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현대운문

폭포 - 김수영

열공햐 2021. 6. 19.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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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는 곧은 절벽을 무서운 기색도 없이 떨어진다.

규정할 수 없는 물결이
무엇을 향하여 떨어진다는 의미도 없이
계절과 주야를 가리지 않고
고매한 정신처럼 쉴 사이 없이 떨어진다.

금잔화도 인가도 보이지 않는 밤이 되면
폭포는 곧은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곧은 소리는 소리이다.
곧은 소리는 곧은
소리를 부른다.

번개와 같이 떨어지는 물방울은
취(醉)할 순간(瞬間)조차 마음에 주지 않고
나타(懶惰)*와 안정을 뒤집어 놓은 듯이
높이도 폭도 없이
떨어진다.

 

폭포 - 김수영 

 

*나타: 나태, 게으름

 

 

핵심 정리

•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주지시
• 성격 : 관념적, 상징적, 참여적, 주지적 
• 어조 : 의지적이고 강인한 어조
• 제재 : 폭포
• 주제 : 부조리한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저항 정신과 의지 
• 특징 :
  ① 구체적 자연 현상으로 추상적 인간의 내면세계를 형상화 
  ② '떨어진다'는 동일한 시어 및 시구를 반복하여 운율을 형성하고 의미를 강조
  ③ 감각적이고 비유적인 표현을 통해 대상의 이미지를 선명하게 드러냄

• 구성 :
   1 연 : (도입 - 기) 폭포의 사나운 낙하 기세 - 폭포의 외적 모습 (무서운 기색도 없이 떨어짐)
   2 연 : (첨가 - 승) 폭포의 쉼 없는 낙하 운동 - 폭포의 내적 속성 (폭포의 정신) 
  3,4연 : (전환 - 전) 폭포의 요란한 굉음과 그 의미 - 폭포의 소리 (선구자적 행동) 
   5 연 : (정리 - 결) 폭포의 낙하 기세와 굉음의 의미에 대한 도취 - 폭포의 정신 (나타와 안정을 부정) 
 

 

김수영(金洙暎, 1921년 11월 27일 ~ 1968년 6월 16일)

  대한민국의 시인으로 본관은 김해(金海)이다. 김수영은 1921년 11월 27일 서울에서 지주였던 아버지 김태욱(金泰旭)과 어머니 안형순(安亨順) 사이의 장남으로 태어나, 1968년 6월 16일 사망하였다. 

 

  김수영이 태어날 무렵부터 집안이 기울긴 했지만, 유년을 비교적 유복하게 보냈다. 김수영의 백부 김태흥에게 아들이 없었기에 집안의 장손이나 다름없었던지라 김수영은 온 집안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자랐다. 

  선린상업학교(현 선린인터넷고등학교) 재학 시절에는 시인 오스카 와일드의 작품들을 외워 읽을만큼 영어 실력이 유창했다고 한다. 

  또한 작품 중 완전히 일본어로만 작성된 글도 있다. 당시 일제 치하에서 성장했던 한국인들은 자의든 타의든 일본어에 유창한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는 친일 행위 같은 것이 아니라, 힘든 삶을 벗어나 살고 싶다는 식의 푸념 같은 글들이므로 오해하면 안 된다. 아울러 김수영이 쓴 일본어 문헌은 제2차 세계 대전 이전 일본어의 영향인지, 지금은 히라가나로 쓰여야 할 부분에 가타카나가 쓰이는 방식이었다. 

  1941년 선린상업학교를 졸업하고 일본의 도쿄상과대학에 입학하였다. 1943년 학병 징집을 피해 귀국하여 가족들과 함께 만주 지린성으로 이주했다가 8.15 광복과 함께 귀국하였다. 귀국 후에는 심영 등과 함께 공연을 하다가 1946년부터 본격적으로 시 창작을 시작하였다. 이후 연희전문학교 영문과 4학년에 편입하여 잠시 수학했으나 중퇴하였으며, 1945년 예술부락에 〈묘정(廟庭)의 노래〉를 발표하면서 등단한 후 김경린, 박인환과 함께 시집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을 발표하여 주목을 끌었다. 

  6.25 전쟁 때 서울을 점령한 북한군에 의용군으로 징집되었으나 탈출한다. 그러나 패잔병 추적에 나선 경찰에 체포되어 거제도 포로수용소로 압송되었고 3년 만에 민간인억류자로 석방되었다. 이후 통역 일과 잡지사, 신문사를 전전하며 시작과 번역에 전념하였다. 

