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이삼촌 현기영 내가 그 얻기 어려운 이틀간의 휴가를 간신히 따내가지고 고향을 찾아간 것은 음력 섣달 열여드레인 할아버지 제삿날에 때를 맞춘 것이었다. 할머니 탈상(脫喪) 때 내려가보고 지금까지이니 그동안 8년이란 세월이 흐른 것이었다. 바쁜 직장 핑계 대고 조부모 제사에 한 번도 다녀오지 못했으니 큰아버지나 사촌 길수형은 편지 글발에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속으로 무던히도 욕을 하고 있을 터였다. 물론 일본에 있는 아버지가 제사 때가 되면 잊지 않고 제숫감 마련에 쓰고도 남아 얼마간 가용에 보탬이 될 만큼 넉넉하게 큰집으로 송금하는 모양이지만, 그렇다고 내가 선산을 못 돌아보고 기제사에 참례 못하는 죄스러움이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다가 요 며칠 전에 큰아버지의 부름을 받고 만 것이었다. 가족묘지 ..