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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현대운문 64

껍데기는 가라 - 신동엽

껍데기는 가라. 사월(四月)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東學年)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것까지 내논 아사달과 아사녀가 중립(中立)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漢拏)에서 백두(白頭)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 신동엽 핵심 정리 - 갈래:자유시, 서정시, 참여시 - 성격:현실 참여적, 저항적, 직설적 - 구성 : 시상의 전개 1연 : 4월 혁명의 순수성 염원 2연 : 동학혁명의 순수성 염원 3연 : 민중(민족)의 대화합 4연 : 통일 조국의 순수성 염원 - 제재:외세의 지배에서 탈피해야 할 민족 현실 - 주제:진정하..

문학/현대운문 2021.06.18

질투는 나의 힘 - 기형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 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 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질투는 나의 힘 - 기형도 핵심 정리 - 갈래 : 자유시, 서정시 - 성격 : 회고적, 성찰적, 자조적, 영탄적 - 제재 : 젊은 날의 삶 - 주제 : 젊은 날의 삶에 대한 반성적 성찰 ..

문학/현대운문 2021.06.16

정념의 기(旗) - 김남조

내 마음은 한 폭의 기(旗) 보는 이 없는 시공(時空)에 없는 것모양 걸려 왔더니라. 스스로의 혼란과 열기를 이기지 못해 눈 오는 네거리에 나서면 눈길 위에 연기처럼 덮여 오는 편안한 그늘이여, 마음의 기(旗) 눈의 음악이나 듣고 있는가. 나에게 원이 있다면 뉘우침 없는 일몰(日沒)이 고요히 꽃잎인 양 쌓여 가는 그 일이란다. 황제의 항서(降書)와도 같은 무거운 비애(悲哀)가 맑게 가라앉은 하얀 모랫벌 같은 마음씨의 벗은 없을까. 내 마음은 한 폭의 기(旗) 보는 이 없는 시공(時空)에서 때로 울고 때로 기도드린다. 정념의 기(旗) - 김남조 *정념(情念) : 감정에 따라 일어나는, 억누르기 어려운 생각. *기(旗) : 깃발, 화자의 마음과 동일시되는 존재 핵심 정리 - 갈래 : 자유시, 서정시 - 성격..

문학/현대운문 2021.06.15

들국 - 김용택

산마다 단풍만 저리 고우면 뭐한다요. 뭐한다요. 산 아래 물빛만 저리 고우면 뭐한다요 산너머, 저 산 너머로 산그늘도 다 도망가불고 산 아래 집 뒤안 하얀 억새꽃 하얀 손짓도 당신 안 오는데 뭔 헛짓이다요 저런 것들이 다 뭔 소용이다요 뭔 소용이다요, 어둔 산머리 초승달만 그대 얼굴같이 걸리면 뭐헌다요 마른 지푸라기같은 내 마음에 허연 서리만 끼어 가고 저 달 금방 저불면 세상 길 다 막혀 막막한 어둠 천지일턴디 병신같이, 바보 천치같이 이 가을 다 가도록 서리밭에 하얀 들국으로 피어 있으면 뭐한다요, 뭔 소용이다요. -김용택, '들국' 시낭송 감상하기 쇼팽 Chopin 이별의 곡 Tristesse 핵심 정리 • 갈래 : 자유시, 서정시 • 성격 : 대조적, 자조적, 애상적 • 어조 : 그리움과 푸념, ..

문학/현대운문 2021.04.20

저 산이 날 더러 - 목월 시 운을 빌려 - 정희성

산이 날더러는 흙이나 파먹으라 한다 날더러는 삽이나 들라 하고 쑥굴헝에 박혀 쑥이 되라 한다 늘퍼진 날 산은 쑥국새 울고 저만치 홀로 서서 날더러는 쑥국새마냥 울라 하고 흙 파먹다 죽은 아비 굶주림에 지쳐 쑥굴헝에 나자빠진 에미처럼 울라 한다 산이 날더러 흙이나 파먹다 죽으라 한다 -정희성, '저 산이 날 더러 - 목월 시 운을 빌려' *굴헝 : ‘구렁1’의 방언(제주) - 1. 움쑥하게 파인 땅. 2. 빠지면 헤어나기 어려운 환경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시낭송 감상하기 핵심 정리 • 갈래 : 자유시, 서정시 • 성격 : 애상적 • 특징 : ① 시구 및 특정한 조사나 어미 등을 반복하여 시적 리듬감을 형성함. ② 수미상관의 구조를 통해 구조적 안정감, 의미 강조, 운율 형성, 여운을 줌. ③ 산이 화..