  김수영이 시대와 예술가, 혹은 지식인의 참여라는 문제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고 나름의 활동을 하게 된 것은 4.19 이후의 일이었다. 1960년대로 접어들어서도 김수영은 여전히 양계와 번역료로 생활하면서 버젓한 직장을 가지지 않았으며, 시·시론·시평 등을 통해 우리 사회의 후진성과 허위 의식을 비판하고 진정한 참여를 하지 못하는 자기 자신을 비난하는 성격의 글들을 발표하였다 그의 이러한 성격은 수능 단골이 되는 계기가 된다 . 

  그토록 왕성한 활동을 벌이던 김수영은 1968년 6월 15일 문우들과 가졌던 술자리에서 귀가하던 중 과속버스에 치였다. 의식을 잃은 채 적십자병원을 실려가 응급치료를 받았으나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다음날인 6월 16일 유명을 달리 하였다. 신동엽이 「지맥 속의 분수」라는 조사(弔辭)에서 언급했다시피 그렇게 “어두운 시대의 위대한 증인을 잃었다”. 


  김수영 시인은 비판적이고 철학적인 시를 통해 당대의 상황을 표현하고, 자유주의를 노래하였다. 스스로 자신의 시어가 평범하다고 했지만, 시와 산문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말(언어)에 대한 그의 생각은 매우 진보적이다. 김수영은 일체의 정립된 언어와 고정된 언어를 부정직한 것으로 여겼다. 그의 언어는 관습의 언어가 아니라 “자기의 언어”이며, 대물림한 언어가 아니라 새로운 의미를 담고 있는 언어다. 김수영의 시에는 한자어와 영어와 일본어가 동시에 등장하고, 문어와 구어가 구별 없이 사용되며, 관념어와 구체어가 섞여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그가 즐겨 사용한 한자어, 일본어, 영어, 속어, 구어, 관념어 등은 어느 하나의 지배적 언어로 귀속되려는 언어에 대한 경계가 된다.

 

  초기에는 모더니즘의 경향을 보였는데, 1950년대 한국의 모더니즘은 새로운 현실 인식과 사회적 실천은 결여되어 있었다. 김수영은 한국의 이러한 모더니즘에 대한 강렬한 비판자이면서 그 스스로도 철저한 모더니스트였다. 그러나 4.19 혁명을 고비로 점차 강렬한 현실 의식을 추구하는 쪽으로 전환했는데, 시를 통해 사회적 실천과 새로운 현실 인식을 강조하였다. 날카로운 현실 인식을 드러내는 계기가 된 사건이 바로 4·19였다. 이를 통해 형식에만 치우친 한국 모더니즘을 사회 의식이라는 내용성도 포함시킨 것으로 한 단계 발전시켰다. 주로 자기 고백의 직설적인 어조로 소시민의 자기 각성, 지식인의 정직한 고뇌, 자유가 억압된 현실에 대한 항의를 다루며 ‘온몸’의 시학을 주창했다. 

 
  김수영은 자신의 시세계를 모더니즘과 리얼리즘을 극복한 곳에 자리하고 싶었던 시인이다. 때문에 그의 시를 모더니즘과 리얼리즘을 넘어 열린 시각으로 읽어야 그의 시세계를 온전히 파악할 수 있다.

 

 

 

이해와 감상

  이 시는 계절과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곧고 거침없이 떨어지는 ‘폭포’의 역동적 이미지를 통해, 부정적 현실을 거부하고 자유와 정의를 향해 힘차게 나아가고자 하는 올곧은 삶의 자세를 비유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절벽에서 두려움 없이 곧게 떨어지는 폭포의 모습을 통해 어떤 타협도 망설임도 없다. 폭포처럼 단순하고도 힘찬 언어는 부끄러움 없는 삶의 자세를 보여준다. 계절과 주야를 가리지 않고 떨어져 내리는 폭포의 기상은 굴종이나 무기력을 용납하지 않는 고매한 정신의 표상이다.

 

폭포는 곧은 절벽을 무서운 기색도 없이 떨어진다. 

 

  1연은 ‘폭포’의 외형적 모습에 대한 묘사를 통해 이 시의 전체 내용을 개관하여 제시한다.


규정할 수 없는 물결이 
무엇을 향하여 떨어진다는 의미도 없이 
계절과 주야를 가리지 않고 
고매한 정신처럼 쉴 사이 없이 떨어진다. 

 

  2연은 1연에서 제시한 떨어지는 폭포의 모습에 화자가 지향하는 정신적 가치를 부여하여 표현한 것이다. ‘규정할 수 없는’ 폭포의 ‘고매한 정신’은 현실적 효용이나 세속적 욕망 따위의 그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고 일체의 억압으로부터 자유로워지려는 인간의 정신적 지향을 나타낸다. 


