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이를 이해하기 위하여 김승옥 1. 축전(祝電) [가하] 오빠. 부호(符號)라는 걸 만든 이에게 평안 있으라. 엉망진창이 된 나의 감정을 감정의 뉘앙스라는 점에서는 완전히 인연 없는 의사(意思) 전달수단으로써 표현할 수 있는 이 신기함이여. 그렇지만 고향의 누이는 꽃봉투 속에 든 전문(電文) ―을 읽을 게 아니냐고? 맙쇼. 어깨 한 번 으쓱하면 다 통해 버리는 감정표시를 양영화에서 나는 좀 더 먼저 배운걸. 2. 프로필 김형. 우리는 취하기 위해서 세상에 태어난 게 아닐까요? 그렇지만 자칭 소설가라는 그 작자는 술에 취해서 벌개진 얼굴을 제법 심각하게 찌그러뜨려 가지고, 허지만, 형씨, 우리는 그리워하기 위해서 태어난 게 아닐까요? 그렇게 대답하며 이 작자는 자기의 턱에 듬성듬성 난 수염을 손으로 슬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