문학/현대운문 2021.04.19

백록담 - 정지용

1 絶頂(절정)에 가까울수록 뻑국채 꽃키가 점점 消耗(소모)된다. 한마루 오르면 허리가 슬어지고 다시 한마루 우에서 목아지가 없고 나종에는 얼골만 갸옷 내다본다. 花紋(화문)처럼 版(판)박힌다. 바람이 차기가 咸鏡道(함경도)끝과 맞서는 데서 뻑국채 키는 아조 없어지고도 八月(팔월)한철엔 흩어진 星辰(성진)처럼 爛漫(난만)하다. 山(산)그림자 어둑어둑하면 그러지 않어도 뻑국채 꽃밭에서 별들이 켜든다. 제자리에서 별이 옮긴다. 나는 여긔서 기진했다. 2 巖古蘭(암고란), 丸藥(환약) 같이 어여쁜 열매로 목을 축이고 살어 일어섰다. 3 白樺(백화) 옆에서 白樺(백화)가 髑髏(촉루)가 되기까지 산다. 내가 죽어 白樺(백화)처럼 흴것이 숭없지 않다. 4 鬼神(귀신)도 쓸쓸하여 살지 않는 한모통이, 도체비꽃이 낮에..

문학/현대운문 2021.04.17

떠나가는 배 - 박용철

나 두 야 간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 거냐 나 두 야 가련다 아늑한 이 항군들 손쉽게야 버릴 거냐 안개같이 물 어린 눈에도 비치나니 골짜기마다 발에 익은 묏부리모양 주름살도 눈에 익은 아, 사랑하던 사람들 버리고 가는 이도 못 잊는 마음 쫓겨가는 마음인들 무어 다를 거냐 돌아다보는 구름에는 바람이 희살짓는다 앞 대일 언덕인들 마련이나 있을 거냐 나 두 야 가련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 거냐 나 두 야 간다 -박용철, '떠나가는 배' *묏부리 : 산봉우리 *고향 : ‘항구, 골짜기, 묏부리, 사랑하는 사람들, 구름' 화자가 아쉬움과 미련, 애착을 느끼는 대상 *희살짓는다 : 훼방놓는다 시낭송 감상하기 데스페라도 : 서부의 무법자, 모든 것을 잃고 절망에 빠진, 혹은 겁대가리를 상..

문학/현대운문 2021.04.09

한 - 박재삼

감나무쯤 되랴, 서러운 노을빛으로 익어 가는 내 마음 사랑의 열매가 달린 나무는! 이것이 제대로 벋을 데는 저승밖에 없는 것 같고 그것도 내 생각하던 사람의 등 뒤로 벋어 가서 그 사람의 머리 위에서나 마지막으로 휘드러질까 본데, 그러나 그 사람이 그 사람의 안마당에 심고 싶던 느꺼운 열매가 될는지 몰라! 새로 말하면 그 열매 빛깔이 전생(前生)의 내 전(全) 설움이요 전(全) 소망인 것을 알아내기는 알아낼는지 몰라! 아니, 그 사람도 이 세상을 설움으로 살았던지 어쨌던지 그것을 몰라, 그것을 몰라! -박재삼, '한' *느껍다 : 어떤 느낌이 마음에 북받쳐서 벅차다. 나는 그의 마음 씀씀이가 느꺼워 가슴이 뭉클해졌다. 시낭송 감상하기 핵심 정리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성격 : 애상적, 회의적, 영탄적 ..

문학/현대운문 2021.04.08

두만강 - 김규동

얼음이 하도 단단하여 아이들은 스케이트를 못 타고 썰매를 탔다. 얼음장 위에 모닥불을 피워도 녹지 않는 겨울 강. 밤이면 어둔 하늘에 몇 발의 총성이 울리고 강 건너 마을에서 개 짖는 소리 멀리 들려 왔다. 우리 독립군은 이런 밤에 국경을 넘는다 했다. 때로 가슴을 가르는 섬뜩한 파괴음은 긴장을 못 이긴 강심 갈라지는 소리. 이런 밤에 나운규는 '아리랑'을 썼고 털모자 눌러 쓴 독립군은 수많은 일본군과 싸웠다. 지금 두만강엔 옛 아이들 노는 소리 남아 있을까? 강 건너 개 짖는 소리 아직 남아 있을까? 통일이 오면 할 일도 많지만 두만강을 찾아 한번 목놓아 울고 나서 흰 머리 날리며 씽씽 썰매를 타련다. 어린 시절에 타던 신나는 썰매를 한번 타 보련다. -김규동, '두만강' 시낭송 감상하기 핵심 정리 •..

문학/현대운문 2021.04.01

겨울밤 - 박용래

잠 이루지 못하는 밤 고향집 마늘밭에 눈은 쌓이리. 잠 이루지 못하는 밤 고향집 추녀밑 달빛은 쌓이리. 발목을 벗고 물을 건너는 먼 마을. 고향집 마당귀 바람은 잠을 자리. - 박용래, '겨울밤' 시낭송 감상하기 핵심 정리 • 갈래 : 자유시. 서정시 • 율격 : 내재율 • 성격 : 향토적, 애상적, 전원적 • 표현 : 감각적. 반복과 병렬. 표현의 절제 • 구성 - 1행 : 겨울밤의 향수(눈) --- - 2행 : 겨울밤의 향수(달빛) -- - 3행 : 주체할 수 없는 향수 -- - 4행 : 향수를 달래는 마음 --- • 제재 : 겨울밤 • 주제 : 고향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 • 출전 : (1969) 작가 박용래(朴龍來, 1925년 8월 24일 ~ 1980년 11월 21일) 시인. 1925년 충청남도 논..

문학/현대운문 2021.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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