금잔화도 인가도 보이지 않는 밤이 되면 
폭포는 곧은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곧은 소리는 소리이다. 
곧은 소리는 곧은 
소리를 부른다. 

 

  3~4연에서 폭포는 화자가 처한 현실적 상황을 비유하고 있는 ‘밤’을 뚫고 떨어진다. 잘못된 현실을 비판하는 ‘곧은 소리’는 정의로움을 추구하는 양심의 소리이며, 그것은 또 다른 ‘곧은 소리’를 불러일으키는 자기희생적 선구자의 소리일 수밖에 없다. 


번개와 같이 떨어지는 물방울은 
취(醉)할 순간(瞬間)조차 마음에 주지 않고 
나타(懶惰)와 안정을 뒤집어 놓은 듯이 
높이도 폭도 없이 
떨어진다. 

 

  마지막 5연은 역설적 표현을 통해 폭포의 절대적 자유로움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면서 끝맺고 있다. ‘높이도 폭도 없이 떨어진다.’라는 모순된 표현은 폭포가 지향하고자 하는 정신, 곧 부정적 현실에 안주하는 소시민적이고 안이한 삶의 태도를 과감히 거부하고 절대적 자유로움을 지향하는 시인의 치열한 정신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떨어진다’ 라는 시어의 반복으로 ‘폭포’의 역동적 리듬을 보여주면서 시인의 의도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폭포는 ‘무서운 기색도 없이도 떨어진다.’두려움 없이 쉬지 않고 세상과 맞서는 비판과 저항의 정신이자 굴복하거나 타협하지 않는 양심의 자세이다. ‘곧은 소리’를 내고 있는 것은 부조리한 현실에 맞서는 정의로운 양심이며, ‘나타와 안정을 뒤집어’ 놓은 모습은 현실에 안주하거나 타협하지 않는 정신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폭포가 ‘높이도 폭도 없이’절대적인 자유로움을 지향하는 자세라고 볼 수 있다. 

  세차게 떨어지는 폭포의 물줄기시적 화자가 지향하는 추상적 의미를 반복적으로 부각시킨다. 4연을 제외한 각 연은 ‘떨어진다’를 반복하면서 점층적인 효과를 드러내고 있는데, 이는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진실된 양심의 외침이 끊임없이 확대되기를 갈구하는 시적 화자의 의지적 삶의 태도를 형상화한 것이다. 그리고 평범한 일상어의 산문적 리듬 속에서 ‘떨어진다’의 반복은 모든 연에서 각운(脚韻)의 효과를 주어 음악적 효과를 거두고 있다. 

 

 

참여문학

  '참여시'란 사전적으로는 ‘정치나 사회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비판적인 의식을 바탕으로 그 변화를 촉구하는 내용을 담은 시’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시의 순수함과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순수시’와는 대립적인 성격의 시적 경향으로, 현실의 부정적인 상황이나 부조리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그러한 현실을 바꾸어 보고자 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1960년대 전후에는 김수영과 신동엽 등이, 1970년대 이후에는 고은, 김지하 등이 대표적인 참여시인이다. 

 

  '참여문학'은 현실에 대해 비판적이고 사회 변혁에 실천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문학이념을 가리키는 포괄적인 개념이다. 참여문학은 작품 창작을 통해 현실에 개입하는 작가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다. 참여문학은 문학의 자율성을 인정한 상태에서 문학을 통한 유토피아적 지향을 표현하려는 실천적 문학관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측면에서는 어용문학(御用文學, 정부에 영합하여 그 정책을 옹호·찬양하는 문학)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참여문학'은 사르트르의 앙가주망을 통해 문학론으로 확립됐다. 앙가주망은 어떤 일을 행하기 위해 자신의 자유의지에 따라 선택한 '자기 구속'을 의미한다. 사르트르는 참여 개념을 통해 개인의 자유에 기반한 현실 세계 비판과 새로운 세계를 향해 자기 자신을 내던지는 실천적 행위를 옹호했다. 사르트르의 앙가주망은 특정 이데올로기에 문학이 복무해야 한다는 주장과는 거리가 멀다. 그의 앙가주망은 자유를 억압하는 모순된 상황과 부조리에 맞서 행하는 모든 문학적 실천을 포괄한다. 이를 위해서는 작가의 자유뿐만 아니라 타인의 자유를 위해서도 스스로 구속된 작가로서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꿈틀, 위키, 지학사, 천재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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