이용)로 희망과 이상을 가지고 사는 삶의 숭고함을 드러낸다.
두 다리는 비록 연약하지만 젊은 산맥으로 삼고
부절히 움직인다는 둥근 지구를 밟았거니······
푸른 산처럼 든든하게 지구를 디디고 사는 것은 얼마나 기쁜 일이냐.
3,4연의 푸른 산처럼 든든하게 지구를 디디고 사는 것의 의미는 어려운 현실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굳건히 살아가는 자세로 연약하지만 굳센 의지로 살아가는 삶의 기쁨을 말하고 있다.
뼈에 저리도록 생활은 슬퍼도 좋다.
저문 들길에 서서 푸른 별을 바라보자!
푸른 별을 바라보는 것은 하늘 아래 사는 거룩한 나의 일과이거니······
5,6연의 뼈에 저리도록 생활은 슬퍼도 좋다는 말을 통해 절망하지 않는 강한 의지의 역설적 표현을 통해 미래에 대한 이상과 희망을 보여준다.
저문 들길에 서서 푸른 별을 바라보자!는 이시의 주제행으로
저문 들길에서 푸른 별을 바라보는 거룩한 나의 일과로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반복되는 시인의 일과는 고통스러운 현실 속에서도 끊임없이 희망을 잃지 않는 굳센 삶의 의지와 이상을 추구하는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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